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3화. 한 명도 살려 두지 않다 (4)
“모용 가문의 사람들을 소환해 이 일을 알리려고?”
당염원이 평온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손을 벌벌 떨던 고고성 성주의 손에서 영신석이 떨어져 나왔다. 온통 피투성이가 된 땅 위를 구르는 잘 다듬어진 영신석은 유난히 눈에 띄었다.
“경…… 경홍…… 아, 아…….”
고고성의 성주는 몸이 뻣뻣하게 굳어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당염원은 그의 두려움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바닥을 구르던 영신석이 산산조각이 났다. 조각난 영신석은 한 줄기 은하수를 이뤘다.
이 장면은 아직 공포에 완전히 잠식당하지 않은 고고성 성주의 영해에게 깨달음을 주었다. 당염원이 방금 영신석을 파괴한 것은 단순히 그것을 파괴하려 했던 것이 아니라 소문을 퍼뜨리기 위해서였다. 이 별 무리는 이곳에 있는 모든 장면을 영신석 반대편 사람들의 눈에 보여 줄 것이다.
“…….”
고고성의 성주는 이제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아까 조심스럽게 했던 행위가 몹시 어리석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당염원은 이 일이 발각되는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모용 가문에게 이 일을 낱낱이 알리고 싶어 했다!
별 무리가 된 영신석의 다른 한편에서는 어떤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다만 은은하게 느껴지는 무거운 기운이 맞은편에 있는 모용 가문의 사람들이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를 짐작게 했다.
이때 당염원의 의식이 바닥에 있던 고고성 성주의 영해를 두드렸다. 고고성 성주의 표정은 갑자기 흐리멍덩해졌다. 완전히 목석이 되어 버린 그의 모습에서는 지능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측혼기?”
고고성 성주의 기억 속에서 당염원은 모용 가문이 측혼기를 만들어 각 가문과 문파에게 보낸 일을 알아냈다.
덩굴 역시 고고성 성주의 영해를 휘젓고 있었다. 그러나 숨을 한 번 쉴 새도 없이 물러났다. 이는 만허등 요괴덩굴이 당염원의 의식을 받아들였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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