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준의 정신세계 안.
정신세계의 벽 한쪽에는 거대한 구멍이 나 있었다.
용들의 극찬으로 인해 거대한 정신력이 일시에 들어오며 세준의 정신세계에 구멍이 난 것.
정신마저 개복치인 세준에게 너무 많은 정신력은 독이었다.
"으아악!"
세준은 구멍에서 발생하는 흡입력을 버티기 위해 바닥을 필사적으로 붙잡았다.
저 검은 구멍에 빨려 들어가는 순간 끝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리고 세준의 본능대로 정신세계의 밖은 아주 위험했다.
허무(虛無).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세계. 허무로 빨려가는 순간 세준의 정신은 허무에 잡아먹히며 소멸한다.
그렇게 세준이 필사적으로 버텼지만, 세준의 몸은 점점 구멍과 가까워졌다.
아니 정확히는 세준이 붙잡고 있는 땅이 구멍 쪽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세준이 속절없이 허무로 삼켜지려 할 때
"크르르릉. 그러니까. 내가 알려준 대로 하라니까."
거대한 늑대가 세준의 정신세계에 투덜거리며 나타났다.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세준의 정신세계에 비해 펜릴의 정신은 너무 거대했다.
펜릴은 세준의 정신세계가 찢어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앞발을 꼼지락꼼지락 움직이며
꾹.
자신의 거대한 앞발로 세준의 정신세계에 난 구멍을 막았다.
"이렇게 정신세계 벽이 얇으니까, 구멍이 나지. 남는 정신력으로 벽을 강화해야겠어."
어차피 쓰지도 못하는 정신력. 펜릴은 눈을 감고 집중하며 세준의 정신세계의 경계를 강화했다.
그렇게 펜릴이 세준의 정신력을 강화해 주는 사이
"음···."
세준이 눈을 떴다.
"박 회장, 일어났냥?!"
꾸엥?!
[아빠, 괜찮다요?!]
세준의 몸을 주무르던 테오와 꾸엥이가 세준을 불렀다.
"응. 괜찮은 것 같아. 근데 내가 왜 누워있어?"
"박 회장, 또 기절했었다냥!"
꾸엥!
[아빠, 또 죽을 뻔한 것 같다요!]
"기절?"
둘의 말에 세준이 의아해했다.
뭐지?
내가 기절할 특별한 게 없지···
"아. 있구나."
세준은 그제야 자신이 엄청난 정신력을 얻었다는 메시지를 보며 기절했던 걸 떠올랐다.
그리고 정신세계 안에서 뭔가에 빨려 들어갈 뻔한 것도.
앞으로 용들에게 함부로 음식을 주면 안 될 것 같았다.
"근데 까망이 목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펜릴이 너무 거대해서 얼굴은 보지 못했다.
"착각인가?"
그렇게 세준이 자신이 들은 게 펜릴의 목소리가 맞나 고민할 때
[영혼이 강화됐습니다.]
[정신력 잠재력이 3000으로 늘어납니다.]
메세지가 나타났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세준은 잠재력이 오른 영문을 몰랐다.
그때
끼로롱.
세준의 머리맡에서 펜릴의 코 고는 소리가 들렸다. 세준의 정신세계 안에 들어갔다 오느라 지친 것.
하지만
"까망이, 이 자식 난 죽을 뻔했는데 넌 편히 자고 있어?"
그걸 모르는 세준은 펜릴이 괘씸했다.
"부부부붑."
낑···낑···
'나 피곤해···다른 애랑 놀아···.'
그래서 괜히 펜릴의 배에 배방구를 하며 심술을 부리고 있을 때
"푸후훗. 박 회장, 나도 해달라냥!"
꾸엥!
[꾸엥이도 배방구 좋아한다요!]
테오와 꾸엥이가 자신의 배를 척 내밀었다.
잠시 후.
"이제 출발! 토룡아!"
둘에게 배방구를 해주고 깊게 잠든 펜릴을 조심스럽게 슬링백에 넣은 세준이 토룡이를 불렀다.
그렇게 토룡이를 타고 1시간 정도 이동하자 넓은 호수가 나왔다.
"뀻뀻뀻. 도착이에요!"
이오나가 호수를 가리키며 말했다.
삐욧!
[여기는 저번에 제가 왔던 곳이에요!]
예전에 이곳을 순찰했던 삐욧이가 장소를 알아보고 말했다.
"근데 수도가 어디 있다는 거야?"
세준이 아무것도 없는 호수를 보며 이오나에게 묻자
"마력의 힘이여. 캔슬!"
이오나가 대답 대신 마법을 사용했다.
그러자
우웅.
호수의 위로 거대한 돔 형태의 회색 막이 나타나며 서서히 빛으로 변하며 부서졌다.
그리고 환영마법에 숨져겨 있던 다이노의 거대한 성벽이 나타났다. 호수의 물은 그냥 성의 해자였다.
최상위 환영 마법으로 숨겨져 있었기 때문에 과거 삐욧이가 찾지 못했던 것.
그리고
꼬끼!
성의 가장 높은 곳에 불길을 뿜어내며 포효하는 새가 보였다.
[피닉스]
하지만
"어?! 저건?"
세준의 눈에는 피닉스라 읽고, 치킨이라고 불렀으면 딱 좋을 것 같은 두툼한 다리를 가진 거대 닭이 보였다.
꿀꺽.
나 아니다. 꾸엥이다.
"크흠. 일단···대화로 풀어보자. 테 부회장, 가서 비키라고 말해봐."
꾸엥이를 보내면 다짜고짜 목을 비틀 거나, 아니면 깨물고 시작할 것 같기에 세준은 테오를 보냈다.
"알겠다냥!"
세준의 말에 테오가 피닉스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꼬끽!
테오와 대화하던 피닉스가 갑자기 화를 내며 몸에서 엄청난 불을 만들었다. 화 많이 난 거 같은데?
뭐라고 했길래?
세준이 피닉스가 왜 화를 내는지 궁금해할 때
쾅!
갑자기 피닉스의 뒤에서 나타난 테오가 뒤통수를 때려 기절시켰다.
삐욧!
그사이 삐욧이는 이런 일이 있을 걸 예상한 것처럼 테오가 출발할 때부터 열심히 날아가 타이밍 맞게 피닉스의 발도장을 받았다.
그래. 그래도 테오는 대화를 나누고 때렸으니까···이것도 정당방위려나?
세준이 정당방위의 새로운 개념을 정립하며 리자드 왕국의 수도 다이노로 들어갔다.
그렇게 피닉스가 쓰러진 곳에 도착하자
뽁.
뽁.
"푸후훗."
테오가 악당처럼 웃으며 피닉스의 꼬리 깃털을 뽑고 있었다.
그리고
"박 회장, 이거 가져라냥!"
세준에게 피닉스의 꼬리 깃털 10개를 건넸다.
"이게 뭔데?"
"모른다냥! 그냥 끌렸다냥!"
"끌렸다고?"
테오의 대답에 세준이 서둘러 붉은색 깃털을 확인했다.
[피닉스의 꼬리 깃털]
영생을 사는 피닉스의 꼬리 깃털로 강한 화염의 힘이 담겨 있는 아주 훌륭한 재료입니다.
이 깃털을 사용해 장비를 만들면 높은 확률로 전설급 장비가 탄생합니다.
이 깃털을 이용해 무기를 만들면 불속성 무기를, 지팡이를 만들면 화속성 공격을 2배 증폭하는 지팡이를, 농기구를 만들면 농작물의 성장속도 5%를 올리는 농기구를 만들 수 있습니다.
등급 : SSS
"오! 좋은데!"
성장속도를 5%나 올려주는 농기구라니.
"푸후훗. 나 잘했냥?!
"응 잘했어."
"푸후훗. 안다냥! 나 테 부회장은 원래 잘한다냥!"
꾸엥!
그사이 피닉스의 목을 비틀려는 꾸엥이를 말리고, 피닉스를 깨웠다.
꼬끽!꼬끼!
[이익! 내 깃털을!]
피닉스는 일어나자마자 자신의 아무것도 없는 꼬리를 보며 분노의 불길을 만들었지만
"하악! 가만 있으라냥!"
테오의 하악질 한 번에 또 맞기 싫었는지 금세 불을 껐다
그리고
"근데 넌 왜 여기에 자리를 잡은 거야?"
피닉스가 진정하자 세준이 피닉스에게 왜 다이노를 점거하고 있는지 물었다.
꼬끼.
[여기가 안전해서요.]
피닉스는 원래 탑 95층에 살았는데, 자신의 힘을 노리는 몬스터를 피해 여기까지 도망쳤다고 했다.
"그래? 그럼 우리가 집으로 보내줄게."
꼬끼?!꼬끼!
[정말요?! 제 둥지는 엄청 무서운 놈들이 차지하고 있는데요!]
세준의 말에 피닉스가 말했다. 목소리에는 희망과 함께 두려움이 담겨 있었다.
"응. 걱정 마."
흐흐흐. 우리 애들이 더 무서움.
세준이 악당 같은 표정을 지으며 웃었고
"푸후훗."
꾸헤헤헤.
테오와 꾸엥이도 세준을 따라 최대한 악당처럼 웃었다.
뭐지?
피닉스는 자신이 악당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396화. 푸후훗. 나를 초거대 박 회장에게 안내하라냥···
396화. 푸후훗. 나를 초거대 박 회장에게 안내하라냥···
검은탑 70층.
"피닉스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흐흐흐. 그럼 보물창고를 털러 가볼까? 얘들아, 가자!"
"푸후훗. 알겠다냥! 싹쓸어 담자냥!"
세준이 일행들과 리자드 왕국의 보물창고를 찾아 성안으로 들어갔다.
성안은 넓고, 길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 복잡했지만
"푸후훗. 박 회장, 저기다냥! 내 앞발이 끌리고 있다냥!"
무릎에 매달린 테오가 앞발을 들어 세준을 보물창고로 안내했다.
"흐흐흐. 진짜 설렌다."
남의 보물창고를 털어본 적 없는 세준이 신난 목소리로 말하자
"푸후훗. 박 회장은 나만 믿으면 된다냥!"
보물창고 전문털이범 테오가 거만한 목소리로 말하며 우쭐거렸다.
"그래. 테 부회장만 믿을게."
세준이 테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평소라면 테오의 거만한 태도에 얄밉다고 하겠지만, 오늘만은 테오가 있어서 너무 듬직했다.
잠시 후.
"여긴가?"
"푸후훗. 그렇다냥! 여기다냥!"
테오의 황금 앞발 내비를 따라 이동한 세준과 일행들이 거대한 문 앞에 도착했다.
일행들이 서둘러 문을 열고 보물창고로 들어가려 하자
"뀻뀻뀻. 잠시만요! 마법이 걸려있어요!"
이오나가 일행들을 말렸다. 보물창고에는 침입자를 막기 위한 여러 겹의 보안 마법이 걸려있었던 것.
"뀻뀻뀻···."
이오나는 보물창고에 걸린 마법들의 패턴을 분석하더니
"캔슬."
마법 한 번으로 보물창고에 걸린 모든 보안 마법을 해제했다. 역시 대마법사는 달랐다.
꾸엥!
마법이 해제된 보물창고의 문을 꾸엥이가 힘을 써서 열었다.
쿠구궁.
육중한 소리를 내며 열리는 문. 안에는 보석과 황금이 5m 정도의 높이로 높게 쌓여있었다.
"푸후훗. 여기서 여기까지 담으면 된다냥!"
테오가 일행들에게 보물창고 바닥 중앙에 선을 그어 재물을 어디까지 챙겨야하는지 알려줬다.
그렇게 일행들이 보물을 챙기는 동안
탁.탁. 탁.
세준은 보물창고의 벽과 바닥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냥? 박 회장, 뭐하냥?"
"후훗. 기다려 봐. 이런 데는 분명 숨겨진 공간이 있을 거거든···."
세준이 신난 목소리로 말했다. 영화에서 많이 봤다.
뭐···못 찾아도 상관은 없다. 재미로 찾는 거니까.
"냥?! 진짜냥?! 박 회장은 숨겨진 공간을 찾을 수 있냥?!"
세준의 다리에 매달려 있는 테오가 세준의 대답에 세준을 존경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역시 박 회장은 대단하다냥!
황금 앞발로 보물을 찾은 게 더 대단한 능력이지만, 세준 광신도 테오에게는 세준이 하는 모든 게 대단해 보였다.
"그럼."
꼭 찾는다!
테오의 눈빛에 세준의 눈빛이 진지해졌다. 조금 전까지는 재미였지만, 이제 자신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찾아야 했다.
그렇게 세준이 열심히 벽을 두드릴 때
퉁.
"어?"
여기 소리가 이상하네.
보물창고의 오른쪽 구석 벽에서 다른 곳과는 달리 반대쪽이 비어있는 경쾌한 소리가 났다. 다행히 진짜 숨겨진 장소가 있었다.
"테 부회장, 발톱 좀."
"알겠다냥!"
빳칭.
테오가 발톱을 뽑자, 세준이 테오의 앞발을 잡고 기장한 표정으로 벽을 원형으로 자르기 시작했다.
바닥을 다 자르고
퍽.
발로 자른 벽을 밀자
쿵.
벽이 쓰러졌고
"오! 있다."
숨겨진 통로가 나왔다.
"꾸엥아."
꾸엥?
[아빠, 불렀다요?]
세준의 부름에 세준의 아공간 창고에 보물을 담던 꾸엥이가 달려왔다.
"응. 아빠랑 저기 탐험하자."
세준이 벽 너머의 통로를 가리키자
꾸엥!
[꾸엥이 탐험 좋아한다요!]
냉큼 자신의 포지션인 세준의 앞에 섰다.
"그럼 가자."
테오, 꾸엥이, 이오나를 앞에 세운 세준이 통로로 진입했다.
통로는 보물창고와 달리 조명이 없어 어두웠지만
"라이트."
이오나의 마법이 있어 불편하지 않았다.
그렇게 통로를 따라 이동하자 끝에 황금벽으로 만들어진 방이 나왔다.
"이게 뭐지?"
세준이 방 한가운데에 세워진 이마에 붉은 보석이 박힌 리자드맨 조각상을 볼 때
'아직 운명이 나 켈리의 죽음을 원하지 않는군.'
붉은 보석 안에 있는 존재도 세준을 바라봤다.
리자드맨들의 종족신 켈리.
켈리는 처음 리자드 왕국이 세워질 때부터 이곳에 모셔졌다.
하지만 다이노가 봉인되면서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세준과 일행이 들어온 것이다.
켈리가 어떤 몸으로 들어갈지 서둘러 주변을 탐색했다.
'흠. 힘은 가장 약하지만, 저 녀석이 이곳의 리더군. 저 녀석으로 해야겠어.'
켈리는 자신이 들어갈 몸으로 세준을 골랐다. 힘은 약했지만, 일행 모두가 세준을 의지하고 있는 게 보였다.
켈리가 세준의 몸으로 이동할 준비를 하자
우웅.
붉은 보석이 빛나기 시작했다.
"박 회장, 위험하다냥! 뒤로 물러나라냥!"
이미 경험한 적이 있는 테오가 세준에게 소리치며 리자드맨 조각상을 향해 달려들어 붉은색 보석을 잡아챘다.
그리고
"푸후훗. 나를 초거대 박 회장에게 안내하라냥···."
테오가 정신을 잃었다.
"테 부회장!"
세준이 서둘러 테오를 자신의 무릎에 눕혀 테오의 상태를 살폈고
꿰엥!꿰엥!
[큰형아도 기절했다요! 다들 허약하다요!]
하루 동안 세준에 이어 테오가 연속으토 기절하자 꾸엥이가 울면서 테오의 몸을 마사지했다.
그러나 둘의 걱정과 달리 테오의 입꼬리는 삐죽 올라가 있었다.
"뀻뀻뀻. 좋은 꿈 꾸시나 봐요."
이미 경험한 적 있는 이오나만 꿈을 꾸는 테오를 보며 미소 지었다.
잠시 후
[리자드맨들의 종족신 켈리를 소멸시켰습니다.]
[의 효과로 죽은 리자드맨들의 종족신 켈리의 힘을 일부 흡수합니다.]
[모든 스탯이 20 상승합니다.]
[정신력이 100 상승합니다.]
신을 소멸시켰다는 메시지와 함께 세준의 스탯들이 상승했다.
덕분에 세준은 자신이 신살자를 어떻게 얻었는지 알게 됐다.
테오 때문이군.
테오가 해치운 게 왜 자신이 해치운 거로 되는지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냥 받아들였다.
중간에 테오라는 변수가 들어가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니까.
"근데 신살자에 이런 효과가 있었구나."
의 효과를 처음 경험한 세준이 웃으며 말할 때
"푸후훗. 역시 진짜 박 회장 무릎이 최고다냥!"
눈을 뜬 테오가 열심히 세준의 무릎에 자신의 몸을 비볐다.
그렇게 테오가 깨어나자
"흐흐흐. 얘들아, 이것도 담아."
"푸후훗. 역시 박 회장이다냥! 벽을 떼어갈 생각은 못 했다냥!"
세준에게 한 수 배운 테오가 감탄하며 켈리가 있던 방의 황금벽을 뜯었다. 벽도 계약대로 딱 반만 뜯었다.
그렇게 성공적으로 숨겨진 장소를 털어낸 넷.
"흐흐흐."
"푸후훗."
꾸헤헤헤.
"뀻뀻뀻."
다시 보물창고로 돌아가 남은 재물을 챙기기 시작했다.
***
붉은용의 터전.
"프하하하. 모두들 즐거워 보이는군."
위대한 붉은용의 수장 램터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용들은 세준이 준비한 수프, 가래떡, 과일을 다 먹고, 지금은 매운탕을 안주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얼큰한 매운탕에 술을 마시니, 술이 정말 쭉쭉 들어갔다.
그렇게 두 번째 용의 회의는 성공적이었지만, 그래서 다른 수장들은 엄청난 부담을 느꼈다.
다음 용의 회의를 개최할 때 자신들도 최소 이 정도는 해야 하기 때문.
하지만 부담을 가지지 않는 수장이 둘 있었다.
하나는 이미 용의 회의를 한 위대한 황금용의 수장 아르테미스 율이었고.
다른 하나는 다음 3차 용의 회의를 개최하는 위대한 검은용의 수장 카이저 프리타니였다.
3번째 용의 회의가 열리는 곳이 검은탑이기에 더욱 부담을 받아야 하지만, 그래서 카이저는 걱정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빨리 30일이 지나 3번째 용의 회의가 시작되길 기다리고 있었다.
'크흐흐흐. 남은 시간도 충분하니, 우리 세준이한테 다음 용의 회의는 더 성대하게 해달라고 해야지.'
램터보다 더욱 성대한 용의 회의를 개최할 생각으로 카이저의 머릿속은 가득했다.
"크흐흐흐. 술맛 좋군."
"야. 살살해. 너 다음 나란 말이야."
이미 자신이 이긴 것처럼 득의만만한 표정을 짓는 카이저를 보며 켈리온이 불안한 표정을 지을 때
"프하하하. 자 우리 모두 위대한 용족의 번영을 위해 건배합시다! 위대한 용족을!"
"위하여!"
그렇게 용들이 술을 마시는 사이
"애들아, 우리 에일린 보러 가자. 에일린은 혼자 있어서 심심할 거야."
"그러자! 가서 맛있는 것도 사 먹자!"
"응! 가서 에일린보다 오빠인 갈릭이 놀아줘야지!"
"앗! 나도! 언니인 실비아도 에일린이랑 놀아줄 거야!"
해츨링들은 혼자 있는 막내 에일린을 걱정하며 검은탑에 가서 같이 놀아 줄 생각을 했다.
그렇게 여섯 해츨링 모두 검은탑에 가는 데 동의하자
"엄마, 검은탑 갈래!"
