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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날 아침.

"읏차."

눈을 뜬 세준이 상체를 일으킨 후

냐앙.

테오를 다리에 착용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흐흐흐. 아참에 일어나서 먹는 초코릿은 건강에 좋다고 했어.

세준이 자신에게 유리한 뉴스를 떠올리며 아공간 창고를 열어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초콜릿 벽돌 하나를 집어 또각 손으로 부러뜨려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

"흐흐흐. 달다. 달아."

세준이 입 안에서 녹는 초콜릿의 달달함에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농장을 한 바퀴 거닐고 있을 때

[탑의 관리자가 크리셀라 할머니가 음성 메시지 구슬을 또 보내 달라고 했다고 말합니다.]

에일린이 말을 걸었다.

"그래? 얼마든지 보낼 수 있지."

세준이 에엘린에게 음성 메시지 구슬을 받아

"10번째 탑의 도우미 위대한 은빛용 스텔라 히스론에게 이걸 보낼게."

스텔라에게 보냈다.

하지만

[마력이 부족해 10번째 탑으로 통하는 문을 열 수 없습니다.]

세준에게 쉽게 되는 건 없었다.

어제 세준이 보낼 수 있었던 건 스텔라가 연 통로를 이용한 것. 한마디로 무임승차였다.

"안 되네."

세준은 바로 포기하고, 취사장으로 가서 아침을 만들었다.

잠시 후.

"노예들 소환!"

아침을 먹은 세준이 아작스, 베로니카, 젤가, 오릭을 다시 소환해 재료 손질을 시켰다. 아직 손질한 재료가 300만 인분이나 남았다.

세준도 테오, 꾸엥이와 열심히 재료를 손질했다.

그렇게 모두가 열심히 재료 손질을 할 때

-우리 세준이 요즘 왜 바쁜 거지?

-그러게 뭘 하는 거지?

-준비하는 양이 엄청나던데···

분수대에서 술을 마시던 용들이 세준을 보며 궁금해할 때

-프하하하. 그건 세준이가 나랑 계약을 했기 때문이지.

램터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계약? 세준이가 바쁜 게 용들의 회의 때문이라고?

-뭔가 이상한데? 우리는 아홉이잖아. 근데 세준이가 준비하는 양은 용 1만은 먹을 양인데?

-그러니까. 뭔가 다른 일이 있는 거 아냐?

-프하하하. 아니. 맞아. 세준이가 용 1만이 먹을 음식을 만들어 준다고 했거든.

-뭐?! 1만?! 근데 왜 우리한테 말 안 해?!

-뭐 하러 얘기해? 어차피 우리 애들 먹일 건데.

평소 혼자만 맛있는 걸 먹었던 램터. 램터는 자신만 세준의 음식을 먹는 것에 죄책감이 있었다.

그래서 이 기회에 다른 위대한 붉은용들에게 세준의 음식을 먹이고 싶었다.

하지만

-뭐?!

-그런 게 어디 있어?!

-우리 애들은 입 아냐?!

다른 용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그들의 마음도 램터와 같았다.

-알았어. 그럼 열씩만 데려와.

그래서 램터가 조금 양보했지만

-장난해?!

-열이 뭐야?! 천!

-나도 천!

그들은 막무가내로 용들을 천씩 데려온다고 우겼고

-알았어. 대신 소문나면 안 된다.

-알았어!

-으흐흐흐. 입 다물고 있을게.

-걱정마. 내가 또 자물쇠 티어잖아.

램터는 그들의 입단속을 시키며 허락했다.

그러나

"크히히히. 호쿠스 오빠, 이번에 용들의 회의 때 우리 세준이가 음식 만든다고 했으니까 가서 꼭 먹어."

에일린이 이번 용들의 회의는 먹을 게 많다는 걸 해츨링들에게 알려줬다.

거기다

"브라키오 할머니, 이번 용들의 회의에···."

용용마켓 고객들에게도.

흠···1만 중 천 정도는 우리 몫이겠지?

덕분에 각 용족들은 당연히 자신들의 몫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용들의 회의에 데려갈 용들을 뽑기 시작했다.

3일 후

"흐흐흐. 달다."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달다요!]

늦은 오후 세준이 꾸엥이와 나란히 앉아, 초콜릿을 먹으며 쉬고 있을 때

[씨앗 상점이 열립니다.]

[박세준 님의 등급은 비범입니다.]

11번째 씨앗 상점이 열렸다.

[오늘 판매할 씨앗 5종이 랜덤으로 보여집니다.]

[현재 등급에서는 50탑코인 안에서 씨앗을 원하는 만큼 구매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소시지 나무 씨앗 1개 -50탑코인]

[사탕수수 씨앗 10개 - 45탑코인]

[블루베리 씨앗 10개 - 22탑코인]

[파프리카 씨앗 20개 - 15탑코인]

[양배추 씨앗 50개 - 10탑코인]

나타나는 상품들. 이번에도 예전보다 가격이 조금씩 다 올라 있었다.

하지만

"소···소시지 나무?!"

세준의 시선은 가장 윗줄에 고정돼 있었다.

소시지가 나무에서 난다고?! 말도 안 돼!

예전이라면 의심부터 했겠지만

우유 호수도 있는데.

세준은 이미 다른 신기한 것을 봤기에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일단 다른 상품들도 살펴봤다.

사탕수수, 파프리카, 양배추는 씨앗 상점에서 처음 보는 것들이고, 괜찮은 농작물들이었다.

돈은 넉넉했기에 다 사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50탑코인이라는 구매 한도가 있었다.

그래서 세준은 뭘 구매할지 고민하다 결정했다. 아니. 솔직히 보는 순간 답은 정해져 있었다.

"소시지 나무 씨앗 살게."

소시지로.

[소시지 나무 씨앗 1개를 구매했습니다.]

[씨앗 은행 박세준 님의 계좌에서 50탑코인이 빠져나갑니다.]

[씨앗 상점 마일리지 500점이 적립됩니다.]

[씨앗 상점 마일리지가 총 1101점 적립됐습니다.]

그렇게 결제가 끝나자

[다음 등급 상승을 위해 씨앗 상점 마일리지가 1000점 차감됩니다.]

[박세준 님의 등급이 비범에서 초월로 상승합니다.]

[초월 등급에서는 7종류의 씨앗이 랜덤으로 보여집니다.]

[보여지는 상품에 초월 등급 씨앗이 추가됩니다.]

[초월 등급에서는 씨앗을 500탑코인 금액 안에서 원하는 만큼 구매할 수 있습니다.]

[씨앗 상점 Lv. 3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세준의 씨앗 상점 레벨이 올랐고, 세준의 손 위에 씨앗이 든 작은 가죽 주머니 1개가 떨어졌다.

"흐흐흐. 소시지다."

세준이 조심히 소시지 나무의 씨앗을 땅에 심었다.

[헤헷. 주인님이 좋아하니까, 소시지 나무가 빨리 크게 영양제를 준비해야겠어요!]

그런 세준을 보며 불꽃이가 소시지 나무 새싹이 먹을 수 있는 작은 영양제를 만들기로 했다.

조만간 검은탑에 세계수가 하나 더 생길 것 같았다.

385화. 박 회장은 무적이다냥!

385화. 박 회장은 무적이다냥!

씨앗 상점 본부.

[검은탑 농부 박세준이 소시지 나무 씨앗을 구매했습니다.]

[박세준의 씨앗 은행 계좌에서 50탑코인이 씨앗 상점으로 입금됩니다.]

[50탑코인이 신성력 50으로 변합니다.]

[신성력이 소시지의 신 비엔나에게 분배됩니다.]

"박세준이 내가 올린 소시지 나무 씨앗을 구매했어!"

"비엔나, 축하해."

"축하해. 이제 소시지들이 자라면···."

소시지의 신 비엔나가 환호했고, 다른 신들이 그런 비엔나를 축하해 줬다.

"고마워. 얘들아, 이거 받아."

비엔나는 자신이 어려울 때 신성력을 나눠 받은 것처럼 자신의 신성력을 어려운 신들에게 나눠줬다.

그리고

"박세준!"

"박세준!"

한마음으로 세준의 이름을 연호하는 비전투신들. 물론 그들의 목소리는 너무 미약해 세준에게 닿지 않았다.

그때

쿵.쿵.

"쫑알쫑알 시끄럽군."

거대한 전투신 하나가 지나가며 한마디 하자

······

쥐 죽은 듯 조용해지는 비전투신들.

하지만 예전처럼 비참한 기분이 들지는 않았다.

이제 세준이 주는 신성력 덕분에 신성력이 없어 소멸하는 신이 생기지 않았고, 봉인된 신들도 하나둘 돌아오고 있었다.

그들은 전투신의 발걸음 소리가 멀어지자

"박세준."

"박세준."

조용히 세준의 이름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박세준의 씨앗 상점 등급이 초월로 올랐으니까, 이제 좀 더 비싼 씨앗을 팔 수 있어!"

"빨리 씨앗 상점에 초월 등급 씨앗을 올리자!"

"그럼 난 이거 올려야지! 용과!"

신들이 기대감을 가지고 다음 씨앗 상점이 열리길 기다렸다.

작지만 좋은 쪽으로 비전투신들의 흐름이 변하고 있었다.

***

"좋아. 이제 100만 인분쯤 남았네. 얘들아 오늘도 힘내자!"

"푸후훗. 나 테 부회장은 박 회장 무릎만 있으면 힘낼 수 있다냥!"

꾸엥!

[꾸엥이는 항상 힘이 난다요!]

"응! 형! 나만 믿어!"

"네!"

"오늘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켈켈켈. 맡겨주시죠!"

세준의 말에 힘차게 대답하는 테오, 꾸엥이, 아작스 그리고 다른 탑농부들.

다른 탑농부들이 세준의 지시에 의욕적으로 일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건 바로···

'세준 님 요리 먹는 게 제일 좋아! 에일린 님만 아니면 납치하는 건데, 아쉽네.'

'점심에 세준 님이 또 맛있는 찐감자 주시겠지?'

'켈켈켈. 여기에만 있으면 그레이브 님의 갈굼도 피하고 거기다 맛있는 점심까지···.'

세준이 만들어 주는 식사 때문.

덕분에 그들은 밥 먹을 생각을 하며 즐겁게 일할 수 있었다.

그렇게 모두가 재료 손질에 매진하고 있을 때

낑!

'노랗고 쫄깃한 거 먹으니까 강해졌어!'

세준의 옆에서 블루문의 기운이 담긴 호박고구마로 만든 군고구마 말랭이를 처음 먹은 펜릴이 흥분했다.

낑!

'야! 더 내놔!'

펜릴이 세준 앞에 앉아 군고구마 말랭이를 더 달라고 짖었다.

그러나

"안돼. 간식 많이 먹으면 이따 밥 못 먹어."

세준은 점심에 생선살을 넣은 어죽을 만들 생각이기에 펜릴이 다른 걸로 배를 채우지 않게 군고구마 말랭이를 주지 않았다.

낑···

'나빴어···.'

펜릴은 세준이 군고구마 말랭이를 줄 생각이 없다는 걸 깨닫고는 실망한 듯 힘없는 발걸음으로 취사장을 나왔다.

하지만 그건 세준을 속이기 위한 연기였다.

뚱땅.뚱땅.

펜릴은 취사장을 벗어나자마자, 힘찬 발걸음으로 창조신의 비석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끼히힛.낑!

"히힛. 나에게 비밀 창고가 있지!"

비밀 창고로 간 펜릴이 이것저것 꺼내 배불리 먹고는 땅바닥에 누워

끼로롱.

잠들어 버렸다.

당연히 점심때 배가 가득 찬 펜릴은 세준이 만든 어죽을 조금밖에 먹을 수 없었다.

낑···

'더 먹었어야 되는데···.'

쓰담.쓰담.

아쉬워하며 대자로 누워 있는 펜릴의 배를 세준이 쓰다듬으며

"드디어 마지막이다."

하나 남은 에일린의 주먹 고기를 삼켰다.

꿀꺽.

[에일린의 더 건강한 주먹 고기 조각을 섭취했습니다.]

[에일린의 더 건강 주먹 고기 조각 500개를 전부 섭취했습니다.]

[모든 스탯이 300 상승합니다.]

메시지와 함께 세준은 온몸에 힘이 넘치는 게 느껴졌다.

[모든 스탯이 2000을 넘었습니다.]

[당신의 격이 상승합니다.]

[모든 스탯의 잠재력이 500 상승합니다.]

[다른 기운에 대한 저항력이 10% 추가 상승합니다.]

그와 동시에 모든 스탯이 2000을 달성하며 저항력이 추가로 상승했다.

"에일린, 고마워. 덕분에 강해졌어."

주먹 고기를 다 먹은 세준이 에일린에게 감사를 전했다.

[탑의 관리자가 그대가 강해져서 기쁘다고 말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목걸이 충전도 거의 끝나가니, 조만간 그대를 만났을 때 직접 준비한 요리를 주겠다고 말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자신의 요리 실력이 크게 늘었다며 기대해도 좋다고 말합니다.]

"응···."

또 있었구나.

세준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

미국 텍사스.

헌터들이 살점포식자를 사냥하며 의도치 않게 살점포식자들을 대량으로 번식시켰다.

살점포식자들의 씨앗은 땅에 뿌리를 내리고 빠르게 성장했으며, 다시 헌터들에게 사냥당했다.

며칠간 그런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자, 살점포식자들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헌터들이 처치하는 속도보다 살점포식자가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

그리고 헌터들은 이 상황을 만들어 낸 대가를 치를 때가 왔다.

"도망쳐!"

헌터들이 살점포식자를 피해 도망쳤다.

그러나

꿈틀.꿈틀.

녹색의 줄기들이 가장 뒤처진 헌터의 다리를 휘감았다.

"크억!"

다리를 붙잡힌 헌터가 서둘러 몸을 일으키며 자신의 다리를 감은 줄기를 잘라냈지만, 그사이 줄기 수십 개가 헌터의 몸을 감았다.

그리고

꿈틀.꿈틀.

더 많은 줄기들이 헌터의 몸을 칭칭 감아 도망가지 못하게 해 다시 본체로 끌고 갔다.

그리고

"으악! 살려···."

콰득.

살점포식자의 머리가 헌터를 통째로 삼켜버렸다.

그렇게 헌터를 삼킨 살점포식자의 뒤로 수만 마리의 살점포식자들이 뒤따랐다.

뿌드득.뿌드득.

살점포식자들이 뿌리를 움직이며 다른 헌터들이 도망친 방향을 향해 느릿느릿 이동했다.

그 방향에는 텍사스의 주도 오스틴이 있었다.

***

"좋아. 이제 요리를 시작해야지."

500만 인분을 하루 만에 뚝딱 만들 수는 없기에 세준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수프부터 만들기 시작했다.

수프의 종류는 고구마수프와 감자수프 두 종류.

"늘어나라."

세준이 수호하는 나무 방패를 이용해 화로 두 개에 땔감을 만들어 넣었다.

원래 땔감 제조기였던 끊어지지 않는 봉은 이미 예전에 사망했다.

끊어지지 않는다는 이름과 다르게 쓰다 보니 더 이상 늘어나지 않았고, 세준은 화장으로 고히 보내줬다.

그렇게 화로에 땔감을 넣으며 수프를 끓이고 있을 때

[수호하는 나무 방패의 주인 전투의 신 배틀러가 신기 사용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파직.

메시지와 함께 방패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윽!"

찌릿한 느낌에 세준이 방패를 떨어트렸다.

"박 회장, 괜찮냥?!"

꾸엥?!

[아빠, 괜찮다요?!]

세준의 무릎에 매달려 있던 테오와 요리 보조로 따라온 꾸엥이가 서둘러 물었다.

개복치가 아파하니, 걱정 안 할 수가 없었다.

"괜찮아. 근데 뭐지?"

허락하지 않는다고?

세준이 메시지의 내용을 떠올리며 수호하는 나무 방패를 살펴봤다.

그러자

사용 제한 : 힘 500 이상, 체력 500 이상, 농부 불가

사용 제한에 '농부 불가'라는 조건이 하나 추가돼 있었다. 지금까지 잘 사용했는데, 갑자기 왜?

"그럼 앞으로 나무 베러 다녀야 되네."

세준이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하며 어디서 나무를 베어 올지 고민할 때

"냥! 이 방패가 박 회장을 괴롭혔다냥!"

꾸엥!

[꾸엥이가 아빠 '아야'하게 한 방패 혼내 준다요!]

테오와 꾸엥이는 수호하는 나무 방패를 노려보며 어떻게 벌을 줄지 고민할 때

-너희들은 저 되먹지 못한 농부와 다르게 내 방패를 쓸 자격이 있어 보이는군. 나는 전투의 신 배틀러, 신기 수호하는 나무 방패의 주인이다. 너희들 중 방패를 먼저 잡는 전사에게 내 신기를 쓰게 해주지.

둘에게 전투의 신 배틀러의 거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냥?! 방금 우리 박 회장한테 되 먹지 못하다고 했다냥?!"

꾸엥?!

[방금 꾸엥이 아빠한테 욕 했다요?!]

그건 둘을 더욱 분노하게 할 뿐이었다.

꾸엥!

[아빠 아프게 하고 욕도 했다요!]

흥분을 주체하지 못한 꾸엥이가 수호하는 나무 방패를 하늘 높이 던진 후

꾸엥!

[꾸엥만보권이다요!]

하늘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자신의 공격에 세준이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 만 보 떨어져 있는 적을 공격하는 꾸엥이의 신기술이었다.

물론 더 멀리 있는 적도 공격할 수 있다.

쾅!

꾸엥이의 공격에 방패가 가루가 되며 하늘에서 폭음이 났다.

그때

-이놈! 감히 나의 신기를!

하늘에서 붉은 기운이 꾸엥이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꾸엥이, 위험하다냥!"

테오가 서둘러 냥보를 사용해 꾸엥이 앞에 섰고, 붉은 기운은 테오의 몸속으로 흡수됐다.

"푸후훗. 거대 박 회장, 부탁한···."

테오가 쓰러졌다.

***

씨앗 상점 본부의 옆에 있는 전투 상점 본부.

비전투신들이 씨앗 상점 본부에서 씨앗을 팔듯이 전투신들도 전투 상점 본부에서 무기와 전투 스킬 등을 팔았다.

물론 그 크기와 화려함은 천지 차이였다. 거대한 전투신들의 몸에 맞춰 전투 상점 본부의 크기는 훨씬 거대했고, 더 화려했다.

전투 상점 본부의 어느 방 안.

"크하하하. 드디어 찾았군!"

눈을 감고, 자신의 신기 수호하는 나무 방패의 위치를 찾던 전투의 신 배틀러가 눈을 떴다.

하지만

"근데 내 신기를 왜 하찮은 농부 놈이 쓰는 거지?"

곧 인상을 썼다. 농부 따위가 감히 자신의 신기를 땔감으로 쓰고 있었다.

"이놈!"

