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화. 필적
예전 같았으면, 구백해는 자리에 앉아 인사를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소명연이 주는 무언의 압박감이 심해, 그는 부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묵이 왔구나. 얼른 자리에 앉아라.”
자리에 앉은 교묵은 불안한 표정의 숙부를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낮게 탄식했다.
외숙모가 어떤 의도로 자신이 먹는 음식에 독을 탔는지 모르지만, 이미 자신과 외가의 관계는 이전처럼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묵아, 몸은 좀 어떠하냐?”
“이미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래, 다행이구나.”
구백해는 두 사람에게, 아내가 독을 탔던 일에 대해 털어놓아야 했지만,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영 곤란해했다.
“아마 두 사람은 모르겠지만, 내 아내가 미쳐버렸단다.”
계속 침묵하는 것도 방법이 아닌지라, 구백해는 한참을 망설인 끝에 입을 열었다.
말을 마친 그는 얼굴이 낯뜨거워 그들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다.
자신의 부인이 조카를 해치려고 독을 탔고, 결국에는 미쳤다는 얘기는, 사실 한평생 비밀로 간직하고 싶었다. 그러나 구백해의 부친은 관군후에게 숨기지 말고 전부 털어놓으라 신신당부했었다.
“외숙모님께서는 어째서 그리되셨는지요?”
이미 외숙모에 대해 다 알고 있었지만, 교묵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며 구백해에게 물었다.
구백해는 붉어진 얼굴로 참회하듯 털어놓았다.
“묵아, 이 숙부가 너를 볼 면목이 없구나. 네 외숙모가 무엇에게 홀렸는지, 감히 네가 먹을 음식에 독을 탔었단다!”
처음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을 뿐, 막상 운을 트기 시작하자 그 뒤의 얘기는 술술 나왔다.
구백해는 사건의 경위를 간략하게 얘기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지금 그 독약을 어디서 구했는지 조사하고 있으나, 큰 진전은 없구나. 내가 오늘 온 것은 너에게 보여줄 것이 있어서다. 어쩌면, 이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고.”
교묵은 소명연을 슬쩍 쳐다보았고, 이내 침착한 표정으로 물었다.
“어떤 물건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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