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2화 따뜻하다 (2)
한편, 손 태의는 진강에게 아주 학을 뗀 상태였다. 정말이지 태의원의 수석태의인 자신을 마음대로 부르고, 딴죽을 걸 수 있는 사람은 이 경성에 진강만이 유일할 것이었다.
이미 오랜 세월이 흐른 만큼, 그에게 꽤 익숙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되도록이면 진강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고 싶었는데 그가 먼저 이리 운을 떼 주었으니, 어떻게든 이 기회를 잘 잡아야만 했다.
“네. 진강 공자님이 상태가 분명 예전과는 다르고 위중해서 가볍게 약을 처방할 순 없습니다. 아마 반나절 정도 생각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 공자님 말씀대로 최 어르신의 약 처방을 받는 편이 훨씬 더 나을 것 같습니다.”
“그럼 잠시만 좀 비켜주시오.”
진강이 곧 최형에게 손목을 내밀며, 순식간에 너무도 공손한 표정을 해보였다.
“외조부님, 진맥을 해주십시오.”
이내 사방화가 어이없다는 실소를 터뜨렸다.
‘정말 빨리도 얼굴을 바꾸는군!’
손 태의 역시 다른 운명을 타고난 까닭이라 생각하며, 가벼운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이내 최형이 진강을 진맥한 뒤, 천천히 이야기했다.
“손 태의께서 말씀하신 것이 맞다. 내게 약이 있으니, 먼저 복용해라. 산을 내려가면 그 때 다시 약 처방을 써주겠다.”
그리고 최형이 품에서 약병을 꺼내 진강에게 약을 하나 건넸다. 약은 수정처럼 투명했으며, 진하고 맑은 향을 풍기고 있었다. 곧 진강이 물었다.
“이건 무슨 약입니까?”
“영지로 만든 영지환(灵芝丸)이다.”
“그럼 정말 좋은 약이군요! 감사합니다. 외조부님!”
진강이 최형에게 공손히 감사를 표한 뒤, 곧장 약을 삼키곤 다시 손을 내밀었다.
“외조부님, 그 병에 있는 것은 전부 영지환입니까? 외조부님께선 워낙 무공이 높으셔서 별로 쓰실 일도 없으실 것 같으신데, 그냥 제게 다 주시는 게 어떠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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