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화. 무정(無情)
강씨를 보는 등씨의 눈빛은 더욱 냉랭해졌다.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손녀에게도 이렇게 대하다니, 이 얼마나 무정한 사람인가.’
앞으로 강씨를 대할 때는 더욱 조심해야 했다.
눈앞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자 지객승은 난처해져서, 마침 손녀를 꾸짖으려던 강씨를 막으며 말했다.
“부인, 그 불경을 쓴 분은 여씨 가문의 어느 아가씨입니까? 소영암의 사태께서 아직 기다리고 계십니다.”
실내가 갑자기 조용해지더니, 부인들이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정말 여씨 가문의 아가씨가 쓴 거라고? 도대체 누구지?’
그녀들의 시선이 저절로 구석에 있던 여희에게로 향했다. 고개를 떨군 여희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설마 무매사태의 눈에 든 불경이 본래 내 것인데, 큰할머니가 그 공을 여교에게 넘기려 한 것일까? 그래, 분명히 그런 거야. 올해는 정말 열심히 해서 내 필체가 분명 여교보다 뛰어날 거야!’
“여희 언니.”
두비설이 작은 소리로 부르며 여희의 손을 잡았다.
그녀는 그다지 친분이 없는 여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보다는 당연히 자신의 사촌언니에게 좋은 일이 있길 바랐다.
강씨가 난처한 듯 말했다.
“이 늙은이는 뭐라 말씀을 못 드리겠네요. 요즘 눈이 침침해서 이미 한쪽 눈은 거의 보이지 않아서요. 아이들이 쓴 법문도 대충 훑어본 터라 이런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죄송합니다.”
“아이고, 그럴 수도 있죠. 향군,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
이 부인이 끼어들어 서둘러 상황을 수습했다.
다른 사람들도 말을 아꼈으나, 그들의 시선은 여교를 떠나지 않았다.
여교는 땅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얼음처럼 차가운 바닥의 한기가 뼛속까지 파고드는 느낌에 순간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조롱하고 멸시하는 눈빛이 수많은 칼날이 되어 그녀의 가슴에 꽂혔다. 늘 귀하게만 컸던 여자아이는 사람들 앞에서 순식간에 만신창이가 되어갔다.
등씨가 조용히 한숨을 쉬더니, 입을 열었다.
“스님, 이 늙은이가 좀 봐도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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