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0화. 군영에 들어가다
중의를 입은 남궁월은 등에 큰 베개를 대고 연탑에 기대어 있었다. 그녀의 먹처럼 까맣고 긴 머리카락은 조금 축축하게 젖은 채로 어깨에 늘어뜨려져 있었다.
방에서는 은은한 안신차 향기가 감돌았다.
남궁월의 손에는 화본이 들려 있었지만, 그녀의 마음은 이미 다른 데로 멀리 날아가 버려 한참이 지나도 책장이 넘어가질 않았다.
이때, 시각은 벌써 술시(*戌時: 오후 7시~9시) 하고도 삼각(*三刻: 45분)이었다. 남궁월은 이 야심한 밤에 바깥에서 들리는 기척이 조금 귀에 거슬렸다.
그러자 백훼가 남궁월의 마음을 이해하고 말했다.
“소인이 나가서 보고 오겠습니다.”
잠시 후, 금방 돌아온 백훼가 보고했다.
“세자비, 호위가 수색하는 소리였습니다.”
아까 그 흑의인이 떠오른 남궁월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혁과 남궁월이 벽소당으로 이사 온 지는 아직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터라, 아직 벽소당의 방비가 완벽하게 되어있진 않았다. 그렇기에 지금보다 더 보안을 철저히 해야했다.
한 번 일어났던 일이 두 번 일어나지 않으리라고는 할 수 없었다. 그러니 벽소당 안을 샅샅이 다 뒤집어엎어 수색하는 거야 당연했다.
또한 소혁은 원래 평소에도 일처리 속도가 바람처럼 빠른 사람이었다.
호위들은 본채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소혁과 비밀호위가 있는 한, 남궁월이 머무는 안뜰은 아주 깨끗할 게 자명했기 때문이었다.
오늘 본 그 첩자는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으나 바로 소혁에게 발각당하고 말았다. 만약 그자가 대담하게도 본채에 잠입했었다면, 진작 목숨이 끊겼을 것이다.
바깥에서 들리는 어수선한 소리가 금세 사라졌다. 하품을 한 남궁월은 아까보다 더욱 화본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세자를 뵙습니다.”
그 소리에 남궁월은 눈을 반짝이고 똑바로 앉았다. 곧바로 소혁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더니, 성큼성큼 큰 걸음으로 남궁월 옆으로 걸어와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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