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6화. 신임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다음 순간 신발 한쪽을 잃어버린 도생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그들에게 뛰어왔다.
“보, 보고 왔습니다.”
도생은 주인에게 칭찬을 받을 생각으로 자원해서 방을 보러 가겠다고 나섰다가, 하마터면 그 짧은 인생을 마감할 뻔했다.
“주 세자의 이름이 그 위에 있더냐?”
지찬이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얼굴로 물었다.
도생은 숨을 제대로 고르지 못해 살짝 빨개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주 세자께서는 126등에 이름을 올리고 계셨습니다.”
“주언, 축하하네.”
그 자리에 모여 있던 일행들이 주언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조용한 성격인 주언도, 그 순간만큼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안도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126등, 물론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는 석차였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떨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재능을 뽐내고 있는지, 새삼스럽게 깨달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주언처럼 가문의 도움이 있는 사람들보다도 뛰어난 이들이 앞에 125명이나 줄 서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오랜 시간 시험에 참가하며 쌓인 경험들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겠지만······.
주언은 자신이 그저 수많은 학자들 사이에 한 명일 뿐이라 되뇌며 담담히 결과를 맞이했다.
“시험에도 합격하고 곧 화촉에 불을 밝히게 생겼으니, 겹경사로군. 주언, 축하하네.”
소명연은 시험에 통과한 주언보다 더 기쁘다는 얼굴로 축하를 건넸다.
주언은 확실히 순조롭게 아내를 맞이했고, 거기다 다음 달이면 이제 궁으로 들어가 관직을 받게 되었으니, 이보다 더 경사일 수가 없었다.
소명연은 문득 자신의 혼인이 아직 9개월이나 남았다는 생각이 들어 울적해졌다.
‘전생에 혼인의 신과 대판 싸우기라도 한 걸까?’
다른 사람들은 다들 쉽게 하는 혼인이 그에게만큼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소명연의 축하 인사를 들은 주언이 담담한 미소를 보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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