"엄마, 검은탑 가서 에일린이랑 놀고 싶어요!"
"아빠! 실비아, 검은탑 가고 시퍼요!"
해츨링들이 부모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가서 단체로 자신들의 단호한 의지를 전했다. 허락 안 해주면 바로 울 거야! 진짜 운다!
좀 더 놀고 싶었던 부모들은 한숨을 내쉬며 해츨링들을 안고 검은탑으로 날아갔다.
***
"아. 벌써 다 찼네."
세준이 보물로 가득 찬 아공간 창고를 보며 말했다.
"그럼 남은 건 테 부회장 봇짐에 담자."
"푸후훗. 알겠다냥!"
일행들이 이번에는 테오의 봇짐에 보물을 담고 있을 때
낑···
펜릴이 깨어났다.
"까망이, 일어났어? 배고프지?"
세준이 보물창고 한쪽에 펜릴의 밥그릇을 놓고 우유를 채워주고, 군고구마 말랭이 3개를 넣었다.
자다가 끼니를 놓쳤기에 3개를 준 것이지만
끼힛.낑!
'히힛. 역시 은혜를 아는 집사군!'
펜릴은 자신이 구해준 걸 세준이 안다고 생각했다.
짭.짭.짭.
그렇게 펜릴이 열심히 식사를 하는 동안
"읏차!"
세준은 다시 보물을 옮겼다.
그때
삐욧!
[세준 님, 찾았어요!]
재물을 담던 삐욧이가 다리에 문서 하나를 들고 세준에게 날아왔다. 탑 68층 땅문서를 찾은 것.
"삐욧이, 잘했어. 이거 먹어."
땅문서를 받은 세준이 삐욧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삐욧이에게 땅콩이 담긴 주머니 하나를 건넸다.
삐욧!
[감사합니다!]
쁘흐흣.
삐욧이가 땅콩 주머니를 챙기며 환하게 웃었다.
잠시 후
"가자."
보물 창고의 보물 절반을 챙긴 세준과 일행이 밖으로 나왔다.
그렇게 밖으로 나올 때
꼬끼!
밖에서 피닉스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뭐지? 빨리 나가자. 꾸엥아."
꾸엥!
[알겠다요!]
꾸엥이가 염력을 사용해 세준과 하늘을 날 수 없는 유렌을 들어 빠르게 밖으로 이동했다.
테오는 세준의 무릎에, 이오나는 테오의 꼬리에 매달려 있기에 세준과 같이 움직였다.
밖으로 나가자
"잡아!"
"무리하지 말고 일단 날개를 묶어!"
수천의 스켈레톤 마법사들이 피닉스를 사냥하고 있었다.
"뀨-뀨-뀨-중력의 힘이여. 나의 명에 따라 적을 짓눌러라. 그래비티 컨트롤."
테오의 것을 건드리자 이오나가 분노하며 중력 마법을 사용했고
달그락.
5배 중력에 짓눌린 스켈레톤들이 순식간에 부서졌다.
그렇게 스켈레톤들이 부서진 사이
'푸후훗. 감히 나 테 부회장의 노예를 노렸다냥! 도장을 받는 거다냥!"
테오와 꾸엥이, 삐욧이, 유렌이 스켈레톤들의 엄지뼈를 찾아 계약서에 도장을 받았다.
"이놈! 무슨 짓이냐?! 동료들이 우리의 복수를 할 것이다!"
아직 회복하지 못해 두개골만 있는 스켈레톤이 적에게 겁을 주기 위해 외쳤지만
"냥?! 동료가 더 있냥?"
그건 테오에게는 너무 반가운 소식이었다.
"동료 어디 있냥?"
"그건···."
"빨리 말하라냥!"
노예왕 테오가 집요하게 차기 노예들의 위치를 물었다.
397화. 흐흐흐. 나 이거 많은데.
397화. 흐흐흐. 나 이거 많은데.
검은탑 관리자 구역.
[검은탑 4층 살점포식자 퇴치 공헌도]
1위 - 박세준(1992만 42마리)
2위 - 한태준(3312마리)
3위 - 레온(2134마리)
···
..
.
"크히히히. 얘들아, 힘내."
에일린이 수정구에 표시되는 세준의 공헌도를 보며 탑 4층에서 열심히 싸우고 있는 존재들을 응원했다.
크히히히. 이제 1000만 마리만 더 차지하면 우리 세준이를 좀 더 튼튼하게 만들어 줄 권능을 구매할 수 있어!
돈으로 권능을 구매할 수 있지만, 에일린이 노리는 건 공헌도로만 구매할 수 있는 특수 권능이었다.
[검은탑의 중간 관리자이자 탑농부 박세준의 실적이 1 상승합니다.]
···
..
.
"크히히히. 잘 오른다."
그렇게 세준의 공헌도가 올라가는 걸 보며 에일린이 혼자 놀고 있을 때
쿠궁.
여러 마리의 용들이 관리자 구역으로 들어왔다. 부모 용과 해츨링들이었다.
"에일린, 어디 있어?!"
"에일린, 호쿠스 오빠 왔어!"
"실비아 언니도 왔어!"
해츨링들은 검은탑에 도착하자마자 우다다 달리며 에일린을 불렀다.
"아. 지금 재밌었는데···."
에일린이 수정구를 내려놓고 손님을 맞이했다.
"언니, 오빠들 어서 오세요!"
"에일린, 혼자 심심했지?!"
"네?!"
"우리가 놀아줄게!"
에일린이 자신과 놀아주겠다고 눈을 빛내는 해츨링들의 태도에 당황했다.
아뇨. 저 안 심심한데요. 우리 세준이 공헌도 오르는 거 보는 게 얼마나 재미있는데요.
"나 호쿠스 율이 심심하지 않게 해줄게!"
"무슨 소리야?! 실비아가 에일린이랑 재미있게 놀아줄 거야!"
"안 돼! 내가 놀아줄 거야!"
그런 에이린의 생각도 모르고 서로 자신이 막내랑 놀아주겠다고 다투는 해츨링들.
'어떻게 해야 언니, 오빠들이 안 싸우고 재밌게 놀 수 있을까?'
그사이 에일린은 다 같이 놀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해츨링 하나랑만 놀면 나머지 해츨링들이 삐질 거다.
그럼 에일린에게 삐진 해츨링들은 검은탑을 안 찾아올 거고, 그건 곧 세준의 농작물 매출 하락을 의미한다.
그럴 수는 없지!
한 번 오른 매출은 떨어져서는 안 된다. 절대!
다 같이 놀 수 있는 놀이가 필요했다.
아! 그거면 되겠다!
"언니, 오빠들 우리 숨바꼭질해요!"
에일린이 아직도 다투고 있는 해츨링들에게 말했다.
"숨바꼭질?"
"그게 뭐야?"
"처음 들어보는데?"
해츨링들이 처음 들어보는 놀이에 흥미를 보였다.
"숨바꼭질은요···."
에일린이 숨바꼭질의 규칙에 대해 설명했다.
에일린이 숨바꼭질을 알게 된 건 당연히 세준 때문이었다.
과거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던 세준. 꼭꼭 숨어서 나오지 않을 생각으로 탑의 식구들과 숨바꼭질을 했다.
그러나 숨자마자 들켰다.
푸후훗. 찾았다냥!
술래가 테오였으니, 들키는 게 당연했다. 테오에게 세준 탐지기가 있는지 모를 때였다.
그렇게 바로 술래가 된 세준.
숨은 애들을 찾으러 돌아다니다가, 안 찾으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걸 깨닫고 혼자 띵가띵가 놀았다.
하지만
꿰엥!꿰엥!
[배고픈데, 움직이면 안 된다요!]
자신을 찾지 않는 세준 때문에 꾸엥이가 빼액하고 울면서 숨바꼭질은 종료됐다.
'크히히히. 그때 세준이 진짜 웃겼는데.'
에일린이 당황한 세준의 표정을 떠올리며 웃었다.
"그러니까 마법을 사용하지 않고 숨으면 된다고?"
"네. 하쿤 오빠."
"오! 재미있겠다!"
"그럼 갈릭이 술래할래!"
다행히 해츨링들은 숨바꼭질에 흥미를 보였다.
"그럼 빨리 숨어! 나 숫자 센다! 하나, 둘···."
갈릭이 눈을 가리고 숫자를 세기 시작하자
"에일린은 나랑 숨자!"
"하쿤 형은 덩치가 너무 크잖아. 같이 가면 들킬걸. 그러니까 나랑 가자."
해츨링들이 서로 에일린과 가려고 싸우기 시작했다.
그때
"헤헤헤. 여기서 실비아가 가장 작아! 그러니까 에일린은 실비아랑 숨을 거야! 가자 에일린!"
실비아가 에일린의 손을 잡아채며 달렸다.
그렇게 실비아와 숨게 된 에일린.
"에일린, 나만 믿어!"
"응."
자신감을 보이는 실비아의 뒤를 따라갔다.
하지만 숨바꼭질을 해본 적 없는 실비아가 잘 숨을 리 없었고
"실비아 언니, 방금 저기로 가려고 했죠? 정말 좋은 생각이에요!"
에일린은 그런 실비아에게 숨을 장소를
넌지시 알려줬다.
"응?! 그럼! 실비아는 언니니까! 헤헤헤."
에일린의 말에 기분이 좋아진 실비아는 에일린이 의도한 대로 괜찮은 장소에 숨을 수 있었다.
그렇게 숨바꼭질을 몇 번 하자 배가 고파진 해츨링들.
"우리 뭐 좀 먹자."
"그러자."
해츨링들은 간식이 먹고 싶어졌고
"에일린, 가래떡이랑 꿀 좀 주겠니?"
"우린 군고구마 말랭이 좀 줘."
"우린 구운 옥수수를···."
부모들이 에일린에게 간식거리를 사기 시작했다.
놀이는 놀이고,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다. 공과 사는 철저한 에일린이었다.
'크히히히. 이것도 괜찮네.'
그렇게 챙김 받는 막내에서 다시 판매자로 돌아온 에일린이 세준의 음식을 팔며 웃었다.
하지만 부모 용들도 지금의 상황에 아주 만족하고 있었다. 해츨링들이 자기들끼리 노니, 편하게 쉴 수 있었기 때문
"우리 다음부터 주기적으로 이렇게 검은탑에서 만날까?"
"그거 좋은데?"
그렇게 부모들이 구체적인 모임 계획을 짜는 사이
"숨바꼭질하자!"
간식을 먹은 해츨링들이 다시 놀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에일린이 술래니까, 언니 오빠들 빨리 숨어요!"
처음에는 언니, 오빠랑 놀아준다고 생각했던 에일린.
"하나, 둘, 셋···."
눈을 감고 숫자를 세는 에일린의 얼굴에는 어느새 진심으로 즐거움이 가득했다.
***
탑 70층.
"동료 어디 있냥?!"
"절대 말할 수 없다!"
"말하라냥!"
테오의 구박에도 스켈레톤은 동료의 위치를 말하지 않았다.
"테 부회장, 너무 열 내지 마. 쟤 엄지만 찾으면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거야."
노예가 되면 아무래도 생각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푸후훗. 역시 박 회장은 똑똑하다냥!"
세준의 말에 테오가 서둘러 계약서를 들고 스켈레톤들의 엄지뼈를 찾아 도장을 찍기 시작했고
"얘들아, 우리도 돕자."
세준과 다른 일행들고 엄지뼈를 찾아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흘렀다.
"아이고. 허리야. 으자자자!"
열심히 엄지뼈를 찾아 도장을 찍던 세준이 일어나서 기지개를 크게 켜자
"냐아아앙."
꾸에에엥.
뀨우우웃.
삐요오옷.
"우자자자!"
세준을 따라 기지개를 켜는 일행들.
"보물 챙기는 것보다 이게 더 힘드네."
세준이 엄지뼈 분류가 끝난, 높게 쌓인 뼈들을 보며 말했다.
스켈레톤들의 수가 많다 보니 엄지뼈를 찾아 찍는 것도 엄청난 일이었다. 아직도 확인 못한 뼈가 많이 남아 있었다.
그때
꼬르르륵.
꾸엥이의 배에서 소리가 났다. 저녁 시간이었다.
어차피 오늘 안에 끝내기는 어려우니, 나머지 작업은 내일 해야 될 것 같았다.
"일단 밥부터 먹자. 테 부회장, 생선 좀 잡아줘."
"알겠다냥!"
세준의 말에 테오가 해자에 사는 생선을 사냥해 왔고, 세준이 생선을 손질해 맛있게 구웠다.
"역시 박 회장의 정성이 들어간 생선구이는 맛있다냥!"
꾸엥!
[맛있다요!]
낑!낑!
'더 줘! 더 달라고!'
그렇게 일행들이 생선구이를 먹는 동안
휙.휙.
일행들이 먹고 버린 생선뼈가 수북하게 쌓여갔다.
그때
아드득.아드득.
생선뼈가 쌓인 곳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응?"
"뭐냥?"
꾸엥?
세준이 일어나 뼈가 쌓인 곳을 보자
"스켈레톤?"
그곳에는 스켈레톤의 두개골 하나가 생선뼈를 맛있게 씹어 먹고 있었다.
"냥? 아까 동료 위치를 안 말해준 녀석이다냥!"
테오가 스켈레톤을 알아보며 말했다.
"그래?"
그러고 보니 아직 저 녀석 엄지뼈를 못 찾았었지.
"너 이거 좋아하는구나?"
세준이 말하면서 스켈레톤 먹지 못하게 주변의 생선뼈를 치웠다.
그러자
"아···."
스켈레톤이 티가 날 정도로 너무 아쉬워했다. 생선뼈를 먹을 수만 있으면 뭐든지 할 기세였다.
"흐흐흐. 나 이거 많은데."
세준이 아공간 창고에서 육수용으로 모아 두었던 생선뼈를 꺼내며 말했다.
생선뼈를 본 스켈레톤이 침을 삼켰다. 실제로 삼킨 건 아니고 삼키는 행동만 했다.
"여기 계약서에 도장 찍으면 매일 이 생선뼈를 하나 줄게. 어때? 찍고 싶으면 엄지뼈 움직여."
그런 스켈레톤을 향해 세준이 말하자
달그락.달그락.
갑자기 사방에서 엄지뼈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생선뼈를 원하는 건 눈앞의 스켈레톤 하나만이 아니었다.
덕분에 스켈레톤의 유지비가 0원에서 하루에 생선뼈 하나로 올랐지만, 전혀 부담이 없었다.
"역시 박 회장은 천재다냥!"
"에이. 이 정도로 뭘···."
테오의 찬양에 세준이 겸손하게 말했지만
후훗. 나 진짜 천재일지도?
속으로는 엄청나게 뿌듯해했다.
잠시 후.
움직이는 모든 엄지뼈를 찾아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수 있었고
"푸후훗. 박 회장, 아네스가 탑 96층에 가면 노예가 많다고 한다냥!"
테오가 스켈레톤 마법사들의 우두머리 아네스에게 동료들의 위치를 알아 왔다.
"탑 96층?"
"뀻뀻뀻. 탑 96층이면 성골들 중에서도 성골이라 불리는 뼈들의 군주 레기우스가 지배하는 곳이에요!"
"그래? 그래도 우리가 세지?"
뼈들의 군주라는 있어 보이는 호칭에 세준이 약간 불안한 목소리로 이오나에게 물었다.
"뀻뀻뀻. 그럼요! 저희만으로도 충분해요! 불안하시면 우마왕 님과 블랙 미노타우루스들도 부를까요?"
"그럴까?"
불안했던 세준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바로 우마왕에게 연락할까요?"
"아니. 일단 탑 68층부터 가야 되니까, 나중에 연락해."
"뀻뀻뀻. 네!"
그렇게 이오나와 대화를 끝낸 세준은 테오, 꾸엥이, 펜릴과 놀다 잠들었다.
***
황금탑 99층.
[잠시 후 수확제의 세 번째 대회인 방울토마토 주스 먹기 대회가 시작됩니다.]
[대회 참가를 원하는 참가자들은 하이엘프의 거대 방울토마토 제단 앞으로 모여주세요.]
"어?!"
"술이 아니고, 주스?"
술을 기대하고 있던 엘프들이 당황했다.
"안 돼!"
그건 세실리아도 마찬가지.
"와!"
대신 대회에 참가할 수 있게 된 어린 엘프들이 환호했다.
그리고
"으···배불러···."
세실리아는 또 꼴찌를 했다.
그래도 '꿀을 탄 마력의 방울토마토 주스'는 진짜 맛있었어.
조금 전 마신 주스 맛을 떠올리며 세실리아가 웃었다.
하지만
"근데···보상은 더 맛있는 게 나오겠지? 진짜 부럽다."
보상을 생각하니 금세 슬퍼졌다.
"오! 보상이다!"
그사이 대회의 우승자들이 보상을 받았다.
"끔찍한 방울토마토 고블린 위스키?"
세준의 방울토마토를 오릭이 갈색탑으로 가져가 끔찍한 고블린 위스키랑 섞어 만든 S급 술이었다.
덕분에 오릭은 레드 고블린족에서 엄청난 인정을 받았지만, 엘프들에게는 엄청난 불행이었다.
"일단 마셔보자. 이름은 이래도 맛은 분명 좋을 거야!"
"그래."
그렇게 보상으로 받은 술을 마신 우승자들은 먹은 걸 모두 토해내며 기절했고
"휴우. 다행이다."
세실리아는 자신이 우승하지 못한 것에 감사했다.
나중에 깨어난 우승자들은 충격과 공포에 빠지며 몇 달 동안 고블린의 '고'자만 나와도 치를 떨었다고 한다.
***
다음 날 아침.
"너희들은 탑 4층으로 가라냥!"
"네!"
테오의 지시를 받은 스켈레톤 마법사들이 생선뼈가 든 보따리를 자신의 갈비뼈 안에 소중히 품은 채 탑 4층으로 떠났다.
그리고
"얘들아, 창고에 들어가 있어."
세준이 일행을 아공간 창고에 넣고
촤르륵.
[검은탑 68층 농장 땅문서의 최초 소유자 각인을 위한 소환 기능이 발동합니다.]
탑 68층 땅문서를 펼치며 사라졌다.
398화. 뱃뱃아, 미안.
398화. 뱃뱃아, 미안.
[검은탑 68층에 도착했습니다.]
···
..
[의 효과로 모든 스탯이 31 상승합니다.]
탑 68층에 도착한 세준.
방심은 금물이지.
서둘러 주변에 위험이 없는지,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볼 때
철컹.
"박 회장, 보고 싶었다냥!"
테오가 아공간 창고 문을 열고 나와 세준의 얼굴에 매달렸다.
야! 안 보이잖아!
세준은 이 긴급한 순간에 시야를 가리는 테오에게 한 소리 하려 했지만
"푸후훗. 주변에 박 회장을 위험하게 할 건 없다냥!"
"부부부붑."
테오의 말에 조용히 입으로 바람을 불어 배방구를 해줬다.
"푸후훗! 간지럽다냥!"
그렇게 테오와 놀고 있을 때
"근데 다른 애들은 왜 안 나와?"
세준이 의아해하며 아공안 창고 안을 들여다보자
꾸로롱.
끼로롱.
삐로롱.
유로롱.
다른 일행들은 황금이 깔린 창고 바닥에서 곤히 자고 있었다. 어제 엄지뼈를 찾으며 도장 찍는 작업이 피곤했던 모양.
"테 부회장, 이불 좀 덮어줘."
"알겠다냥!"
그래서 테오를 시켜 이불을 덮어주고
철컹.
편하게 잘 수 있도록 아공간 창고를 닫았다.
그때
[남쪽 270km 떨어진 지점에서 펜릴의 코어 조각(0.5%)이 탐색됐습니다.]
