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6화. 정치 보좌 (2)
당일 저녁, 저량성에 횃불이 피어오르면서 사방이 환히 밝아졌다.
성벽 위에 서 있던 한능부는 천리안으로 수만으로 이루어진 서융 대군이 성으로 다가오는 광경을 보고는 놀라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한회군! 보거라! 이게 너와 요량항이 가져온 결과다!”
한능부가 함께 성에 올라온 한회군을 향해 버럭 소리를 지르며 꾸짖었다.
“본왕은 이미 서융과 강화를 논했고, 이대로 가면 전쟁도 조만간 끝낼 수 있었다. 그런데 너희 둘이 서융인의 심기를 거슬러, 저렇게 서융 대군이 급습하지 않았느냐! 이는 서냉성의 위기일 뿐만 아니라, 대유국 전체의 위기다! 이 위기를 너희 두 사람이 불러왔으니, 너희는 대유 천고의 죄인이다!”
그러나 한회군은 한능부를 본 체 만 체했고, 급습해오는 서융 대군을 바라보면서 냉소하고 말했다.
“이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왕야는 우리 대유가 질 거라고 생각 하시는 겁니까?”
한능부가 그 말에 미간을 확 찌푸렸다. 천리안을 들고 있던 그의 오른손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내가 서강에 온 건 서융과 강화를 맺어 공을 세우기 위함이지, 여기서 목숨을 잃고 땅에 묻히기 위해서가 아니다. 난 황도로 돌아가야 하고, 보좌에도 올라야 한다. 아직도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있단 말이다…….’
눈 깜짝할 새에 서융 대군은 벌써 백 장 거리까지 다가왔다. 우르르 몰려오는 그들 때문에 땅만 흔들리는 게 아니라 성벽까지 흔들릴 정도였다.
한능부가 앞으로 한 발짝 나가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큰소리로 외쳤다.
“대유는 서융과의 강화를 원하오! 부디 서융 사신이 우리와 한층 더 깊이 있는 논의를…….”
그런데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파공음이 들렸다.
유성처럼 날아온 화살이 칠흑 같은 밤을 가르고 한능부를 목표로 다가왔다.
“왕야! 조심하십시오!”
한능부의 친병 하나가 방패를 들고 앞을 막자, 챙 하는 소리와 함께 날아오던 화살이 방패에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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