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5화. 정치 보좌 (1)
‘이 서융 사신이 지금 날 놀리고 있구나!’
그러나 한능부는 소매를 세게 떨치고 사신을 내쫓을 수도 없었기에, 하는 수 없이 화를 꾹 참고 웃는 얼굴로 말했다.
“달리름 대인, 서강 육군은 우리 대유 영토의 팔분의 일에 해당되는 영토라, 본왕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오. 본왕은…….”
그러나 달리름은 흥, 하고 비웃으면서 한능부의 말을 끊어 버렸다.
“공군왕, 결정권도 없으면서 왜 내 시간을 낭비하게 하는 것입니까? 아무튼 우리 국왕께서는 이런 조건들을 내거셨습니다. 만약 대유가 이 조건들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강화는 물 건너간 줄 아십시오!”
드르륵!
이때, 갑자기 의자 다리가 땅에 끌리는 소리가 나면서 한회군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한회군의 얼굴에는 분노한 기색이 역력히 드러나 있었다.
‘서강에 있던 서융 대군이 단 며칠 만에 서융왕의 지시를 물어보고 왔다고?’
그럴 시간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런데도 지금 저들이 내놓은 조건들을 보면 진심으로 강화를 하려는 게 아닌 듯했다. 고의로 대유를 곤란하게 하려는 속셈이 분명히 보였다.
미간을 살짝 찌푸린 한능부가 한회군에게 호통을 치려고 하는 그때, 한회군은 소매를 세게 떨치고 정청을 나가 버렸다.
뒤에서 사신 달리름이 분노하며 버럭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공군왕! 대유인들은 예의지국이라고 불리는 나라 아니었습니까? 예의지국은 이런 식으로 손님을 대한단 말입니까?”
한회군이 성큼성큼 큰 걸음으로 수비부를 떠나자, 뒤에서 들리는 소리도 점점 작아졌다.
그러나 거슬리는 목소리가 여전히 그림자처럼 따라오는 것만 같아, 그는 가슴이 답답했다.
‘대유가 어쩌다가 이리되었단 말인가! 아니, 어쩌면 대유는 처음부터 이런 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
한회군은 불현듯 5년여 전, 서융 사신 계필사문과 찰목한이 황도에 왔을 때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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