펜릴의 코어 조각이 탐색됐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추가로 흡수한 1%짜리 펜릴의 코어 덕분인지, 탐색 거리도 늘어났고, 코어 조각에 담긴 펜릴의 힘도 알 수 있었다.
흐흐흐. 편하네.
덕분에 펜릴의 코어 조각이 탐색될 때까지 돌아다닐 필요가 없어진 세준은 여유롭게 농장을 살폈다.
농장에는 500그루의 나무가 있었는데, 나무마다 병뚜껑보다 작은, 밝은 톤의 화사한 붉은색 열매들이 잔뜩 달려 있었다.
"무슨 열매지?"
톡.
세준이 열매를 수확하자
[앵두를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8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경험치 1을 획득했습니다.]
메시지가 나타났다.
"아. 앵두구나."
이곳은 앵두나무 농장이었다.
"이거 맛있는데."
톡.톡.
세준이 앵두를 수확해 겉의 과육은 먹고, 씨앗은 뱉어내 주머니에 넣었다. 나중에 탑 99층 농장에 심기 위해서였다.
퀘스트 보상으로 받은 수확의 비약이 15방울이나 있으니, 앵두나무 하나 키우는 건 일도 아니다.
맞다! 소시지 나무도 키워야지. 흐흐흐.
"맛있는~소시지~"
세준이 소시지를 맛있게 먹을 요리법을 생각하며 노래를 부르자
박 회장이 신났다냥! 나도 신난다냥!
"맛잇는~냥~생선구이~냥~"
테오도 세준을 따라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 노래를 불렀다.
그렇게 세준이 테오와 노래를 부르며 앵두를 수확하는 사이
철컹.
꾸엥!
[꾸엥이 일어났다요!]
꾸엥이가 아공간 창고 문을 열며 나와, 앵두를 따는 세준의 등에 매달렸다.
"꾸엥이, 잘 잤어?"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그렇다요!]
세준의 물음에 기분 좋게 자고 일어난 꾸엥이가 세준의 등에 자신의 얼굴을 비비며 대답했다.
삐욧!
[잠깐 잠들었어요!]
"황금을 깔고 자니, 꿀잠이네. 다음부터 황금 깔고 자야지."
이어서 삐욧이와 유렌도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그때
낑!낑!
아공간 창고 안에서 펜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뭐지?"
세준이 창고 안으로 들어가자
낑?!
'이거 왜 안 빠져?!'
펜릴이 허리에 낀 보석으로 장식된 황금 팔찌를 빼려고 바둥거리고 있었다.
어떻게 자야 저게 허리에 들어가지?
"우리 까망이 플렉스 한 거야?!"
세준은 그런 펜릴을 놀리며 펜릴의 목덜미를 잡고 들어 올렸다. 그러자 팔찌가 쑥 빠졌다.
"까망이, 이제 나가자."
세준은 펜릴을 슬링백 안에 넣은 후 슬링백을 매고 밖으로 나와 일행들과 앵두를 수확했다.
잠시 후.
세준은 자신의 팔이 닿는 거리에 있는 앵두를 다 수확하자
"땅 움직이기!"
스킬을 사용해 밭 밑 땅을 솟아나게 한 후 나무의 위쪽에 있는 앵두를 수확했다.
하지만
"뭐야? 여기 앵두는 왜 이래?"
나무의 윗부분에 열린 앵두는 대부분 누군가 쪼아 먹은 건지, 조금씩 상처가 있었다.
그때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퀘스트 : 앵두나무는 앵두를 재미로 먹으며 상처만 내는 앵두 찍먹범에게 복수하고 싶어 합니다. 앵두 찍먹범을 잡으십시오.]
보상 : 땅문서의 정당한 주인으로 인정
땅문서 퀘스트가 나타났다.
"앵두 찍먹범?"
아. 그러고 보니 아직 땅문서의 주인으로 인정을 못 받았구나.
세준은 그제야 자신이 아직 농장의 주인이 된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잡는 거야 쉽지."
범인은 현장에 다시 나타날 테니, 숨어서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거기다 우리에게는 잠복의 스페셜리스트가 있다.
"뱃뱃아."
(뱃뱃···)
세준의 부름에 세준의 엉덩이에 붙어서 자고 있던 뱃뱃이가 졸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뱃뱃이에게는 지금이 새벽이었다.
"뱃뱃아, 미안."
깨워서 미안한 것도 있지만, 다른 것도 미안했다. 나 아침에 고구마 먹었는데···
세준은 여러 가지로 미안해 손가락으로 뱃뱃이의 몸을 주무르며 마사지를 해줬다.
(뱃뱃! 세준 님, 괜찮아요!)
세준의 마사지 덕분인지 뱃뱃이는 완전히 잠이 깬, 힘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여기서 잠복하다가 앵두 먹는 애들이 나타나면 쫓아가서 위치만 알려줘."
세준은 뱃뱃이를 불꽃이 다음으로 약하다고 알고 있기에 직접 싸우라고는 안 했다.
(뱃뱃! 네! 맡겨주세요!)
뱃뱃이가 세준에게 인사하며 허공에서 사라졌다. 은신 스킬을 사용한 것.
"그럼 우리는 코어 조각을 찾으러 가자."
뱃뱃이가 은신에 들어가자, 세준이 일행들을 데리고 앵두나무 농장을 벗어났다.
세준과 일행들. 아니 정확히는 기운이 강한 테오, 이오나, 꾸엥이가 주변에 있으면 앵두 찍먹범들이 안 온다.
그래서 세준은 앵두나무 농장에서 멀리 떨어지는 김에 겸사겸사 펜릴의 코어 조각을 챙겨 오기로 했다.
"너희들은 멀리서 농장을 지켜보다가 싸움이 일어나면 뱃뱃이를 도와줘."
삐욧!
[네!]
"네!"
대신 뱃뱃이의 안전을 위해 삐욧이와 유렌을 앵두나무 농장 근처에 대기하게 했다.
그리고
"토룡아!"
세준은 남은 일행들과 토룡이를 타고 남쪽으로 이동했다.
그렇게 남쪽으로 270km를 이동한 곳에는 거대한 호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옆구리에 펜릴의 코어 조각이 박힌 거대한 생선이 있었다.
[우란 호수의 포식왕 코그]
호수에 다른 생물은 없었다. 이름대로 코그가 전부 먹어버린 것 같았다.
"냥! 거대 생선이다!"
테오가 코그를 보며 환호할 때
쾅!
코그도 세준과 일행들을 발견하고는 그들이 있는 곳을 향해 박치기를 하며 물길을 만들었다.
"박 회장, 돈 빌려달라냥!"
"그래."
재물이 넘치게 있는 세준은 흔쾌히 승낙했다.
하지만 테오에게 직접 가져가라고는 하지 않았다. 그러면 홀라당 태워 먹을 테니까.
"이 정도면 되지?"
세준이 아공간 창고에서 금붙이를 한주먹 꺼내 테오에게 건넸다.
"푸후훗. 박 회장의 재물이면 다 된다냥! 활활 타라냥!"
파아앗.
테오의 외침과 함께 재물이 사라지며 테오의 몸이 황금빛으로 빛났다.
"냥!"
테오가 황금빛으로 빛나는 앞발을 휘두르자 황금빛 마력 칼날이 쏘아졌고,
펜릴의 코어 조각이 박힌 옆구리 부분만 깔끔하게 도려냈다.
"푸후훗. 꾸엥이 잡으라냥! 오늘 저녁은 .거대 생선구이다냥!"
꾸엥!
[알겠다요!]
테오의 말에 꾸엥이가 땅을 박차고 나가, 펜릴의 코어 조각이 없어진 코그의 머리를 때렸고
[약초꾼 꾸엥이가 우란 호수의 포식왕 코그를 처치했습니다.]
[약초꾼 꾸엥이가 획득한 경험치의 50%인 3000만을 획득했습니다.]
[레벨업 했습니다.]
[보너스 스탯 1을 획득했습니다.]
[힘이 10 상승합니다.]
쿵!
코그가 쓰러지며 세준의 레벨이 올랐다.
"푸후훗. 박 회장, 여기 있다냥!"
테오가 펜릴의 코어 조각을 세준에게 가져왔다.
"테 부회장, 잘했어.:
세준이 테오를 칭찬하며 펜릴을 슬쩍 봤다. 분명 달라고 날뛸 게 분명했다.
하지만 펜릴은 코어 조각을 봐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히힛. 나중에 저것도 얘 먹어야지.'
이제 힘이 약한 코어는 전부 세준에게 밀어줄 생각인 펜릴이었다.
"이제 돌아가자."
그렇게 레벨업과 펜릴의 코어 조각 그리고 저녁 거리를 얻은 세준이 다시 앵두나무 농장으로 복귀하는 사이
뱃뱃. 왔어요!
잠복하고 있는 뱃뱃이의 앞에 앵두 파괴범들이 나타났다.
까악!
까악!
그들의 정체는 까마귀였다.
까마귀들은 앵두를 부리로 한 번 찍고는 다른 앵두를 찍고는 다시 새로운 앵두로 가서 그 과정을 반복했다.
진짜 찍먹만 했다. 앵두가 앙심을 품을 만했다.
그렇게 까마귀들이 앵두를 먹고 있을 때
(뱃뱃. 감히 세준 님의 열매를 건드리다니. 혼내줄 거예요.)
뱃뱃이가 아무도 듣지 못하는 주파수로 얘기하며 뱃보를 사용해 빠르게 이동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까마귀들의 뒤로 이동해 뒤통수를 때려 기절시켰다.
퍼버벅.
진짜 눈 깜빡하는 사이에 500마리의 까마귀들이 뱃뱃이의 공격에 기절해 바닥으로 추락했다.
그렇게 까마귀들의 제압이 끝났을 때
"뱃뱃아, 우리 왔어."
농장에 도착한 세준이 뱃뱃이를 불렀다.
(뱃뱃! 오셧어요!)
뱃뱃이가 어깨에서 모습을 보이며 세준을 맞이했다.
"응. 별일···어?! 이게 다 뭐야?
뱃뱃이와 인사하며 농장에 진입한 세준이 바닥에 기절한 까마귀들을 보며 당황했다.
분명 삐욧이와 유렌이 앵두나무 농장에서 아무런 소란도 없다고 했기 때문.
그럼 적이 반항할 틈도 없었다는 건데···
"뱃뱃아, 이거 누가 한 거야?"
(뱃뱃! 제가 했어요!)
세준의 물음에 뱃뱃이가 가슴을 내밀며 '나 잘했죠?'라는 눈빛으로 세준을 바라봤지만
우리 뱃뱃이도 강했구나···
세준의 눈빛에는 실망감이 가득했다.
그렇게 세준이 뱃뱃이의 전투력을 깨닫고 상심에 빠져있을 때
[앵두 찍먹범들을 전부 기절시켰습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검은탑 68층 앵두나무 농장 땅문서의 정당한 주인으로 인정받았습니다.]
[땅문서의 스킬 : 농장 정보 Lv. Max가 활성화됩니다.]
퀘스트 완료 메시지가 나타났다.
"푸후훗, 삐욧이 도장 찍자냥!"
삐욧!
[네!]
그사이 테오와 삐욧이는 까마귀들의 발도장을 계약서에 받았다.
그렇게 까마귀들은 매일 땅콩 10알을 받는 조건으로 앵두나무 농장 관리인이 됐다.
"그럼 관리 잘해."
세준이 앵두나무 농장을 뒤로하고
[검은탑 68층 웨이포인트가 저장됐습니다.]
웨이포인트에 도착했다. 탑 68층 보스는 테오를 아는 리자드 왕국의 장군이었기에 편하게 프리패스했다.
"박 회장, 이제 드디어 때가 됐다냥!"
테오가 세준에게 탑 75층 땅문서를 건네며 말했다.
"그래."
우리 테 부회장, 대상인 한번 만들어 보자.
세준이 테오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 후 일행을 아공간 창고에 다 넣고, 탑문서를 펼쳤다.
[검은탑 75층에 도착했습니다.]
···
..
.
그렇게 탑 75층 농장에 도착한 세준.
[검은탑 75층 아카시아나무 농장의 정당한 주인으로 인정받았습니다.]
[땅문서의 스킬 : 농장 정보 Lv. Max가 활성화됩니다.]
이번에는 아무런 퀘스트 없이 바로 농장의 주인이 됐다.
"아카시아?"
이게 열매가 있었나?
세준이 아카시아 나무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할 때
철컹.
"박 회장, 보고 싶었다냥! 이오나, 출발이다냥!"
테오가 아공간 창고에서 나오며 이오나를 불렀고
"뀻뀻뀻. 네! 공간의 힘이여···텔레포트."
이오나의 마법과 함께 그들은 유랑 상인 협회 본부의 협회장실 앞에 도착했다.
그리고
"불합격."
세준, 꾸엥이, 이오나와 함께 메이슨을 찾아간 테오는 1단계 승급 시험을 통과할 수 없었다.
"왜냥?!"
"정말 모르셔서 그런 겁니까?"
"모른다냥!"
"휴우. 명성 없는 분이 둘이나 있지 않습니까?"
메이슨이 세준과 꾸엥이를 보며 말했다. 세준과 꾸엥이는 검은탑에서 명성이 별로 없었다.
399화. 후훗. 이제 나도 핵인싸인가?
399화. 후훗. 이제 나도 핵인싸인가?
탑 75층 유랑 상인협회 본부 협회장실.
유랑 상인 협회 메이슨은 평소처럼 협회의 업무를 보고 있었다.
그때
똑.똑.
"협회장님, 테오 박 님이 오셨습니다."
부하가 테오의 방문을 알렸다.
"그래. 들어오시라고 해."
부하의 보고에 메이슨이 서둘러 대답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파괴의 마법사, 대상인 유렌, 코브왕국의 외교관 삐욧이를 데려오고도 대상인 1단계 승급 시험 통과를 거부한 테오.
그들 대신 얼마나 대단한 존재들을 데려왔을지 궁금했다.
잠시 후.
"푸후훗. 메이슨 협회장님, 대상인 시험 보러 왔다냥!"
테오가 대상인 승급 1단계 시험을 위한 명성 있는 존재 셋을 데리고 들어왔다.
하지만
"음···."
이오나를 제외한 둘은 자신도 처음 보는 존재였다.
그걸 사용해야겠군.
자신이 파악하지 못한 존재가 있을 리 없지만, 그래도 확실한 평가를 위해 메이슨이 책상에 있는 푸른색의 사각 패널을 들었다.
명성 판독기라는 것으로 검은탑에 존재하는 모든 이의 명성을 평가해 알려주는 아이템이었다.
"디텍트 페임."
메이슨이 사각 패널 안에 세준, 꾸엥이, 이오나가 들어오게 하고, 명성 판독기를 가동했다.
그러자
[명성 점수]
박세준 : 3점
꾸엥이 박 : 13점
이오나 : 91점
셋의 이름과 명성이 나타났다. 자신이 잘못된 게 아니었다. 이오나를 제외한 둘의 명성은 실제로도 형편없었다.
그나마 꾸엥이는 푸드파이트 대회에서 우승한 경력 때문인지 명성이 두 자릿수였다.
승급 시험을 위한 커트라인은 70점.
뭐지?
메이슨은 테오가 왜 둘을 데려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마 대상인 유렌과 코브 왕국의 외교관 삐욧이에게 갑자기 바쁜 일이 생기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아무나 데려온 것 같았다.
그러게 저번에 통과시켜 줬을 때 그냥 넘어가지.
안타깝지만, 시험은 시험. 협회장은 감정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메이슨이 테오를 딱하게 바라본 후
"불합격."
대상인 승격 1단계 시험을 불합격시켰다.
테오를 불합격시킨 이후 말 몇 마디가 오가자 협회장실 분위기는 엉망이 됐다.
박 회장은 나 테 부회장의 회장이고, 꾸엥이는 내 동생이다냥!
"둘이 명성이 없을 리가 없다냥! 메이슨 협회장님은 엉터리다냥!"
세준과 꾸엥이를 명성이 없다고 무시하는 말에 분노한 테오가 억지를 부렸다.
"이오나 님, 테오 박 님 좀···."
메이슨은 테오의 여자친구인 이오나에게 도움을 요청하려 했지만
"뀨-뀨-뀨-뀨-뀨-"
세준 님을 무시하고, 테오 님을 화나게 했어요!!!
그걸 말려줘야 할 이오나는 더 크게 분노하고 있었다.
"이오나 님, 진정하세요!"
살면서 분노의 뀨 5단계를 자신이 직접 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한 메이슨이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그때
"얘들아, 진정해."
세준이 앞으로 나서며 둘을 말렸다.
"알겠다냥!"
"뀻뀻뀻. 네!"
세준의 말에 바로 조용해지는 둘.
뭐지?!
메이슨은 말 한마디로 요즘 검은탑에서 가장 핫한 황금고양이 테오 박과 대파괴의 마법사 이오나를 진정시키는 세준을 보며 경악했다.
명성도, 강함도 여기서 가장 밑바닥인 세준을 경시하던 마음이 싹 사라졌다.
눈앞의 존재는 절대 평범한 존재가 아니었다.
메이슨이 세준에 대한 평가를 크게 상향시킬 때
"테오가 왜 불합격이라는 거죠?"
아직 승급 1단계 시험 내용도 모르는 세준이 메이슨에게 물었다.
"그건···."
그나마 대화가 통화는 상대를 만난 메이슨이 서둘러 세준에게 설명했다.
여기서 세준을 설득시키지 못하면 오늘 유랑 상인 협회가 사라질지도 몰랐다.
"그러니까 명성 판독기로 70점이 나오는 3명을 데려와야 시험이 통과라는 말이군요?"
"네!"
자신의 잘못이 아니다.
자신은 명성 판독기에 나온 점수로 시험 결과를 말한 것뿐이다.
세준의 말에 메이슨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럼 명성 판독기 좀 보여줄 수 있어요?"
"그럼요!"
메이슨이 서둘러 세준에게 명성 판독기를 보여줬다.
"음···."
명성 판독기에 나타난 점수를 확인한 세준의 표정이 굳었다.
낮아도 너무 낮잖아!
검은탑의 관리자인 에일린과 카이저 님, 켈리온 님, 램터 님, 티어 님이 내 요리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거기다 다른 탑의 용들에게도 내 이름이 알려졌고, 신들도 나한테 신전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는데!
그런 내 명성이 고작 3점이라고?!
그리고 꾸엥이 명성이 왜 내 명성보다 높은 건데? 그것도 10점이나.
이건 잘못돼도 뭔가 크게 잘못됐다.
그때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꾸엥이가 아빠보다 명성 높다요!]
세준의 몸을 타고 올라온 꾸엥이가 세준의 어깨에 서서 명성 판독기를 보며 웃었다.
더 굳어지는 세준의 표정.
"박 회장, 얼굴 썩었다냥!"
테오가 서둘러 세준의 얼굴을 앞발로 꾹꾹 주물렀다.
덕분에 기분이 조금 풀린 세준.
"에일린, 이것 좀 살펴봐 줘."
에일린에게 명성 판독기를 보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이템이 고장 난 것 같았다.
꾸엥!꾸엥!
[꾸엥이 푸드파이터 대회 우승했다요! 꾸엥이 유명하다요!]
그사이 꾸엥이도 자신의 명성이 지나치게 낮은 것을 깨닫고는 메이슨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으어···진정하세요! 이렇게 흔든다고 명성이 올라가는 게 아닙니다!"
'뀻뀻뀻. 메이슨 님, 유랑 상인을 대표하는 협회장이 그렇게 보는 눈이 없어서 어떡해요?'
그런 메이슨을 이오나가 안쓰럽게 바라봤다. 다 자업자득이었다.
***
검은탑 관리자 구역.
"크힝? 이게 뭐지?"
세준에게 받은 명성 판독기를 살피며 에일린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감히 우리 세준이한테 3점을 줘?!!!"