그래서 일단 신기를 못 쓰게 사용 제한을 걸고

"주변에 내 신기를 쓸 자격이 있는 전사 없나?"

신기를 이용해 신기 주변을 탐색했다.

그리고

"오! 있군! 그것도 둘이나. 하나같이 대단한 전사들이야!

발견한 둘에게 먼저 잡는 전사에게 자신의 신기를 쓰게 해주겠다고 말했는데···

"이놈! 감히 내 신기를 부숴!"

배틀러는 흥분하며 신기를 통해 자신의 영혼을 강림시켰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놈에게 강림해 몸을 뺏고, 주변에 있는 이들의 탑코인을 뺏어서 돌아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중간에 테오가 끼어들면서 목적지가 변했다.

'뭐 고양이 놈의 몸도 쓸만하니···.'

배틀러는 큰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테오의 정신체를 잡아 소멸시키고, 몸을 지배하려 했다.

그러나

-어떻게 나보다 거대한 정신체가···

테오의 정신세계에 들어온 배틀러는 자신을 내려다보는 거대한 정신체를 보며 당황했다. 자신보다 머리 세 개는 컸다.

그것보다 더 당황스러운 건 저 거대한 정신체가 몸의 주인이 아니라는 것. 뭐지? 나보다 먼저 들어온 놈이 있었나?

배틀러가 상대가 누군지 파악하기 위해 열심히 머리를 굴릴 때

"거대 박 회장, 혼내주라냥!"

거대 세준의 무릎에 매달린 테오가 배틀러를 가리키며 외쳤고

쿵.쿵.

거대 세준이 배틀러를 향해 달려가 주먹을 날렸지만

쾅!

배틀러에게 어퍼컷을 맞고 쓰러지는 거대 세준. 싸움 실력은 현실 그대로였다.

-크하하하. 그 정도 실력으로 감히 나 전투의 신 배틀러에게 덤비다니!

쾅!쾅!

배틀러가 웃으며 거대 세준에게 다가가 마구 패기 시작했다.

그러나

"거대 박 회장, 일어나라냥! 박 회장은 무적이다냥!"

그건 세준의 무릎 광신도 테오를 더욱 강한 광신도로 만들 뿐이었다.

"박 회장은···무···적···."

테오의 믿음을 양분으로 거대 세준의 크기가 더욱 거대해졌다.

386화. 역시 진짜 박 회장 무릎이 최고다냥!

386화. 역시 진짜 박 회장 무릎이 최고다냥!

검은탑 관리자 구역.

"크히히히. 찾았다!"

몇 시간 동안 멸망 탐지기로 멸망을 찾고 있던 에일린이 멸망의 위치를 찾고 기뻐할 때

[검은탑 탑농부 박세준이 소유한 신기 하나가 사라졌습니다.]

[거탑 달성 조건 중 하나가 미달성으로 변합니다.]

수정구에 알람이 나타났다.

"뭐?! 어떤 놈이 감히 우리 세준이 신기를···."

에일린이 서둘러 수정구로 세준을 찾아, 세준의 신기를 없앤 존재를 찾았다.

하지만 수정구 안에는 수상한 존재가 보이지 않았다.

"세준아, 걱정 마! 내가 해결해 줄게! 할아버지-!"

에일린이 카이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

-뭐?! 감히 우리 세준이 신기를 건드려?! 알았다. 나에게 맡기거라.

에일린의 말을 전해 들은 카이저가 서둘러 세준에게 날아갔다.

그리고

"테 부회장, 정신 차려!"

꿰엥!꿰엥!

[큰형아, 꾸엥이 지키다 그랬다요! 죽으면 안된다요!]

카이저가 본 건 쓰러진 테오를 안고 있는 세준과 옆에서 자지러지게 울고 있는 꾸엥이였다.

-세준아, 무슨 일이냐?

"카이저 님, 도와주세요! 우리 테오가 붉은빛을 맞더니, 쓰러졌어요!"

-붉은빛?

꿰엥···꿰엥···

[꾸엥이가 신기가 아빠한테 까불어서···혼내주다가 부쉈는데···]

꾸엥이가 조금 전 상황을 설명했다.

-전투의 신 배틀러의 음성을 들었다고?

꿰엥!

[그렇다요!]

꾸엥이의 설명을 들은 카이저.

'직접 강림한 건가?'

그렇지 않아도 테오의 몸에서 다른 기운이 느껴져 의아했는데, 이제야 이해가 됐다.

배틀러 녀석, 테오의 몸을 뺏기 위해 들어간 건가?

-걱정하지 말거라. 내가 해결해 주마. 멘탈 다이브.

카이저가 테오의 몸에 검은용 조각상의 손을 올리고 테오의 정신세계로 들어갔다.

***

-뭐···뭐냐?!

점점 덩치를 키우는 거대 세준을 보며 전투의 신 배틀러는 경악했다. 여기서 더 커질 수 있다고?

저 정도 크기의 정신체가 되려면 엄청난 양의 신성력이 있거나, 이 정신세계의 주인이 엄청난 믿음을 줘야 한다.

그냥 엄청난 믿음도 아니고, 일말의 의심도 없는 절대적인 믿음을 줘야지 저런 크기가 설명된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한데···

누구나 자아라는 게 있기 때문에 자신보다 누군가를 절대적으로 신뢰한다는 건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요즘처럼 신성력 모으기 힘든 시기에 신성력으로 저런 크기를 유지하는 신이 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이해할 수 없는 현상.

짝!

-지금 중요한 건 그딴 게 아니지. 나는 전투의 신 배틀러. 어떤 적도 이긴다!

전투의 신 배틀러가 자신의 뺨을 때리며 투지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소용없는 짓이었다.

"푸후훗. 이제 초거대 박 회장이 됐다냥! 초거대 박 회장, 배틀러를 혼내주라냥!"

"혼내···준다···."

초거대 세준의 무릎에 달라붙은 테오의 외침에 초거대 세준이 느릿하게 손을 뻗었다.

-흥!

배틀러는 코웃음을 치며 가볍게 세준의 손을 피하려 했지만

쿠우웅.

'윽! 움직일 수가 없어!'

초거대 세준의 손이 만드는 영압에 꼼짝도 할 수 없었고, 배틀러는 세준의 손에 잡혀 포로 신세가 됐다.

-전쟁의 신인 내가 포로라니···

이것만 해도 이미 충분히 치욕적인데···

"감히 우리 박 회장을 무시했다냥! 그리고 내 동생 꾸엥이를 해치려 했다냥! 혼내준다냥!"

찰싹.찰싹.

배틀러의 손톱보다 작은 테오의 앞발 싸대기까지 맞아야 했다. 아프지 않아 더 농락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이놈! 전사의 긍지도 모르느냐?! 전사의 대우를 해달라!

모욕을 참을 수 없는 배틀러가 소리쳤다. 동시에 기회만 생기면 도망칠 준비를 했다.

초거대 세준의 힘이 강하기는 했지만, 배틀러를 소멸시킬 정도의 힘은 없었다. 다시는 내가 검은탑에 기웃거리나 봐라.

배틀러가 이를 갈 때

"냥?! 전사의 대우 같은 거 모른다냥! 대신 도장 찍게 해주겠다냥!"

테오의 말과 함께 계약서가 나타났다.

-뭐?! 도장?!

도장이라는 말에 배틀러가 인상을 썼다. 도장 잘못 찍었다가 나락간 신을 많이 봤기 때문.

"푸후훗. 그렇다냥! 여기다 찍으면 된다냥!"

-싫다!

배틀러가 도장을 찍지 않기 위해 엄지손가락을 말아쥐며 주먹을 꽉 쥐었지만, 그래도 작은 틈이 생기는 어쩔 수 없었다.

"푸후훗. 나 테 부회장은 포기하지 않는다냥!"

고양이인 테오는 어렵지 않게 그 틈으로 들어가

꾹.

계약서에 배틀러의 엄지를 찍었다. 너무 작아서 배틀러에게는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하지만

"냥?!"

왜 안 찍히냥? 계약서에 배틀러의 엄지 도장이 찍히지 않았다.

"이상하다냥!"

테오는 여러 번 시도해도 도장이 찍히지 않자

"나의 노예 개론 나와라냥!"

개론을 소환했다.

-테오 님, 부르셨습니까?

"그렇다냥! 개론, 도장이 왜 안 찍히는 거냥?"

테오가 계약서에 배틀러의 엄지를 찍으며 물었다.

-아. 이런 경우는 상대와의 격 차이가 클 때 생기는 현상이에요. 상대가 거부하면 도장을 못 찍어요.

"냥?! 그럼 승낙하면 찍을 수 있냥?!"

-네. 상대가 승낙하면 가능하죠.

"푸후훗. 알겠다냥!"

배틀러에게 허락을 받아내야겠다냥!

-테오 님, 근데 이 손의 주인이 누구에요?

"전투의 신 배틀러라는 녀석이다냥!"

-네?! 전투의 신 배틀러요?!

전투의 신 배틀러를 노예로 만들려고 하신 거야?!

"개론도 아는 녀석이냥?!"

-그럼요! 최상위 신 중 하나잖아요!

개론이 흥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런데···분명 불가능한데···개론의 머릿속에는 '테오 님이면 가능할지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테오 님이 배틀러의 도장을 받으면 서열이···내가 선배니까 더 높겠지?

자신의 부하가 전투의 신 배틀러라니, 보석개구리의 신 개론의 가슴이 웅장해졌다.

"테오 님, 힘내십시오!"

"푸후훗. 알겠다냥! 개론은 그만 돌아가라냥!"

테오가 개론을 역소환하고 다시 틈을 빠져나왔다.

"배틀러, 도장 찍는 거 허락하라냥!"

-흥! 내가 죽으면 죽었지, 도장은 절대 안 찍어!

"찍어라냥!"

-싫다!

배틀러는 도장을 안 찍겠다고 버텼고

"초거대 박 회장, 혼내주라냥!"

꽈악!

테오의 외침에 초거대 세준이 손에 힘을 줘 배틀러를 옥죄기 시작했지만

-어림도 없다!

배틀러는 끝까지 거부했다.

"찍어라냥!"

-싫다!

그렇게 태오와 배틀러의 실랑이가 이어지고 있을 때

-어?! 뭐지? 내가 잘못 들어왔나? 그러기에는 세준이 정신력이 이렇게 강할 리가···

테오의 정신세계에 나타난 위대한 검은용 카이저가 자신보다 훨씬 큰 초거대 세준을 보며 당황했다.

분명 테오의 정신세계에 들어왔는데, 거대한 세준이 보이니 세준의 정신에 들어왔다고 착각한 것.

"푸후훗. 카이저 님, 너무 반갑다냥!"

그런 카이저를 향해 초거대 세준의 무릎에 매달린 테오가 반갑게 인사했다.

테오는 카이저를 보자, 도장을 찍을 방법이 떠올랐다. 격의 차이가 있다면 줄이면 된다냥!

-테오 녀석,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군.

자신에게 앞발을 흔들며 인사하는 테오를 보며 사태를 파악한 카이저가 혀를 내둘렀다.

테오가 세준을 신뢰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정말 밑도 끝도 없는 믿음이었다.

테오에게 세준은 신이었다. 그것도 절대신. 어떤 신도 테오의 정신세계 안에서는 세준을 이길 수 없을 거다.

-테오, 근데 배틀러는 어디 있느냐?

"푸후훗. 저기 있다냥!"

테오가 초거대 세준의 손을 가리키자, 거기에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배틀러가 보였다.

-크흐흐흐. 아니. 이게 누구야? 전투의 신 배틀러잖아.

원래 배틀러와 전투까지 각오하고 왔던 카이저.

카이저가 고개를 돌리며 얼굴 마주치길 꺼리는 배틀러와 일부러 집요하게 얼굴을 마주하며 약 올리듯이 말했다.

둘은 탑이 생기기 전부터 아는 사이로, 좋은 관계는 아니었다.

-이익!

카이저에게 치욕적인 모습을 들킨 배틀러는 이 자리를 도망치고 싶었지만, 초거대 세준에게 잡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때

"푸후훗. 카이저 님, 여기다 도장 한 번만 찍어달라냥!"

테오가 그런 카이저를 향해 계약서를 내밀었다.

-도장?

"그렇다냥! 여기다 찍으면 된다냥!"

테오가 계약서의 갑란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 옆에는 이미 테오의 발도장이 찍혀 있었다.

카이저의 도장을 받아 격을 높이고, 배틀러의 도장을 받을 생각이었다.

-크하하하. 그럼. 당연히 찍어줘야지.

쿵.

카이저가 흔쾌히 계약서의 갑란에 도장을 찍었다.

"카이저 님, 고맙다냥! 이제 도장 받을 수 있다냥!"

아냐. 내가 더 고맙지. 배틀러가 노예가 되는 장면을 직접 구경할 수 있다니.

-어서 도장을 찍거라.

"푸후훗. 알겠다냥!"

카이저의 도장을 받은 테오가 신나게 달려가 배틀러의 손 틈 안으로 들어갔고

꾸욱.

배틀러의 도장을 받았다.

-이럴 수가···분명 막았는데, 어떻게?! 내가 노예라고?! 전투의 신 배틀러가?! 말도 안 돼!

"푸후훗. 말 된다냥! 노예야, 박 회장이 쓸 좋은 거 내놓으라냥!"

테오가 노예가 된 배틀러에게 삥을 뜯었고

-크하하하. 배틀러, 저 녀석 좋은 거 많이 가지고 있으니까 다 달라고 해.

"푸후훗. 알겠다냥!"

카이저는 옆에서 그런 테오를 응원하며 테오에게 삥을 듣기는 배틀러를 구경했다.

잠시 후

"냥?! 정말 이게 다냥?! 가진 거 더 나올 때마다 카이저 님 브레스 한 대다냥!"

품에 배틀러에게서 뺏은 스탯을 올려주는 물약과 스킬석, 무기들이 가득 안은 테오가 물었다.

-이제 진짜 없다···

배틀러가 자포자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냥?! 왜 신기는 없냥?! 신기 내놓으라냥!"

-뭐?!

지금까지 뜯을 거 다 뜯어 놓고 또 당당하게 신기를 내놓으라는 테오의 말에 배틀러는 어이가 없었다.

-신기가 그렇게 흔한 건 줄 알아?!

"진짜 신기가 없냥?

-그래. 하나 찾은 것도 곰탱이가 부쉈잖아···

찰싹.

"곰탱이 아니고 내 동생 꾸엥이다냥! 근데 배틀러 완전 개털이다냥!"

꾸엥이를 곰탱이라고 부른 배틀러를 혼내주며 테오가 무시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뭐?! 나 정도면 엄청 가진 거라고!

테오의 말에 혈압이 오른 배틀러가 흥분해서 외쳤다.

"알겠다냥! 믿어 주겠다냥! 다음에는 분발해서 더 많이 가져오라냥!"

-흥! 아마 다시 만날 일은 없을 거다!

강림 시간이 다 된 배틀러가 후련한 목소리로 소리치며 사라졌다.

그리고

"푸후훗. 또 만나게 될 거다냥!"

테오가 사라진 배틀러가 있는 자리를 보며 말했다. 왠지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테오, 그럼 밖에서 보자.

"푸후훗. 알겠다냥!"

카이저가 사라지자, 봇짐에 배틀러에게 받은 물건을 챙긴 테오.

"초거대 박 회장 무릎 또 만나자냥!"

테오가 초거대 세준의 무릎을 꽉 안으며 눈을 감았다.

"냥···."

"테 부회장, 괜찮아?"

기절한 테오가 눈을 뜨자, 세준이 걱정하는 목소리로 물었다.

카이저가 괜찮다고 말하고 돌아갔지만, 그래도 걱정이 됐다.

하지만

"푸후훗···눈 떠도 박 회장 무릎에 있다냥! 역시 진짜 박 회장 무릎이 최고다냥!"

자신의 무릎에 신나게 몸을 비벼대는 테오를 보니, 카이저의 말대로 걱정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았다.

"뭐라는 거야? 그만 일어나."

수호하는 나무 방패가 없어지며 죽을 끓일 나무를 구해야 하는 세준이 서둘러 일어나려 했다.

그때

"푸후훗. 박 회장, 나 좋은 거 있다냥!"

테오가 봇짐을 털어 배틀러에게 받은 물건을 꺼냈고, 세준이 다시 앉아 테오가 꺼낸 물건들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거기에는 땔감으로 쓸 끊어지지 않는 봉도 2개나 있었다.

"오. 테 부회장, 잘했어!"

"푸후훗. 나 테 부회장은 원래 잘한다냥!"

테오가 자신의 이마를 쓰다듬는 손에 이마를 열심히 비비며 거만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387화. 그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387화. 그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검은탑 4층.

"안녕하십니까. 테오 님의 지시로···."

테오가 보낸 노예들이 포도 농장에 도착하자

"반갑다. 신입들! 본 교관은 코토라고 한다! 골품제 타도!"

선배 노예 코토가 신입 노예들을 맞이했다.

노예들이 포도 농장에 적응할 수 있도록 간단한 교육을 거친 후 살점포식자와의 전투에 내보내기 위해서였다.

"네?"

코토의 마지막 외침에 당황하는 신입 노예들. 그게 뭔데?

하지만

"골품제 타도!!!"

그에 굴하지 않고 다시 외치는 코토.

"고···골품제 타도!!!"

에라. 모르겠다. 눈치를 보던 노예들이 서둘러 코토의 말을 복창했다.

이미 꼬인 인생이지만, 여기서 더 꼬이면 진짜 피곤해질 것 같았기 때문.

그렇게 신입 노에들이 '골품제 타도'를 외치자

"반갑다. 신입. 우는 해골단에 가입한 걸 환영한다. 골품제 타도!"

"골품제 타도!"

신입 노예들은 영문도 모르고 우는 해골단에 가입됐고, 뜻하지 않게 골품제 타도를 외치게 됐다.

그리고

케에엑!

"적들이 온다! 공격!"

"골품제 타도!!"

"적이 왼쪽에서도 온다!"

"골품제 타도!!"

그건 그들의 구호가 됐다.

계속 유입되는 테오의 노예들로 인해 포도농장의 전선은 오늘도 안정적으로 유지됐고, 세준의 공헌도도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

검은탑 99층.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이거 끝나면 별 다섯 개 도장 또 받는다요!]

또각.또각.

꾸엥이가 끊어지지 않는 봉에 마력을 주입해 늘리고 부러트리며 땔감을 화로에 넣는 동안

"푸후훗. 여기도 쓰다듬어 달라냥!"

"그래."

세준은 한 손으로는 테오의 배를 쓰다듬으며 다른 손으로는 테오가 배틀러에게 강탈한 물건들을 살펴봤다.

[전사의 물약]

섭취 시 30초 동안 모든 스탯이 30% 상승합니다.

남은 양 : 10방울

사용 제한 : 없음

제작자 : 전투의 신 배틀러

등급 : S

뭐지? 테오가 이거 신한테 받았다고 했는데?

