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4화. 협박 (1)
진남왕이 바깥서재에서 좌불안석으로 이다경을 기다렸는데도 소혁은 오지 않았다.
“왕야, 세자께서 지금은 바빠 효도할 시간이 없으시다며…….”
그 말을 들은 진남왕은 귀까지 시뻘게져서 속으로 말했다.
‘왕부 안에 있는 게 뻔한데도 얼렁뚱땅 핑계를 대고 부왕인 날 만나러 오지 않겠다니. 참으로 불효막심한 놈이로다!’
진남왕은 길경의 말을 끊으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익숙한 아이 목소리가 서재 밖에서 들려왔다.
“우아아! 아르르르!”
‘이 목소리는…….’
잠깐 정신이 멍해진 진남왕의 눈이 반짝 빛났다. 그때 길경이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대신 세손을 보내 효도하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우리 금쪽같은 욱이가 날 보러 왔구나!’
진남왕은 지금까지 자기가 뭣 때문에 화가 났었는지 금세 잊고, 불쾌하다는 얼굴로 길경을 째려봤다. 그 말을 왜 이리 늦게 하냐고 탓하는 눈빛이었다.
“얼른 세손을 안으로 들이거라!”
마음이 다급해진 진남왕이 말했다. 그러고는 갑자기 또 무슨 생각이 나 빠르게 바닥을 쭉 둘러보고 속으로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정말 다행이다. 우리 귀한 손자를 위해 서재 바닥에 융단을 깔아 두기를 잘했지. 안 그랬다면 아까 던졌던 찻잔이 다 깨져서 그 파편에 내 귀한 손자가 다칠지도 모르잖은가! 그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파 죽을지도 모른다!’
“당장 저것들을 치우거라! 서둘러라!”
진남왕은 다시 다급히 서재에서 시중들고 있던 사동에게 지시를 내려, 융단 위에 떨어진 찻잔과 벼루를 치웠다.
이와 동시에 길경의 안내를 받으면서 잉어 모자를 쓴 어린 소욱을 안은 견 유모가 안으로 들어서더니, 그 뒤로 해당도 따라 들어섰다.
견 유모와 해당은 우선 진남왕에게 예를 올렸다. 그러나 견 유모 품에 안겨 있는 소욱은 벌써부터 가만히 있지 못하고, 내려달라고 팔을 움직여댔다.
“으으으응!”
진남왕의 눈에는 금쪽같은 손자가 얼른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와서 놀고 싶어서 그러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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