곧 명성 판독기의 패널을 보고 분노했다.
"근데 우리 세준이 명성이 왜 낮은 거지?"
에일린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요즘 용들 사이에서 거의 아이돌만큼 핫한 게 세준이다.
서로 교류가 없는 위대한 용의 절반 이상이 세준의 이름을 알거나 들어봤을 정도니 얼마나 유명한지 알 수 있었다.
그런 세준의 명성 점수가 3점?
"고장 났나?"
에일린도 세준처럼 명성 판독기가 고장 난 거라 생각하고 구석구석 살펴봤지만, 오류는 없었다.
그때
-크하하하. 에일린, 할애비 왔다!
붉은탑에서 복귀한 카이저가 검은용 조각상을 조종해 에일린에게 자신의 복귀 사실을 알렸다.
"아! 할아버지!"
-오냐! 우리 손녀 할애비가 보고 싶었···
자신을 반기는 에일린을 보며 카이저가 감격한 목소리로 말할 때
"할아버지, 우리 세준이 명성이 왜 이래요?!"
에일린이 카이저에게 명성 판독기를 보여줬다.
그리고
-응? 세준이 명성? 뭐야?! 우리 세준이 명성이 왜 3점이지?!
세준의 명성을 확인한 카이저는 술기운이 확 깼다.
"그러니까요. 이상하죠?"
-그러게. 절대 이럴 수가 없는데···
아무리 우리 세준이가 하찮아도, 무려 우리 위대한 용들의 인정을 받고 있다. 3점은 너무하지.
생각에 빠진 카이저.
그때
-아!
카이저는 과거 자신이 에일린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검은탑에 유입되는 외부 정보를 차단시켜 놨다는 걸 깨달았다.
-에일린, 외부 정보 링크를 확인해 보거라.
"외부 정보 링크요?"
카이저의 말에 에일린이 서둘러 수정구를 들어 외부 정보 링크를 찾았다.
[외부 정보 링크 : 차단]
"할아버지, 외부 정보 링크가 차단으로 돼 있어요."
-역시···그걸 연결로 바꾸거라.
"네!"
에일린이 수정구에 마력을 넣어 외부 정보 링크를 '연결' 상태로 바꿨다.
그러자
우웅.
[외부 정보들이 검은탑에 업데이트됩니다.]
[외부 링크를 오래 닫아놔 업데이트할 정보량이 많습니다.]
[업데이트 완료까지 30일이 걸립니다.]
수정구에 알람들이 나타났다.
"검은탑 탑농부 박세준에 대한 것만 우선적으로 업데이트해 줘."
[검은탑 탑농부 박세준에 대한 정보를 우선적으로 업데이트합니다.]
[업데이트 완료까지 3분 30초 걸립니다.]
잠시 후.
[검은탑 탑농부 박세준에 대한 정보 업데이트가 완료됐습니다.]
수정구에 알림이 나타났다.
"오. 됐다!"
에일린이 서둘러 명성 판독기를 확인했다.
"크히히히. 이제 세준이 명성이 가장 높네. 세준아, 관리자 설정에 문제가 있었나 봐. 다시 확인해 봐!"
문제를 해결한 에일린이 명성 판독기를 다시 세준에게 보냈다.
***
씨앗 상점 본부.
[검은탑 탑농부 박세준의 소작농 버섯개미 6마리가 당신의 신전을 지나갔습니다.]
[신성력이 0.0006 상승합니다.]
"오늘도 버섯개미들은 부지런하군."
몸속으로 들어오는 신성력에 풍요의 신 레아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그동안 모은 신성력의 일부를 황금 상자에 주입했다.
레아는 세준에게 줄 새로운 신기를 만들고 있었다.
'훗. 나중에 이걸 세준이한테 주면 내 신전을 더 크게 만들어 주겠지?'
레아가 세준을 만났을 때를 생각하며 기분 좋게 웃고는 밖으로 향했다.
이제 신성력이 없어 몸이 불편한 신들을 돌봐야 했다.
그렇게 레아가 거처에서 나올 때
"와아!"
신들의 함성 소리가 들렸다.
"뭐지?"
레아가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자, 그곳에는 거의 모든 비전투신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오! 방금 내 신전에 버섯개미들이 4마리나 지나갔어!"
"와아아!"
신성력을 얻어 환한 빛을 내는 자갈의 신 페블로스의 말에 다른 신들이 환호했다.
"얘들아, 이거 받아."
페블로스가 자신이 받은 신성력의 일부를 안색이 안 좋은 신들에게 조금씩 건넸다.
"고마워."
신성력을 받은 신들의 안색이 조금 좋아졌다.
"오! 나도 방금 버섯개미들이 지나갔어!"
그사이 모래의 신 샌츠의 몸이 빛났고
"와아!"
다시 신들이 환호했다.
그리고
"이거 받아."
샌츠도 자신이 얻은 신성력의 일부를 안색이 안 좋은 신들에게 건넸다.
그동안 거의 레아 혼자 신성력이 없는 신들을 돌봤는데, 이제 그 일을 세준에게 신전을 받은 다른 신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역시 박세준이야. 박세준! 박세준!"
레아가 신들이 모인 곳을 향해 걸어가며 세준의 이름을 연호하자
"박세준!"
"박세준!"
모여 있던 신들이 세준의 이름을 외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비전투신들이 세준의 이름을 외치며 단합을 다지고 있을 때
"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옆 건물에 있던 전투신 하나가 크게 소리쳤다.
평소라면 바로 입을 닫았겠지만
이제 우리도 신성력을 자급자족할 수 있다고!
예전의 자신들이 아니었다.
"박세준···."
"박세준···."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비전투신들이 세준의 이름을 계속 연호했다.
***
꾸엥!꾸엥!
[꾸엥이 아빠는 박세준이고, 엄마는 분홍털이다요! 꾸엥이 스승님은 우마왕인데, 꾸엥이 왜 안 유명하다요!]
"으어어···."
몇 분째 꾸엥이에게 멱살을 잡혀 탈탈 털리고 있는 메이슨.
[탑의 관리자가 검은탑 관리자 설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명성 판독기를 다시 확인해 보라고 말합니다.]
"응. 고마워. 에일린."
그사이 세준은 에일린이 보낸 명성 판독기를 다시 확인하고 있었다.
"흐흐흐. 역시 잘못된 거였군."
세준이 자신의 명성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꾸엥아, 잠깐만. 자. 봐요. 이제 시험 통과죠?"
세준이 메이슨의 멱살을 쥐고 흔드는 꾸엥이를 멈추게 하고 메이슨에게 명성 판독기를 보여줬다.
[명성 점수]
박세준 : 553점
꾸엥이 박 : 113점
이오나 : 131점
꾸엥이와 이오나의 명성 점수도 세준과의 관계 때문에 같이 올랐다.
"어?! 세 자리?!"
메이슨이 처음 보는 세 자릿수 명성 점수에 경악했다.
검은탑에서 최고로 받을 수 있는 명성 점수는 100점. 하지만 100점을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런데···셋이나 명성 점수가 100점을 넘었다.
거기다 최고 높은 점수는 553점이라고?!
메이슨이 경악할 때
박세준 : 554점
세준의 명성이 1점 더 올랐다.
신들이 세준의 이름을 외쳐준 덕분. 세준의 명성은 계속 오르는 중이었다.
훗. 이제 나도 핵인싸인가?
세준이 우쭐한 표정으로 메이슨을 바라봤다.
400화. 앞으로 대상인 테오 박이라고 불러달라냥!
400화. 앞으로 대상인 테오 박이라고 불러달라냥!
"크흠. 테오 박 님은 대상인 승급 1단계 시험을 통과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세 자릿수 명성 점수라는 믿지 못할 광경을 목격한 메이슨이 약간 넋이 나간 채 테오의 시험 통과를 알렸다.
"푸후훗. 고맙다냥! 박 회장, 우리가 해냈다냥!"
테오가 세준의 무릎에 얼굴을 비비면서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뀻뀻뀻."
오른 앞발로는 꼬리에 매달려 있는 이오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때
꾸엥.
[아빠, 꾸엥이 배고프다요.]
메이슨의 멱살을 열심히 흔드느라 배가 고파졌는지, 꾸엥이가 세준의 손을 잡고 칭얼거렸다.
"잠깐만."
세준이 아공간 창고에서 삶은 에그푸릇과 우유를 꺼냈다.
낑?
슬링백에서 자고 있던 펜릴이 슬며시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봤다. 뭐 먹어?
"까망이도 간식 먹으려고 일어났어?"
세준이 군고구마 말랭이를 꺼내 펜릴의 입에 물려주자
끼히힛.낑.
'히힛. 맛있어.'
짭.짭···
펜릴은 군고구마 말랭이를 몇 번 씹다가 다시 잠들어 버렸다.
그리고
탁.
탁.
세준과 꾸엥이는 협회장실의 테이블에 앉아 사이좋게 에그푸릇을 까먹었다. 세준도 마침 출출하던 참이었다.
"자."
"푸후훗. 맛있다냥! 메이슨 협회장님, 2단계 시험을 내놓으라냥!"
세준이 주는 노른자를 받아먹으며 테오가 메이슨에게 당당한 목소리로 외쳤다.
"네···대상인 승급 2단계 시험은 고용 계약서 1000부를 가져오는 겁니다."
2단계 시험은 대상인으로서 많은 직원을 고용할 능력이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
"푸후훗. 너무 쉽다냥!"
테오가 봇짐에서 두꺼운 계약서 뭉치를 꺼냈다. 거의 20만 부에 가까운 계약서들.
전부 노예 계약서였지만
"오. 테오 박 님은 직원들에 대한 대우가 정말 좋군요."
메이슨에게는 매일 임금과 식사를 보장하고 하루 8시간 이상 근무하지 않는, 고용 조건이 좋은 계약서로 보였다.
"직원을 이렇게 많이 고용하시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대상인 승급 2단계 시험도 통과입니다."
"푸후훗. 난 원래 대단하다냥! 박 회장, 그렇지 않냥?"
"그럼! 우리 테 부회장은 정말 대단하지."
평소라면 받아주지 않겠지만, 오늘은 특별한 날.
거기다 밖에서 애 기를 죽일 수 없기에 세준은 약간 과하게 테오를 칭찬했다.
"푸후훗. 나 대단한 거 안다냥! 대단한 나 테 부회장과 박 회장이 또 해낸 거다냥!"
세준의 칭찬을 듬뿍 받은 테오.
"메이슨 협회장님, 다음 시험을 내놓으라냥!"
덕분에 더욱 우쭐해져 가슴을 한껏 내밀고 엄청 당당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대상인 승급 3단계 시험은 대상인의 무력을 시험하는 것으로······."
대상인은 상무겸비.
상업과 무를 모두 잘 할 필요가 있다.
메이슨이 무력 판독기인 외눈 안경을 쓰며 시험 내용을 설명하는 동안
"박 회장, 돈 빌려달라냥!"
"알았어."
테오는 세준에게 돈을 빌렸다.
우리 테 부회장, 무시당하게 할 수는 없지. 활활 태워라. 테 부회장!
세준이 아공간 창고의 보물 3분의 1을 테오에게 줬다.
"푸후훗. 태울 박 회장 재물이 많다냥!"
테오가 기쁘게 세준이 준 재물을 태우자
화르르르륵
테오의 몸이 거의 태양으로 보일 정도로 눈부신 황금빛을 냈다.
그리고
펑!
무력을 999까지 측정할 수 있는 무력 판독기가 파괴됐다.
"헉! 이거 비싼 건데···."
메이슨이 부서진 무력 판독기 조각을 주우며 좌절했다.
우마왕의 무력을 측정하다 파괴된 후 엄청난 거금을 들여 업그레이드한 최신형 무력 판독기가···
메이슨이 좌절에 빠져있을 때
"박 회장, 나 잘했냥?! 내가 완전히 혼내줬다냥!"
테오는 우쭐한 표정으로 세준의 무릎에 매달려 자신의 업적을 자랑했다. 빨리 칭찬해 달라냥!
"우리 테 부회장, 잘했어."
"푸후훗. 안다냥! 난 잘한다냥!"
테오는 세준의 칭찬을 받고 더욱 기고만장해졌다.
"푸후훗. 메이슨 협회장님 다음 4단계 시험을 내놓으라냥!"
"네. 대상인 승급 4단계 시험은 대상인이 되기 위한 승급비 1조 탑코인과 여유 자금 10조 탑코인을 합쳐 총 11조 탑코인을 가져오시는 겁니다."
대상인 승급 4단계 시험은 대상인의 가장 중요한 조건인 금력 시험이었다.
"푸후훗. 알겠다냥! 박 회장, 돈 빌려 달라냥!"
"그래. 여기."
세준이 아공간 창고에서 11조 탑코인을 꺼내 테오에게 줬고
"메이슨 협회장님, 여기 있다냥!"
"테오 박 님, 대상인 승급 4단계 시험도 합격입니다."
4단계 시험도 가뿐하게 통과했다.
"그럼 대상인 승급을 위한 마지막 시험을 시작하겠습니다."
메이슨이 품에서 다섯 개의 두루마리 문서를 꺼내 테오에게 건넸다. 겉에는 1에서 5까지의 숫자가 적혀 있었다.
"이게 뭐냥?"
"잠시만요! 그거 순서대로 열어야 합니다. 강제로 열면 대상인 승급 자격 박탈입니다."
메이슨이 문서를 받자마자 열려는 테오를 서둘러 제지했다.
"냥?!"
대상인 자격 박탈이라는 말에 테오가 서둘러 문서를 내려놨다. 그건 안 된다냥! 대상인이 돼서 박 회장의 축하를 받을 거다냥!
"크흠. 일단 제 설명을 들어주십시오."
"알겠다냥!"
"그 문서는 펼쳤을 때 유랑 상인 협회에 등록된 물건들의 이름과 수량이 랜덤하게 나오는 아이템입니다.
메이슨이 설명을 이어갔다.
"마지막 시험은 세 달 안에 5개의 문서에 쓰인 물건들을 수량에 맞게 가져오는 겁니다. 직접 구하든, 돈을 써서 사든 가져오시기만 하면 됩니다."
마지막 시험은 대상인으로서 필요한 물건을 수급할 능력이 있는지 보는 것.
하지만 이 시험은 비공식적으로 한 가지를 더 시험한다.
그건 바로 운.
운이 좋으면 쉬운 물건이 나와 쉽게 대상인이 될 수 있지만, 운이 없으면 구하기 거의 불가능한 물건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
"참고로 구한 물건은 사라집니다. 하지만···."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물건 그대로 돌려주고, 시험을 통과하면 물건의 가치를 다 합친 값어치의 물건을 보상으로 준다.
"그럼 1번 문서를 펼치십시오. 1번 문서를 펼침과 동시에 시험이 시작됩니다."
"알겠다냥!"
촤르르륵.
테오가 거침없이 1번 문서를 펼치자, 룰렛처럼 문서 안에서 물건 목록이 빠르게 돌기 시작했다.
빠르게 돌아가는 형형색색의 글씨들. 물건은 입수 난이도에 따라 5가지 색으로 표시된다.
가장 입수 난이도가 낮은 노란색부터 시작해서, 녹색, 푸른색, 붉은색 그리고 입수 난이도가 거의 불가능한 검은색까지.
'테오 박의 운이 그렇게 좋다는데, 얼마나 좋은지 볼까?'
메이슨이 테오의 문서를 흥미진진하게 바라봤다.
그러나
'꽝이네.'
메이슨이 문서에 표시된 붉은색 글씨를 보며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피닉스의 꼬리 깃털 1개]
1번부터 나온 게 하필 구하기 어렵다는 피닉스의 꼬리 깃털이었다. 이것만 구하다 3달이 다 갈 수도 있었다.
가끔 이런 상인들이 있다. 평소에는 운이 좋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불운한.
그렇게 메이슨이 테오의 대상인 승급 시험 실패를 예상할 때
"테 부회장, 여기."
세준이 테오에게 붉은색 깃털 하나를 건넸다.
"푸후훗. 박 회장, 고맙다냥!"
테오가 세준에게 받은 깃털을 문서에 올리자
스륵.
깃털이 사라지며 문서에 쓰인 글자가 지워지고 '통과'라는 글씨가 나타났다.
"푸후훗. 너무 쉽다냥!"
촤르르륵.
신난 테오가 2번 문서를 펼칠 때
"······."
메이슨은 너무 놀라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어떻게 미래를 본 것처럼 피닉스의 꼬리 깃털을 미리 준비한 거지?
진짜 운이 좋긴 좋은 것 같았다.
그렇게 메이슨이 테오를 운 좋은 놈으로 인정할 때 글자가 멈췄다.
'검은색?'
입수 난이도 불가능을 의미하는 색.
초반에 운을 다 쓴 건가···이건 어렵겠군.
메이슨이 이번에는 100% 테오의 실패를 예견했다.
[세계수의 가지 1개]
왜냐하면 자신이 아는 바로는 검은탑에는 세계수가 없기 때문. 무슨 노력을 해도 얻을 수 없는 물건이었다.
하지만
"테 부회장, 여기."
세준이 아공간 창고에 보관하고 있던 포도리의 가지를 꺼내 건네줬고
"푸후훗. 박 회장, 고맙다냥!"
테오가 2번 문서에 포도리의 가지를 가져가자 '통과'라는 글씨가 나타났다.
3번 문서에는 붉은색 글자가 나왔다.
하지만
[재앙의 지팡이 1개]
"이오나, 지팡이 달라냥! 나중에 더 좋은 거 구해주겠다냥!"
"뀻뀻뀻. 네!"
전혀 긴장감 없이 통과했다.
4번 문서는 다시 검은색.
[붉은 뼈 1개]
붉은 뼈는 붉은색 뼈를 가져오라는 게 아니라, 우마왕의 애병을 의미했다.
검은탑의 최강자인 우마왕의 애병을 뺏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나
꾸엥!
[꾸엥이한테 붉은 뼈 있다요!]
꾸엥이가 간식 주머니에서 붉은색 몽동이를 꺼냈다.
우마왕이 필요 없다고 버린 걸, 꾸엥이가 정의봉으로 쓰려고 간식주머니에 챙긴 것.
분명 세상이 필사적으로 테오가 대상인이 되는 걸 거부하고 있지만
"푸후훗. 쉽다냥!"
테오는 세상의 거부를 가볍게 거부했다.
'지금 내가 꿈을 꾸는 건가?'
메이슨은 지금 자신의 앞에서 일어나는 일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더 놀라운 건 아직 물건을 구하러 밖에 한 번도 안 나갔다는 것과 대상인 승급 시험을 시작한 지 1시간이 안 됐다는 것.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푸후훗. 이제 마지막이다냥!"
그사이 테오가 5번 문서를 펼쳤다.
그때
파앗.
문서에서 눈 부신 빛이 터져 나왔다.
"황금색?!"
이런 색이 있었다고?
메이슨이 경악했다. 여러 번의 대상인 승급 시험을 주관하는 자신도 처음 보는 색이었다.
확실했다. 세상이 테오가 대상인이 되는 걸 싫어하고 있었다.
그게 아니라면···
[위대한 검은용의 비늘 1만 장]
이런 걸 구해오라고 할 리가 없다.
테오가 아무리 위대한 용의 부하라고 해도, 자신의 비늘을 1만 장이나 줄 용은 없···어?!
"테 부회장, 여기."
"푸후훗. 박 회장, 고맙다냥!"
세준이 아공간 창고에서 위대한 검은용의 비늘을 꺼내 테오에게 건넸고, 5번 문서에도 '통과'라는 글자가 나타났다.
그렇게 물건을 다 구하자
우웅.
1~5번 문서가 하늘로 떠오르며 하나로 뭉쳐지기 시작했다.