세준이 전사의 물약 옵션을 보며 의아해했다.

효과가 내 콩보다 못하다고?

자신의 콩은 동시에 4개를 먹어야 하지만, 모든 스탯을 300% 올려준다.

근데 이건 고작 유지 시간 30초에, 모든 스탯 30% 상승이라니···

혹시 신이 만든 건 아닌가 해서 내용을 다시 확인하니, 제작자에 전투의 신 배틀러라고 정확히 쓰여 있었다.

자신의 농작물보다 못한 아이템을 만드는 신이라니···

"배틀러라는 신 엄청 약한가 보네."

세준은 배틀러가 약한 신이라고 생각했다.

테오에게 물약을 강탈당한 것도 억울한데 약한 취급까지 받다니, 배틀러가 알았다면 분노할 일이었다.

세준은 이어서 스킬석을 살폈다.

[전투 스킬석 - 전사의 함성]

스킬석에 마력을 주입할 경우 스킬 : 전사의 함성을 배울 수 있습니다.

사용 제한 : 전사 관련 직업

등급 : A+

"마력을 주입하라고?"

세준은 전투 스킬을 배울 수 있다는 기쁨에 바로 스킬석에 마력을 주입했다.

하지만

[전사 관련 직업이 아니라 스킬을 배울 수 없습니다.]

사용 제한에 걸려 컷 당했다. 역시 안 되네. 치사하다. 치사해.

세준은 스킬석들을 주머니에 넣고

"냥?"

테오의 목덜미를 잡아 무릎에 착용했다.

그리고 수프를 크게 한번 저어준 후 양조장으로 향했다.

"발효."

포도주에 발효 스킬을 사용하고, 이양주에 덧술을 넣어 잘 밀봉했다. 이제 이틀 정도만 기다리면 삼양주는 완성이었다.

그렇게 양조장 일까지 끝내자, 어느덧 저녁 시간.

세준이 수프를 끓이는 화로불에 생선과 옥수수를 굽고 있을 때

[탑의 관리자가 검은탑 60층에서 멸망의 위치를 찾았다고 말합니다.]

"그래? 그럼 탑 60층 땅문서부터 확보해야겠네. 고마워. 에일린. 이거 먹어봐."

세준이 저녁으로 만들고 있던 콘치즈를 에일린에게 보냈다.

[탑의 관리자가 옥수수는 톡톡 터지고, 치즈는 쭉쭉 늘어나서 진짜 맛있다고 말합니다.]

"응. 앞으로도 내가 맛있는 거 만들어 줄 테니까, 에일린은 요리 안 해도 돼."

세준이 자신의 바람을 담아 조심스럽게 말했다.

[······]

"에일린?"

이후로 에일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뭐지? 내가 요리하지 말라고 해서 화났나?"

불쌍한 모태솔로는 오늘도 오해를 했다.

그때

"냥?"

무언가를 느낀 테오가 고개를 들어 밖을 바라봤다.

[북동쪽 20km 떨어진 지점에서 다수의 펜릴의 코어 조각이 탐색됐습니다.]

갑자기 세준의 앞에 나타나는 메시지.

"얘들아, 모여!"

메시지를 확인한 세준이 서둘러 꾸엥이와 재료 손질을 하고 있던 탑농부 넷을 모두 불렀다.

하나도 아니고 다수라니, 적의 습격이 분명했다.

[북동쪽 10km 떨어진 지점에서 다수의 펜릴의 코어 조각이 탐색됐습니다.]

일행이 모이는 사이 적과의 거리는 절반으로 줄어들어 있었다.

"이제 9.5킬로 남았어."

세준이 일행에게 적과의 거리를 알려줄 때

"박 회장, 적 아니다냥! 이오나다냥!"

테오가 세준에게 말했다.

"이오나? 지금 오고 있는 게 이오나라고?"

"푸후훗. 그렇다냥!"

"그래?···후훗. 사실 밥 먹으라고 부른 거야."

일행을 부른 게 민망해진 세준은 어물쩍 취사장으로 들어갔고, 일행들도 세준을 따라 취사장으로 들어갔다.

몇 분 후.

"뀻뀻뀻. 세준 님, 안녕하세요!"

"응. 어서 와."

어느새 도착한 이오나가 테오의 꼬리를 감은 채 세준에게 인사했다.

"테오 님, 이거요. 저번에 챙기시는 거 보고 가져왔어요."

세준과 인사한 이오나가 테오에게 펜릴의 코어 조각 10개를 건넸다.

"푸후훗. 이오나, 고맙다냥! 박 회장, 이것 보라냥!"

테오는 이오나에게 펜릴의 코어 조각을 받자마자 바로 세준에게 바쳤다. 푸후훗. 칭찬해 달라냥!

"테 부회장, 훌륭해."

"푸후훗. 나 테 부회장은 원래 훌륭하다냥!"

세준의 칭찬에 테오가 우쭐한 목소리로 말하는 사이

고마워.

아니에요.

세준은 이오나와 눈으로 얘기를 나눴다.

세준은 테오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후 콘치즈를 먹으며 펜릴의 코어 조각을 살폈다.

끼히힛.낑!

'히힛. 너무 맛있어!'

코어 조각의 진짜 주인 펜릴은 콘치즈에 빠져 자기 코어 조각이 옆에 있는 줄도 몰랐다.

"대부분 0.01%짜리 이하네."

세준은 코어 조각에 담긴 힘을 확인한 후 아공간 참고에 잘 숨겨놨다.

그리고 일행들과 얘기를 나누며 즐거운 식사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저녁 식사가 끝나자

철푸덕.

낑···

'집사야, 나 배불러···."

콘치즈를 잔뜩 먹고 배가 뽈록 나온 펜릴이 세준의 앞에 대자로 누워 도움을 요청했고

"알았어."

세준은 펜릴의 배를 쓰다듬어 소화를 도왔다.

잠시 후

끼로롱.

세준의 쓰다듬을 받던 펜릴은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흐흐흐. 재웠다."

세준은 펜릴을 침대에 눕히고 나와, 이오나가 가져온 펜릴의 코어 조각을 밭에 묻었다.

그리고

꿀꺽.

[약쑥을 섭취했습니다.]

[모든 스탯이 20 상승합니다.]

[수명이 3개월 늘어납니다.]

[쓴맛이 나는 약을 섭취했습니다.]

[재능 : 체력에 좋은 약이 쓰다가 발동합니다.]

[체력이 9 상승합니다.]

"으. 적응이 안 된···."

약쑥을 먹고 기절했다.

자칫 배틀러로 인해 큰일이 날 뻔했던 세준의 입탑 395일 차가 테오 덕분에 무사히 지나갔다.

***

미국 텍사스의 주도 오스틴.

-시민 여러분들은 군인들의 통제에 따라 도시를 빠져나가시기 바랍니다.

도로는 현재 오스틴으로 몰려오는 살점포식자를 피해 대피하는 차량으로 꽉 차 있었다.

그렇게 오스틴의 도로가 피난민으로 마비된 사이

"빈틈이 있는지 확인해라!"

"네!"

주변 도시에서 급하기 파견 나온 300명의 헌터들이 오스틴의 경계에서 살점포식자와 싸울 준비를 했다.

단단한 벽이 있는 곳의 길을 차들을 눕혀 몇 겹으로 쌓은 튼튼한 바리케이드를 만들었다.

그들은 이곳에서 3일 정도 버티며 피난민들이 도시를 빠져나갈 시간을 벌 생각이었다.

그렇게 그들이 적을 기다리며 진지를 점검할 때

케에엑.

살점포식자 무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뿌드득.뿌드득.

10분 정도가 지나자, 헌터들이 만든 진지에 도착한 살점포식자.

살점포식자들은 당연히 그들이 만든 바리케이드에 막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공격! 저놈은 화염 마법 내성이 높으니까, 마법사들은 바람 마법 위주로 싸워라!"

"네!"

"절대 무리하지 마라! 시간만 끌면 된다!"

검이나 창을 든 헌터들은 바리케이드 위에 올라가 살점포식자이 다른 곳으로 가지 않게 유인했고

활이나 마법을 쓰는 헌터들은 높은 건물 위에서 살점포식자들을 공격하다가, 가끔 우회하는 놈을 처리했다.

2시간 후.

바리케이드 앞의 땅은 살점포식자들이 죽으며 흘린 액체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핑.

"소렌, 이 정도면 일주일도 버티겠는데?"

무리에서 벗어나 우회하려는 살점포식자의 머리와 연결된 줄기를 정확히 쏴 머리와 줄기를 분리시킨 헌터가 동료에게 말했다.

"그러게. 사람들 괜히 대피시킨 거 아···."

소렌이 대답할 때

고오오오.

바리케이드 앞쪽에서 갑자기 살점포식자들이 죽으며 흘린 액체가 뭉쳐지기 시작했다.

살점포식자들의 시체가 쌓이자, 그 시체를 이용해 할파스가 추가로 재앙을 보낸 것.

그리고 그것은 곧 거대 거머리로 변신했다.

"어?! 거머리다! 피···."

쾅!

소렌이 바리케이드를 지키는 헌터들에게 말을 다 전하기도 전에 거대 거머리가 바리케이드를 덮쳤다.

헌터들이 거대 거머리 몸에 삼켜져 피를 빨리고 순식간에 미라로 변했다.

"저건 포도가 없으면···후퇴한다."

헌터들이 서둘러 준비해 둔 차를 타고 진지를 벗어났다.

하지만

쿠구궁.

땅이 진동하더니

쾅!

땅 밑에서 거대 거머리가 차를 삼켜버렸다. 거대 거머리는 한 마리가 아니었다.

케에엑!

그렇게 살점포식자와 거대 거머리가 함께 오스틴으로 진입했다.

그리고 오스틴에는 아직 대피하지 못 한 시민 200만 명이 있었다.

***

검은탑 99층.

밤이 깊어지자

(뱃배! 모두들 좋은 밤이에요!)

황금박쥐 뱃뱃이가 활동을 시작했다.

뱃뱃이는 일어나자마자

파닥.파닥.

취사장으로 가서 세준이 준비한 과일을 먹기 시작했다.

쭙.쭙.

(뱃뱃! 포도 너무 맛있어요!)

그렇게 식사를 끝낸 뱃뱃이.

아직도 끓여지고 있는 수프를 세준 대신 한번 저어주고

"안녕, 나는 뱃뱃이야. 반가워."

아직 싹도 나지 않은 소시지 나무에게 가 인사도 했다.

그리고 수련을 위해 동쪽의 동굴로 향했다. 평소처럼 형들의 스킬을 수련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뱃!)

(뱃!)

오늘은 꽤나 애를 먹고 있었다.

(뱃뱃···꾸엥이 형님의 이번 기술은 어렵네요···)

꾸엥이의 신기술 꾸엥만보권 때문. 아무리 연습해도 멀리 있는 목표만 정확히 때리는 건 어려웠다.

(뱃뱃! 그래도 저는 포기하지 않아요!)

뱃뱃이가 기합을 지르며 일보에서부터 수련을 시작했다.

그리고

(뱃뱃. 천이백 보까지 성공했어요!)

뱃뱃천이백보권을 완성한 뱃뱃이가 만족스러운 얼굴로 집으로 날아갔다.

그때

[뱃뱃이, 힘 다 충전됐어?]

지구의 상황이 급해지자, 불꽃이가 뱃뱃이를 찾아왔다. 자신이 나설 수는 있지만, 적의 사이즈가 너무 작았다.

(아니요. 근데 거리가 얼마나 되요?)

[거리? 대략 1만 2000km?]

(뱃뱃. 그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떻게?]

(뱃뱃. 방금 저 신기술 연습했거든요!)

뱃뱃이의 일보는 꾸엥이의 일보랑 많이 달랐다.

(뱃뱃. 불꽃이 님, 그럼 지구에서 봐요!)

그렇게 지구로 이동한 뱃뱃이.

[저쪽이야!]

(뱃뱃! 네! 뱃뱃천이백보권!)

뱃뱃이가 오스틴을 향해 신기술을 사용했다.

388화. 꾸엥아, 오릭을 매우 쳐라!

388화. 꾸엥아, 오릭을 매우 쳐라!

미국 텍사스 오스틴.

시내는 몬스터가 도시에 진입했다는 소식을 듣고 타고 가던 차에서 내려 도망가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리고

케에엑

얼마 지나지 않아, 멀리서 살점포식자가 모습이 드러내자

"비켜!"

"빨리 가라고!"

"도망쳐!"

사람들은 가진 짐을 버리고 서둘러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도로는 차로 가득했고, 차 사이의 길은 두 명이 간신히 지나갈 정도로 좁았다.

사람들은 길이 막혀 빨리 가고 싶어도 빨리 갈 수 없었다.

케에엑!

쾅!

다행히 살점포식자들은 길을 막은 차를 치우느라 이동속도가 느려졌다.

"침착합시다! 질서 있게 이동하면 우리가 저놈들보다 더 빨리 이동할 수 있습니다!"

"그래요! 천천히 이동해도 다 살 수 있어요!"

두려움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하나둘 용기 있게 소리를 냈고.

그 소리에 이성을 되찾은 사람들이 질서를 지키며 이동하기 시작했다.

질서 있게 이동하자, 서두를 때보다 오히려 걸음이 빨라지며 살점포식자와의 거리가 조금씩 벌어졌다.

그렇게 사람들이 살점포식자와의 거리를 벌릴 때

쿠구궁.

거대 거머리가 갑자기 땅속에서 나와 오스틴을 빠져나가는 피난민의 선두를 덮쳤다.

땅속으로 이동해 온 것.

"꺄악! 살려줘!"

"도망쳐!"

이제 도시를 빠져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 안도하고 있던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앞에는 거대 거머리, 뒤에는 살점포식자.

진퇴양난의 상황.

그때

쾅!

하늘에서 보이지 않는 뭔가가 거대 거머리를 납작하게 눌러 버렸다.

"어?!"

그리고 하늘에는 구름을 가른 뭔가의 모양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거대한 박쥐의 모양이었다.

물론 거대 거머리가 있던 땅에도 같은 모양이 새겨져 있었다.

뱃뱃이의 뱃뱃천이백보권이었다.

불꽃이가 지구는 둥글다고 알려줬고, 불꽃이의 말을 들은 뱃뱃이는 곡사로 스킬을 사용했다.

때문에 하늘에서 떨어진 것.

쾅!쾅!

이어서 살점포식자가 있는 곳에도 폭음과 함께 박쥐 문양이 새겨지며 몬스터들이 대부분 처리됐다.

아무래도 보이지 않는 곳을 처리하다 보니, 완전히 처리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남은 살점폭식자의 수는 다 합쳐도 100마리 정도기에 헌터들이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수였다.

(뱃뱃! 불꽃이님, 그럼 저는 이만 돌아가 볼게요!)

[그래. 수고했어.]

서울 강남의 한라 빌딩 옥상에서 미국의 몬스터들을 처리한 뱃뱃이가 다시 탑으로 돌아갔다.

그런 뱃뱃이의 발에는 당연히 세준이 좋아할만 한 음식이 들려있었다.

그리고

"흐흐흐. 조회수 좀 나오겠는데?"

한 너튜버가 뱃뱃이가 미국을 향해 날개를 펄럭이고 사라지는 걸 찍어 영상을 올렸다.

***

검은탑 99층.

"읏차!"

아침이 되자 눈을 뜬 세준.

[대지의 보석의 봉인이 풀렸습니다.]

[대지의 보석에 봉인돼 있던 옹달샘의 신 폰츠가 봉인에서 풀려납니다.]

[옹달샘의 신 폰츠가 자신의 봉인을 풀어준 대상에게 은혜를 갚습니다.]

[옹달샘의 신 폰츠가 1평 땅에 옹달샘을 만들어 은혜를 갚습니다.]

[자는 동안 가진 생명력의 10%를 저장했습니다.]

[생명의 구슬이 5.75% 완성됐습니다.]

[24시간 동안 마력이 0.1 축적됐습니다.

[마력이 0.1 상승합니다.]

잠시 누운 채로 메시지들을 확인했다.

"옹달샘?"

지금까지 신들의 보상을 생각해 보면 그냥 물은 아닐 거다.

"흐흐흐. 뭐지?"

궁금증이 일어난 세준.

"냐앙···"

자는 테오의 목덜미를 잡아 일어난 후 테오를 무릎에 착용했다.

그러자

"푸후훗···"

테오가 세준의 무릎을 꽉 안으며 기분 좋게 웃었다.

녀석···

흐뭇함에 입꼬리가 올라간 세준이 벽에 날짜를 표시하고 밖으로 나왔다.

당연히 테오의 꼬리에서 자는 이오나도 함께였다.

그렇게 옹달샘을 찾아 나선 세준.

하지만

"어디 있는 거지?"

농장을 한 바퀴 다 돌아도 옹담샘을 찾을 수 없었다.

"이따 꾸엥이한테 찾아달라고 해야겠다."

꾸엥이는 염력으로 날 수 있으니, 하늘에서 보면 잘 보일 거다.

"뀻뀻뀻."

옆에 이오나가 있었지만, 오랜만에 테오의 꼬리를 감고 기분 좋게 자는 이오나를 굳이 깨우고 싶지 않았다.

"아침 해야지."

그렇게 옹달샘을 못 찾고, 취사장에 도착한 세준.

"어?!"

이게 왜 여기 있어?

세준이 한참을 찾던 옹달샘이 취사장 안에 있었다.

"근데···이거 우유야?"

세준이 옹달샘 안에 든 뽀얀 흰색 액체를 보며 말했다. 옹담샘 안에는 우유가 가득했다.

"오! 드디어 나도 우유샘이 생긴 건가?"

세준은 흐흐흐 거리며 우유를 한 잔 떠서 마시고, 요리를 시작했다.

메뉴는 군고구마.

우유랑 먹으면 꿀맛이니까.

잠시 후.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맛있었다요!]

끼히힛···낑···

'히힛. 맛있었어···'

군고구마와 우유를 먹은 꾸엥이와 펜릴이 세준의 엉덩이에 자신의 궁둥이를 붙이고 누워있었고

후루룩.

세준은 둘을 쓰사듬으며 직접 내린 커피에 우유를 섞은 라떼를 먹었다.

그렇게 라떼를 마시고

"땅 일으키기."

옹달샘의 샘 폰츠를 위해 1.5평 짜리 폰츠 로드를 만들어줬다.

우유가 좋긴 했지만, 초콜릿만큼은 아니기에 그걸 반영해 1.5평 길을 만들었다.

[폰츠 로드]

우리에게 우유 옹달샘으로 보답한 옹달샘의 신 폰츠. 그는 뽀얀 신이었습니다.

세준은 길을 만들고, 용의 회의를 위한 요리를 다시 시작했다.

수프를 한 번 저어주고, 양조장에서 가서 발효 스킬을 사용했다.

그리고

"노예들 소환!"

다른 탑농부들을 소환해

"떡 뽑자."

같이 가래떡을 뽑기 시작했다.

세준과 꾸엥이.

