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2화. 박정
한참이 지난 후 양 태후가 눈을 뜨더니 입을 열었다.
“3할, 3할이라. 태의. 약을 지어 장 공주부로 보내게.”
양 태의가 대경실색을 하며 살짝 뒤로 물러났다.
“태후마마, 어, 어찌 그런!”
“설마 내가 이대로 장 공주의 뱃속에 있는 아이가 그대로 세상 밖으로 나오게 내버려 둘 줄 알았나? 그 아이의 존재가 우리 황가 전체를 웃음거리로 만들 것이란 걸 뻔히 아는데?”
양 태후의 말에, 태의의 얼굴은 회색빛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네가 언제부터 내 말에 토를 달 수 있게 되었지?”
태후의 이어진 말에 태의는 다시 입을 열지 못했다.
“가라, 나는 이곳에서 결과를 기다릴 터이니.”
양 태의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자녕궁을 빠져나갔다.
양 태후는 급격히 밀려오는 피로감에, 눈을 지그시 감고 한숨을 내쉬었다.
장 공주는 그녀가 애지중지 아껴온 소중한 딸이었다. 상황이 지금처럼 최악에 치닫지만 않았다면, 그녀도 공주를 이렇게 쉽게 포기하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 * *
“양 태의께서 또 오셨습니다.”
지찬의 명령에 따라, 태후와 공주의 동향을 살피던 도생이, 양 태의가 다시 태후마마를 찾아 자녕궁으로 향했다가 다급한 표정으로 장 공주부로 향하는 것을 발견하고는 보고를 올렸다.
지찬은 이제 술기운에서 완전히 빠져나와 멀끔했다. 그가 도생이 가지고 온 소식을 듣고 눈살을 찌푸렸다.
“또 왔다고?”
‘여소가 이미 어머니를 진찰했는데, 왜 굳이 또 양 태의를 보낸단 말인가?’
“가서 직접 만나봐야겠다.”
지찬이 방을 나섰다.
장 공주의 방은 굉장히 따뜻한 곳이었다. 하지만 양 태의가 가져온 까만 탕약을 바라보는 장 공주는, 마치 얼음 굴에라도 들어온 듯 등골이 시린 기분을 느꼈다.
“이게 무엇이냐? 말하거라, 이게 무엇이냐고 묻지 않느냐?”
“마마, 우선 기분을 가라앉히시고 제 말을 들어주시옵소서.”
“냉정은 얼어 죽을! 양 태의, 말하라, 이게 도대체 뭐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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