"맙소사···"
메이슨은 엄청난 입수 난이도의 물건들이 합쳐지는 걸 멍하니 바라봤다. 무슨 물건이 나올지 전혀 상상이 안 됐다.
그렇게 메이슨이 물건들이 합쳐지는 걸 지켜볼 때
"메이슨 협회장님, 나 이제 대상인이다냥?!"
테오가 메이슨에게 물었다.
"아. 네. 이제 테오 님은 검은탑의 4번째 대상인입니다."
"푸후훗. 알겠다냥! 박 회장, 나 이제 대상인이다냥!"
메이슨의 인정을 받은 테오가 서둘러 세준에게 달려갔다. 박 회장에게 제일 먼저 축하받을 거다냥!
"테 부회장, 대상인 된 거 축하해."
"푸후훗. 너무 행복하다냥!"
자신의 대상인 승급 시험을 세준과 같이 통과하고, 축하도 받으니 테오는 너무 기분이 좋았다.
꾸엥!
[큰형아, 대상인 된 거 축하한다요!]
"뀻뀻뀻. 테오 님, 대상인 되신 걸 축하해요."
꾸엥이와 이오나도 그런 테오를 축하했다.
"푸후훗. 고맙다냥! 앞으로 대상인 테오 박이라고 불러달라냥!"
너무도 화기애애한 분위기.
그때
쿵.
5개의 문서가 뭉친 곳에서 검은색의 봇짐 하나가 떨어졌다.
401화. 그걸 왜 이제 말해?!
401화. 그걸 왜 이제 말해?!
"어? 봇짐?"
검은 봇짐을 가장 먼저 발견한 건 당연하게도 계속 지켜보고 있던 메이슨이었다.
"냥?!"
끌림이 느껴진다냥!
이어서 세준의 무릎에서 쓰다듬을 받고 있던 테오가 검은 봇짐을 발견했다.
다다다.
테오가 빠르게 달려가 검은 봇짐을 챙긴 후
"박 회장, 이거 받아라냥! 좋은 거다냥!"
세준에게 안겼다.
그리고
"푸후훗.푸후훗."
머리를 세준의 무릎에 비비며 행복을 만끽했다.
[아홉 탑을 유랑하는 대상인의 봇짐]
아홉 탑?
그사이 세준은 범상치 않은 이름을 가진 봇짐의 옵션을 확인했다.
[아홉 탑을 유랑하는 대상인의 봇짐]
검은탑의 대상인 승급 시험에서 탄생한 봇짐입니다.
위대한 검은용의 비늘, 세계수의 가지, 붉은 뼈, 재앙의 지팡이, 피닉스의 꼬리 깃털이 재료로 사용됐습니다.
위대한 검은용의 비늘로 만들어져 단단하고, 회복력 좋은 세계수의 가지 덕분에 봇짐의 용량이 엄청납니다.
봇짐을 통해 30일마다 랜덤하게 아홉 탑 중 하나의 층으로 갈 수 있습니다. (봇짐의 주인인 대상인 테오 박만 이동할 수 있고, 30일마다 다른 장소와 연결하기 위한 비용 1조 탑코인이 자동 소모됩니다.)
연결된 장소를 바꾸고 싶을 경우 5000억 탑코인을 소모해 장소를 바꿀 수 있습니다. (장소를 바꾸는 건 30일 안에 최대 5번까지만 가능합니다.)
대상인 테오 박에게 귀속돼 있습니다.
사용 제한 : 대상인, 마력 1만 이상
제작자 : ????의 신 ??
등급 : ★★★★★
"어?!"
다른 탑과 연결된다고? 그 말은 다른 탑과 교류가 가능하다는 건가?
"테 부회장, 이것 좀 열어봐."
"알겠다냥!"
세준의 말에 테오가 봇짐을 열자, 안에는 물건을 넣을 수 있는 공간만 있었다.
"냥! 진짜 넓다냥! 박 회장, 이거 나 달라냥!"
테오가 자신의 앞발을 넣고 휘휘 저으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거 네 거잖아."
"푸후훗. 역시 박 회장이 줄줄 알았다냥! 고맙다냥!"
테오는 세준의 말을 잘못 이해했는지 감사까지 하며 봇짐을 받았다.
"그래. 일단 이거 받아."
세준이 테오에게 1조 탑코인을 건네자
"냥?! 이거 태우냥?"
바로 돈을 태우려는 테오.
"아냐!"
세준이 급히 테오를 말렸다.
"돈을 봇짐에 넣어봐."
"알겠다냥!"
테오가 봇짐에 돈을 넣자
우웅.
봇짐이 붉은빛을 냈다.
그리고
"박 회장, 봇짐이 다른 탑과 연결됐다고 한다냥!"
"그래? 그럼 앞발을 넣어봐."
"알겠다냥!"
테오가 세준의 말대로 앞발을 넣었다.
"어때?"
"뭐가···만져진다냥! 축축하다냥! 뭐냥?!"
기분 나쁜 축축함에 테오가 봇짐 안으로 얼굴을 넣자, 거대한 지네가 테오의 앞발을 입에 넣고 있었다.
물론 테오의 재능 : 강한 모발 덕분에 씹히지는 않았다.
"냥!"
테오가 감히 자신의 앞발을 먹으려는 지네를 처치하고
"냥?! 근데 여기는 어디냥?"
봇짐 안으로 완전히 몸을 넣고는 뒤를 돌아봤다.
저기가 내가 나온 곳이다냥.
뒤에는 검은탑에서와 마찬가지로 봇짐의 입구가 보였다. 아마 봇짐을 열었다 닫았다 할 수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현재 위치 - 자색탑 72층]
[29일 23시간 58분 후 연결이 끊어집니다.]
봇짐 위에는 이곳의 위치와 남은 시간이 나와 있었다.
"푸후훗. 박 회장에게 알려줘야겠다냥!"
테오가 신난 발걸음으로 다시 봇짐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치명적인 독에 노출됐습니다.]
"크억!"
테오가 봇짐에서 나오자마자 세준이 쓰러졌다.
자색탑은 기본적으로 독기가 가득한 곳.
"냥?"
테오가 잠시 자색탑에 체류하는 것만으로 털에 독기가 잔뜩 묻어있었다.
꾸엥!꾸엥!
[아빠 또 쓰러졌다요! 독 냄새 난다요!]
꾸엥이가 서둘러 간식주머니에서 해독의 대파를 꺼내 세준에게 먹였고
"큐어 포이즌!"
이오나는 서둘러 테오의 털에 묻은 독을 마법으로 해독했다.
"으음···."
그렇게 세준이 정신을 차리는 사이
꿀꺽.꿀꺽.
메이슨도 해독제를 먹고 있었다.
"봇짐이 자색탑 72층이랑 연결됐다고?"
"그렇다냥!"
"흠. 알았어. 봇짐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조금 더 생각해 보자."
"알았다냥! 박 회장이 많이 생각하라냥!"
"그래."
이너피스.
세준이 자신의 무릎에 얼굴을 비비는 테오의 볼살을 꽉 잡아 늘리고 싶은 마음을 가라앉혔다. 오늘은 봐준다.
지금은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
테오가 대상인이 됐으니, 세준은 그걸 축하하기 위한 파티를 열 생각이었다. 오늘은 박 회장이 쏜다! 골든벨을 울려라!
"대상인 테 부회장은 여기서 기다려."
세준은 깜작 파티를 위해 테오를 협회장실에서 기다리게 했다.
"냥?! 싫다냥! 나도 같이 갈 거다냥!"
세준의 말에 바로 세준의 무릎을 꽉 잡는 테오.
하지만
"안돼. 기다려."
"알겠다냥! 대상인 테 부회장은 여기서 기다릴 테니, 빨리 와야 한다냥!"
세준의 단호한 말에 침울해하며 무릎을 놨다.
"한 시간 안에 올게. 얘들아, 가자!"
그렇게 세준이 꾸엥이, 이오나를 데리고 파티 준비를 하러 나가자
"테오 님 근데 저 박세준이라는 분은 누군가요?"
메이슨이 테오에게 물었다.
엄청난 명성에 거금과 위대한 검은용의 비늘 1000장을 척척 꺼낼 정도면 보통 존재는 아닌 것 같은데···
자신은 박세준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냥? 내가 말 안 했냥? 박세준이 박 회장이고 박 회장이 위대한 검은용이다냥!"
"네?! 위···위대한 검은용이요?!"
그걸 왜 이제 말해?!
조금 전 명성이 없다고 세준을 무시했던 자신의 불경한 모습을 떠올리며 메이슨이 원망의 눈빛으로 테오를 바라봤다.
만약 '어?! 생각해 보니, 아까 그놈 태도가 기분 나빴어'라고 위대한 검은용이 분노라도 한다면, 자신은 죽은 목숨이다.
메이슨이 공포에 떠는 사이
"테 부회장, 가자!"
파티 준비를 끝낸 세준이 테오를 불렀다.
"알겠다냥!"
세준의 부름에 테오가 서둘러 달려가 세준의 무릎을 꽉 안았다.
그렇게 세준이 테오를 데리고 나가자
"휴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메이슨.
그때
"같이 안 가요?"
내가 쏠 건데?
세준이 문틈으로 고개를 내밀며 메이슨에게 물었고
"가···갑니다!"
메이슨이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마냥 세준을 따라나섰다.
***
"휴우. 고민이구나."
창조신의 사도 에밀라 이베너스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검은탑의 어린 농부를 어떻게 하지?"
에밀릴의 고민은 세준 때문이었다.
창조신이 남긴 과업의 해결에 가장 가까이 접근한 세준. 그것도 한두 개가 아니라 전부에 세준이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었다.
그러나
"너무 약해."
과업을 수행하기에 세준은 너무 약했다. 앞으로의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컸다.
그렇다고 세준을 대체할 만큼 유능한 인물도 없었다.
"일단 검은탑의 어린 농부를 지원하면서 상황을 지켜봐야지. 근데 어떻게 지원하지?"
에밀라가 세준을 어떻게 도울지 생각에 잠겼고, 세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를 떠올렸다.
"대지의 신 패트릭이 지금 어디에 있지?"
에밀라가 패트릭의 위치를 찾기 시작했다.
***
세준이 유랑 상인 협회 본부를 나오자
꾸엥!
꾸엥이가 거대화를 하며 세준을 자신의 앞발에 올렸다.
그리고 시내에 진입하자
"와아! 대상인 테오 박!"
"와아! 대상인이 되신 걸 축하합니다!"
시내는 테오가 대상인이 된 걸 축하하는 인파로 가득했다.
세준이 오늘 상점 거리의 모든 식당을 전세 내고 음식과 술을 공짜로 마시게 해주고.
이오나가 '뀨-' 한 번 해주니 모두가 적극적으로 협조해 줬다.
"푸후훗. 틀렸다냥! 이 몸은 위대한 검은용의 부하 치명적인 용발톱 황금고양이 대상인 테오 박 님이시다냥!"
많은 이의 환호에 금세 우쭐해진 테오가 큰소리로 외쳤다.
"와! 위대한 검은용의 부하 치명적인 용발톱! 황금고양이 대상인 테오 박 님 만세!"
테오의 외침에 인파들이 테오의 말을 따라하며 열심히 소리쳤다.
근데 왜 저렇게 처절하지? 끝나고 맛있는 것도 먹을 건데?
세준이 악에 받친 함성에 의아해하는 사이
쿵.쿵.
거대 꾸엥이가 시내를 천천히 걸으며 퍼레이드를 시작했다.
그렇게 시내를 한 바퀴 돌았을 때
삐욧!
[테오 님, 대상인 되신 걸 축하드려요!]
"축하드려요!"
꼬끼!
[저도 축하드려요!]
삐욧이와 유렌이 피닉스를 데리고 나타났다.
피니스는 이오나가 걸어준 은신 마법으로 모습을 탑 70층에서 탑 75층까지 들키지 않게 도착해 그래니어 마음에 숨어 있었다.
그리고 그런 피닉스를 삐욧이와 유렌이 데리고 온 것.
"오는 동안 별일 없었지?
삐욧!
[네!]
세준의 물음에 삐욧이가 대답했다.
그때
쿵.쿵.
꾸엥!
[아빠 식당 도착했다요!]
꾸엥이가 상점 거리에서 가장 큰 식당의 옥상에 세준과 일행들을 내려놓고, 다시 작아졌다.
일행이 옥상에 있는 테이블에 앉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요리사들이 요리를 만들어 테이블로 가져왔다.
"푸후훗."
꾸헤헤헤.
끼히힛.
뀻뀻뀻.
쁘흐흣.
우헤헤.
그렇게 음식을 먹으며 파티를 즐기는 세준과 일행들.
"근데 유렌은 대상인 승급 시험 어떻게 통과했어?"
세준이 꾸엥이와 경쟁하며 열심히 음식을 입에 넣고 있는 유렌에게 물었다.
테오의 승급 시험 난이도를 보면, 운이 없는 유렌이 대상인이 된 게 이해가 안 됐기 때문.
"네? 저요? 사실······."
유렌이 어떻게 자신이 대상인이 됐는지 설명했다.
명성 있는 셋은 당연히 돈으로 섭외했고, 고용 계약서 1000부도 당연히 돈으로 해결했다.
"그럼 무력은?"
"아. 그건 100만 넘으면 합격인데요? 그냥 몸 지킬 수준이면 돼요."
"아. 그래?"
뭐야? 상무겸비라고 해서 무력도 높아야 하는 줄 알았는데···
"4번째 시험은···."
4단계 시험인 11조 탑코인을 가져오는 건 황금을 만드는 유렌에게 너무 쉬었다.
"마지막 시험은 처음부터 붉은색이 나오는 걸 보고, 깨달았죠. 이건 저 혼자 하면 절대 통과 못 한다고요."
"그래서?"
"우헤헤. 그래서 운이 좋은 이들로 주변을 빠방하게 포진시켰죠. 근데 운이 좋게도 진짜 대운을 가진 용병을 고용한 거예요. 덕분에 시험을 쉽게 통과했어요."
"그래?"
뭐지? 유렌 치고는 너무 해피 엔딩인데?
"근데···그 용병이 제가 대상인이 된 다음 날 사라졌어요. 마지막 시험에서 얻은 스스로 자동으로 판매하는 대상인의 수레랑 제 전 재산을 가지고요. 알고 보니 얼굴 없는 대도 룬이라고 엄청 유명한 도적이더라고요."
휴우. 역시···이래야 유렌답지.
유렌의 말에 세준은 왠지 마음이 편해졌다.
아마 룬이라는 도둑은 테오랑 비슷한 타입 같았다. 유렌의 불행을 가져와 자신의 행운으로 바꾸는.
"푸후훗. 좋다냥!"
다행이다.
세준이 자신의 무릎에 발라당 누워 쓰다듬을 받고 있는 테오를 보며 테오가 나쁜 길로 빠지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직업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퀘스트 : 황금탑 35층에 봉인된 대지의 신 패트릭을 찾아 봉인을 푸십시오.]
보상 : 대량의 직업 경험치, 성장의 비약 5방울
세준의 앞에 갑자기 퀘스트 메시지가 나타났다.
"직업 퀘스트?"
이렇게 갑자기?
세준이 의아해할 때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퀘스트 : 망각의 저주에 걸린 위대한 용들에서 황금빛 삼양주를 한 잔씩 먹여 망각의 저주를 푸십시오.]
보상 : 위대한 용 1천의 저주를 풀 때마다 성장의 비약 3병 지급
또 퀘스트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리고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퀘스트 : 신들의 봉인을 풀어 주십시오.]
보상 : 신 다섯의 봉인을 풀 때마다 성장의 비약 5병
다시 한번 더 나타나는 퀘스트.
창조신의 사도 에밀라의 지원은 꽤 빵빵했다.
402화. 맛이 중요하지. 암. 그렇고말고.
402화. 맛이 중요하지. 암. 그렇고 말고.
"퀘스트를 3개나 주네?"
세준이 퀘스트를 쓱 훑어보며 말했다.
직업 퀘스트 1개에 그냥 퀘스트 2개.
"직업 퀘스트는···."
황금탑 35층에 봉인된 대지의 신 패트릭을 찾아 봉인을 풀어주라는 내용.
"패트릭이면······."
내가 쓴 밀짚모자의 주인이다.
봉인을 풀어준 보상으로 모자를 업그레이드시켜 주거나, 아니면 대지의 신이니 보석을 잔뜩 줄지도 몰랐다.
흐흐흐. 기대된다. 음. 근데 황금탑을 어떻게 가지? 테오에게 황금탑 땅문서를 구해오게 해야···
"아. 아니지. 나도 이제 상점 거리에 올 수 있으니까, 내가 구해볼까?"
황금탑 35층 땅문서는 일단 상점 거리에서 직접 구해보고, 없으면 테오에게 시키기로 했다.
"근데 성장의 비약이 뭐지?"
모든 퀘스트에 공통으로 주는 보상.
이건 일단 받아봐야 알 것 같았다.
그렇게 직업 퀘스트를 살펴본 세준.
"이건 그냥 하던 대로 하면 되겠네."
남은 2개의 일반 퀘스트를 보며 세준이 말했다.
용들에게 황금빛 삼양주 한 잔씩 먹이기.
신들의 봉인을 풀어주기.
모두 세준이 원래 하던 일이었다.
"근데 한 잔씩 먹이는 건 힘들지 않으려나?"
용들이 과연 한 잔만 먹으려고 할지 의문이었다. 분명 더 달라고 할 텐데···
"에일린이 잘 정리해 주겠지?"
세준이 퀘스트 3개를 살펴보고 주변을 둘러보자
고로롱.
꾸로롱.
끼로롱.
일행들은 어느새 세준의 몸에 기대 곤히 자고 있었다.
"얘들아."
세준이 일행을 불러봤지만, 요지부동. 일어나는 애들이 없었다.
세준은 어쩔 수 없이 모두를 들고 호텔로 이동하려 했다.
하지만
"윽···유렌 미안하다."
유렌은 내버려 두고 올 수밖에 없었다. 무게를 줄일 수 있는 꾸엥이와 다르게 유렌은 무거웠다.
대신 유렌의 몸에 식탁보를 덮어주고, 나머지 일행들과 호텔로 향했다.
***
미국 미네소타 가겔의 비밀연구소.
"결과는?"
"성공입니다. 이걸 보십시오."
가겔의 회장이 된 마이클의 물음에 연구소 소장 제이크가 태블릿을 보여줬다. 화면 안에는 거대하게 성장한 살점포식자가 보였다.
마이클은 회장이 되자마자 가겔의 최고 연구원들을 비밀연구실로 불러 살점포식자 전용 성장촉진제를 만들게 했다.
"며칠 만에 저렇게 성장한 거지?"
"70시간입니다."
"거의 3일이군."
마이클이 만족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수고했다. 세계의 모든 공장에 지금 개발한 성장촉진제를 만들게 발주를 넣고 연구소를 폐쇄해라."
"네!"
마이클의 말에 제이크가 연구소로 돌아갔다.
연구소를 폐쇄하라고 했지만, 제이크는 전혀 서운한 기색이 없었다.
"흐흐흐. 이제 1억 달러가 들어온다."
오히려 웃으며 자신의 계좌에 꽂힐 돈을 기다리며 들떠있었다.
마이클이 왜 이런 미친 짓을 하는지는 궁금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돈을 벌 수 있으면 됐다.
"모두 미리 배정받은 공장에 성장촉진제 발주 넣어! 이제 끝이다! 돌아가서 휴가를 즐기자고!"
"네! 소장님!"
제이크의 말에 연구원들이 자신이 맡은 공장에 가겔의 이름으로 성장촉진제 제조 발주를 넣기 시작했다.
그렇게 전 세계에서 살점포식자를 빠르게 키울 성장촉진제가 대량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
다음 날 아침.
"푸후훗. 박 회장, 메이슨 협회장님한테 가면 땅문서를 쉽게 구할 수 있다냥!"