테오와 이오나.

아작스와 베로니카.

젤가와 오릭이 한 조가 되서 틀에 반죽을 넣고 눌러서 가래떡을 뽑아냈다.

4팀이 점심까지 쉬지 않고 가래떡만 뽑으니, 양이 정말 어마어마했다.

거의 작은 동산을 이룰 정도.

참고로 지금 뽑은 가래떡은 준비한 반죽의 반의반도 안 뽑은 거다.

"이걸 어쩌지?"

아공간 창고에 넣을 수는 있지만, 나중에 다시 빼야 하니 일을 두 번 해야 한다.

"아작스, 램터 님 좀 불러줘."

"응! 형!"

그래서 고민하던 세준은 아작스를 시켜 램터를 불러와 가래떡을 가져가게 했다.

-수거. 우리 세준이 수고가 많구나. 리프레쉬.

램터는 가래떡을 수거하고 고생하는 세준과 일행들에게 회복 마법을 걸어주고 돌아갔다.

그리고

'램터 님이 친히 회복 마법을 걸어주시다니!'

'그레이브 님이 나한테 쓰는 마법은 화났을 때뿐인데!'

이런 광경을 처음 본 젤가와 오릭은 큰 충격을 받았다. 위대한 용들은 자신보다 격이 떨어지는 존재를 거의 벌레처럼 취급한다.

그런데 자신들보다 격이 떨어지는 세준에게 회복마법을 써준 것도 모자라 격려까지 해주다니?

"켈켈켈. 세준 님, 용들에게 무슨 사기를 치신 겁니까?! 저도 가르쳐 주십시오!"

오릭이 간사하게 웃으며 세준에게 물었다. 자신도 그레이브에게 그만 맞고 싶었다.

하지만

"냥! 박 회장은 사기 안 친다냥!"

꾸엥!

[꾸엥이 아빠 사기 안 친다요!]

오릭은 분노한 테오와 꾸엥이에게 멱살을 잡혀 구석진 곳으로 끌려갔다, 두 눈 주변이 퍼렇게 된 채 돌아왔다.

그때

꼬르르륵.

꾸엥이의 배에서 소리가 났다.

"켈켈켈. 세준 님, 꾸엥이 님이 배곤픈 거 같은데 점심 먹죠."

어느새 오릭이 꾸엥이를 부르는 호칭이 꾸엥이에서 꾸엥이 님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래. 밥 먹자."

점심은 당연히 가래떡이었다.

"젤가는 이거랑 먹어."

"감사합니다."

어류를 선호하는 젤가에게는 새우젓을 줘서 가래떡을 찍어 먹게 했다.

그렇게 점심을 먹고 다시 저녁까지 가래떡을 뽑았다.

"얘들아, 수고했어. 오늘은 저녁 먹고 가."

오늘은 특히 더 고생했기에 탑농부들에게 저녁을 주기로 했다.

간단히 핫케이크나 만들어 줄 생각으로 아공간 창고를 연 세준.

"어? 이게 뭐지?"

창고를 열자마자 검은 봉지에 쌓인 물건이 보였다. 검은 봉지 위에는 노란 포스트잇이 붙어있었다.

-세준 님이 좋아하시는 삼겹살이에요. 맛있게 드세요. 뱃뱃이가.

"뱃뱃아, 고마워."

메모를 본 세준이 어딘 가에서 듣고 있을 뱃뱃이에게 고마워하며 검은 봉지 안에 손을 넣어 안의 내용물을 꺼냈다.

붉은 고기 덩이가 세준을 반겼다.

"흐흐흐. 삼겹살이다."

그러나

어?! 내가 애들 가지 말라고 했는데···

세준은 곧 이 삼겹살을 먹을 입이 많다는 걸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숨길까?

세준이 고민할 때

"켈켈켈. 세준 님, 그거 맛있겠네요."

어느새 나타난 오릭에게 삼겹살을 들켜버렸다.

"어휴. 가서 파랑 배추나 뽑아와."

"켈켈켈. 네!"

어차피 들킨 거 세준은 같이 먹기로 했다.

세준은 오릭이 가져온 파로 파무침을 만들고, 배추를 먹기 좋게 잘랐다. 상추가 없으니 배추에 싸 먹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삼겹살을 먹을 준비가 끝나자

치이이익.

삼겹살을 구워 다같이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분위기가 무르익자

"켈켈켈. 세준 님, 저에게 좋은 술이 있습니다. 같이 마시죠."

오릭이 바지 안에서 술 하나를 건넸다. 바지 안에 아공간 마법이 걸린 듯했다.

일단 꺼내는 위치부터 상당히 마음에 안 들었지만, 다른 탑의 술이 궁금했기에 술병을 받았다.

병에 담겨있으니 안에 내용물은 괜찮을 거라 생각했지만

[끔찍한 고블린 위스키]

레드 고블린족 대대로 내려오는 비법을 이용해 썩은 음식으로만 만든 위스키입니다.

섭취 시 모든 B급 독에 중독됩니다.(A급 이상의 독내성이 있으면 독에 중독되지 않습니다.)

사용 제한 : 체력 1000 이상

제작자 : 레드 고블린족 장로 위키

유통 기한 : 10년

등급 : A

내용을 보니 마음이 바뀌었다.

"오릭, 너 독내성있어?"

"켈켈켈. 그럼요."

"등급이 뭐야?"

"켈켈켈. 당연히 A급이죠. 저희 레드 고블린들은 딱 두 부류가 있죠. 독내성 A급을 달성해 살아남은 레드 고블린과 달성 못 하고 죽은 레드 고블린이죠."

"그래? 그럼 나는 A급 독내성이 있을까? 없을까?"

"켈켈켈. 세준 님은 레드 고블린이 아니니까, 당연히 없으시겠죠?"

"흐흐흐. 그걸 알면서 나한테 이걸 권해?! 꾸엥아, 오릭을 매우 쳐라!"

이건 용서할 수 없었다.

꾸엥!

[꾸엥이가 혼내준다요!]

세준의 말에 배추에 삼겹살 3점과 파무침을 잔뜩 올려서 씹고 있던 꾸엥이가 서둘러 입에 있는 음식을 꿀떡 삼키고 일어났다.

"냥! 오릭이 박 회장을 해치려 했다냥! 나 테 부회장이 오릭을 응징하겠다냥!"

"감히 우리 세준이 형을 독살하려고 해?!"

거기다 테오와 아작스도 일어났고 오릭은 셋에게 끌려갔다.

"켈켈켈. 모두들 진정하시죠. 근데 제가 뭘 잘못한 거죠?"

오릭은 끌려가면서도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몰랐다.

"일단 이거는 챙겨놔야지."

세준이 끔찍한 고블린 위스키를 챙겼다.

독도 언젠가 쓸 데가 있을 거다. 예전에 에일린의 음식으로 거대 전기 뱀장어를 잡은 것처럼.

"근데 먹으려다 못 먹으니 좀 아쉽네."

세준이 빈 술잔을 보며 말했다.

"가서 한 잔만 마실까?"

갑자기 술이 당긴 세준은 양조장으로 가서 삼양주가 담긴 항아리의 뚜껑을 열었다.

그러자

"오! 완성됐나 보네?"

항아리 안에서 황금빛 서광이 흘러나왔다. 황금빛 벼로 만든 삼양주가 완성된 것.

그리고

[탑에서 최초로 황금빛 삼양주를 만드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요리 Lv. 9에 황금빛 삼양주의 레시피가 등록됩니다.]

[요리 Lv. 9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세준의 생각대로 나타나는 업적 메시지.

[위대한 업적을 달성할 수 있는 실마리를 얻었습니다.]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이어서 퀘스트 메시지도 나타났다.

"이게 퀘스트야? 흐흐흐. 너무 쉬운데?"

퀘스트 내용을 읽은 세준이 환하게 웃었다.

389화. 믿을 수 없다냥! 박 회장이 10초를 버티고 있다냥!

389화. 믿을 수 없다냥! 박 회장이 10초를 버티고 있다냥!

[퀘스트 : 위대한 아홉 용족의 모든 수장에게 황금빛 삼양주를 한 잔씩 마시게 하십시오.]

위대한 검은용 카이저 프리타니(0/1)

위대한 하얀용 켈리온 마므브(0/1)

위대한 황금용 아르테미스 율(0/1)

위대한 은빛용 크리셀라 히스론(0/1)

위대한 붉은용 램터 자히르(0/1)

위대한 푸른용 킨 아스트(0/1)

위대한 갈색용 그레이브 렌마(0/1)

위대한 녹색용 브라키오 이올그(0/1)

위대한 자색용 티어 페텐(0/1)

보상 : 수확의 비약 15방울

일반 삼양주도 너무 잘 마시는 용들에게 황금빛 삼양주를 마시게 하라니, 이게 무슨 퀘스트야?

"그냥 드리면 알아서 넙죽넙죽 잘 드실 텐데. 흐흐흐."

퀘스트가 쉬워도 너무 쉬운데, 보상은 너무 좋으니 세준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거기다 조만간 아홉 용족의 수장이 모두 모이니, 굳이 찾아갈 필요도 없다. 이미 완료한 거나 다름없었다.

"근데 옵션이 뭔데, 수장님들에게 마시게 하라는 거지?"

세준이 황금빛 삼양주의 옵션을 확인했다.

[황금빛 삼양주]

황금빛 벼를 재료로 세 번에 걸쳐 담근 술입니다.

도수가 강합니다.

섭취 시 강력한 해주(解呪) 효과 발동합니다.

정신력이 약하면 섭취 시 상태 이상 고주망태에 빠집니다.

향이 감미롭고, 맛이 깊습니다.

요리사 : 검은탑 탑농부 박세준

유통기한 : 100년

등급 : SSS

용들을 고주망태로 만들라는 건 아닐 거고···용들의 정신력이 약할 리 없으니, 술에 취할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럼···

"해주?"

다들 무슨 저주라도 걸리셨나?

물론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강한 용들이 저주에 걸린 것도 말이 안 됐지만, 그나마 이쪽이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세준의 생각이 맞았다.

용들에게 걸린 망각의 저주.

유물 : 재화를 삼키는 쌀반죽의 쌀가루로 만든 삼양주는 망각의 저주를 잠시 풀어줄 뿐, 영구적으로 풀어줄 능력이 없었다.

용들이 삼양주에 집착하는 이유였다. 맛도 맛이지만, 망각의 저주를 풀기 위해서였다.

물론, 맛 때문에 마시는 용들도 있었다.

-크하하하. 마셔!

-으하하하. 역시 우리 세준이 술이 최고라니까!

-안주도 최고지. 프흐흐흐. 요 매운 청양고추를 먹고···삼양주 한 잔 마시면···크으. 죽인다!

-드하하하. 우리 세준이가 새로운 술 만들던데, 벌써 용의 회의가 기대되는군.

여느 때처럼 분수대에서 술을 마시는 카이저, 켈리온, 램터, 티어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램터, 근데···우리 자색용은 천오백 정도 갈 거 같은데···

조심히 티어가 얘기를 꺼냈다.

-뭐?! 안 돼. 내가 분명 천이라고 했잖아.

단호하게 거절하는 램터.

-알아. 알지. 근데 해츨링들 사이에 용의 회의에 맛있는 게 있다고 소문이 쫙 났더라고. 그래서 우리 포비가 사방팔방 떠들고 다니는 바람에 다른 용들도 알게 돼서···

-거짓말 마! 해츨링들이 그걸 어떻게 알아?!

-크흠. 미안하군. 우리 손녀가 세준이 돕겠다고 다른 해출링들에게 알려준 모양이야.

-뭐?!

카이저의 말에 램터는 말문이 막혔다.

다른 용족의 해츨링들이 다 알고 있다고?! 그럼 다른 용족들도 최소 천은 데리고 올 텐데···

램터는 자신을 곤란하게 만든 에일린에게 분노가 일었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에일린은 200살 밖에 안 된 어린 용이지만, 검은탑의 관리자다.

에일린에게 큰 소리를 냈다가 검은탑에서 쫓겨나면 세준과 대면할 수 있는 루트가 사라진다.

-일단 세준이한테 음식량을 늘릴 수 있는지 물어보고 결정할게.

-우리 때문이니까 같이 가자.

그렇게 세준을 찾아간 넷.

"에헤헤헤···얘들아, 이리 와. 뽀뽀해 줄게."

"냥! 싫다냥!"

꾸엥!

[아빠 입에서 기분 나쁜 냄새 난다요!]

낑?!

'감히 나 멸망의 사도 1좌 신을 사냥하는 고고한 늑대 펜릴 님에게 침을 바르다니 무슨 짓이야?!"

그들이 본 것은 테오, 꾸엥이, 펜릴을 버둥켜 안고 셋에게 뽀뽀를 하려고 입술을 내밀고 있는 세준이었다.

물론 힘이 강한 테오, 꾸엥이가 세준의 얼굴을 앞발로 밀어내는 바람에 세준의 뽀뽀는 힘이 약한 펜릴이 독차지했다.

세준은 자기 전 황금빛 삼양주의 맛이나 볼 생각으로 한 잔 마시고, 바로 잠들려 했다.

세준의 주사는 잠드는 것. 고주망태 상태가 되도 큰 상관이 없었다.

그러나 상태 이상 고주망태는 세준이 생각한 주사와 조금 달랐다. 주사가 랜덤하게 발동되는 것.

기회다!

용들은 세준이 술에 취한 지금이 기회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서둘러 자신들의 용건을 말했고

"고럼요···그냥 2만으로 하시죠."

그들의 예상대로 세준은 흔쾌히 허락했다.

하지만

"대신 제 뽀뽀를 받아야 해요. 에헤헤헤."

-······

세준의 뽀뽀라는 큰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냥 기절시키고 허락받았다고 할까?'

'그럴까?'

'램터, 그냥 네가 눈 꼭 감고 대표로 받으면 되잖아.'

'미쳤어?!'

용들의 의견이 세준을 기절시키고 허락받았다고 우기는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을 때

"위대한 용님들 에일린 누나가 박 회장이랑 뽀뽀하면 된다냥!"

테오가 해결책을 냈다.

-에일린이?

-오. 그러면 되겠네.

-뭐!? 내 눈에 흙이 들어가지 전에는 절대 안 돼! 뽀뽀라니?!

다른 용들은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지만, 카이저는 크게 흥분하며 반대했다.

우리 귀엽고, 예쁘고, 아름답고···그런 손녀가 뽀뽀라니?! 세준이를 인정해도 이 할애비는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아직 10만 년은 이르다!

10만 년이면 세준은 이미 죽은 후였지만, 자신의 손녀가 다른 남자와 뽀뽀하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카이저였다.

이미 둘은 한 번 키스를 한 적이 있지만, 그건 카이저가 모르고 있었다.

그렇게 카이저가 강하게 반대했지만

[탑의 관리자가 아주 훌륭한 의견이라며 테 부회장은 역시 세준이의 오른팔이라고 말합니다.]

"푸후훗. 그렇다냥! 나 테 부회장은 박 회장의 훌륭한 오른팔이다냥!"

[탑의 관리자가 자신은 이를 닦고 있을 테니, 테 부회장은 카이-라의 목걸이에 각인된 절대 수호를 발동할 준비를 하라고 말합니다.]

"알겠다냥!"

에일린과 테오는 이미 준비를 하고 있었다.

"크히히히. 뽀뽀쟁이 세준이라니 아주 귀해!"

그리고

-크흠. 우린 비켜줄까?

-그래. 늙은이들이 있으면 좀 그렇지.

-이놈들!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붙잡아!

용들은 카이저를 끌고 사라졌다.

뽀뽀만 하면 용들의 회의에 초대하는 용들의 수를 2만으로 늘린다는 세준의 말을 녹음한 그들이었다.

잠시 후

"에일린 누나, 절대 수호 발동했다냥!"

테오가 준비를 마치자

"세준아, 보고 싶었어!"

에일린이 세준의 앞에 나타났다.

"에일린?"

"응. 나야!"

"오! 에일린이다! 에헤헤. 나랑 뽀뽀하자!"

"응!"

세준이 바보처럼 웃으며 에일린에게 입술을 내밀었고, 에일린은 조용히 눈을 감고 자신의 입술을 내밀었다.

쪽.

서로의 입술을 맞대고 시간이 꽤 흘렀지만, 세준은 기절하지 않았다. 아니 1초가 영원하게 느껴지는 걸지도.

마음 아픈 얘기지만, 세준은 자신과 뽀뽀를 하자마자 기절하는 게 정상이었다.

세준이 그동안 강해졌지만, 에일린은 그동안 더 많이 강해졌으니까.

그러나

"냥! 믿을 수 없다냥! 박 회장이 10초를 버티고 있다냥!"

테오의 말을 들으니, 그건 아닌 모양이었다.

'우리 세준이가 10초를 버텼다고?!'

테오의 말에 에일린이 급하게 눈을 떴다.

그러자 눈을 감고 있는 세준의 멋진 얼굴이 보였다. 스스로 서 있는 걸 보면 기절한 건 아니었다.

그때

스르륵.

에일린의 시선을 느낀 세준의 눈이 떠졌다.

그리고

"에일린···."

털썩.

세준이 코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12초가 세준의 한계였다. 그래도 엄청난 발전이었다.

세준의 몸에 흡수된 펜릴의 코어 조각 덕분.

하지만

끼히힛.낑!

'히힛. 맛있다!'

그걸 설명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 펜릴은 안전을 위해 아공간 창고 안에서 군고구마 말랭이를 즐기고 있었다.

"테오, 그럼 세준이를 부탁해!"

"에일린 누나, 알겠다냥!"

테오에게 세준을 부탁한 에일린이 세준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서둘러 관리자 구역으로 이동했다.

"크히히히. 기절 안 한 세준이랑 12초나 같이 있었어!"

에일린이 기절하지 않은 세준과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것에 기뻐할 때

"흐흐흐."

세준은 에일린과 만나 테오, 꾸엥이, 펜릴 등과 같이 소풍 가는 행복한 꿈을 꾸고 있었다.

그리고

"푸후훗. 박 회장, 나한테 맡겨라냥! 나 테 부회장이 박 회장의 썩은 얼굴을 꼭 고치겠다냥!"

꾹.꾹.

테오가 앞발에 힘을 주며 세준의 얼굴을 열심히 주물렀다.

에일린의 얼굴을 보고 세준의 얼굴을 보면 항상 의지가 솟는 테오였다.

***

검은탑 75층.

유랑 상회 협회장실.

"오랜만에 새로운 대상인 후보가 나타났군!"

책상에 앉은 유랑 상회 협회의 협회장 메이슨이 방금 들어온 서류를 보며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

[대상인 승급 후보 목록]

최우수 유랑 상인 테오

그동안 번 돈이 10조 탑코인을 넘어가면서 테오가 드디어 대상인 승급 요건을 달성했다.

"승급 시험을 보라고 연락을 해야겠군."

메이슨이 대상인 승급 시험을 보러오라는 내용을 적은 편지를, 전령새를 통해 테오에게 보냈다.

