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0화. 주청(奏請) (3)
배원진이 한참 동안 말이 없자, 남궁옥이 또다시 말을 꺼냈다.
“세자, 제가 세자께 시집가겠다는 의사를 밝힌 뒤로 많은 사람들이 절 말렸습니다. 물론 그 안엔 제 어머니도 포함되어 있었지요.
모두들 그러더군요. 감동과 죄책감과 동정만으론 한 평생을 살아갈 수 없다고요. 그러니까 이기적으로 제 생각대로만 결정하지도 말고, 제 평생을 바쳐 은혜에 보답할 필요도 없다고 했습니다…….”
남궁옥이 배원진의 마음속에 숨겨 두었던 말까지 꺼내자, 배원진은 놀라움을 금치 못한 눈으로 남궁옥을 쳐다봤다. 그녀는 여전히 태연하게 말을 이어 갔다.
“세자, 지금 전 세자를 남녀 간의 애정에 휩싸여 보는 게 아니라, 존경하여 바라보고 있습니다. 만약 제가 세자였더라면,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세자처럼 행동할 수 없었을 겁니다…….”
예전의 배원진은 눈부시게 빛나는 사람이자, 황도의 수많은 소년들이 우러러보는 인물이었으며 앞날도 밝고 평탄했다.
그러나 한 번의 부상으로 인해 그는 순식간에 높은 곳에서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동안 출중한 재능을 드러낸 만큼 무너졌을 때의 고통 또한 더욱 컸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되었는데도 배원진은 자기 자신을 연민하는 불쌍한 인물로 전락하지 않았다.
남들은 배원진에게 시집가는 남궁옥이 아깝다고 봤지만, 남궁옥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배원진에게 자신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윽고 남궁옥이 자조 섞인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만약 일 년 전의 저였더라면, 아마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아무리 혼사가 부모의 명과 중매인의 말로 결정되는 거라고 해도, 고결한 성품을 지니신 분께 제가 시집가지 못할 게 뭐 있나요? 사지가 멀쩡해도 겉만 번지르르할 뿐, 속이 텅 빈 사람들도 있잖아요!”
남궁옥은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사실 예전의 전 다시는 누구도 믿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세자만은 믿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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