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화. 칼 뽑은 사람은 꺼져
“중안 선생, 과찬이세요. 저희 형제가 걸출한 인재라니요. 저희는 그저 뱃일로 먹고사는 뱃사람들이고, 타고나길 거친 성격이라 평범한 사람들보다 손발이 빠릿빠릿할 뿐이에요.”
대표로 입을 연 사람은 다름 아닌 취어였다. 그는 언제나 세 형제 중에서 가장 말이 많았다.
“여기 석뢰는 괴력을 타고났는데, 자네 둘째 형님이 그를 막아서지 않았는가. 그건 손발이 좀 빠르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닌데 말일세.”
중안은 식견이 넓은 사람이었다.
“희한하네요. 저희 둘째 형님도 악어를 때려잡을 정도로 힘이 무진장 세거든요.”
소리 내 웃는 취어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구별이 되질 않았다.
그제야 배에 오른 관 할아버지와 잠환의 둘째 아들은 아직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세 형제가 고수든 아니든 묵자와 상관없었다. 그녀가 앞으로 걸어가자, 취어가 그녀를 졸졸 뒤따랐다.
“백우,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왜 가만히 있는 제 손님을 습격하시는 거죠?”
“이봐, 내가 그런 거니까 따질 거면 나한테 따져.”
석뢰가 허리를 쭉 펴고 걸어왔다.
“지금 저를 당신네 우두머리가 누구인지도 구분 못 하는 바보 취급하세요?”
묵자는 많이 참아왔다. 그들이 그녀의 목에 칼을 들이미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말이다.
“그래서?”
백우 또한 한 발자국 다가왔다. 두 눈은 별빛을 품은 듯 반짝였고, 파란 바탕에 은색으로 장식된 망포(*蟒袍: 대신들이 입던 이무기가 수놓인 예복)가 바람결에 펄럭였다.
바람결에 그의 투쟁심이 실려 오는 듯했다. 칼을 들고 있지 않았지만, 백우의 기세는 칼날만큼 날카로웠다.
“이리 배은망덕하게 구실 거예요?”
잠환의 둘째 아들은 생전 처음 보는 치열한 상황에도 큰소리를 내었다.
“배은망덕해지려던 건 아니고, 그저 저 손님의 진짜 얼굴을 보고 싶을 뿐이네.”
백우는 잠환의 둘째 아들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묵자만 매섭게 노려보며 말했다.
“한 번이면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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