그리고

삐욧!

[그 편지 제가 배달할게요!]

때마침 탑 75층에 볼일이 있던, 전령새 자격증이 있는 삐욧이가 테오에게 가는 편지를 챙겼다.

바쁜 세준을 돕기 위해 테오가 탑 99층을 떠나지 못하자, 삐욧이는 유렌과 함께 유렌의 돈을 받아주고 있었다.

당연히 보수는 5대5.

삐욧이는 테오처럼 훌륭하게(?) 돈을 받아낼 실력이 아직 없기에 1만 탑코인 이하의 소액을 받으러 다니며 경험을 쌓고 있었다.

쁘흐흣. 열심히 노력해서 테오 님의 훌륭한 오른 앞발이 될 거에요!

삐욧!

[유렌 님, 테오 님을 뵈러 가요!]

"그래!"

그렇게 테오의 오른 앞발과 왼 앞발인 삐욧이와 유렌이 탑 99층으로 이동했다.

삐욧!

[도망쳐요!]

삐욧!

[유렌 님, 거기가 아니에요!]

삐욧!

[도장 찍어요!]

물론 유렌의 불행 덕분에 탑 99층으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

다음 날 아침.

"네!? 제가 용을 2만이나 부르라고 했다고요?"

-그래. 프흐흐흐. 네가 분명 그랬잖아, 뽀뽀하면 2만으로 늘리게 해준다고.

"뽀뽀요?"

일어나자마자 자신을 찾아온 램터의 말에 세준이 당황했다. 내가 그랬다고?

난 분명 자기 전에 황금빛 삼양주를 마시고···안 잤네?

기억이 끊어지기는 했지만, 중간중간 기억이 있었다. 에일린과의 키스도.

에일린과의 키스를 떠올리자, 세준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크흠. 일단 알겠어요."

-프하하하. 그래. 고맙구나. 그럼 부탁한다. 리프레쉬.

램터는 미안했는지 회복 마법을 사용하고 분수대로 돌아갔다.

"이러면 계획을 조금 변경해야겠네."

원래 생선으로 생선튀김을 만들 생각이었던 세준.

만들어야 하는 양이 2배로 늘어나자, 급하게 메뉴를 매운탕으로 변경했다.

양 늘릴 때는 국물이 최고지.

"그럼 일단 고춧가루가 필요하니까, 태양초를 수확해야겠네. 아작스 소환."

"형! 좋은 아침!"

세준이 꾸엥이, 아작스와 태양초를 수확했다.

[태양초를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아주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8의 숙련도가 아주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경험치 70을 획득했습니다.]

···

..

.

그렇게 세준이 태양초를 수확하고 있을 때

···i···

소시지 나무 씨앗에서 나온 작은 줄기가 땅 위로 빼꼼 머리를 내밀었다.

그리고

[후훗. 소시지, 일어났구나? 자. 어서 먹어봐. 새싹용 영약제야.]

소시지 나무 씨앗이 발아하기만 기다리고 있던 불꽃이가 아주 작은 영양제를 건넸다.

세계수가 되기 위한 조기 교육을 시작하는 불꽃이였다.

390화. 히힛! 이것도 먹여야지!

390화. 히힛! 이것도 먹여야지!

미국 텍사스의 주도 오스틴.

······

현재 시내는 사람이 없는 빈 도시가 됐다. 아니. 정확히는···

케에엑!

살점포식자들의 도시가 돼버렸다. 뱃뱃이가 살점포식자들을 처치했지만, 그 씨는 남았기 때문.

씨앗을 제거해야 하는 건 불꽃이와 뱃뱃이도 미처 몰랐다.

미국 중앙정보부(CIA) 본부 회의실.

국장과 주요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로빈이 자신이 조사한 내용을 보고하고 있었다.

"오스틴의 바닥에 박쥐 모양이 새겨졌을 때의 위성 사진을 분석했지만, 특별한 건 찾지 못했습니다. 다만 대기 사진을 분석한 결과 오스틴 상공 100m지점에서 갑자기 힘이 작용한 걸로 판단됩니다."

"황금박쥐를 봤다는 목격자는? 상공 100m 면 목격자가 있을 것 같은데."

보고를 듣고 있던 국장이 물었다.

"그게···생존자 중 아무도 없습니다."

"그럼 의심되는 존재는?"

"가장 의심되는 건 하얼빈에 나타났던, 중국이 자국의 신수라고 주장하는 황금박쥐입니다. 마지막장에 분석국에서 황금박쥐와 박쥐 모양의 유사성이 87%라는 보고서를 첨부했습니다."

"하아. 그러니까 보고 결과가 우리 미국을 구해준 게 중국의 신수다?"

한숨을 쉬며 말을 하는 국장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그건 다른 간부들도 마찬가지였다.

"네? 아니. 그게 아니라···."

험악해지는 분위기.

그때

"저···."

로빈을 따라온 출근 3일 차 요원 피터가 조용히 손을 들었다. 동시에 로빈의 얼굴은 와락 구겨졌다.

야. 눈치 좀 챙겨!

회의 끝나고 국장님과의 면담이 있어 신참을 회의에 참석시킨 건데···

가뜩이나 분위기 안 좋은데, 신참이 개념 없는 소리 하나 첨가하는 순간.

회의장 분위기는 얼어붙어 북극으로 변해 버릴 거고, 자신은 국장에게 찍혀 북극으로 파견될 거다.

가만히 있으라고! 분위기 안 좋은 거 안 보여?

로빈이 눈으로 레이저를 쏘며 피터에게 신호를 줬지만

끄덕.

피터는 그걸 사수의 응원으로 받아들였는지,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걸 보시죠."

자신이 보던 노트북 화면을 돌려 국장과 CIA간부들에게 당당하게 보여줬다.

너···너튜브?! 너 이 새끼!!! 회의 시간에 너튜브 보고 있었어?

혹시라도 자신이 영화에서 보던 천재 후임을 받은 건 아닌지, 기대하던 로빈은 절망했다. 북극 파견 확정이었다.

사표 내야 하나?

로빈이 품에 넣은 사표를 꺼낼까 말까 심각하게 고민할 때

-자. 현재 시각 아침 5시. 미라클모닝 110일째입니다.

모두가 황당함에 말을 잃은 회의실에서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됐다.

그렇게 영상이 재생된 지 2분 정도 흘렀을 때

-여러분! 저기 보이세요?! 저기! 건물 옥상이요! 저거 황금박쥐 맞죠?!

영상의 남자가 흥분한 목소리로 한 건물 옥상을 촬영하며 말했다.

그곳에는 황금색 박쥐 하나가 옥상 난간에 서서 허공을 향해 날갯짓을 하고 있었다.

영상은 황금박쥐가 검은 봉투를 들고 사라지는 것으로 끝났다.

"크흠. 이름이?"

영상이 끝나자, 국장이 피터의 이름을 물었다.

"피터 리입니다."

국장의 물음에 피터가 씩씩하게 대답했다.

"그래. 피터 이 영상에 황금박쥐가 나오는 건 알겠는데, 우리에게 왜 보여 준 거지?"

"이 영상이 이번 오스틴 사건의 목격자이기 때문입니다."

"목격자?"

"네. 영상을 보시면···."

피터가 영상을 보며 설명 이어갔다.

"서울 시간으로 오전 5시 3분경에 황금박쥐가 나타나 날개를 휘둘렀고, 텍사스 시간으로 오후 3시 5분경에 박쥐 모양이 나타났습니다."

"잠깐! 그럼 서울과 텍사스의 시차가 14시간인 걸 고려하면 2분 만에 1만 2000km의 거리를 넘어 몬스터들을 처치했다는 건가?!"

듣고 있던 부국장이 스마트폰으로 시차를 찾아보더니, 경악한 목소리로 물었다.

"네. 정확히는 1분 53초입니다. 저도 믿을 수 없어서 영상의 건물을 기준으로 GPS좌표를 찾아 황금박쥐가 날개를 휘두른 방향을 분석했는데, 방향이 오스틴과 일치합니다."

"그럴 수가···."

"이 영상에 나오는 건물의 위치가 정확히 어디지?"

"강남에 있는 한라 빌딩으로 소유주는 박세준으로 돼 있습니다."

이미 조사를 마친 피터가 막힘없이 얘기했다.

"뭐?! 박세준?"

그 이름이 왜 여기서 나와?

피터의 보고에 회의실에 있던 CIA간부들이 전부 당황했다.

박세준.

현재 농작물 아이템을 팔면서 지구에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헌터이자, 헌터들 중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존재.

하지만 탑에 들어간 이후 모두의 안전을 위해 탑에서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중국이 자국의 신수라고 주장하던 황금박쥐가 박세준의 건물 옥상에 나타났다?

이건 뭔가 있어.

"로빈, 당장 피터랑 한국으로 출발해! 가서 황금박쥐와 박세준의 관계를 알아 와!"

"네? 한국이요?!"

멍하니 피터의 설명을 듣던 로빈이 대답했다.

"그래! 서둘러!"

"네! 당장 출발하겠습니다!"

잘했어! 피터!

로빈이 피터를 대견하게 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피터도 자신을 믿어준(?) 로빈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

검은탑 99층.

"좋아. 이제 말려야지. 온실."

[온실 Lv. 4이 발동합니다.]

[반경 2km에 따뜻한 온실이 만들어집니다.]

[온실 Lv. 4의 숙련도가 채워집니다.]

세준이 온실 스킬을 사용해 태양초를 비닐하우스에 넣은 것처럼 만들었다.

용의 회의까지 이제 이틀밖에 안 남았기 때문에 태양초를 자연 건조할 시간이 없었다.

"꾸엥이, 이 안에서 바람 살살 불어."

꾸엥!

[알겠다요!]

세준이 꾸엥이에게 온실 안에서 바람을 불게 했다. 건조를 위해서는 바람이 필요하다.

그렇게 몇 시간 동안 태양초를 건조하자

바사삭.

살짝 만지기만 해도 부서질 정도로 바짝 말라 있었다.

"좋아. 이오나, 이것 좀 갈아줘."

"뀻뀻뀻. 네! 바람의 힘이여. 나의 적을 분쇄하라! 토네이도!"

이오나의 마법에 태양초가 아주 곱게 갈아졌고, 고춧가루는 이오나가 마법으로 세준의 아공간 창고에 넣었다.

그때

"켈켈켈. 세준 님, 가래떡 다 뽑았습니다. 또 시키실 일은 없으십니까?"

다른 탑농부들과 가래떡을 뽑은 오릭이 서둘러 달려와 보고했다. 어제 세준에게 잃은 점수를 다시 따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래. 잘했어. 잠깐 쉬고 있어."

"켈켈켈. 네!"

오릭이 돌아가자

죽 완성.

가래떡 완성.

삼양주 완성.

포도주는 당일날 개봉할 거니까···

세준은 현재 상황을 체크했다.

"이제 후식으로 먹을 과일만 자르고, 매운탕만 끓이면 끝이다."

내일 오전까지만 고생하면 거의 끝날 것 같았다.

그때

꾸헤헤헤.

꼬르르륵.

세준에게 별 다섯 개 도장을 받은 종이를 뿌듯하게 보던 꾸엥이의 배에서 우렁찬 소리가 났다. 점심시간이었다.

"밥 먹어야겠다."

가장 만만한 게 지금 뽑은 가래떡이기에 세준은 가래떡을 이용해 오랜만에 간장 떡볶이를 만들었다.

그것도 직접 담근 간장으로. 어제 드디어 간장과 된장이 완성됐다. 원래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발효스킬 덕분이었다.

"와! 형님, 간장떡볶이 하는 거야? 얘들아, 이거 진짜 맛있어!"

너흰 먹어본 적 없지? 난 먹어봄.

이미 먹은 적 있는 아작스가 우쭐거리며 다른 탑농부들에게 간장떡볶이 맛을 설명했다.

그렇게 아작스가 떠드는 사이

"얘들아, 밥 먹어."

간장떡볶이를 만든 세준이 일행들을 불렀다.

그리고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맛있다요!]

"으히힛. 역시 세준이 형님!"

"역시 세준 님, 요리에요."

"진짜 맛있네요! 그래도 저는 세준 님의 찐감자가···."

"켈켈켈. 진짜 맛있습니다! 그런 의미로 제가 다음에 고블린 비전으로 만든 떡을···."

"안 먹어!"

모두가 세준의 요리를 극찬하며 간장떡볶이를 먹기 시작하자

낑?!낑!

'야! 내 밥은?! 너 요즘 나한테 관심이 없는 것 같아!'

세준이 용의 회의 준비로 바빠 서운했던 펜릴이 성을 냈다.

"알았어. 까망이 밥도 있지. 자."

세준이 목에 걸리지 않게 잘게 썬 간장떡볶이를 펜릴의 밥그릇에 담아 주자

짭.짭.짭.

맛있어!

조금 전까지 칭얼거리던 펜릴이 간장 떡볶이를 먹고 조용해졌다.

서운했던 감정은 입안의 간장떡볶이와 함께 스르륵 녹아버렸다.

그렇게 펜릴의 식사까지 챙겨준 세준.

"흐흐흐. 나는 맵게 먹어야지."

매콤한 맛이 당긴 세준이 자신의 떡볶이에 오늘 만든 태양초 고춧가루를 뿌려서 먹었다.

그러자

[태양초 고춧가루를 섭취했습니다.]

[빛을 1분간 받으면 스탯 중 하나가 랜덤하게 0.0002 상승합니다.]

···

..

.

나타나는 메시지들.

1분 후.

[빛을 충분히 받아 힘 스탯이 0.0002 상승합니다.]

···

..

.

가만히 앉아 빛을 받고 있던 세준의 스탯이 올르기 시작했다.

높은 스탯은 아니지만, 맛있는 걸 먹으며 스탯까지 올라가니 거저나 다름없었다.

[쏟아지는 찬사에 영혼이 충만해집니다.]

[정신력이 3 상승합니다.]

이어서 정신력도 상승했다.

"흐흐흐. 오늘 점심도 보람찬 식사군."

세준이 흐뭇하게 웃으며 커피를 마시기 위해 원두를 갈아 커피를 내리고 있을 때

삐욧!

[세준 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삐욧이와 유렌이 나타났다.

삐욧!

[테오 님, 편지요!]

삐욧이가 세준의 무릎에 앉아 자신의 몸을 그루밍하고 있던 테오에게 유랑 상인 협회에서 보낸 편지를 건넸다.

"냥? 누가 보낸 것이냥?"

자신에게 편지가 온 적이 없기에 테오가 의아해하며 편지를 읽었다.

그리고

"푸후훗."

"푸후훗."

편지를 보며 계속 웃기만 하는 테오.

"테 부회장, 무슨 편지야?"

그런 테오의 모습에 편지 내용이 궁금해진 세준이 물었다.

"푸후훗. 박 회장, 유랑 상인 협회에서 나 테 부회장에게 대상인 승급 시험을 보라고 연락이 왔다냥!"

"대상인?"

"푸후훗. 그렇다냥!"

테오가 우쭐한 목소리로 말했다.

초보 유랑 상인부터 시작해서 드디어 대상인이 되는 것이다냥! 이 영광스러운 순간은 박 회장도 함께해야 한다냥!

테오는 탑 75층 땅문서를 얻어 세준의 무릎을 잡고 함께 유랑 상인 협회 본부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세준의 축하를 받으며 대상인이 되는 자신을 생각했다.

"푸후훗. 생각만 해도 신난다냥!"

"뭐가?"

"그런 게 있다냥! 박 회장, 나 잠깐 내려갔다 오겠다냥!"

"응. 알았어. 아. 맞다! 탑 68층 땅문서도 가다 보이면 챙겨줘."

에일린이 탑 68층에 멸망의 힘이 느껴진다고 했기에 세준은 테오에게 부탁했다.

"알겠다냥! 삐욧이, 유렌 가자냥!"

"잘 갔다 와!"

그렇게 세준이 테오를 배웅하는 사이

끼히힛.낑!

'히힛. 알아냈어!'

펜릴은 큰 깨달음을 얻었다.

낑!낑?!

'내 코어를 받고나서부터 집사의 음식이 맛있어졌어! 그럼 내 코어를 더 받으면 음식이 더 맛있어 지겠지?!'

펜릴의 오해였다. 세준은 그냥 자신이 만들고 싶은 음식을 만들었고, 그게 펜릴의 입에 맞았을 뿐이었다.

그러나 스스로를 똑똑한 늑대라고 생각하는 펜릴은 자신이 잘못 생각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끼히힛!낑!

'히힛! 이것도 먹여야지!'

세준이 장난감으로 가지고 놀라고 준 1%짜리 코어 조각을 물고, 세준의 입에 코어 조각을 넣을 기회를 엿보기 시작했다.

능력에 안 맞는 코어 조각을 삼키려면 굉장히 아프니까.

하지만

낑?!

"까망이! 네 침바른 걸 왜 내 입에 넣어?!"

실패했다.

391화. 이건 취소다냥!

391화. 이건 취소다냥!

미국 미네소타.

"아버지, 그러게 순순히 회장 자리를 넘겼으면 좋았잖습니까."

마이클이 거대한 집의 현관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마이클, 넌 미쳤어. 있지도 않은 용을 죽인다고? 정신 차려라!"

그런 마이클을 향해 가겔의 회장 윌리엄이 분노한 목소리로 말했다. 주변에는 수백 명의 헌터들이 마이클을 포위하고 있었다.

며칠 전 탑에서 나온 마이클은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을 죽이고 다닌 것.

그것도 한둘이 아니라 수백 명을 죽였다.

그걸 알게 된 윌리엄은 헌터들을 보내 마이클을 제압하고, 마이클에게 사람을 죽인 이유를 물어봤다.

"크크큭. 용을 죽이고 탑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합니다. 아버지의 회장 자리도 저에게 주시죠. 그럼···"

터무니없는 말을 하는 마이클을 헌터 전용 정신병원에 가뒀다.

그러나 마이클은 기어이 그곳에 입원한 헌터들과 지키는 헌터들을 다 죽이고 탈출해 이곳에 나타난 것이다.

"죽여도 좋네. 자식이야 많으니까."

"네."

윌리엄의 말에 호위 팀장이 대답하며 다른 헌터들에게 수신호를 했다.

그러자 헌터들이 마이클을 향해 빠르게 달려들었다.

"크크큭. 그렇게 나오셔야죠. 그럼 회장 자리는 제힘으로 가져가겠습니다."

마이클이 비릿하게 웃으며 정면으로 다가오는 헌터를 향해 달려들었고.

"이럴 수가···."

싸움은 순식간에 끝났다. 마이클의 학살로.

누구도 마이클의 움직임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마이클, 살려···컥!"

마이클이 가겔의 새로운 회장이 됐다.

***

황금탑 99층.

동굴 안.

콰과광!

지상에 떨어지는 엄청난 양의 낙뢰 덕분에 동굴 안은 낮처럼 환했다.

