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땅에 묻히던 날, 관뚜껑에 막 못을 박았을 때 남편 이재민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사실, 싱싱이는 사고로 죽은 게 아니야."
"나랑 네 절친이 차 안에서 너무 미친 듯이 즐기다가, 실수로 액셀을 밟는 바람에 치어 죽인 거야."
내가 새하얗게 질려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자, 그는 태연하게 말했다.
"박예나가 아직 어리고 장난기가 많잖아. 우리가 차에서 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어."
"걔가 너무 흥분해서 사이드 브레이크를 당기는 걸 깜빡했지 뭐야. 그 일로 한참 동안 죄책감에 시달렸어."
나는 온몸의 피가 얼어붙는 듯했다. 뻣뻣하게 고개를 돌려, 딸의 영정 사진을 끌어안고 애가 끊어지게 울고 있는 절친을 바라보았다.
"어젯밤 네가 아이 빈소를 지킬 때, 우리가 참지 못하고 한 번 더 했거든."
"걔가 향을 피우러 갔을 때, 그 안에는 아직 내 것이 머금어져 있었어."
그는 그때를 음미하듯 두 번 소리 내어 웃었고, 손에 든 담뱃재를 묘비 위에 털어냈다.
"어쨌든 부부의 연을 맺은 사이인데, 나도 계속 널 속이고 싶진 않아서."
"그러니까, 이혼을 하든 말든 네 마음대로 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