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4화. 방문
“네가 온 얼굴에 재를 펴 발라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거다. 말해, 이곳엔 왜 나타난 것이냐?”
신광이 팔짱을 끼며 물었다.
강학은 주위를 살피며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전할 말이 있어서 찾아왔다.”
신광은 눈가를 좁히며 주위에 몸을 숨기고 있는 수하들에게 살짝 뒤로 물러나라 신호했다.
“말해 봐라.”
“손에 든 벽돌부터 놓지 그래!”
신광은 아무렇지 않게 벽돌을 저 멀리 던져버리고 미소를 지었다.
“딱히 진심으로 휘두른 것도 아닌데 뭘 그렇게 무서워 하는 건지. 빨리 말해, 나는 너랑 이렇게 입씨름하고 있을 시간이 없으니.”
“우리 대인께서 여가 셋째 아가씨께 경고를 하셨다. 궁에서 오는 사람을 주의하라고 말이야.”
신광이 눈을 치켜떴다.
“그게 무슨 뜻이지?”
강학이 득의양양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는 이해 못할 말이니, 내가 전한 말 그대로 아가씨께 전해드리기만 해라.”
신광이 그를 노려보다가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하, 그래 사실 내가 그 말을 알아듣고 말고는 딱히 상관없긴 하지. 중요한 건 네가 모시는 그 대인이 아가씨께 말을 전하려면, 반드시 나를 통해야 한다는 게 중요한 거 아니겠나?”
자신이 모시는 대인을 무시하는 발언을 듣자 성이 난 강학이 얼굴을 붉혔다.
‘너희 장군보다 우리 대인께서 아가씨를 구해준 횟수가 더 많거든? 뭘 그렇게 득의양양하게 미소를 짓는 거야. 하여튼 머리까지 근육으로 된 놈이랑은 대화를 섞을 수가 없군.’
아마 신광의 말을 대인께 전하게 된다면, 대인께서는 그 화를 강학에게 풀려들 것이었다.
강학은 그렇게 성을 내는 강원조를 떠올리고는 잔뜩 풀이 죽어 터덜터덜한 발걸음으로 돌아갔다.
그가 떠나는 모습을 본 신광이 방금 전까지의 미소를 거두고 생각에 잠겼다.
‘흥, 내가 이해하지 못할 말이라고? 설령 그 말이 사실이라도 그런 말을 하는 너를 곱게 보내줄 수야 없지. 가서 대인께 말을 전하고 실컷 혼나기나 하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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