동굴 안에는 엘프 수천 명이 사는 주거 시설과 넓은 밭이 있었다.

평소에는 조용히 농사나 짓는 엘프들이지만

"세실리아, 화이팅!"

"세실리아, 힘내!"

지금은 모든 엘프들이 방울토마토밭 주변에 서서 밭에서 열심히 방울토마토를 수확하는 금발의 엘프를 응원하고 있었다.

황금탑의 탑농부 세실리아가 수확제의 첫 번째 대회인 방울토마토 수확 대회에 참가 중이었다.

얼마 전 엘프의 주식인 방울토마토를 수확하던 한 엘프가 하이엘프의 방울토마토 제단을 수확했고.

세실리아가 자신이 수확한 15가지 농작물을 제단에 바치고 수확제를 열었다.

덕분에 조금 전 수확제의 첫 번째 대회인 방울토마토 수확 대회가 열려 세실리아가 대회에 참가한 것.

결과는···

[방울토마토 수확 대회 랭킹]

1등 - 세실리아(1만 3172개)

2등 - 파넬리(2300개)

···

..

.

당연히 세실리아가 압도적인 성적으로 1등을 했다.

"세실리아 님, 치사해!"

"세실리아 님은 욕심쟁이야!"

대신 어린 엘프들의 원성을 받긴 했지만.

그렇게 1등 보상으로 받은 A급 마력의 방울토마토 5개.

[마력의 방울토마토]

자신들이 먹는 일반 방울토마토와 다르게 아이템이었다.

생산자는 검은탑의 탑농부 박세준. 자신과 같은 탑농부였다.

"마력을 10분간 10 올려준다고?!"

마력 10이면 거의 쓸모가 없기는 했지만, 농작물을 먹는 것만으로 마력을 늘려줄 수 있다는 건 대단했다.

그래도 맛에 집중하지 못했으니, 내 방울토마토보다는 맛이 없겠네.

세실리아의 상식으로는 그게 당연했다. 영양의 일부가 마력으로 가면 당연히 맛이 떨어지니까.

"그래도 맛은 봐야지. 얘들아 하나씩 먹어봐."

"고맙습니다!"

냠.

세실리아가 어린 엘프들에게 권하며 방울토마토 하나를 집어 입에 넣고 씹었다.

하지만

촤악-!

방울토마토의 과즙이 폭발하는 순간.

···!!!

세실리아는 이 방울토마토가 전에 자신이 키우던 방울토마토와 전혀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이렇게 맛있다고?!

너무 맛있어!

과즙팡팡이라는 말이 절로 떠올랐다.

그렇게 방울토마토의 맛을 음미하던 세실리아.

새로운 방울토마토를 먹기 위해 자신의 손을 바라봤지만

"와! 진짜 맛있어!"

"이게 방울토마토라고?!"

이미 다른 엘프들이 가져간 후였다.

"세실리아, 이 바보! 그걸 왜 권한 거야?!"

그렇게 방울토마토의 맛을 잊지 못한 세실리아가 하루 넘게 자신을 자책하고 있을 때

[잠시 후 수확제의 두 번째 대회인 방울토마토 먹기 대회가 시작됩니다.]

[대회 참가를 원하는 참가자들은 하이엘프의 거대 방울토마토 제단 앞으로 모여주세요.]

수확제의 두 번째 대회가 시작됐다.

"이번에는 아무도 안 줄 거야!"

세실리아가 굳게 다짐하며 대회에 참가했다.

***

탑을 내려가는 길.

"푸후훗. 탑 75층 땅문서를 구하려면 어디로 가야 할 것 같냥?"

테오가 일행들에게 물었다. 갈만한 곳은 다 가봤기 때문.

그래서 어디로 갈지 일행들에게 물어보는 것이었다.

"우헤헤. 그냥 지나다가 보이는 상인에게 가서 물어보면 알려주지 않을까요?"

테오의 물음에 유렌이 약간 얼빠진 얼굴로 웃으며 대답했다.

절로 사기 치고 싶어지는 얼굴이었다.

이 정도면 사기꾼이 아니라 유렌이 잘못한 거 아니냥?

저 얼빠진 얼굴로 물으면서, 돈은 또 엄청 많으니···일반인도 사기 치고 싶게 만드는 관상이랄까?

테오가 '유렌이 사기를 당하는 건 누구의 잘못이냥?'에 대한 주제로 고민할 때

"뀻뀻뀻. 제가 협회에 연락해 좀 알아봤는데, 탑 75층 땅문서는 유랑 상인 협회에 있고 탑 68층 땅문서는 리자드맨들의 왕 리자드킹이 가지고 있대요."

이오나가 눈을 뜨며 대답했다.

자고 있는 줄 알았는데, 부협회장을 시켜 땅문서 위치를 알아보게 한 것. 마법사 협회의 정보력은 대단했다.

"냥?! 그게 정말이냥?! 이오나, 고맙다냥!"

"뀻뀻뀻. 테오 님에게 도움이 돼서 기뻐요!"

"근데 리자드 킹은 어디에 있냥?"

삐욧!삐욧!

[제가 알아요! 리자드 킹은 탑 69층에 있어요!]

자신이 아는 게 나오자 삐욧이가 서둘러 날개를 들고 대답했다.

"푸후훗. 그럼 탑 75층에 들렀다가, 탑 69층으로 가면 되겠다냥!"

이오나의 정보 덕분에 헤매지 않고 탑 75층으로 바로 향하는 테오와 일행들.

그때

삐욧!

[테오 님, 갈림길이에요!]

유렌의 불행이 불러온 요르문간드의 파편이 나타났다.

"푸후훗. 유렌 어느 쪽이냥?"

"음···저 왼쪽으로 들어가고 싶어요."

"알겠다냥!"

유렌의 대답을 들은 테오가 왼쪽 길을 향해 앞발을 휘둘렀다.

그러자

쩌저적.

6등분으로 갈라지는 왼쪽 길. 아니. 요르문간드의 파편.

땡그랑.

삐욧!

삐욧이가 빠르게 날아가 떨어지는 백색 코인들을 주웠다.

그렇게 요르그문드 파편을 처치하고 조금 이동하자

"클클클. 운도 좋군. 여기서 싱싱한 녀석들을 셋이나 만나다니. 너희의 생명력은 나 흡생의 마법사 로쿠가 갖지. 물론 너희 물건도 내가···."

검은 로브를 입은 그린 고블린이 나타났지만

"웃는 게 마음에 안 든다냥!"

퍽!

테오에게 뒤통수를 맞고 기절했다.

삐욧!

[도장 찍어요!]

꾹.

그사이 삐욧이가 노예 계약서를 꺼내 로쿠의 손도장을 받은 후 소지품을 털었다.

"뀻뀻뀻. 테오 님, 로쿠는 저한테 넘겨주세요. 저희 마법사 협회에서 지명 수배한 놈이에요. 대신 현상금을 드릴게요."

"푸후훗. 알겠다냥! 그런데 현상금이 얼마냥?"

"뀻뀻뀻. 500만 탑코인이요."

추가로 현상금도 얻었다.

푸후훗. 역시 유렌이랑 다니면 얻는 게 많다냥!

테오가 밝게 웃으며 위풍당당한 걸음으로 탑 75층을 향해 이동했다.

잠시 후.

테오와 일행들이 유랑 상인 협회 협회장실에 도착하자

"마법사 협회의 협회장 이오나 님, 대상인 유렌 님, 코브 왕국의 외교관 삐욧이 님 그리고 테오 님 어서 오십시오. 반갑습니다. 그럼 테오 님의 대상인 승급 시험 1단계는 통과네요."

일행들에게 인사를 한 메이슨이 테오가 대상인 승급 시험 1단계를 통과했다고 말했다.

"냥?! 그게 무슨 소리냥?!"

메이슨의 말에 테오가 당황했다. 박 회장이랑 승급 시험 받을 거다냥! 지금 통과하면 안 된다냥!

"모르셨습니까? 대상인 승급 시험 1단계는 대상인의 인맥을 확인하기 위해 검은탑의 명성 있는 존재를 셋 데리고 오는 겁니다. 저는 유렌 님이 미리 말씀해 주셔서 다 같이 온 거라고···."

"아니다냥! 이건 취소다냥! 나 테 부회장은 아직 대상인 승급 시험 안 볼 거다냥!"

세준과 함께 대상인 승급 시험을 통과하고 싶은 테오가 외쳤다.

"아···알았습니다. 그럼 대상인 승급 시험을 안 볼 거면 여기는 왜···?"

테오의 항의에 메이슨이 자신을 찾아온 이유를 물었다.

"푸후훗. 메이슨 협회장님, 탑 75층 땅문서를 나 테 부회장에게 팔아라냥!"

"탑 75층 땅문서요? 잠시만요."

메이슨이 부하를 시켜 탑 75층 땅문서를 가져오게 했다.

하지만

"저···협회장님···."

부하는 빈손으로 오며 메이슨에게 귓속말로 보고했다.

"음. 조금만 빨리 오시지···10분 전에 팔렸다고 합니다."

이미 팔린 후였다.

"냥?! 누구한테 팔았냥?!"

"그게···모릅니다. 정체를 묻지 않는 대신 시세의 다섯 배를 받았다는군요."

"뀻뀻뀻. 테오 님, 빨리 나가요! 10분이면 아직 근처에 있을 거예요!"

"알겠다냥!"

그렇게 밖으로 나온 테오.

탑 75층 땅문서야 어디 있냥?

테오가 자신의 두 앞발을 앞으로 뻗고 간절한 마음으로 탑 75층 땅문서를 불렀다. 나 테 부회장에게는 황금 앞발이 있다냥!

그러자 느껴지는 끌림.

하지만

"냥!"

끌림이 한둘이 아니었다. 다 확인한다냥!

"간다냥!"

테오가 앞발로 삐욧이와 유렌을 잡고, 냥보를 사용하며 사라졌다.

테오는 빠르게 움직이며 끌림이 느껴지는 것들을 확인했지만, 땅문서가 아니라 다른 물건들이었다.

"이제 하나 남았다냥!"

그렇게 테오가 마지막 끌림을 향해 이동했다.

그리고

"거기 서라냥!"

테오가 끌림이 느껴지는 갈색 오크를 불러세웠다.

"무슨 일이시···죠? 아니. 이게 누구야?!"

갈색 오크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뒤를 봤다가, 유렌을 발견하고는 환하게 웃었다.

"바카?"

반명 유렌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당연했다.

바카는 유렌에게 보물을 찾게 해준다고 1조 3000억 의뢰비를 받은 뒤 유렌을 미로에 버려두고 도망친 존재니까.

덕분에 유렌의 블랙리스트 10번째 줄에 당당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제 한적하게 농장이나 사서 조용히 살려고 했는데, 마지막으로 한탕만 더하라는 신의 계시인가?

바카가 유렌을 보며 눈을 빛냈다.

"유렌, 그때는 미안해. 내가 그때 나도 길을 잃어서···."

서둘러 다음 사기를 준비하는 바카.

"어?! 나 버린 게 아니었어?!"

유렌 혼자 있었다면 사기를 당하는 불행이지만, 테오와 함께 하는 순간 유렌의 불행은 사라지고 테오의 행운으로 돌아온다.

"뀻뀻뀻. 테오 님, 의뢰인을 일부러 위험한 곳에 버려두고 도망치는 의뢰인 킬러 바카에요! 용병 협회 현상금 1500만 탑코인에 다른 현상금을 합치면 1억 탑코인이 넘어요!"

거기다 협회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이오나 덕분에 현상금까지 두둑히 챙길 수 있게 됐다.

"푸후훗. 일단 찍고 얘기하자냥!"

테오가 웃으며 바카가를 향해 다가갔고

쁘흐흣.

삐욧이는 노예 계약서 한 부를 꺼내 도장을 찍을 준비를 했다.

"우헤헤헤."

유렌도 바카를 때릴 생각을 하며 품에서 돈을 꺼냈다.

392화. 후훗. 기브앤 테이크지.

392화. 후훗. 기브앤 테이크지.

검은탑 관리자 구역.

"크히히히. 우리 세준이가 이거 먹고 빨리 강해지면 좋겠다."

에일린이 거대한 냄비에서 끓고 있는 검은색 액체를 보며 웃었다. 세준에게 줄 건강 요리였다.

세준이 주사로 뽀뽀를 하는 바람에 에일린의 생각보다 일찍 만났고, 덕분에 음식을 나중에 전해주게 됐다.

"크히히히. 이제 하루 동안 끓이면 완성이다."

에일린이 거대한 냄비의 뚜껑을 닫으며 말했다.

그때

쿵.

관리자 구역으로 거대한 용과 그 용의 꼬리에 매달려 있는 작은 용이 들어왔다. 위대한 황금용 고디엘라와 그녀의 아들 호쿠스였다.

"고디엘라 아줌마 안녕하세요. 근데 호쿠스 오빠는 웬일이야?"

고디엘라에게 인사를 한 에일린이 호쿠스를 보며 물었다. 평소에는 고디엘라만 와서 영약급 방울토마토를 사 가기 때문.

"에일린, 나도 이제 폴리모프 할 수 있다!"

에일린의 물음에 호쿠스가 콧김을 강하게 뿜뿜 뿜어내며 말했다. 폴리모프 할 수 있게 된 걸 에일린에게 자랑하기 위해 온 것.

하쿤이 600살에 폴리모프를 하고 천재 소리를 들었으니, 자랑할 만하긴 했다.

이미 황금용들 사이에서 엄청난 칭찬을 받고 왔기 때문에 호쿠스의 자신감은 아주 대단했다.

"자. 봐봐! 폴리모프!"

호쿠스가 폴리모프를 사용해 금발의 남자로 변신했다. 종족 특성을 타고났기에 당연히 엄청난 미남이었다.

다만 폴리모프가 불안정해 머리에 뿔이 살짝 솟았지만, 머리로 가리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후후후. 에일린 어때?!"

호쿠스가 한 바퀴 돌며 에일린에게 자신의 모습을 자랑했다.

크히히히. 역시 우리 세준이가 제일 잘생겼어.

그런 호쿠스를 보며 에일린은 세준의 잘생긴(?) 얼굴을 떠올렸다.

누가 봐도 호쿠스가 훨씬 잘생겼지만, 에일린의 취향은 일반적이지 않았다.

"와! 호쿠스 오빠 멋지다!"

에일린이 호쿠스를 칭찬하자

"응! 후후후."

350살이나 어린 에일린의 칭찬을 받은 게 그렇게 뿌듯한지 호쿠스는 아주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호쿠스의 폴리모프 자랑이 끝나자

"에일린 하얀색 방울토마토 주겠니?"

고디엘라가 에일린에게 자신의 용무를 말했다.

"네. 잠시만요."

에일린이 아공간에서 영약급 방울토마토 50개를 꺼냈다. 요즘 에일린은 영약급 방울토마토를 한 번에 많이 팔지 않았다.

이유는 에일린이 처음에 아홉 용족에게 100억 탑코인씩 팔면서 영약급 방울토마토 재고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

영약급 방울토마토는 세준과 에일린, 검은탑 식구들이 함께 먹고 있기 때문에 탑 안에서 소비되는 양이 많았다.

그래서 원래는 영약급 방울토마토 재고가 늘어날 때까지 판매를 안 할 생각이었는데, 사건 하나가 터졌다.

위대한 붉은용의 해츨링 550살 페리온이 영약급 방울토마토를 다 먹고 바로 폴리모프에 성공한 것.

그 소식이 다른 해츨링 부모들에게 전해지면서 해츨링 부모들이 검은탑에 와서 방울토마토를 내놓으라고 성화를 부렸다.

그래서 세준은 3일에 영약급 방울토마토를 50개씩 파는 아이디어를 냈다.

그러면 그냥 한 달에 500개를 파는 게 더 낫지 않나?

에일린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세준의 의견이기에 받아들였다.

하지만

"에일린, 저번에 먹었던 땅콩이랑, 마력의 방울토마토도 1만 개씩 줄래?"

"네."

지금은 세준의 의도를 이해했다. 용들이 자주 오자 다른 농작물의 매출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

"엄마, 군고구마 말랭이랑 가래떡도!"

거기다 오늘은 호쿠스의 간식 매출까지.

"에일린, 호쿠스가 말한 것도 10개씩 줄래?"

"싫어! 빽 개!!! 빽 개 살 거야!"

엄마가 간식을 적게 사주자, 호쿠스가 빽빽거리기 시작했다.

"어휴."

고디엘라가 그런 호쿠스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철없는 아들놈아. 이거 네 아빠가 목 아플 정도로 열심히 브레스 쏴서 번 돈인데···

"에일린, 100개씩 주렴."

"네!"

역시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었다.

"후후후. 엄마, 고마워여."

간식에 기분이 좋아진 호쿠스가 고디엘라의 꼬리를 안고 애교를 피우자

"흥. 이럴 때만 고맙지? 가서 아빠 돌아오면 수고했다고 안아 줘. 알았지?"

"네!"

고디엘라는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지만, 입꼬리 끝이 슬며시 올라가 있었다.

그렇게 사이좋게 돌아가는 고디엘라와 호쿠스를 말없이 지켜보던 에일린.

"우리 세준이 공헌도는 잘 오르고 있나?"

서둘러 수정구로 세준의 공헌도가 잘 오르고 있는지 확인했다.

[검은탑 4층 살점포식자 퇴치 공헌도]

1위 - 박세준(1752만 42마리)

2위 - 한태준(3112마리)

3위 - 레온(1934마리)

···

..

.

순위는 당연히 세준의 압도적인 1등이었고, 숫자는 전에 비해 600만 마리 정도 올라 있었다.

"크히히히. 이제 250만 정도만 더 모으면 세준이를 강하게 만들 수 있겠어!"

[검은탑의 중간 관리자이자 탑농부 박세준의 실적이 1 상승합니다.]

···

..

.

"크히히히. 잘 오른다."

에일린이 수정구로 세준의 공헌도 오르는 걸 보며 웃을 때

쿵.

위대한 자색용 하나가 급하게 관리자 구역으로 들어왔다.

"자인 아줌마, 안녕하세요!"

에일린이 인사하자

"그래. 에일린, 영약급 방울토마토랑 마력의 땅콩, 마력의 방울토마토 있는 대로 다 줄래?"

포비의 엄마 자인이 마력과 관련된 농작물을 전부 요구했다.

조금 전 500살 호쿠스가 폴리모프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은 자인.

나이 순서대로 하면 다음 폴리모프는 400살인 포비 차례다.

근데···만약 350살인 갈릭이나 300살인 실비아가 먼저 폴리모프를 한다면?

그 꼴은 절대 못 봐!

그걸 막기 위해 자인이 급하게 날아와 마력 성장에 도움이 되는 땅콩과 방울토마토를 전부 사재기했다.

"잠깐만 기다리세요."

오늘도 바쁜 에일린이었다.

***

검은탑 99층.

"좋아. 오늘은 여기까지."

점심을 먹고 꾸엥이, 탑농부들과 과일 손질을 끝낸 세준이 뿌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많은 일을 해낸 뿌듯함에 영혼이 충만해집니다.]