"그래? 그럼 메이슨 님한테 가자."
테오의 말에 세준은 일행들과 메이슨을 찾아가기로 하고, 아침을 먹기 위해 호텔 식당으로 내려갔다.
식당에 도착하니
"우헤헤헤. 좋은 아침입니다!"
유렌이 이미 자리를 잡고 아침을 먹고 있었다. 물론 유렌은 일행의 식사가 끝날 때까지 같이 먹었다.
그렇게 아침을 먹고
"황금탑 35층 땅문서 있어요?"
메이슨을 찾아간 세준이 묻자
"죄송합니다! 없지만, 제가 반드시 구해보겠습니다!"
메이슨이 겁에 질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왜 저러지?
"그럼 부탁드려요."
세준은 메이슨에게 땅문서를 부탁하고
[검은탑 75층 웨이포인트가 저장됐습니다.]
웨이포인트에 도착했다.
"대상인 테 부회장, 그럼 나중에 보자."
세준이 꾸엥이와 펜릴을 아공간 창고에 넣고 테오와 인사를 했다.
테오는 피닉스를 데리고 탑 95층에 가서 피닉스의 둥지를 찾아주고, 탑 96층으로 가서 뼈의 군주 레기우스에게 도장을 받을 계획이었다.
"푸후훗. 알겠다냥! 박 회장, 집에서 보자냥!"
"그래."
그렇게 세준이 인사를 하고 탑 99층으로 떠나자
"푸후훗. 이제 출발이다냥!"
테오도 이오나, 삐욧이, 유렌, 피닉스를 데리고 탑 95층으로 이동했다.
***
[검은탑 99층에 도착했습니다.]
음머!
[세준 님, 안녕하세요!]
"응. 안녕."
웨이포인트에 나타난 세준이 우마왕과 인사를 하자
철컹.
꾸엥!
[스승님, 반갑다요!]
음머!
[오냐!]
꾸엥이가 아공간 창고를 열며 우마왕에게 달려가, 우마왕이 내미는 손바닥에 자신의 손바닥을 휘둘렀다.
쾅!
단지 하이파이브를 했을 뿐인데, 소리가 엄청났다.
그렇게 파괴적인 인사를 끝내고
"드디어 집이다!"
세준이 집으로 돌아왔다.
"일단 대지의 보석을 심고."
세준이 회복이 끝난 대지의 보석 3개를 띄엄띄엄 땅에 심고, 소시지 나무를 찾아갔다. 수확의 비약을 쓰기 위해서였다.
"우리 소시지 그새 많이 컸네?"
세준이 무릎 높이까지 자란 소시지 나무를 보며 말했다. 불꽃이의 영양제 덕분.
똑.
세준이 그런 소시지 나무에 수확의 비약 한 방울을 떨어트렸다.
뿌드득.
수확의 비약을 흡수한 소시지 나무가 빠르게 자라기 시작했다.
세준은 소시지 나무가 자라는 것을 확인하고 다른 밭으로 가
푹.
[마력이 담긴 땅에 앵두 씨앗을 심었습니다.]
···
..
.
앵두 씨앗을 심고
똑.
수확의 방울 한 방울을 떨어트렸다.
세준은 이어서 짙은 어둠의 체리 새싹 다섯, 빛바라기 새싹 다섯 그리고 블루베리 새싹 셋에 남은 수확의 비약을 한 방울씩 떨어트렸다.
짙은 어둠의 체리와 빛바라기는 검은용과 하얀용을 위해서였고, 블루베리는...
효과가 좋으니까.
블루문의 기운을 흡수할 경우 특수한 효과가 추가된다는 설명이 있었던 블루베리.
블루베리에 블루문의 기운을 흡수하자
-섭취 시 10분 동안 재능 : 신속한 몸놀림이 개화됩니다.
설명대로 추가 효과가 생겼다.
거기다 원래 상승하던 마력이 1에서 5로 올랐다.
그리고
-블루문의 기운을 한 번 흡수했습니다.(1/3)
블루베리가 블루문의 기운을 흡수하는 건 한 번만 가능한 게 아니었다. 최대 3번까지 블루문의 기운을 흡수할 수 있었다.
추가로 2개의 추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말.
이건 시간이 중요했다. 최대한 블루문 전에 블루베리를 많이 확보해야 유리하다.
그래서 세준은 블루베리에 수확의 비약 3방울을 투자했다.
그렇게 수확의 비약 15방울을 다 사용하자, 세준은 양조장으로 가서 용들에게 줄 황금빛 삼양주를 담그기 시작했다.
잠시 후.
"발효."
[발효 Lv. 4를 사용합니다.]
[발효 Lv. 4의 효과로 발효 기간이 하루 단축됩니다.]
[발효 Lv. 4의 효과로 조금 빨라집니다.]
[발효 Lv. 4의 효과로 맛이 조금 깊어 집니다.][발효 Lv. 4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세준이 담근 술에 스킬을 사용했다.
작업이 끝나자
"밥 먹어야지."
냠
세준이 주머니에서 에일린의 쿠키를 꺼내 간단히 먹었다.
[에일린의 특제 영양 쿠키 조각을 섭취했습니다.]
[모든 스탯이 0.5 상승합니다.]
[음식을 모두 먹으면 추가 효과가 발생합니다.]
[989조각 남았습니다.]
···
..
.
꾸엥이는 서쪽 숲에 갔고
끼로롱.
펜릴은 한 시간 전에 간식을 먹고 슬링백에서 곤히 자고 있었기에 자신만 식사를 하면 됐다.
후루룩.
세준이 에일린의 쿠키 10개를 먹고 커피를 마시며 쉬고 있을 때
위잉.
[세준 님, 안녕하세요.]
달콤이가 세준에게 인사했다. 오늘도 독꿀벌 대여왕에게 다녀온 것 같았다.
"요즘 실습은 어때?"
위잉.위잉.
[평소랑 같아요. 제가 제일 잘하고 있죠.]
세준의 물음에 달콤이가 우쭐해하며 말했다.
"그래? 역시 우리 달콤이 대단하네."
세준의 칭찬에 달콤이는 세준의 얼굴에 자신의 몸을 비비며 부끄러워했다.
달콤이와 대화를 나누던 세준.
"맞다. 달콤아, 탑 75층에 독꿀벌들을 보내야 될 것 같은데···."
아카시아나무 농장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던 세준.
아. 아카시아꿀!
세준은 아카시아꿀을 떠올리고, 탑 75층의 아카시아나무 농장에 독꿀벌을 보내기로 했다.
위잉.
[그럼 제가 독꿀벌 대여왕님께 말씀드려서 독립할 독꿀벌 여왕이 있는지 알아볼게요.]
"응. 고마워."
세준은 달콤이와 대화를 좀 더 나눈 후
"이제 다 자랐으려나?"
소시지 나무를 확인하러 갔다.
본 적이 있는가? 소시지가 주렁주렁 열려 있는 기적의 나무를.
흐흐흐. 난 봤다.
"오!"
세준이 흥분한 표정으로 서둘러 소시지 나무로 달려가 소시지를 수확했다.
[비엔나 소시지 10개를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아주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8의 숙련도가 아주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경험치 10을 획득했습니다.]
효과는 없는 일반 소시지.
하지만 상관없었다.
맛이 중요하지. 암. 그렇고 말고.
그렇게 세준이 열심히 소시지를 수확하는 동안
[우리 소시지 잘한다! 더 먹어!]
지하에서는 불꽃이의 뿌리가 영양제를 주며 소시지를 응원했다.
불꽃이의 응원에 힘입어 열심히 영양제를 흡수하며 무럭무럭 힘을 키우는 소시지. 아마 최연소 세계수가 될 것 같았다.
"흐흐흐. 소시지를 어떻게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지하에서 세계수 하나가 더 태어나는 것도 모르고, 세준은 어떻게 하면 소시지를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
검은탑 95층.
"푸후훗. 피닉스 저기냥?!"
테오가 거대한 산의 정상을 보며 신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산의 정상은 눈이 온 것처럼 보였는데, 자세히 보면 전부 스켈레톤이었다. 30만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정말 바글바글하다는 말이 딱 어울렸다.
피닉스가 돌아오면 잡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것.
꼬끽!꼬끽!
[네! 전부 레기우스의 부하들이에요!]
"푸후훗. 아주 좋다냥!"
테오가 웃으며 앞으로 달려가며 새로운 봇짐인 아홉 탑을 유랑하는 대상인의 봇짐에서 세준이 챙겨준 재물을 꺼냈다.
"푸후훗. 냥!"
재물을 태우며 황금빛으로 빛나는 테오가 자신의 앞발을 휘두르자
쾅!
하늘에서 나타난 거대한 황금 앞발이 산을 덮쳤고, 거대한 산이 무너지며 테오의 거대 발바닥이 찍혔다.
푸후훗. 대상인 테 부회장의 신기술 냥냥신장이다냥!
"이거 먹고 싶으면 엄지뼈를 움직이라냥!"
부서진 스켈레톤들에게 테오가 생선뼈를 보이자
달그락.달그락.
열심히 엄지뼈를 움직이는 스켈레톤들. 덕분에 삐욧이와 유렌은 아주 편하게 도장을 찍을 수 있었다.
하지만 스켈레톤들의 수가 너무 많았다.
"너희들도 도장 찍는 걸 도우라냥!"
그래서 새로 노예가 된 스켈레톤들도 도장찍기에 투입했다.
그러자 계약서에 도장을 받는 스켈레톤 하나가 둘, 넷, 여덟···빠르게 증가하며 순식간에 도장찍기가 끝났다.
"이제 탑 96층으로 가자냥!"
테오가 30만 스켈레톤 노예를 이끌고 탑 96층으로 이동했다. 싸우게 하려는 건 아니고, 도장 찍는 걸 돕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테오가 떠나자
꼬끼···
[내 집···]
피닉스가 테오의 냥냥신장에 부서진 자신의 둥지를 수리하기 시작했다.
403화. 세준이 떴다!!!
403화. 세준이 떴다!!!
미국 텍사스 휴스턴 서쪽 20km 지점.
케에엑.
"막아라!"
"화염 마법을 사용해!"
미국의 헌터 10만이 방벽을 만들고 좀비 떼처럼 몰려오는 살점포식자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었고, 살점포식자들을 처치하는 데도 왜 더 많은 살점포식자가 생기는지 이유를 알아냈다.
그건 바로 살점포식자의 머리 안에 들어있던 씨앗 때문.
그래서 살점포식자의 씨앗을 제거하기 위해 미사일도 날려보고, 화염방사기로도 태워봤지만, 지구의 무기로는 효과가 없었다.
다행히 헌터들의 마법이 효과가 있다는 걸 알아냈다. 그중에서도 화염 마법이 효과가 가장 효과가 좋다는 것도.
그러나 씨앗을 제거할 여유가 없었다.
케에엑.
"막아!"
"마법사들 공격!"
몰려드는 살점포식자를 상대하는 것만으로 벅찬 상황.
"캡틴 K와는 연락이 됐습니까?"
"그게···탑에 들어가 있어, 연락이 쉽지 않습니다."
미국 헌터들이 휴스턴을 지키며 살점포식자와 싸우는 동안 미국 CIA는 한태준을 찾고 있었다.
세준과 연락해 다시 한번 뱃뱃이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였다.
한국으로 간 로빈과 피터가 한라 빌딩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 접근해 정보를 캐낸 결과, 한 가지 사실을 알아냈다.
직원들은 황금색 박쥐가 나타나면 무조건 협조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것.
덕분에 CIA는 뱃뱃이가 세준의 펫이라고 100% 확신했다.
그래서 세준과 연락이 되는 세준을 찾고 있었지만, 한태준은 탑에서 두문불출하고 있었다.
미국의 헌터들이 휴스턴에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 전 세계의 다른 헌터들은 탑 4층의 살점포식자 처치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유는 공헌도를 쌓을 수 있는 퀘스트 때문.
공헌도가 높을수록 보상이 좋다는 내용이 있어, 헌터들이 눈에 불을 켜고 살점포식자를 처치하고 있었다.
그렇게 미국이 세준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을 때
[옳지! 우리 소시지 잘 먹는다.]
지구를 지키던 불꽃이는 한국에 남긴 뿌리에만 의식을 두고, 소시지 키우기에 여념이 없었다.
***
검은탑 99층.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아빠 몸에 좋은 약초 구했다요!]
서쪽 숲에서 세준에게 필요한 약초를 구한 꾸엥이가 슈퍼맨 포즈로 신나게 하늘을 날며 퇴근했다.
꾸엥이는 집에 가까워지자
착.
아빠 어디 있다요?
땅에 착지해 세준을 찾았다.
그때
킁킁.
···!!!
꾸엥이의 코로 딱 한 번 먹어봤던 음식의 냄새가 흘러들어왔다.
한 번 먹어봤지만, 잊을 수 없는 향기.
소떡소떡이다요!
꾸엥이가 서둘러 냄새를 따라 취사장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꾸엥!
[아빠, 꾸엥이 왔다요!]
소떡소떡 소스를 만드는 세준의 등에 매달려 얼굴을 비비며 인사했다.
"응. 꾸엥이 왔어?"
꾸엥!꾸엥!
[그렇다요! 이거 아빠가 먹을 약초다요!]
꾸엥이가 간식 주머니에서 황금색 칡뿌리 두 개를 꺼냈다.
[해독의 황금빛 칡뿌리]
두 칡뿌리의 이름은 같았는데, 뭔가 다른 게 있는지 굵기에는 차이가 있었다.
일단 옵션을 봐야지.
세준이 칡뿌리의 옵션을 확인했다.
[해독의 황금빛 칡뿌리]
생존에 대한 집착으로 주변에 심어진 독기 품은 감자의 영양분을 흡수하며 성장한 칡뿌리입니다.
섭취 시 체력이 10 상승합니다.
섭취 시 재능 : D급 독내성을 개화합니다.
쓴맛이 납니다.
사용 제한 : 체력 100 이상, 마력 100 이상
등급 : D
[해독의 황금빛 칡뿌리]
생존에 대한 집착으로 주변에 심어진 독기 품은 감자의 영양분을 흡수하며 성장한 칡뿌리입니다.
섭취 시 체력이 20 상승합니다.
섭취 시 재능 : C급 독내성을 개화합니다.
쓴맛이 납니다.
사용 제한 : 재능 : D급 독내성을 개화한 자, 체력 100 이상, 마력 100 이상
등급 : C
굵기가 다른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D급이고 하나는 C급이네."
꾸엥이 녀석···
세준은 꾸엥이가 왜 독내성 재능을 개화할 수 있는 칡뿌리를 가져왔는지 알 것 같았다.
어제 내가 쓰러져서 그랬구나?
오늘은 꾸엥이 소떡소떡 다 먹어.
"꾸엥이 손 씻고, 앉아있어. 금방 소떡소떡 해줄게."
세준이 꾸엥이에게 말하고
우적.우적.
꾸엥이가 가져온 칡뿌리를 얇은 것부터 먹었다. 썼지만, 꾸엥이의 성의를 생각해 열심히 씹었다.
[해독의 황금빛 칡뿌리를 섭취했습니다.]
[체력이 10 상승합니다.]
[재능 : D급 독내성을 개화합니다.]
세준은 D급 독내성을 얻자마자
우적.우적.
바로 남은 칡뿌리를 먹었다.
[해독의 황금빛 칡뿌리를 섭취했습니다.]
[체력이 20 상승합니다.]
[재능 : C급 독내성을 개화합니다.]
그렇게 세준이 칡뿌리를 먹는 사이
꾸엥!꾸엥!
[꾸엥이 손 다 씻었다요! 꾸엥이 먹을 준비 끝났다요!]
꾸엥이는 서둘러 손을 씻고 식탁에 앉아, 세준에게 자신의 상태를 알렸다.
"알았어. 잠깐만."
세준이 소떡소떡 꼬치에 소스를 발라 접시에 쌓기 시작했고
"다 됐다."
금방 소떡소떡 꼬치가 10층으로 쌓인 접시를 식탁에 올렸다.
꾸엥!
[작은 아빠도 소떡소떡 좋아한다요! 작은 아빠도 불러서 같이 먹는다요!]
"아작스도?"
꾸엥!
[그렇다요!]
아작스도 챙겨주다니.
마음도 이쁜 우리 꾸엥이.
"알았어. 아작스, 소환."
꾸엥이의 말에 세준이 아작스를 소환했고
[하얀탑의 노예 아작스를 소환합니다.]
"형! 보고 싶었어!"
아작스는 나오자마자 세준을 껴안았다.
"근데 이 냄새는 소떡소떡?"
"응. 꾸엥이가 작은 아빠가 소떡소떡 좋아한다고, 꼭 부르라고 했어."
꾸엥!
[작은 아빠, 소떡소떡 좋아한다요!]
"고마워. 꾸엥아!"
아작스가 꾸엥이를 따뜻하게 바라봤다.
"이제 먹자."
꾸엥!
"응! 형!"
그렇게 꾸엥이와 아작스가 소떡소떡 꼬치를 양쪽에 들고 먹는 동안
"자. 까망이도 먹어."
세준이 먹기 좋은 크기로 소떡소떡을 잘라서 펜릴의 밥그릇에 넣어줬다.
끼히힛.낑!낑!
'히힛. 새로운 음식이다! 야! 잘했어!'
펜릴이 새로운 음식을 만든 세준을 칭찬하며 소떡소떡을 먹었다.
···!!!
이게 뭐지?
너무 맛있잖아!!!!
특히 이 고기 맛 나는 거!
짭.짭.짭.
군고구마 말랭이에 이어 소시지라는 인생 음식을 만난 펜릴이 정신없이 소시지만 집중 공략하는 동안
꾸헤헤헤.
"으히힛."
꾸엥이와 아작스는 양손에 소떡소떡 꼬치를 하나씩 들고, 한입 먹을 때마다 궁둥이 춤을 추며 자신의 신남을 표현했다.
그리고
[쏟아지는 찬사에 영혼이 충만해집니다.]
[정신력이 3 상승합니다.]
"흐흐흐. 맛있다."
세준은 셋의 반응에 만족해하며 소떡소떡 꼬치를 먹었다.
그렇게 저녁을 먹고
"얘들아, 생선 좀 잡아줘."
세준은 꾸엥이, 아자스에게 생선을 잡게 했다.
지금은 모아둔 생선뼈가 꽤 있었지만, 테오가 앞으로 스켈레톤 노예를 더 늘릴 테니, 미리 생선을 많이 잡아놔야 할 것 같았다.
꾸엥!
[꾸엥이 물고기 잘 잡는다요!]
"우훗. 나도 엄청 잘 잡지!"
연못으로 들어간 둘이 열심히 생선을 사냥하는 동안
[대지의 보석의 봉인이 풀렸습니다.]
[대지의 보석에 봉인돼 있던 우물의 신 드웰이 봉인에서 풀려납니다.]
[우물의 신 드웰이 자신의 봉인을 풀어준 대상에게 은혜를 갚습니다.]
[우물의 신 드웰이 1평 땅에 우물을 만들어 은혜를 갚습니다.]
···
..
.
땅에 묻어놨던 대지의 보석에서 신 셋이 봉인에서 풀려났다.
"오!"
메시지를 본 세준이 서둘러 세 신의 보상을 찾아다녔다.
취사장에서는 우물의 신 드웰이 만든 1평짜리 탄산수 우물을.
농장에서는 대리석의 신 마르가 만든 황금과 보석으로 만들어진 1평짜리 대리석 길을
연못에서는 진주의 신 펄이 만든 1평짜리 진주조개 양식장을 찾았다.
그리고 세준은 받은 보상에 따라 길을 만들어줬다.
그렇게 세 신의 신전을 만든 세준.
"까망아, 이제 자자."
펜릴을 품에 안고, 침대에 누웠다.
