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째로 내게 불륜 현장을 들켰을 때, 배명준은 침묵하며 고농도 소독수를 집어 들어 자신의 하반신에 부어버렸다.
"충분해?"
그는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난장판 속의 나를, 마치 미치광이를 보듯 바라보았다.
그 세 글자는, 배명준이 생애 처음으로 내게 약한 모습을 보인 것이었다.
나는 깨진 도자기 파편을 꽉 쥔 채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서, 한순간 멍해지고 말았다.
가장 심하게 다투었던 그때조차도.
나는 나와 그의 어린 내연녀의 몸에 폭탄을 묶고, 그에게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했었다.
그러자 그는 자신과 내 부모님을 꼬리를 물고 이어진 다섯 대의 트럭에 묶어놓고, 웃으면서 내게 아직도 선택을 바라느냐고 물었으니까.
이것이 우리 두 미치광이가 서로 치열하게 힘겨루기를 해온 10년이었다.
선택하지도, 양보하지도, 그렇다고 놓아주지도 않았다.
지금 이 순간 그는 내 비참한 꼴이 조금 불쌍하다고 느꼈는지, 연민 어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연이는 건드리지 마, 그 애는 정상인이야. 너랑은 달라."
"네 복수는 내가 전부 다 받아줄 테니, 이번엔 나한테 마음껏 화풀이해."
나는 멍하니 물었다. "무슨 뜻이야?"
그는 눈으로는 웃지 않은 채, 지친 기색으로 입꼬리를 당겼다.
"내가 타협했다는 뜻이야."
"기뻐? 이게 바로 네가 원하던 거 아니야?"
그래, 그는 타협했다.
하지만 도대체 누구를 위해서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뻔했다.
증오로 물든 그의 두 눈은, 나의 지난 10년을 혼자만의 우스꽝스러운 촌극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 순간, 무력감이 밀려왔다.
나는 문득 서로를 놓아주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