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4화. 앞을 막아서다 (4)
소비의 입가에 떠오른 미소를 본 남궁월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나서 한쪽에 놓여 있는 견지들을 힐끗 쳐다봤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마침 비아 아가씨가 왔으니 지금 말해 볼까?’
그래서 남궁월은 얼른 며칠 전에 입수한 상회희에 대한 정보가 적힌 견지와 함께, 작아가 오늘 주고 갔던 견지들을 모아 소비에게 건네주면서 방긋 웃었다.
“비아 아가씨, 처소로 돌아가서 한 번 자세히 읽어 보세요.”
그러고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서두를 필요 없으니까 천천히 보세요.”
소비가 제일 맨 위 장에 있는 견지를 슬쩍 보니 상회희의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밑에는 그의 가문 사람들에 대해 적혀 있었다.
그녀는 깜짝 놀랐다가 금세 남궁월의 뜻을 알아차렸다. 제법 두툼한 견지를 손끝으로 만져 보니 마음이 따듯해졌다. 새언니는 자신을 위해 더할 나위 없을 정도로 마음을 써 주고 있었다.
고개를 든 그녀가 남궁월의 눈을 마주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새언니. 돌아가서 잘 읽어 볼게요.”
새언니는 일 처리를 꼼꼼히 하는 분이었다. 그런 새언니가 골라 주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상관없이 좋은 배필일 게 확실했다.
진중한 표정으로 견지 뭉치를 들고 있는 소비는 마치 선생님께서 내준 숙제를 받은 학생 같아서, 한쪽에서 보고 있던 작아와 화미는 이번에도 속으로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큰아가씨의 목석같은 성격은 정말 한결같다니까. 어쩜 이리도 이성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으신 걸까……. 에휴.’
여종들은 벌써부터 큰아가씨의 부군이 되실 미래의 고야를 동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방 안에서 흘러나온 여종들의 한숨 소리는 가을바람을 타고 사라져 아무도 듣지 못했다.
* * *
남강의 가을이 봄날처럼 빛나고 있을 때, 대유의 서북방 날씨는 완전히 달랐다.
날카로운 칼날 같은 가을바람에는 누런 모래가 섞여 있었고, 공기 중에도 스산한 기운이 희미하게 떠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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