꾸엥이는 분홍털과 자러 갔고, 아작스는 하얀탑으로 돌아갔다.
꿀꺽.
[약쑥을 섭취했습니다.]
[모든 스탯이 20 상승합니다.]
[수명이 3개월 늘어납니다.]
[쓴맛이 나는 약을 섭취했습니다.]
[재능 : 체력에 좋은 약이 쓰다가 발동합니다.]
[체력이 9 상승합니다.]
세준이 약쑥을 먹고 까무룩 잠들었다.
오늘로 약쑥 20개를 먹은 세준. 덕분에 수명이 5년 늘어났다.
***
씨앗 상점 본부
[검은탑 탑농부 박세준의 소작농 버섯개미 6마리가 당신의 신전을 지나갔습니다.]
[신성력이 0.0006 상승합니다.]
"후후홋."
역시 버섯개미들의 부지런함이란···
오늘도 잘 오르는 신성력에 레아가 흐뭇해하며 버섯개미들의 성실함을 칭찬할 때
[검은탑 탑농부 박세준의 약초꾼 꾸엥이가 당신의 신전을 지나갔습니다.]
[신성력이 0.1 상승합니다.]
"오! 꾸엥이다!"
레아가 꾸엥이의 등장에 환호했다.
꾸엥이 하나가 버섯개미 1000마리가 신전을 지나가는 것만큼의 신성력을 주기 때문.
"휴우. 요즘 안 와서 불안불안했는데···"
요즘 꾸엥이가 다니는 길이 바뀌었나 걱정하던 레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검은탑 탑농부 박세준이 당신의 신전을 지나갔습니다.]
[신성력이 0.5 상승합니다.]
"오! 세준이 떴다!!!"
세준은 무려 버섯개미 5000마리의 신성력을 주는 존재.
덕분에 레아는 빠방해진 신성력으로 오늘은 제법 많은 신성력을 신기 제작에 투입할 수 있었다.
그렇게 레아가 신기를 만들고 있을 때
"레아 님, 새로운 신들이 왔습니다!"
다른 신이 레아를 찾아왔다.
"그래?!"
레아가 서둘러 광장으로 가자
"얘들아, 반가워!"
"드웰, 오랜만이야!"
"마르, 너도 박세준이 봉인에서 풀어준 거지?"
"펄, 진짜 오랜만이다!"
비전투신들이 새로 온 세 신을 환영하고 있었다.
그리고
"너희들 근데 보상으로 뭐 주고 왔어?"
신들의 대화 주제는 곧 세 신이 세준에게 무슨 보상을 했는지로 향했다.
보상을 받은 세준이 신전을 지어주기 때문.
"저는 탄산수 우물이요."
"저는 황금과 보석으로 만든 대리석 길을."
"저는 중력을 조정하는 흑진주 조개 양식장을."
세 신이 자신들의 보상을 말할 때
[검은탑 탑농부 박세준이 우물의 신 드웰을 위해 신전(3평)을 지었습니다.]
[신성력이 9 상승합니다.]
···
..
.
세준이 드웰 로드 3평, 마르 로드 1평, 펄 로드 0.5평의 길을 만들었다.
안타깝게도 세준은 펄이 만든 진주조개 양식장을 그냥 조개 양식장으로 생각했다.
"오! 신전이 생겼어!"
"와아!"
"축하해!"
세 신에게 신전이 생기자 다른 신들이 그들을 축하하며 환호했고
"박세준!"
"박세준!"
신들은 신전을 만들어 준 세준의 이름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점점 흥겨워지는 분위기.
하지만
"시끄럽군."
근처를 지나가던 전투신이 또 훼방을 놓았다.
비전투신들은 신성력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신전을 12개나 가졌지만, 아직 전투신에 비해서는 많이 부족했다.
두고 보자!
비전투신들이 언제가 소리 높여 세준의 이름을 부를 날을 고대하며
"박세준···"
"박세준···"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세준의 이름을 연호했다.
그리고
'신도를 보내 박세준에게 부탁하면···내 신전도 만들어 주겠지?'
신전이 없는 비전투신들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 자신의 신도가 될 존재를 간절하게 찾고 있을 때
검은탑 96층.
"푸후훗. 드디어 도착이다냥!"
테오가 거대한 백색의 성, 뼈의 군주 레기우스가 지배하는 백골성 앞에 도착했다.
404화. 테오가 아니고 내가?!
404화. 테오가 아니고 내가?!
검은탑 96층 백골성 안.
"황금고양이 테오 박, 감히 성골 중의 성골인 뼈들의 군주 레기우스 님의 일을 방해하다니!"
쾅!
피닉스 포획 작전이 실패했다는 부하의 보고에 4천왕의 우두머리 본 나이트가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치며 분노했다.
4천왕은 레기우스를 따르는 성골 중 최강의 스켈레톤들로 본 나이트, 본 메이지, 본 아처, 본 탱커 이렇게 넷으로 구성돼 있다.
"아직 기회는 있다. 피닉스는 어차피 둥지로 돌아올 테니 거기서···."
본 나이트는 아직 탑 95층의 부하들이 당한 건 몰랐다.
테오가 탑 95층 피닉스의 둥지에 잠복하고 있던 스켈레톤들을 전부 노예로 만들면서 정보가 전해지지 않았기 때문.
그때
"본 나이트 님, 밖에 테오 박이 와있습니다!"
"뭐?! 겁도 없군.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근데···3, 4, 5사단 병사들이 테오 박을 따라왔습니다."
"뭐? 피닉스의 둥지를 지켜야 할 놈들이 왜?!"
부하의 보고에 본 나이트가 벌떡 일어났다.
모든 4천왕과 병사들은 성문 앞으로 모여라!
본 나이트가 4천왕을 소집하며 성문으로 향했다.
***
"푸후훗. 문 열어달라냥!"
테오는 백골성의 주인 레기우스와 싸우러 온 주제에 태연히 성문을 지키는 가드에게 가서 문을 열어달라고 했다.
"먼저 누구신지 성함부터 말씀해 주십시오."
가드가 테오에게 이름을 묻자
"푸후훗. 이 몸이 누구인지 묻는다면 대답해 주는 게···."
자기소개 타임이 생긴 테오가 신난 목소리로 대답해 주려 할 때
쿵.쿵.
"테오 박, 레기우스 님의 일을 방해한 것도 모자라, 이곳까지 찾아오다니! 네 오만함도 오늘로 끝이다!"
본 나이트가 다른 4천왕 셋과 50만의 병사를 이끌고 나타났다.
하지만 타이밍이 너무 나빴다.
"하악.하악."
대상인이 된 나 테 부회장의 자기소개를 방해했다냥! 혼내준다냥!
테오가 분노하며 본 나이트를 노려보자
"본 나이트, 나머지는 우리가 맡지."
"그래. 우리도 놀아야지. 나 이오나와 싸워보고 싶었어."
"저기도 넷이고 우리도 넷이니 4대4. 딱 좋군."
나머지 4천왕들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그들은 성골들 중 최강자였기 때문에 자신감이 가득했다.
그리고
"뀻뀻뀻."
쁘흐흣.
"우헤헤."
자신감이 넘치는 건 이쪽도 마찬가지.
그렇게 시작된 전투.
"냥!"
테오의 일냥섬을 검으로 막은 본 나이트는 검과 함께 6등분 됐고
"뀻뀻뀻. 운석의 힘이여···메테오"
이오나는 자신에게 덤비는 귀여운 후배 마법사를 가루로 만들었다.
그리고
삐욧!
[전령새 비기 쾌속배달!]
삐욧이는 빠르게 이동하며 본 아처가 쏜 화살을 피하며 하늘 높이 올라간 후
삐욧!
[전령새 비기 강하!]
하늘에서 빠른 속도로 떨어지며 본 아처의 머리에 구멍을 냈다.
"꾸익! 꾸익!"
마지막으로 유렌은 본 탱커에게 처절하게 맞았다.
하지만
조금만 더.
그냥 맞기만 한 건 아니었다.
조금씩 본 탱커와의 거리를 좁힌 유렌.
됐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우헤헤. 황금이 돼라."
본 탱커에게 손을 뻗어 황금으로 만들었다.
무생물과 다르게 움직이는 존재는 금방 다시 돌아오지만, 그 금방의 시간이면 싸움에서는 충분하다.
모든 게 끝나 있을 테니까.
"테오 님, 도와주세요!"
유렌 말고 테오가.
"푸후훗. 알겠다냥!"
본 나이트의 도장을 받은 테오가 냥보로 이동해 본 탱커를 처치한 후 본 탱커의 황금 방패를 챙겼다.
방패는 계속 황금이니까.
그렇게 간단하게 4천왕을 이겨버린 테오와 일행들.
"푸후훗. 이거 먹고 싶으면 도장 찍으라냥!"
4천왕을 따라온 50만의 병사들을 보며 테오가 생선뼈를 들고 소리치자
삐욧!
[자. 도장만 찍으면 매일 생선뼈 하나를 먹을 수 있어요!]
삐욧이가 날아다니며 열심히 영업을 했고
달그락.달그락.
이미 노예가 된 테오의 30만 스켈레톤들도 50만 스켈레톤에게 생선뼈 맛을 설명하며 유혹했다.
달그락.
그들의 영업이 통했는지, 50만 스켈레톤들 사이에서 하나둘 손을 들기 시작했다.
"푸후훗. 후회하지 않을 거다냥!"
그렇게 스켈레톤들이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있을 때
"이게 무슨 소란이냐?!"
자신의 궁에서 쉬고 있던 뼈들의 군주 레기우스가 나타났다.
"레기우스 님···."
스켈레톤들은 마치 범접할 수 없는 존재를 본 것처럼 레기우스를 보며 절을 했다. 그건 테오의 노예들도 마찬가지.
그리고
[뼈들의 군주 레기우스가 모든 뼈를 굴복시킵니다.]
뼈를 가진 테오와 일행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냥!"
박 회장, 말고는 아무도 날 지배할 수 없다냥!
테오가 온몸에 힘을 주며 자신의 뼈를 굴복하려는 힘에 저항했다.
[저항에 성공했습니다.]
테오가 힘의 절반을 사용해 레기우스의 힘에 저항하는 동안
"뀨-뀨-뀨-운석의 힘이여···메테오."
이미 저항에 성공한 이오나가 레기우스를 향해 운석을 떨어트렸다.
삐욧!
[이겨냈다!]
삐욧이는 모든 힘을 끌어올려 간신히 저항에 성공했고
"꾸익! 내가 졌다!"
털썩.
유렌은 레기우스의 힘에 무릎을 꿇고 절을 했다.
그사이
쾅!
이오나의 메테오가 레기우스를 향해 떨어졌다.
하지만
"소용 없다."
레기우스가 어느새 손에 나타난 황금색 지팡이를 들자
우웅.
지팡이의 끝에서 황금색 보호막이 나타나며 운석을 막았다.
파앗.
"푸후훗."
대신 재물을 태우며 황금빛으로 빛나는 테오를 놓쳤고
"냐냐냥!냐냐냥!"
뒤통수에 냥냥폭풍권을 맞고, 가루가 됐다.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가루가···
"냥! 이건 이오나 주면 되겠다냥!"
레기우스가 들고 있던 지팡이를 주우며 신나 하는 테오.
그러나
"냥?"
지팡이의 끝에는 검은색 구슬과 그 주변을 3개의 보석이 둘러싸고 있었는데 한 자리만 비어있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지팡이였다.
사실 나머지 한자리는 피닉스의 심장이 들어갈 자리였다.
그래서 레기우스가 피닉스를 잡으려 했던 것.
그리고
"이거 펜릴의 코어 조각이다냥!"
문제가 하나 더 있었다. 지팡이의 끝에 박힌 검은색 구슬이 펜릴의 코어 조각이었다.
아마 레기우스는 지팡이에 박힌 다른 보석을 이용해 펜릴의 코어 조각을 제어하려 한 것 같았다.
"일단 이건 박 회장 보여줘야겠다냥!"
펜릴의 코어 조각은 일단 박회장에게 가져가야 된다냥!
그렇게 레기우스의 지팡이를 챙긴 테오.
"푸후훗. 이제 보물찾기 시간이다냥! 이오나, 가자냥!"
"뀻뀻뀻. 네!"
이오나와 레기우스의 금고를 털기 시작했고
삐욧!
[가루 되기 싫으면 빨리 찍어요!]
"여기다 찍으면 돼."
삐욧이, 유렌, 테오의 스켈레톤 노예들이 노예 계약서를 들고 도장을 받았다.
잠시 후
[노예 100만을 사냥하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업적 달성으로 을 획득했습니다.]
노예 100만을 사냥한 테오가 이명을 얻었고
[노예 1명을 사냥했습니다.]
[의 효과로 모든 스탯이 1 상승합니다.]
이명의 효과로 더욱 강해졌다.
"푸후훗. 박 회장에게 자랑해야겠다냥! 너희들은 여기서 도장을 다 찍고 오라냥!"
테오가 이오나를 데리고 신나게 탑 99층으로 달려갔다.
***
검은탑 99층.
"읏차."
입탑 402일 차 아침을 맞이하며 세준이 눈을 떴다.
[노예 100만을 거느리는 위대한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위대한 업적 보상으로 을 획득했습니다.]
[의 효과로 노예들에게 한 달 세금 100만탑코인을 걷습니다.]
자는 사이 나타난 메시지를 확인했다.
"응? 노예왕?"
테오가 아니고 내가?!
테오는 계약서를 만들 때 자신의 이름 옆에 항상 세준의 이름을 같이 쓴다.
그리고 세준은 테오의 갑.
그래서 시스템은 세준을 실질적인 노예의 주인으로 판단했다.
노예왕이라니···너무 악당 같지 않나?
세준이 새로 얻은 이명을 내켜 하지 않을 때
[노예 100명을 거느렸습니다.]
[의 효과로 모든 스탯이 1 상승합니다.]
메시지와 함께 늘어나는 스탯.
노예만 늘어나도 스탯이 오른다니.
"흐흐흐. 좋은데?"
덕분에 세준은 흔쾌히 이명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아무한테도 말 안 하면 되지.
"아침 준비해야지."
세준이 자리에서 일어나
끼로롱.
아직 자는 펜릴의 몸에 이불을 덮어준 후 취사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빠르게 소떡소떡을 만들기 시작했다.
어제 에일린에게도 소떡소떡을 주려고 했는데, 깜빡했다.
세준이 기억해 냈을 때는 꾸엥이가 소떡소떡이 담긴 접시에 묻은 소스까지 열심히 핥아 먹으며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잠시 후.
"에일린, 이거 먹어."
세준이 접시 가득 소떡소떡을 담아 에일린에게 보냈다.
[탑의 관리자가 잘 먹겠다고 말합니다.]
"응. 맛있게 먹어."
세준은 에일린과 잠시 대화를 나누다 오늘 먹을 아침을 만들었다.
아침은 간단히 계란 후라이와 소시지볶음.
당연히 소지지에 칼집을 내 문어 다리를 만들어줬다.
치이익.
세준이 아침을 만드는 사이
꾸엥!
[아빠 좋은 아침이다요!]
낑!
'아침을 내놓거라!'
꾸엥이와 펜릴이 사이좋게 취사장으로 들어왔다.
꾸엥!꾸엥!
[아빠는 천재다요! 문어도 같이 먹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요!]
낑!
'사냥할 맛 나는걸!'
둘은 문어 모양의 소시지를 아주 마음에 들어 했다.
그렇게 아침을 먹고
"발효."
세준은 양조장에 들려 항아리 안의 술을 저어주며 발효 스킬을 사용하고, 열매가 열린 농작물을 수확했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하루...가 이제 아니지.
"후훗. 쇼핑하러 가야지."
탑 75층으로.
메이슨에게 찾아가 황금탑 땅문서도 물어보고, 상점 거리에서 길거리 음식도 사 먹기 위해서였다.
"꾸엥아, 같이 가자."
물론 혼자 다니기는 무섭기에 꾸엥이와 함께 갔다.
꾸엥!
[쇼핑 좋다요!]
세준이 꾸엥이, 펜릴을 데리고 웨이포인트로 향했다.
웨이포인트로 가는 길.
"에일린, 혹시 웨이포인트 위치 바꿀 수 있어?"
세준이 에일린에게 물었다.
다른 층에 갈 일이 많아지자, 집에서 웨이포인트까지 가는 것도 꽤 시간을 잡아먹었다.
[탑의 관리자가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하루에 1km씩 웨이포인트를 움직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래? 그럼 오늘부터 1km씩 우리 집 쪽으로 움직여 줘."
[탑의 관리자가 자신에게 맡기라고 말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방금 1km를 옮겼다고 말합니다.]
"응. 고마워."
세준이 에일린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때
"응? 테 부회장, 왔네?"
세준이 멀리서 빠르게 다가오는 테오의 기운을 느꼈다.
그리고
"박 회장, 내가 돌아왔다냥!"
어느새 테오가 세준의 얼굴을 안으며 나타났다.
"그래. 반가워."
세준이 테오를 얼굴에서 떼어내며 대답했다.
"근데 박 회장, 어디 가냥?"
"탑 75층에."
"푸후훗. 그럼 가면서 이걸 보라냥!"
테오가 자신의 봇짐을 열며 탑 96층에서 털어온 물건들을 자랑했다.
"이게 제일 좋은 거다냥!"
테오가 봇짐에서 레기우스의 지팡이를 꺼내 세준에게 건넸다.
"이건?"
[멸망의 지팡이]
딱 이름만 봐도, 누굴 줘야 할지 알 것 같았다.
근데 왜 날 주지?
세준이 지팡이를 잡으려 할 때
[바로 앞에 펜릴의 코어 조각(15%)이 탐색됐습니다.]
나타나는 메시지.
낑!
'내 코어!'
동시에 펜릴이 지팡이를 향해 몸을 날렸다.
405화. 실비아 언니, 잠깐 따라올래요?
405화. 실비아 언니, 잠깐 따라올래요?
검은탑 관리자 구역.
[검은탑의 중간 관리자이자 탑농부 박세준의 실적이 1 상승합니다.]
···
..
.
"크히히히. 잘 오른다."
오늘도 세준의 공헌도가 쌓이는 걸 즐겁게 지켜보는 에일린.
냠.
거기다 중간에 세준이 준 소떡소떡까지 먹으니,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그때
"에일린, 그거 뭐야?"
"맛있어 보이는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크엥?"
에일린이 서둘러 뒤를 돌아보자, 여섯 해츨링들이 에일린 옆에 있는 소떡소떡을 바라보며 침을 흘리고 있었다.
언제 온 거지?
수정구에 정신이 팔려 소리를 못 들은 것 같았다.
아껴먹으려고 천천히 먹고 있었는데···
해츨링들이 소떡소떡을 본 상황에서 숨기는 건 하책. 자칫 감정이 나빠질 수도 있다.
"언니, 오빠들. 이거 우리 세준이가 만든 건데, 한 번 먹어봐."
그래서 에일린은 해츨링들에게 소떡소떡을 한 개씩 주며 세준의 새로운 음식을 홍보했다.
"오! 진짜?!"
"이름이 소떡소떡이야? 이름이 신기해."
"박세준 음식이면 믿을 수 있지."
"기대된다!"
흥분한 해츨링들이 에일린에게 소떡소떡을 하나씩 받아서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거 진짜 맛있어! 에일린, 나 이거 살래!"
"나도 살래! 얼마야?"
소떡소떡을 먹은 해츨링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적극적으로 구매 의사를 밝혔다.
"하나에 10탑코인이요."
에일린은 용들에게 너무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가격을 불렀다.
"10탑코인? 알았어! 엄마!"
"아빠!"
해츨링들이 소떡소떡을 사달라고 조르기 위해 부모 용들에게 달려갔다. 아니. 해츨링 하나는 남아있었다.
"실비아 언니는 왜 안 가?"
