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화. 잊지 않다
소명연은 경 어멈을 따라 상서부 북서쪽 모퉁이의 뜰 안으로 들어갔다.
경씨 어멈이 걸음을 멈추더니, 공손하게 말했다.
“후작나리, 우선 여기서 기다려주시지요. 도련님은 사람을 만나기가 불편하셔서 쇤네가 먼저 들어가 아뢰고 오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소명연은 뜰에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발소리가 들려왔다. 소명연이 고개를 들자, 전에 인사를 나눈 적이 있던 교씨 가문의 도련님이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었다.
젊은 남자는 흰옷에 검은 머리를 하고 있어, 몸 전체에 그 두 가지 색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의 풍채는 여전히 뛰어났으나, 왼쪽 얼굴을 보자 마치 흉악한 귀신이라도 본 듯 두려움이 일었다.
교 공자의 모습을 여러 번 본 경씨 어멈도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감히 쳐다보지를 못했다.
‘교 도련님은 얼굴이 망가지셔서 귀신처럼 흉한데 왜 가리질 않으시는 거지?’
순식간에 교묵이 소명연에게 다가와 그의 앞에 멈춰 섰다.
교묵의 두 눈은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 검고 그윽한 그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자, 소명연은 갑자기 눈앞에 그녀와 비슷한 눈동자가 스쳐 지나가는 것만 같다는 착각을 했다.
자신의 부인 교씨는 성벽 위에서 자신과 눈이 마주쳤을 때, 이처럼 맑고 고요한 눈을 하고 있었다.
당시 그는 그녀의 두 눈을 계속 바라볼 엄두를 내지 못했지만, 그 눈빛은 가슴에 남아 영원히 잊을 수 없게 되었다.
“형님…….”
소명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 소명연의 목소리는 잠겨 있었다.
고요하던 교묵의 눈빛이 갑자기 흔들렸다. 마치 대나무 숲을 지나는 바람처럼 시원한 사내의 목소리가 소명연의 귀에 들려왔다.
“소명연?”
“네.”
“내 매부. 내 큰 여동생의 남편, 소명연?”
“예, 바로 접니다.”
소명연은 서 있기조차 힘들었다. 그러나 자신은 반드시 똑바로 서서, 죽은 아내와 세상에서 가장 친밀한 처가 식구의 무거운 꾸짖음을 견뎌야 했다.
“자넨 내 동생을 지키지 못했어.”
“맞습니다.”
webnovel.com で好きな作者や翻訳者を応援してくださ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