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2화. 두 비빈
경명제는 현비의 말에 딱히 반박하기는 어려웠으나, 속에서는 오히려 더욱 화가 치밀었다.
“참으로 대단한 아량이오! 은혜를 베푼 것이 아니었다고 해도, 반해가 조금 전 시신이 누군지 아냐고 물었을 때 모른다고 하지 않았소?”
분노가 차오른 경명제의 목소리가 차분함을 잃고 높아지기 시작했다.
“짐의 면전에서 어찌 그리 뻔뻔하게 거짓을 고하는 것이오?”
등 공공은 춘화궁의 사람이니, 본래는 현비와 영비 중 영비의 혐의가 더 크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현비가 거짓을 늘어놓는 것을 보니, 이제는 그녀가 더욱 의심스럽기 시작했다.
‘대놓고 거짓을 고해놓고도 끝까지 발뺌을 하다니……!’
현비의 음성도 덩달아 함께 높아졌다.
“신첩은 거짓을 고하지 않았습니다!”
현비의 시선이 황후로 갔다가, 영비로 갔다가, 마지막으로 경명제에게 향했다.
“신첩, 지금까지 항상 선한 마음으로 살아가고자 노력해왔고, 궁인들을 가엾게 여겨 단 한 번도 통렬히 책망해 본 적 없사옵니다. 또한, 등 공공처럼 곤란한 상황에 처한 아랫사람을 도운 것은 신첩이 궁에 들어온 이후로 수도 없이 있었던 일이옵니다. 그런데 신첩이 어찌 십 여 년 전에 한 번 도왔던 환관의 얼굴까지 기억하고 있겠습니까? 십 년이나 지난 지금, 시신을 보고 얼굴을 단번에 알아본다면, 그것이 더 수상한 것이 아닙니까?”
경명제는 구구절절 맞는 말을 듣고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현비는 할 말이 남았는지 그를 직시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신첩이 사람들에게 너그럽게 대한 것이 잘못이옵니까? 후회스럽습니다. 궁인들을 벌레보다 못한 존재로 취급하며 죽든 말든 무관심했다면, 오늘처럼 억울한 일이 생기지는 않았을 텐데 말입니다!”
감정이 격해진 현비는 손수건으로 입을 막고 폐를 찢는 듯 심한 기침을 연거푸 했다.
기침이 잦아든 후, 손수건을 확인한 그녀는 서둘러 그것을 소매 춤에 숨겼다.
하지만 찰나의 순간, 경명제는 눈밭처럼 하얀 손수건 위에 붉은 흔적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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