[정신력이 5 상승합니다.]

그사이 정신력도 상승했다.

그리고

"얘들아 모여."

일행들을 불러 같이 먹는 마지막 식사를 했다. 매운탕이 남았지만, 그건 혼자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마지막 식사를 하고

"애들아, 수고했어. 이거 가져가서 먹어."

세준이 그동안의 고마움을 담아 선물을 했다.

베로니카에게는 핫케이크를, 젤가에게는 찐감자를, 오릭에게는 된장을 줬다.

오릭은 기본적으로 썩은 음식을 좋아해서인지 세준의 음식 중 된장을 가장 좋아했다.

"세준 님, 감사해요."

"감사합니다."

"켈켈켈. 감사합니다. 필요하면 또 불러주십시오!"

"응. 잘가."

세준이 베로니카, 젤가, 오릭을 돌려보내고 아작스, 펜릴과 침실로 갔다.

"아작스, 잘자."

"응! 형도 잘자!"

아작스가 세준의 팔을 베며 눈을 감았다.

하지만

'난 안 잘 거야! 안 자고 있다 집사가 자면 내 코어를 잽싸게 집사 입에 넣을 거야!'

펜릴은 자신의 1%짜리 코어 조작을 세준에게 먹이기 위해 눈을 부릅뜨며 안 자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까망이, 잘자."

세준이 손으로 펜릴의 머리를 두 번 정도 쓰다듬어 주자

끼로롱.

가장 먼저 코를 골며 까무룩 잠들어 버렸다.

그렇게 모두가 잠든 새벽.

낑!

'앗! 잠들었어!'

펜릴이 서둘러 눈을 떠 주변을 둘러보자

커어어.

아로롱.

깊게 잠든 세준과 아작스가 보였다.

아주 좋은 기회.

'그래. 난 일부러 잔 거야! 원래 지금 시간을 노린 거라고!'

멸망의 1좌 신을 사냥하는 고고한 늑대 체면에 중대한 작전을 앞두고 졸았다는 걸 인정할 수 없는 펜릴.

모든 건 계획안에 있던 거라고 정신 승리를 한 후 세준의 입에 자신이 물고 있던 코어 조각을 넣고

꽉!꽉!

끼히힛.낑!

'히힛. 내 코어야 들어가서 얘한테 맛있는 거 만들라고 해!'

맛있는 걸 먹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앞발로 열심히 코어 조각을 눌렀다.

그러자

꿀꺽.

펜릴의 코어 조각이 세준의 목구멍으로 부드럽게 넘어갔고

"크헉!!"

펜릴의 코어 조각을 삼킨 세준이 고통에 몸부림치다 기절했다.

자면서 기절이라니, 정말 신기한 체험을 하는 세준이었다.

그렇게 세준이 기절하자

끼히힛.낑?

'히힛. 아침은 맛있는 거 나오겠지?'

끼로롱.

펜릴이 맛있는 아침을 기대하며 세준의 가슴에 올라가 잠들었다.

그리고

"으···늑대가···."

세준은 거대한 늑대에게 깔려 온몸을 핥음 당하는 악몽을 꿨다.

"으헉!"

그렇게 악몽을 꾸다 일찍 일어난 세준.

"응?"

[정화된 펜릴의 코어 조각을 강제로 섭취했습니다.]

[펜릴의 힘이 1% 담긴 코어 조각을 흡수했습니다.]

[기존에 있던 펜릴의 코어 조각의 힘이 합쳐집니다.]

[몸에 펜릴의 힘 1.0078%가 쌓입니다.]

[다른 펜릴의 코어 조각을 찾을 수 있는 탐지 범위가 대폭 늘어납니다.]

[멸망의 사도의 힘을 찾을 수 있는 탐지 범위가 대폭 늘어납니다.]

자신의 앞에 나타난 메시지를 의아하게 바라봤다.

"내가 펜릴의 코어 조각을 또 강제로 섭취했다고?"

대체 누가 계속 강제로 먹이는 거지?

세준이 서둘러 에일린에게 혹시 자신의 침실에 누가 들어왔나 물어봤지만, 에일린도 모른다고 했다.

펜릴이 일어난 건 새벽에 잠깐. 하필 그 시간에 에이린은 멸망의 힘을 찾고 있었다.

거기다 뱃뱃이도 수련 중인 시간이기에 증인이 없었다.

"이거 계속 먹어도 되는 건가?"

세준이 우려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저번에는 자신을 살렸다는 메시지에 그냥 넘어갔지만, 아무리 정화가 됐어도 펜릴의 코어를 계속 먹어도 되는지 의심이 들었다.

이럴 때 도둑 잡는 테오가 있어야 하는데···

아로롱.

끼로롱.

"새벽에 누가 침입했는데, 너희는 잠이 오냐?"

세준은 괜히 잘 자는 둘에게 시비를 걸며 침실 벽에 날짜를 표시하고 밖으로 나와 입탑 398일 차 아침을 시작했다.

"이제 매운탕만 끓이면 되니까."

세준이 농장을 거닐며 오늘 할 일을 정리했다.

그렇게 농장을 걷고 있을 때

[정신력의 육쪽마늘이 농사꾼의 발소리에 감사하며 힘을 보탭니다.]

[체력 스탯 잠재력이 3023에서 3024로 상승합니다.]

잠재력이 올랐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여기까지는 별다를 게 없었는데···

[펜릴의 힘으로 인해 추가 효과가 발생합니다.]

[체력 스탯이 0.1 상승합니다.]

세준의 몸에 쌓인 펜릴의 힘이 1%를 넘자, 추가적인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뭐지?"

세준이 의아해할 때

[대지의 보석의 봉인이 풀렸습니다.]

[대지의 보석에 봉인돼 있던 암염의 신 락솔이 봉인에서 풀려납니다.]

[암염의 신 락솔이 자신의 봉인을 풀어준 대상에게 은혜를 갚습니다.]

[암염의 신 락솔이 1평 땅에 암염 광산을 만들어 은혜를 갚습니다.]

대지의 보석에서 풀려난 신이 세준에게 은혜를 갚고 떠났다.

"암염 광산?"

진짜 소금은 아니겠지? 황금 소금이려나? 세준이 기대감을 가지고 암염 광산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진짜 소금이네···."

암염의 신 락솔이 만든 암염 광산은 진짜 소금만 있었다.

[락솔 로드]

우리에게 암염 광산으로 보답한 암염의 신 락솔. 그는 아주 짠돌이 신이었습니다.

그래서 짠돌이 신에 맞춰 세준도 0.3평짜리 길을 만들어줬다.

후훗. 기브앤 테이크지.

신에게도 얄짤 없는 세준이었다.

393화. 드디어 쉴 수 있어!

393화. 드디어 쉴 수 있어!

탑 75층 용병 협회 지부.

쾅!

"푸후훗. 현상금 달라냥!"

유렌이 사기당한 1조 3000억 탑코인과 탑 75층 땅문서를 받아낸 테오가 문을 세차게 밀며 용병 협회로 들어왔다.

"우헤헤헤."

그런 테오의 뒤로 눈이 시퍼렇게 멍든 바카를 묶은 밧줄을 손에 든 유렌이 후련한 표정으로 들어왔다.

"아니. 어떤 놈···어?!"

"감히 누가 용병 협회에서 행패···어?!"

감히 용병 협회 문을 거칠게 여는 무뢰한을 응징하기 위해 무기를 뽑으며 벌떡 일어나던 용병들이 조용히 다시 제자리에 앉았다.

용병들은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본 것처럼 테오와 일행들에게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와. 나 방금 죽을 뻔한 거야?'

'내가 인상 쓴 걸 보진 못했겠지?'

테오 때문은 아니고.

"뀻뀻뀻."

테오의 꼬리에 몸을 감고, 기분 좋게 웃고 있는 이오나 때문이었다.

대파괴의 마법사 이오나.

용병 생활을 하면 반드시 숙지해야 하는 존재들 중 하나였다.

검은 박에 마탑의 마탑주이자 마법사 협회의 협회장으로 용병 협회의 주요 의뢰인이기도 했지만,

이오나의 귀여운 겉모습만 보고 덤볐다가 사라진 용병들이 너무 많기 때문.

그렇게 이오나를 알아본 게 용병들에게는 아주 다행한 일이었지만

아쉽다냥!

아쉽네요. 도장을 찍었어야 하는데···

노예 만들 기회를 잃은 테오와 삐욧이에게는 무척 아쉬운 일이었다.

잠시 후.

"여기 의뢰인 킬러 바카의 현상금입니다. 용병 협회의 현상금 1500만 탑코인에 다른 의뢰자들이 건 현상금까지 전부 합쳐 1억 300만 탑코인입니다."

이오나가 왔다는 말을 전해 들은 용병 협회 지부장이 직접 나와 현상금을 계산해 줬다.

"푸후훗. 고맙다냥!"

그렇게 바카를 넘기고 현상금을 챙긴 테오.

"푸후훗. 그럼 이제 리자드킹에게 간다냥!"

테오와 이오나, 삐욧이, 유렌이 세준이 부탁한 탑 68층 땅문서를 구하기 위해 리자드킹이 있는 탑 69층으로 이동했다.

***

황금탑 99층.

[방울토마토 먹기 대회가 시작됩니다.]

대회 시작을 알리는 메시지와 함께 대회에 참가한 엘프들의 앞에 방울토마토가 가득 담긴 바구니가 하나씩 나타났다.

그리고

"오! 이거 뭐야?!"

"이게 방울토마토가 맞아?!"

방울토마토를 먹은 엘프들은 경악했다.

"이게 상이 아니라 먹기 대회 음식이라고?!"

세실리아도 다른 엘프들과는 다른 의미로 경악했다. 바구니에 담긴 게 전부 마력의 방울토마토였기 때문.

'그럼 상으로는 뭘 주는 거야?!'

꼭 1등 할 거야!

마력의 방울토마토를 얻기 위해 참가했던 세실리아가 투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뜨거운 투지와는 다르게 세실리아의 손은 너무도 느리게 움직였다.

세실리아의 정량은 방울토마토 5개. 적게 먹는 엘프들 중에서도 특히 적게 먹는 편이었다.

식량이 부족했기에 평소에는 생존에 유리한 조건이었지만

"으···더 먹고 싶은데···."

오늘만은 그게 너무도 원통했다.

[방울토마토 먹기 대회 랭킹]

1위 - 보트니(30개)

2위 - 에라진(29개)

...

..

.

1920등 - 세실리아(5개)

결국 세실리아는 꼴등을 했고

"어?! 방울토마토가 하얀색인데?!"

"와! 이거 진짜 맛있는데 마력도 10이나 올라!"

1, 2, 3등을 한 엘프들이 영약 : 강대한 마력을 품은 방울토마토를 먹는 걸 마냥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치사하게 한 개도 안 주다니!

세실리아는 의리 없는 동료들을 원망하며 다음 대회를 준비했다.

"분명 3번째 대회는 토마토주 먹기 대회겠지?"

주당 세실리아 님 나가신다!

세실리아가 간에 좋은 음식들을 먹으며 수확제의 3번째 대회를 준비했다.

***

검은탑 99층.

"얘들아, 물 채워! 아이스큐브!"

꾸엥!

"응! 형! 워터볼!"

쿠어어엉!

음머!

세준의 지시에 꾸엥이, 아작스, 분홍털, 블랙 미노타우루스들이 돌로 만들어진 거대한 돌냄비에 물을 붓기 시작했다.

아작스는 마법으로, 나머지는 연못과 분수대에서 물을 길어 냄비를 채웠다.

처음에는 냄비가 워낙 커서 깨진 독에 물 붓기처럼 티가 잘 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점점 물이 채워졌다.

그렇게 물이 채워지자, 세준이 돌냄비 안에 매운탕 재료들을 넣고

딱.

손가락을 튕겨 거대한 불꽃을 만든 후 장작이 쌓여있는 화로에 불꽃을 던졌다.

그러자

화르륵.

장작이 타며 불길이 일어났다.

하지만 세준이 냄비에 물을 채운다고 얼음을 넣었기에 수온이 낮아 물이 빨리 끓지 않았다.

"꾸엥아, 꾸엥후!"

꾸엥!꾸엥!

[알겠다요! 꾸엥후 간다요!]

꾸에에에엥!

세준의 부탁에 꾸엥이가 꾸엥후로 화로에 강한 바람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화르르르륵.

순식간에 불길이 조금 전보다 몇 배는 강해졌다.

덕분에 돌로 만들어진 거대한 돌냄비에 담긴 100만 인분짜리 매운탕이 빠르게 끓기 시작했다.

후훗. 역시 요리는 화력이지.

그렇게 세준이 끓고 있는 매운탕에 간을 하고

'좋아. 다 됐다. 아작스, 램터 님 불러와!"

"응! 형!"

매운탕이 완성되자, 바로 램터를 불렀다. 자리가 없기 때문에 빨리빨리 치워줘야 했다.

"수거. 우리 세준이가 고생이 많구나. 리프레쉬."

돌냄비째로 매운탕을 챙긴 램터가 세준과 다른 일행들에게 회복 마법을 걸어주고 돌아갔다.

램터가 떠나자

"땅 일으키기!"

세준이 스킬로 화로 위에 다시 거대 돌냄비를 만들었다.

그리고

"얘들아 부어!"

다시 물을 채우기 시작했다.

후훗. 딱 9번만 더 하면 끝이다.

그렇게 100만 인분 매운탕을 6번째 만들 때

"얘들아, 힘들어도 조금만 힘내자!"

세준이 마력을 회복하는 푸른색 쑥즙포션을 빨며 아작스, 꾸엥이, 분홍털, 블랙 미노타우루스들을 응원했다.

힘들어 죽을 것 같은 얼굴로.

하지만 일행들은 세준의 말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하나도 안 힘든데?

다른 일행들은 전부 멀쩡했다. 너무도 새삼스럽지만, 여기서 누군가를 걱정하기에 세준은 아직도 많이 약했다.

낑!

'야! 너 너무 무리하지 마! 이따 내 밥 만들어야지!"

개복치 펜릴에게 걱정받을 정도로.

"휴우. 나 잠깐만 쉴게."

결국 세준 혼자 쉬는 시간을 가졌다.

"너무 피곤하네. 커피라도 마셔야지."

세준이 카페인의 힘으로 버텨보려 원두를 갈 때

[황금탑 엘프들의 엄청난 찬사에 영혼이 충만해집니다.]

[정신력이 30 상승합니다.]

정신력이 상승했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황금탑 엘프? 에일린이 팔았나?"

황금탑과 연결 고리가 없기에 세준은 에일린이 판 농작물이 황금탑의 엘프들에게 전해졌다고 생각하며 커피를 내렸다.

그래도 정신력이 크게 오르며 피로감이 많이 사라진 덕분에

"크으. 좋다."

세준은 기분 좋게 커피를 마시고 다시 매운탕을 만들러 갈 수 있었다.

***

검은탑 69층.

"여기가 리자드킹이 있는 곳이냥?!"

많은 리자드맨들이 일하고 있는 거대한 농장, 드라켄 대농장의 경계에 진입한 테오가 삐욧이에게 물었다.

삐욧!

[네!]

그때

"위대한 검은용의 부하 황금고양이 테오 박 님, 아니십니까?"

드라켄 대농장을 수비하고 있던 리자드맨 대전사 타무로가 테오를 발견하고 서둘러 인사했다.

테오와 타무로는 과거 탑 67층에 로커스트가 출몰했을 때 테오와 안면이 있었다.

그때 테오는 초보 유랑 상인이었는데···지금은 대파괴의 마법사 이오나, 대상인 유렌과 함께 다니고 있었다.

정말 출세한 테오였다.

"푸후훗. 타무로 반갑다냥! 근데 정확히는 위대한 검은용의 부하 치명적인 용발톱 황금고양이 테오 박 님이다냥!""

타무로에게 테오가 친절하게 자신의 설명을 다시 해줬다.

"아. 네. 그렇군요. 근데 여기는 무슨 일이십니까?"

타무로가 조심스럽게 테오의 용건을 물었다.

타무로는 대전사로 리자드 왕국의 주요 직책에 있기에 탑의 정보에 밝았다.

그리고 그 정보에는 노예왕 테오에 대한 것도 있었다.

예전에는 어리숙한 악덕 상인이었지만, 지금은 피도 눈물도 없는 노예왕.

몇 배는 조심해야 해야 할 요주의 인물로 진화했다.

그래서 부하들이 테오의 노예가 되지 않게 타무로가 서둘러 나선 것이다.

"리자드킹에게 탑 68층 땅문서를 사러 왔다냥!"

"탑 68층 땅문서요?!"

"그렇다냥! 얼마냥?!"

선제다냥! 그래야 3번 깎을 수 있다냥!

테오가 오랜만에 3번 깎기를 사용할 생각에 신났다.

하지만

"저···테오 박 님, 정말 죄송합니다. 리자드킹께서 탑 68층 땅문서가 있었다면 그냥 테오 박 님에게 드렸을 겁니다. 근데···탑 68층 땅문서는 탑 70층에 있는 리자드 왕국의 수도 다이노에 있어서 드릴 수가 없습니다."

"냥?! 그게 무슨 소리냥?! 그럼 탑 70층에 가서 가져오면 되지 않냥?"

"그게···."

원래 탑 70층에서 65층까지를 지배하던 리자드 왕국.

하지만 탑 67층에 로커스트들을 박멸하며 국력이 크게 쇠했다. 이후 쇠한 국력을 회복하려 했지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준이 탑 77층으로 사라지며 세준을 찾기 위해 블랙 미노타우르스들이 남하했다.

그 여파로 상층의 대규모 몬스터 무리가 탑 70층에 침입하며 왕국이 위험에 처했고

리자드킹은 큰 피해를 막기 위해 수백 년간 리자드 왕국의 수도였던 다이노를 봉인한 후 탑 69층으로 대피했다.

이후 몬스터 남하가 멈추자, 리자드킹은 병력을 움직여 수도 다이노를 다시 수복하기 위해 찾아갔지만.

그곳에는 극염을 두른 거대한 새 피닉스가 둥지를 만든 후였다. 그들은 초라히 탑 69층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푸후훗. 그러니까 새만 치우면 땅문서를 얻을 수 있는 거냥?"

타무로의 말을 다 들은 테오가 물었다.

"네?! 그냥 새가 아니라 피···."

"푸후훗. 알겠다냥! 그럼 안에 보물은 5대5다냥! 빨리 도장 찍어라냥!"

타무로의 말을 끓으며 테오가 계약서를 내밀었다.

"잠시만요. 그럼 리자드킹의 허락을 받고 오겠습니다."

"알겠다냥!"

어차피 지금이 아니면 수도를 되찾을 방법이 없어!

손해볼 게 없다고 생각한 타무로가 서둘러 계약서를 들고 드라켄 대농장의 중앙에 있는 막사로 달려갔다.

잠시 후.