에일린이 가만히 있는 실비아에게 묻자
"에일린, 박세준한테 실비아가 결혼하고 싶다고 말해줘. 실비아는 박세준이랑 결혼해서 평생 맛있는 거 먹을 거야!"
어때?! 실비아 천재지?!
큰그림을 그리는 실비아. 우쭐한 표정으로 에엘린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 누···누구랑 결혼을 하겠다고요?!"
실비아의 폭탄선언에 에일린이 크게 당황하며 되물었고
"실비아 박세준이랑 결혼할 거라고!"
실비아는 다시 한번 소리 높여 대답했다.
"실비아 언니, 잠깐 따라올래요?"
"오! 박세준이 벌써 만나재? 헤헷. 실비아 부끄러운데."
"일단 따라와 봐요."
에일린이 실비아를 으슥한 곳으로 끌고 갈 때
[검은탑의 탑농부 박세준의 부하 테오 박이 박 회장이 위험하다고 말합니다.]
"뭐?! 우리 세준이가 왜?!"
에일린이 서둘러 수정구로 달려가 세준을 찾았고
"할아버지!"
서둘러 카이저를 불렀다.
***
'히힛. 드디어 내 코어를 손에 넣는 거야!'
펜릴은 지팡이에 박힌 검은 구슬을 향해 몸을 날리며 이번에는 절대 실패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
메시지 읽는 데 집중하고 있는 세준.
그런 세준의 옆에 궁둥이를 붙이고 쇼핑할 때 쓸 용돈을 세고 있는 꾸엥이.
세준의 칭찬을 기다리며 세준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는 테오.
그런 테오를 따스하게 바라보는 이오나.
모두가 펜릴과 코어 조각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이제 멸망의 사도 1좌 신을 사냥하는 고고한 늑대 나 펜릴 님의 진면목을···"
그렇게 펜릴이 코어 조각과의 거리 단 10cm만을 남겨놨을 때
퍽.
끼깅!
펜릴은 분홍색의 꼬순내가 나는 뭔가에 머리를 부딪치며 바닥으로 추락했다.
낑?!
'뭐야?!'
펜릴이 서둘러 고개를 들자
"푸후훗. 안된다냥! 이건 박 회장꺼다냥!"
도둑잡기 전문가 테오가 지팡이를 앞발로 막으며 철벽 수비를 하고 있었다.
낑!
'저거 내꺼야!'
펜릴이 나름 사납게 으르렁거리며 테오를 위협했지만
"막내가 버릇없다냥!"
오히려 테오는 그런 펜릴을 혼내 주려 앞발을 들었다.
뚱땅.뚱땅.
낑!
'집사야! 쟤가 나 때린다!'
펜릴이 서둘러 세준의 뒤로 숨으며 도움을 요청했다.
그렇게 펜릴이 세준의 뒤에 숨자
"까망이, 저건 지지야. 이거 가지고 놀자."
세준은 정화된 코어 조각 하나를 펜릴에게 줬다.
하지만
낑!
'그건 네꺼고! 난 저거 가질 거라고! 코어야! 나한테 와!"
펜릴은 세준이 주는 정화된 코어 조각을 거부하며 지팡이에 있는 코어 조각을 향해 강하게 짖었다.
툭.
펜릴의 외침에 반응한 듯 지팡이 끝에서 떨어져 나오는 코어 조각.
그렇게 분리된 코어 조각은 바닥에 떨어졌고
쩌저적.
금이 갔다.
낑?
'코어에 절대 금이 갈 리가 없는데?'
펜릴이 의아해할 때
고오오오.
코어 조각에 난 금 사이에서 대량의 붉은 기운이 뿜어져 나오더니, 거대한 형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멸망의 사도 1좌 신을 사냥하는 늑대 펜릴, 나를 부른 게 누구냐?
거대한 형상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펜릴의 코어 조각은 펜릴과 오래 떨어진 상태에서, 여러 조각으로 쪼개지기까지 하자, 펜릴의 지배력이 많이 약해졌다.
그러면서 힘이 많이 담긴 코어 안에서는 펜릴의 사념이 스스로를 펜릴으로 여기며 의지를 갖기 시작했다.
낑?낑!
'뭐야? 멸망의 사도 1좌 신을 사냥하는 늑대 펜릴은 나고! 넌 그냥 내 코어잖아!'
펜릴이 자신을 사칭하는 코어 조각을 향해 짖을 때
"저···저게···"
뭐야?!
세준은 자신을 짓누르는 거대한 위압감에 숨이 턱 막혔다.
"에일린 누나, 큰일났다냥! 박 회장이 위험하다냥!"
테오는 자신들이 상대할 수 없는 상대가 나오자 서둘러 에일린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꾸엥!
[모두 도망친다요!]
그사이 꾸엥이는 염력으로 일행들을 챙겨 서둘러 붉은 기운과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뀻뀻뀻. 중력의 힘이여. 적을 찢어발겨라! 트리플 메가 블랙홀!"
이오나는 붉은 기운에 세 방향에서 거대한 블랙홀을 여는 자신의 최강 마법을 사용하며 시간을 벌었다.
그렇게 세준과 일행들이 붉은 기운에게서 도망치자
-꾸엥아, 고마워. 이제 세준 님이 못 보겠지?
불꽃이가 안심하며 본격적으로 힘을 쓰기 시작했다.
뿌드득.뿌드득.
바닥에서 거대한 뿌리들이 나와 붉은 기운 주변을 넓게 감싸기 시작했다.
곧 있을 싸움에서 세준과 일행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순식간에 붉은 기운을 감싸는 높이 100m의 벽이 만들어졌다.
붉은 기운의 힘이 주변의 모든 걸 소멸시키려 들었지만, 불꽃이의 뿌리에는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세준이 지구의 로커스르를 멸종시키며 얻은 보상 덕분이었다.
그렇게 불꽃이가 붉은 기운을 막는 동안 뭉쳐진 붉은 기운은 완전한 형태를 이뤘다.
펜릴을 닮은 거대한 늑대였다.
-아우우우!
늑대가 포효하자
콰과광!
그 충격에 주변을 감싼 불꽃이의 뿌리가 터져나갔지만
-여기서 절대 못 나가요!
다행히 그 뒤에는 수십 겹의 뿌리가 있었다. 세준을 지키려는 불꽃이의 의지였다.
뿌드득.뿌드득.
새로운 뿌리가 빠르게 자라며 빈자리를 채웠다.
그때
"이놈! 감히 이곳에 멸망 따위가 발을 들여!"
거대한 늑대 펜릴 앞에 카이저가 강림했다.
-감히? 용 주제에 나 신을 사냥하는 늑대 펜릴 님 앞에서 무례하구나!
"흥! 반푼이도 못 되는 놈이!"
-뭐?!
카이저의 말에 거대 펜릴이 발끈할 때
"빨리 사라져라! 우리 세준이 피곤해진다!"
쿠오오오!
카이저가 거대 펜릴에게 브레스를 쐈다.
불꽃이 덕분에 자신의 기운이 외부로 나가지 않고 있지만, 불꽃이가 계속 버텨줄 수는 없었다.
그렇게 카이저의 브레스가 거대 펜릴에게 향하는 사이
뿌드득.뿌드득.
뿌리들이 빠르게 자라며 천장까지 다 막았다.
잠시 후
쿠우웅.
뿌리들이 부풀었다가 먼지가 되며 사라졌고, 거대 펜릴이 있던 곳에는 반구 형태의 거대한 구덩이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크하하하. 우리 세준이 괜찮느냐?! 펜릴은 내가 처치했으니 안심하거라!
카이저가 검은용 조각상을 움직여 동굴로 대피한 세준을 찾아왔다. 엄청난 거금을 들고.
"여기요."
-크하하하. 고맙다.
카이저는 거대 펜릴을 처치하고 얻은 돈으로 세준에게 2강 초월의 검은콩 10개를 사고.
다음 용의 회의를 세준에게 맡기는 계약을 하며 선금으로 1조 5000억 탑코인을 지불했다.
크흐흐흐. 이제 용용마켓 VVIP까지 얼마 안 남았다.
카이저가 이번에는 자신이 가장 먼저 VVIP가 되겠다고 결심하며 분수대로 돌아갔다.
거래가 끝나자 세준은 일행들과 거대 펜릴이 있었던 곳으로 다시 이동했다.
싸움 구경은 못 했으니, 그 흔적이라도 볼 생각이었다.
"와."
세준이 카이저의 브레스가 만든 흔적을 보며 감탄할 때
낑!
'내 코어가!'
펜릴이 슬링백에서 나와 구덩이를 향해 달려갔다. 믿을 수 없었다. 자신의 코어가 사라지다니.
그러나 구덩이의 경사가 완만하기는 해도 펜릴에게는 버거운 정도.
낑?
구덩이를 달리던 펜릴이 넘어지며 데굴데굴 구덩이의 중심으로 굴러갔다.
그렇게 구덩이의 중심에 도착한 펜릴.
스르륵.
낑?!
뭔가가 펜릴의 몸으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카이저의 브레스에 코어가 부서지며 구심점이 사라지며 힘이 흩어지고 있었는데, 익숙한 힘을 가진 펜릴이 나타난 것.
원래 코어 조각에 담긴 힘에 비하면 티끌만 한 힘이었지만
'내 코어의 힘이야!'
거의 포기하고 있던 펜릴에게는 너무 반가웠다.
그렇게 힘을 어느 정도 되찾으며 펜릴이 기뻐하고 있을 때
"까망아, 괜찮아?"
세준이 펜릴을 따라 구덩이의 중앙에 도착했다.
그러자
[주변에 남아 있던 펜릴의 코어 조각의 잔재가 흡수됩니다.]
[기존에 있던 펜릴의 코어 조각에 힘이 합쳐집니다.]
[몸에 펜릴의 힘 1.0021%가 쌓입니다.]
"어?!"
세준의 앞에 나타나는 메시지.
"뭐가 남아있었나 보네."
세준은 영문도 모르게 펜릴과 함께 힘을 흡수했다.
[몸에 펜릴의 힘 2.0029%가 쌓입니다.]
펜릴보다 더 빠르게 쌓이는 힘. 세준이 가진 펜릴의 코어 조각 때문이었다.
그렇게 세준이 펜릴의 힘을 흡수할 때
"푸후훗. 찾았다냥!"
테오는 황금 앞발을 이용해 땅에 묻혀 있던 지팡이의 파편들을 찾았다.
지팡이는 부서져 있었지만
[설인의 심장]
[킹 자이언트 웜의 심장]
[알바트로스의 심장]
지팡이에 박힌 보석들은 다행히 멀쩡했다.
"이제 가자!"
세준은 메시지가 나타나지 않을 때까지 구덩이에 서 있다가 웨이포인트로 향했다.
그리고
[검은탑 75층에 도착했습니다.]
···
..
.
탑 75층으로 이동해 메이슨을 찾아갔다. 황금탑 땅문서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죄···죄송합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유랑 상인 협회에서 구한 건 갈색탑 21층, 푸른탑 12층, 녹색탑 1층 땅문서가 전부였다.
"일단 그거라도 줘요."
앞으로 테오가 아홉 탑을 유랑하는 대상인의 봇짐을 통해 다른 탑과 거래를 하다 보면 자신이 갈 일이 생길지도 몰랐다.
"얼마에요?"
"네?! 괜찮습니다. 그냥 가져가십시오!"
세준은 땅문서 가격을 지불하려 했지만, 메이슨은 극구 거부했다.
"알겠어요. 그럼 다음에 다시 올게요."
세준은 메이슨에게 인사를 하고 유랑 상인 협회 본부에서 나왔다.
그렇게 본부를 나와 상점 거리에 진입할 때
낑!
[야! 나 배고파! 빨리 밥 내놔!]
모두의 머릿속에 펜릴의 목소리가 들렸다.
힘을 일부 회복하며 드디어 자신의 의사를 상대에게 보낼 수 있게 된 것.
'아. 시원하다.'
펜릴이 드디어 대화가 통하지 않아 답답했던 상황에서 벗어난 것에 기뻐할 때
"까망이, 박 회장한테 말하는 게 건방지다냥!"
꾸엥!
[까망이, 꾸엥이한테 예절교육 받아야 겠다요!]
두 형님들이 험악한 표정으로 펜릴에게 다가왔다.
406화. 그럼 8개네?!
406화. 그럼 8개네?!
검은탑 4층.
"공격해라!"
수백만 명의 헌터들이 웨이포인트를 중심으로 반경 10km 지점에서 거대한 원형을 만들고.
케에엑!
그들을 포위한 살점포식자와 싸우고 있었다.
탑 4층의 웨이포인트가 점령되면 앞으로 탑 4층으로 올 방법이 사라지기 때문에 웨이포인트를 지키는 일은 아주 중요했다.
"마법사들 버프 준비!"
"네!"
마법사들을 지휘하는 한태준의 지시에 마법사들이 주머니에서 방울토마토를 꺼내 먹기 시작했다.
섭취 시 10분 동안 마력 1을 올려주는 세준의 A급 마력의 방울토마토.
10개까지 중첩이 가능하기에 동시에 먹으면 마력 10을 올릴 수 있다.
그렇게 마력의 방울토마토를 먹고 마력 버프를 받은 마법사들.
"준비된 마법사들은 마법을 사용해라! 마법 날아간다! 알아서 피해! 다중 매직미사일!"
"파이어볼!"
"파이어 애로우!"
한태준을 시작으로 마법사들이 마법을 사용했다.
마법사들의 마법 폭격으로 살점포식자들의 수가 줄어들며 전선에 잠깐 여유가 생기자
"버프 준비!"
전사들을 지휘하는 피닉스 길드의 길드장 레온이 헌터들에게 소리쳤다.
그리고
우적.우적.
전사들이 주머니에서 꺼낸 세준의 농장물을 먹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체력의 옥수수를, 돈이 좀 있는 헌터들은 비싼 힘의 호박고구마나 힘의 감자를 먹었다.
지금은 세준의 농작물이 많이 보급돼 전체적인 가격이 많이 내려갔지만.
효과를 5배 올려주는 호박고구마와 위암을 치료해 주는 힘의 감자, 시력을 치료해 주는 민첩의 당근 등은 아직도 비쌌다.
체력의 옥수수마저 살 돈이 없는 헌터들은 전투 식량을 먹으며 배를 채웠다.
그렇게 마법사들이 시간을 벌어준 사이 농작물을 먹으며 버프를 얻은 전사들이 다시 살점포식자들과 싸우기 시작했고.
1시간 정도 지나자, 주변을 포위한 살점포식자들을 전부 처치했다.
"휴우. 서둘러 휴식을 취해라! 1시간 후 다음 살점포식자들이 온다!"
털썩.
싸우느라 지친 헌터들이 그 자리에 바로 주저앉았다.
그때
"인간들이여! 우리가 왔다냥!"
세준 컴퍼니의 고양이 직원들이 그들을 방문했다.
"어! 세준 컴퍼니의 유랑 상인들이다!
"공헌도 쌓다 죽으면 다 똥 되는 거야! 빨리 탑코인으로 바꿔서 농작물 구매해!"
돈이 없는 헌터들이 서둘러 공헌도 점수를 탑코인을 바꾸는 사이
"마력의 방울토마토 1000개 줘!"
"나는 체력의 옥수수 100개!"
다른 헌터들이 서둘러 유랑 상인들 앞에 줄을 서고 물건을 사기 시작했다.
이런 유랑 상인들의 보급이 없었다면 아마 탑 4층의 웨이포인트를 지키지 못했을 거다.
그렇게 헌터들이 세준의 농작물을 사고 있을 때
"응? 이건 파인애플?"
마법사 헌터 미엘이 새로운 농작물을 발견했다.
뭐지?
미엘이 소심하게 파인애플을 향해 손을 가져가자
찰싹.
"안 된다냥! 만지지 말라냥!"
고양이 인턴 앨리가 미엘의 손을 때리며 제지했다.
"앗! 왜 때려?!"
"그건 만지면 폭발할 수도 있다냥!"
"뭐? 폭발? 장난이지?"
맛있어서 폭발한다는 말인가?
"장난 아니다냥!"
"그래? 그럼 옵션은 살펴봐도 되지? 조심할게"
"알겠다냥! 진짜 조심해야 한다냥!"
앨리가 찹쌀떡 같은 두 앞발로 파인채플을 조심스럽게 들자, 미엘이 파인애플 위에 조심스럽게 손을 올렸다.
그리고
[한 번 꾹 참은 비명을 지르는 파인애플]
···
..
.
재배자 : 검은탑 탑농부 박세준
유통기한 : 120일
등급 : A
"이거 내가 다 살게!"
파인애플의 옵션을 확인한 미엘이 외쳤다.
"진짜냥?! 좋다냥! 한 개에 1000탑코인이다냥!"
"뭐?! 1000탑코인?!"
거의 10억에 가까운 금액.
'파인애플 1개에 10억은 너무 비싼데···.'
잠시 고민하던 미엘.
"안 살 거면 비켜요. 우리가 사게."
뒤에서 줄을 서고 있던 헌터들이 파인애플을 노리기 시작했다.
"저기 새로운 농작물 파나 봐."
"진짜? 우리 줄 바꾸자!"
거기다 다른 줄 헌터들까지 파인애플에 관심을 보이며 줄을 바꾸자
맞아! 박세준의 농작물은 항상 제값을 했어!
마음이 급해진 미엘은 자신의 판단보다는 박세준의 이름을 믿어보기로 했다.
"알았어! 50개만 줘!"
이게 팔리네?
파인애플을 팔아보라는 테 부회장의 지시가 내려왔을 때 세준컴퍼니의 모든 유랑 상인이 파인애플을 팔기 꺼려했다.
보관도 어렵고, 헌터들에게 인기가 없을 거라고 생각한 것.
그래서 막내인 앨리가 어쩔 수 없이 남은 물량을 모두 챙겨왔는데···
앨리는 그날 파인애플 100개를 팔고 유랑 상인 중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그렇게 유랑 상인들이 떠나고
"적들이 온다!"
"전투 준비!"
다시 시작된 전투.
일단 한 번 사용해 봐야지.
"바람의 힘이여···윈드 블로우!"
미엘은 위력을 알아보기 위해 바람 마법을 사용해 파인애플을 살점포식자 진형의 중간으로 날렸다.
제발 1000탑코인의 값어치를 해줘!
미엘이 날아가는 파인애플을 보며 기도했다.
그렇게 미엘이 기도하는 사이
툭.
파인애플이 살점포식자들 사이에 떨어졌다.
그리고
쩌저적.
충격을 받은 파인애플의 중간이 갈라지며 갇혀있던 마력이 밖으로 거칠게 나왔다.
빼애애애액!
콰과광!
엄청난 비명 소리와 함께 거대한 충격파가 일어났다.
폭발점을 중심으로 반경 50m 안에 있던 살점포식자들이 충격파에 몰살됐고, 반경 100m 안의 적들이 기절했다.
[살점포식자를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1000을 획득했습니다.]
[공헌도가 1 상승합니다.]
···
..
.
[레벨업 했습니다.]
[보너스 스탯 3을 획득했습니다.]
[마력이 5 상승합니다.]
"오! 레벨업!"
미엘이 레벨업 메시지에 기뻐할 때
[폭탄을 사용해 적을 몰살했습니다.]
[폭탄 마법사(C)로 전직할 수 있습니다.]
[전직하시겠습니까?]
전직 메시지가 나타났다.
폭탄 마법사?!
C급이면 자신의 직업인 마법사(D)보다 등급도 높았다.
이건 해야 돼!
미엘은 본능적으로 이게 자신의 운명을 바꿀 선택이라는 느낌이 왔다.
"전직할게."
미엘은 과감히 전직을 선택했고
"크크큭! 터져라!"
그날 혼자서 적의 절반을 처치하며 엄청난 공헌도를 얻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