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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1화. 답청하다

1701화. 답청하다

규수들은 고개를 맞대고 관어백에 대해 속삭였다. 그녀들이 속삭이는 소리는 자연히 곡가월의 귀에도 닿았다.

곡가월은 그동안 ‘교활한 토끼가 죽으면, 사냥개는 주인에게 삶아 먹힌다.’는 옛말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생각과 달리 서역을 무너뜨렸는데도 소혁은 병부(兵符)까지 관어백에게 넘겼다. 관어백의 지위는 그녀가 알고 있는 것보다도 더 높았다.

모든 사람이 관어백이 있는 쪽으로 가니, 곡가월도 어쩔 수 없이 흐름에 따라 관어백 쪽으로 다가갔다. 그러나 그녀의 걸음에는 망설임이 배어 있었고, 환했던 얼굴도 지금은 조금 굳어 있었다.

요새 곡가월은 남강에서 잘 지내고 있었다. 남강은 황도처럼 번화하지는 않았지만, 하늘에 누런 모래가 가득하고 새조차 오지 않는 척박한 서역에 비하면 얼마나 좋은지 몰랐다.

덕분에 불과 몇 달 만에 그녀의 피부도 많이 매끄러워졌다.

게다가 평양후의 딸이라는 신분 덕분에 남강에 있는 각 관저 사람들도 그녀를 예의 있게 대했다. 그리고 곡가월 역시 모든 사람과 친하게 지낼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오늘도 이렇게 사람들과 같이 답청을 나오게 된 것인데, 뜻밖에도 우연히 관어백을 만나게 되었다.

황도에서 살았을 때 곡가월은 관어백을 무시했었다. 그때 당시 관가의 억울한 누명이 씻기기는 했지만, 그래 봤자 관어백은 의지할 곳 하나 없는 죄신(罪臣)의 아들인데다가 몸이 약하고 잔병치레가 많기로 유명했다.

게다가 그땐 곡가월이 한창 화려하고 잘 나가던 때라, 관어백을 제대로 본 적이 아예 없었다. 그래서 방금 전에도 첫눈에 그를 못 알아봤던 것이었다.

‘관어백은 저렇게 생겼구나!’

준수한 외모에 풍채가 좋고 우아한데다가 기품도 느껴지는 사내였다. 옥처럼 온화한 분위기를 풍기는 모습이 흡사 속세에 내려온 선인 같았다.

다들 한능부가 우아하고 품위 있는 공자라고 말하지만, 관어백에 비하면 차이가 아주 컸다.

‘만약 내가 관어백과…….’

순간 가슴이 뜨거워진 곡가월은 금세 좀 긴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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