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9화. 부부
소명연의 움직임에 따라 여러 그림이 새겨진 침상이 흔들렸다. 침상 위에 달려 있던 발이 떨어져 그들의 모습을 가려주었다.
소명연이 소녀의 어깨에 걸려 있는 속옷의 매듭을 입으로 물더니, 힘을 줘 풀어냈다.
교소는 손을 뻗어 자신의 몸에 기대어 오는 남자를 살짝 밀어냈다.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내 생각이 짧았다.’
그녀는 눈앞에 남자가 이런 일에 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역시 한 마리의 늑대였다. 옷을 벗기는 데 굳이 이빨을 쓸 이유가 어디 있단 말인가?
“소명연, 급하게 하지 말고······.”
소명연은 이번만큼은 소녀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의 뜨거운 입술이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듯 그녀의 입술을 막아버렸다.
머리카락, 이마, 눈썹, 그리고 콧등까지 이어지던 입맞춤은 다시 입술로 돌아왔다. 그의 혀가 조심스레 소녀의 입을 열었고 감미로운 입맞춤이 계속되었다.
방을 밝히던 화촉의 불이 꺼졌다. 방 안은 순식간에 어둠에 휩싸였고, 침상 주위에 펼쳐졌던 발들이 어디서 흘러들어온 건지 모를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렸다.
소명연이 살짝 당황한 얼굴로, 교소에게서 몸을 치우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교소는 눈조차 뜨지 못하고 가만히 그 자리에 누워 있었다.
소명연이 그런 그녀의 눈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소소, 옷을 입혀줄게요. 몸을 들어봐요.”
최대한 자제력을 발휘한 그는, 방금 전 이빨로 풀어낸 옷의 매듭을 다시 묶어주었다. 교소가 그런 그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
“왜 그래요?”
그녀는 겉모습 그대로의 어린 아가씨가 아니었다. 물론 그녀도 소명연과 마찬가지로 부부의 일을 겪어보지는 못했지만, 그 몸 안에는 이미 20년도 넘게 살고 있는 성숙한 여인의 영혼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두 번의 혼인, 그리고 그 두 번의 혼인을 모두 같은 남자와 하게 된 그녀는, 오늘 밤에야말로 그와 부부가 되고 싶었다.
소명연이 교소에게 이불을 덮어주며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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