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1화. 동청(冬晴)
작은 사건이 마무리 되자, 뜰 안에 있던 여종과 아낙들은 금세 흩어졌다.
백훼가 소귤이를 소비의 손에 넘겨주자, 소비는 소귤이를 가볍게 품에 안으며 소귤이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톡 치고는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요 장난꾸러기!”
그러자 소귤이가 야옹 하고 울더니, 자신은 무고하다는 듯 금색 묘안으로 소비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방금 전 일을 깨끗이 잊어버린 것 같았다. 그 귀여운 모습에, 소비의 눈에 깃들어 있던 노한 기색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남궁월은 옆에서 미소를 머금고 소비와 소귤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보아하니 둘이 제법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았다.
야옹!
고양이 소백이가 소비의 옆으로 와 쪼그리고 앉아, 고개를 들어 소비를 쳐다봤다.
소백이는 말을 하진 못했지만, 소비는 소백이의 표정을 보고도 무슨 말을 하는 지 알아들을 수 있었다.
‘이제 소귤이는 내게 돌려줄래?’
소비가 허리를 굽혀 소귤이를 바닥에 내려놓자, 소백이는 킁킁거리며 소귤이의 몸 냄새를 맡고 털을 핥아 주었다. 그러고 나서 앞발로 소귤이를 가볍게 툭 쳤다. 그 모습은 꼭 소귤이를 혼내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자 소귤이는 온순하게 야옹 하고 울었다. 두 고양이는 이내 목을 곧게 세우고 도도한 자태로 걸어갔다.
고양이에게서 시선을 뗀 소비가 제 자신이 부끄럽다는 얼굴로 남궁월을 쳐다봤다.
“새언니…….”
이제야 오늘의 약속이 떠오른 것이다.
“그 그림은 제 작은 서재 안에 걸려 있어요. 우리 같이 들어가서 봐요.”
두 사람은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소비의 작은 서재로 들어갔다.
* * *
청우각 안.
방 노태야와 소비는 비자나무로 만든 바둑판을 사이에 두고, 무척이나 집중하는 얼굴로 서로 마주보고 앉아 있었다.
그날 이후로 소비는 매일 아침 남궁월과 함께 청우각에 와서 문안인사를 올린 다음, 방 노태야와 바둑을 두곤 했다.
방 노태야는 너무 과하게 피로하면 안 되었기에, 바둑은 이삼 일에 한 판씩 두고 있었다.
Apoie seus autores e tradutores favoritos em webnove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