1151화. 죽어도 여한 없도다 (2)
마차가 총병부에 도착하자 야천일이 걸음을 멈추고 천월에게 물었다.
“먼저 진혼당으로 갈 것이냐, 아니면…….”
“진혼당부터 가요.”
“그래, 내가 데려가마. 원래는 남의가 기성을 지키고 있었는데, 반년 전 창정이 떠난 뒤 남의도 기성을 떠났다. 내게 딱히 할 일이 없으니 경 세자가 날더러 기성을 맡아달라더구나. 여기 진혼당이 좀 중요한 곳이잖느냐.”
천월은 그날 마파령에서 용경이 자신의 심장을 찔러 천월을 되찾고자 할 때 야천일이 용경을 돕고 있던 게 떠올랐다. 아마도 용경과 야천일 사이에 무슨 약조가 오갔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지금 야천일이 이렇게 기꺼이 용경을 돕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야천일이 다시 제일 앞에서 길을 안내하려는데, 청상이 깊게 잠든 용릉을 보고 천월에게 말했다.
“세자비, 아기 공자님께서 아직 깨어나지 않으셨으니 두고 가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응.”
천월의 말이 떨어지자 청상은 이내 용릉을 안고 내렸다.
“거기, 잠시 멈추거라.”
야천일이 갑자기 청상을 불러 세웠다. 그리곤 빠르게 걸어가 청상의 품에 안겨 잠든 용릉을 내려다보았다. 지금껏 용릉을 처음 보고 보인 반응 중에 야천일이 가장 다채롭고 풍부한 감정을 보이는 듯했다.
청상은 깜짝 놀라 뒤로 한 걸음 물러나 용릉을 안은 팔에 힘을 줬다.
그때, 천월이 마차를 내려와 이야기했다.
“릉이에요, 용릉. 천성을 떠날 때부터 내 배 속에 있던 아이죠. 운산에서 태어났어요.”
야천일은 여전히 용릉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나지막이 물었다.
“운산에서 이 아이를 낳았다고? 경 세자는 알고 있느냐?”
“아니요, 아직 존재도 몰라요.”
야천일은 용릉을 안아보려는 듯, 살짝 팔을 움직였으나 이내 입술을 깨물곤 뒤로 한발 물러났다.
“가자.”
천월은 뒤돌아 청상에게 고개를 끄덕이곤 야천일의 뒤를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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