"테오 님, 꼭 저희 리자드 왕국의 수도 다이노를 되찾아주십시오!"

타무로가 리자드킹의 손도장이 찍힌 계약서를 들고 왔다.

"푸후훗. 걱정 말라냥!"

계약서를 받은 테오가 일행과 탑을 올랐다.

하지만 테오는 바로 위층인 탑 70층을 지나 계속 이동했다.

"뀻뀻뀻. 테오 님, 지나쳤어요."

"푸후훗. 아니다냥! 먼저 박 회장한테 갈 거다냥!"

"뀻뀻뀻. 세준 님은 왜요?"

"푸후훗. 박 회장이랑 같이 갈 거다냥! 박 회장, 탑 70층 갈 수 있다냥!"

박 회장과 탑 70층으로 가서 새를 해치우고 리자드 왕국의 보물과 탑 68층 땅문서를 박 회장에게 안겨준다냥!

탑 68층으로 이동해서 박 회장과 멸망의 힘을 찾는다냥!

마지막으로 박 회장과 탑 75층으로 가서 대상인 승급 시험을 보고, 박 회장의 축하를 받으며 대상인이 된다냥!

테오는 머릿속으로 세준과의 여행 일정을 짜고 있었다.

"뀻뀻귯. 그러면 재미있겠네요!"

"푸후훗. 그렇다냥! 재미있을 거다냥!"

그렇게 테오가 세준과의 여행을 생각하며 탑 99층으로 이동할 때

"끝났다!"

세준은 10번째 매운탕을 램터에게 넘기고 만세를 부르고 있었다.

드디어 쉴 수 있어!

394화. 흐흐흐. 이제 시작이네.

394화. 흐흐흐. 이제 시작이네.

검은탑 관리자 구역.

"크히히히. 완성이다!"

에일린이 환하게 웃으며 냄비의 뚜껑을 열었다. 안에는 검은 액체는 사라지고 검은색 덩어리 하나가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크히히히. 생각한 대로 잘 만들어졌네."

뭘 만들려고 한 건지 모르지만, 눈앞의 검은 덩어리가 요리가 맞다면 분명 실패한 게 분명한데 의도한 대로 됐다는 에일린.

"우리 세준이가 먹기 편하게 잘라야지!"

또각.또각.

에일린은 검은색 덩어리를 정성껏 균일한 크기로 잘랐다. 한 번에 먹어도 상관없지만, 세준이 소화하기에는 약효가 너무 강했다.

잠시 후.

"크히히히. 세준아 받아."

에일린이 1000조각으로 자른 자신의 건강 요리를 세준에게 보냈다.

***

검은탑 99층.

"아이고. 좋다!"

저녁을 먹고 돌로 만들어진 평상에 누운 세준이 적당히 빛과 어둠이 어우러진 초저녁 하늘을 보며 말했다.

'흐흐흐. 당분간은 그냥 놀고먹기만 해야지.'

뭐든지 균형이 중요한 법. 며칠간 일만 했으니 이제 쉬어줄 때다.

꾸헤헤헤.

끼히힛.

그런 세준의 양옆으로는 꾸엥이와 펜릴이 세준의 엉덩이에 자신의 궁둥이를 붙이고 엎드려 세준의 쓰다듬을 받고 있었다.

끼히힛.낑!낑?

'히힛.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내 코어 조각을 어디서 더 구하지?

펜릴은 저녁에 세준이 만들어 준 치즈계란말이를 먹고는 자신의 생각을 다시 한번 확신했다.

치즈계란말이 정도의 맛있는 게 또 나온다면 코어 조각 하나 정도는 더 줘도 될 것 같았다.

그렇게 세준과 꾸엥이, 펜릴이 식후의 포만감을 즐기고 있을 때

[탑의 관리자가 그대를 위한 요리를 완성했다고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합니다.]

"어?! 고···고마워."

잊고 있는 줄 알았는데···

세준이 당황한 표정으로 에일린에게 감사를 표하고 손 위에 올라온 주머니를 열었다.

주머니 안에는 큐브 모양의 거의 숯처럼 검은, 요리라고 부르기 어려운 게 가득 들어있었다.

[에일린의 특제 영양 쿠키 조각]

이게 쿠키라고?

이름을 보기 전까지 이게 쿠키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 못 했다.

솔직히 이름을 봤는데도 누군가 석탄이라고 하면 믿을 것 같은 비주얼이었다.

위대한 검은용이라 그런지 에일린은 검은색을 너무 좋아했다. 태운 게 아니라 일부러 검은색을 낸 걸 거다. 그런 거겠지?

세준이 검은색 쿠키 조각 하나를 들어 옵션을 살펴봤다.

[에일린의 특제 영양 쿠키 조각]

위대한 검은용 에일린 프리타니가 검은탑 탑농부 박세준만을 위해 최고급 영약들을 넣어 만든 특제 영양 쿠키로, 검은탑 탑농부 박세준의 안전을 위해 1000조각으로 나눈 쿠키 조각 중 하나입니다.

엄청난 열과 압력을 가해 만들었기에 영약의 약효를 거의 잃지 않았지만, 대신 다이아몬드도 부러트릴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해졌습니다.

섭취 시 모든 스탯이 0.5 상승합니다.

에일린의 특제 영양제 1000조각을 전부 섭취 시 모든 스탯이 500 상승합니다.

사용 제한 : 모든 스탯 1500 이상

요리사 : 위대한 검은용 에일린 프리타니

유통 기한 : 없음

등급 : SS+

그래도 전에 에일린의 건강 주먹 고기는 다이아몬드만큼 단단하다고 했는데···

이건 다이아몬드도 부러트릴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하다고 했다.

나날이 발전하는 에일린의 실력. 더욱 엄청난 무기···아니 요리를 만들어 냈다.

에일린의 자신감만큼 요리가 엄청나지는 것 같았다.

"활력."

세준은 일단 스킬로 배를 비운 다음

냠.

에일린의 특제 영양 쿠기 조각 하나를 입에 넣었다.

쿠키 조각을 입안에서 살살 녹여봤지만, 너무 단단히 뭉쳐져서인지 아무 맛도 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맛을 보겠다고 깨물었다가는 이가 나갈 수 있기에 세준은 바로 삼켰다.

그러자

[에일린의 특제 영양 쿠키 조각를 섭취했습니다.]

[에일린의 특제 영양 쿠키 조각에 담긴 약효가 너무 단단히 뭉쳐있습니다.]

[에일린의 특제 영양 쿠키 조각이 완전히 소화되기까지 20시간이 걸립니다.]

나타나는 메시지.

"오! 이건 배부르지 않네?"

소화 시간이 오래 걸릴 뿐.

그럼 한 번에 많이 먹어도 되나?

세준이 쿠키 조각을 들어 하나씩 천천히 입에 넣었다. 5개째까지 아무 일도 없었다.

"괜찮은가 보네."

꿀꺽.

자신감을 얻은 세준은 한 번에 두세 개씩 빠르게 쿠키 조각을 삼켰다.

"흐흐흐. 좋아."

이 정도면 하루에 100개씩 10일 만에 1000개 다 먹을 수 있겠어.

그렇게 세준이 자신만만해하며 15번째 쿠키 조각을 삼켰을 때

[몸 안에 너무 강한 약효가 모이며 독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30초 후 S급 독이 완성됩니다.]

"응? 독?"

S급 독?!

대파!!!

세준이 서둘러 아공간 창고 안으로 달려 들어가 S급 해독의 대파를 씹어 먹었다.

그러자

[해독의 대파를 섭취했습니다.]

[1시간 동안 S급 이하의 독을 해독합니다.]

[체내에서 독이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나타나는 메시지.

"휴우."

세준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조금만 늦었으면···

과거 티어의 심독을 해독한 업적으로 S급 해독의 대파를 수확해 두지 않았다면 큰일 날 뻔했다.

'앞으로는 안전하게 10개만 먹어야지.'

해독의 대파로 해독하며 많이 먹어도 되지만, 그러면 독으로 변한 약도 같이 해독돼 버린다.

마치 돈 많이 써서 영양 좋은 음식을 배불리 먹고, 영양소 흡수를 방해하는 다이어트 약을 먹는 거랑 비슷한 거다.

[죽을 위기를 넘겼습니다.]

[재능 : 억센 생명력이 발동합니다.]

[체력이 1 상승합니다.]

"나도 알아."

주변에 아무 위험도 없었는데, 혼자 욕심부리다 죽을 뻔한 개복치 세준이 괜히 메시지한테 짜증을 냈다.

그렇게 오늘도 무사히 생존한 세준.

꾸엥?꾸엥?

[아빠, 갑자기 왜 일어난다요? 간식 먹을 거다요?]

낑?!낑!

'왜 너만 먹어?! 나도 먹을 거 줘!'

조금 전까지 세준이 에일린의 쿠키를 먹을 때까지만 해도 얌전했던 꾸엥이와 펜릴이 세준을 따라 아공간 창고로 들어왔다.

덕분에 간식 타임을 한 번 더 갖고 있을 때

"응?"

세준이 먼 곳에서 느껴지는 테오의 기운을 느꼈다. 벌써 땅문서를 구했나?

그때

"푸후훗. 박 회장, 보고 싶었다냥!"

어느새 나타난 테오가 세준의 얼굴에 매달려 자신의 얼굴을 세준의 머리에 비비고 있었다.

세준에게 향할 때만 쓸 수 있다는 한계가 있지만, 몇 km 정도는 순간이동처럼 이동할 수 있는 테오의 신기술 냥냥보였다.

"뀻뀻뀻. 세준 님, 안녕하세요!"

귀로 이오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냥···."

"응. 이오나, 안녕."

세준이 테오의 목덜미를 잡아 얼굴에서 떼어낸 후 이오나에게 인사했다.

"테 부회장, 땅문서는 다 구했어?"

테오를 무릎에 착용하며 물었다.

"아니다냥! 탑 75층 땅문서만 구했다냥! 그러니까 탑 68층 땅문서를 구하러 당장 출발이다냥!"

테오가 세준의 무릎을 꽉 안으며 말했다.

"엥?! 나도?!"

"푸후훗. 그렇다냥! 나 테 부회장이랑 탑 70층으로 같이 가는 거다냥!"

"탑 70층에는 왜? 거긴 이미 갔다 왔잖아."

"탑 70층의 봉인된 리자드 왕국 수도 다이노에 탑 68층 땅문서가 있다냥!"

"탑 70층에?"

전에 둘러봤을 때는 분명 아무것도 없었는데?

"알았어. 그럼 자고 내일 아침에 가자."

"싫다냥! 지금 당장 출발이다냥!"

여행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냥!

"어차피 이제 밤이라 어두워지잖아."

"박 회장이 그렇게 말하면 알겠다냥! 그럼 자러 가자냥!"

강하게 우기더니, 세준의 말에 테오는 곧장 얌전해졌다.

다음 날 아침.

"푸후훗. 그럼 출발이다냥!"

세준과 일행들이 탑 70층으로 출발했다.

그렇게 세준이 탑 70층으로 향할 때 붉은용의 터전에서는 두 번째 용의 회의가 시작되고 있었다.

"프하하하. 이렇게 많은 용이 모이긴 정말 오랜만이군."

램터가 붉은용의 터전을 가득 채운 용들을 보며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전쟁 때가 아니면 평소에 이렇게 많은 용들을 동원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오늘은 위대한 붉은용 4천에 다른 용족들이 2천씩 와서 총 2만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거기다 하루를 1초 정도로 생각하는 시간관념을 가진 용들이 약속 시간에 전혀 늦지 않았다.

참석자가 많은 건 곧 회의를 주최하는 용에 대한 존경을 의미하기에, 램터는 우쭐해 하며 가슴을 더욱 내밀었다.

"그럼 회의를 시작하지."

램터의 말에 회의가 시작됐다.

"각 탑의 반경 1000km 이내는 그 탑을 관리하는 용들만 붉은 안개를 사냥하고 다른 용족의 사냥을 금지해야 합니다!"

"저는 2000km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겹치는 영역이 생기잖아! 너희 황금탑 주변을 차지하려고 하는 거지?!"

첫 번째 용의 회의와는 다르게 두 번째 용의 회의는 치열하게 진행됐다.

그리고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위대한 황금용의 수장 아르테미스 율과 다른 위대한 황금용들은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붉은 안개를 서로 사냥하겠다고 나서는 용들이라니?

동시에 짜증도 났다. 분위기상 용들이 황금탑 주변 지역을 노골적으로 노리고 있었기 때문.

"우리 탑은 우리가 알아서 할 거야! 그리고 우리 구역에서 사냥하고 싶은 용은 따로 허락을 받아!"

그래서 서둘러 아르테미스가 나서 상황을 정리했고, 덕분에 회의는 순식간에 끝났다.

"좋아. 회의는 끝났으니, 돌아가고 싶은 용은 돌아가도 좋아."

"······."

램터의 말에 자리를 떠나는 용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 기다리는 게 있으니까.

푸흐흐흐. 당연히 없겠지.

"푸하하하. 그럼 간단히 회의에 참석한 용들을 위해 조촐하게나마 음식을 준비했으니, 맛있게 먹어줬으면 좋겠군."

램터의 말과 함께 중앙에 음식들이 나타났고, 용들이 먹을 만큼 음식을 그릇에 담기 시작했다.

모두들 생소한 음식이기에 처음부터 많이 담지 않았지만

"가래떡이랑 꿀이다!"

"고구마수프야!"

이미 세준의 음식을 먹어 본 적 있는 해츨링들은 그릇에 음식을 가득 담아갔다.

"호쿠스, 우리 아공간에도 챙기자!"

"응! 하쿤 형!"

"실비아도 챙길래!"

그것도 모자른지, 나중에 먹을 음식까지 아공간에 쟁여두는 해츨링들이었다.

그렇게 용들이 세준의 요리를 담는 사이

"자. 한 잔씩 받아!"

램터가 황금빛 삼양주가 담긴 술병을 꺼내며 말했다.

아쉽네, 세준이랑 한 계약만 아니면 혼자 마시는 건데.

램터가 손에 든 술병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세준이 황금빛 삼양주를 한 병만 줬기 때문.

세준은 이 황금빛 삼양주가 심상치 않은 물건이라는 느낌이 들어, 일단 퀘스트 완료를 위해 한 병만 제공했다.

그리고 램터가 술을 혼자 먹지 않도록 꼭! 모든 용족의 수장이 한 잔씩 먹어야 한다는 내용의 계약서를 따로 작성했다.

쪼르르륵.

램터가 술병을 기울이자, 진한 향기와 함께 황금빛 액체가 흘러나왔다.

"우리 세준이가 언제 이런 걸 만들었지?"

"아니···이거 무슨 술이야?!"

"램터 녀석···치사하게 혼자만 세준이에게 새로운 술을 받아?"

매일 세준의 삼양주를 마신 카이저, 켈리온, 티어는 술 향기만 맡고도 이 술이 기존의 삼양주와 다르다는 걸 알아챘다.

"자. 위대한 용족을 위하여!"

그사이 다른 수장들의 술잔을 황금빛 삼양주로 채운 램터가 잔을 들자

"위하여!"

다른 수장들도 잔을 들어 제창하며 동시에 술을 마셨다.

꿀꺽.

"오!"

술맛에 감탄하는 수장들.

그때

[황금빛 삼양주를 섭취했습니다.]

[망각의 저주가 사라집니다.]

아홉 용족의 수장들에게 걸렸던 망각의 저주가 완전히 풀렸다.

그리고

[위대한 검은용 카이저 프리타니가 황금빛 삼양주 한 잔을 마셨습니다.]

[위대한 하얀용 켈리온 마므브가 황금빛 삼양주 한 잔을 마셨습니다.]

···

..

.

"흐흐흐. 이제 시작이네."

세준이 메시지를 보며 쏟아질 선물들을 기다렸다.

395화. 우리 애들이 더 무서움.

395화. 우리 애들이 더 무서움.

붉은용의 터전

"이렇게 맛있는 게 있었어?!"

용들이 세준의 음식을 먹고 흥분했다.

그리고

"램터 님은 이 음식을 어디서 가져오신 걸까?"

용들은 당연히 음식의 출처를 궁금해했다.

그때

"알렉스 삼촌 내가 알아! 검은탑의 탑농부 박세준이 만든 건데, 검은탑에서 에일린이 팔아!"

"한나 이모! 실비아가 알아요! 검은탑의 탑농부 박세준 님이 만들었어요!"

해츨링들이 자신이 아는 게 나오자, 용들에게 열심히 아는 척을 했다.

에이린이 그동안 해츨링들에게 공을 들인 결과가 나타나고 있었다.

"검은탑의 탑농부?"

"박세준?"

"검은탑에 가면 박세준의 요리를 먹을 수 있는 건가?"

덕분에 용들 사이에서 세준의 명성이 퍼지기 시작했다.

***

[위대한 아홉 용족의 모든 수장이 황금빛 삼양주를 한 잔씩 마셨습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수확의 비약 15방울을 획득했습니다.]

"후훗. 첫 번째 선물이 도착했군."

메시지를 보며 세준이 웃었다. 마치 문 앞에 택배가 왔다는 문자를 보는 것처럼 설렜다.

그때

[위대한 용족에게 걸린 망각의 저주를 푸는 위대한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위대한 업적 보상으로 를 획득했습니다.]

[격이 아무리 차이 나도 앞으로 용들이 당신을 경멸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가진 능력이 용들을 상대로도 적용됩니다.]

이어서 마지막 선물이 도착했다.

"용족의 조력자?"

마지막 메시지는 무슨 소린지 잘 모르겠고, 경멸이라니···뭔 소리야?

나 용한테 경멸받은 적 없는데? 약하다고 무시당한 적은 있지만.

경멸받은 적은 없다. 맹세코.

"완전 필요 없는 이명이네."

그렇게 세준이 두 번째 선물이 자신에게 아무런 득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

[멀리 떨어진 곳에서 위대한 검은용들이 당신의 음식을 극찬합니다.]

[격이 높은 다수의 존재에게 극찬을 받아 영혼이 크게 충만해집니다.]

[정신력이 1000 상승합니다.]

[정신력이 한계치인 500까지 올랐습니다.]

[정신력이 더 이상 오르지 않습니다.]

[정신력 500을 달성했습니다.]

[당신의 미약한 의지가 세상에 아주 미세하게 영향을 미치기 시작합니다.]

세준이 생각지도 못한 세 번째 선물이 도착했다.

세준의 음식을 먹은 검은용들의 극찬에 세준의 정신력이 크게 상승했다. 그것도 1000이나.

예전에는 용들이 먹어도 전혀 반응이 없었다.

하지만 를 얻으면서 재능 : 상처를 치료한 영혼이 용들을 대상으로 발동했다.

거기다 타이밍 좋게도 해츨링들이 요리를 한 게 세준이라는 걸 용들이 알게 되며 찬사를 제대로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세준의 정신력은 단숨에 잠재력 한계치인 500까지 올랐고

"윽!"

세준은 잠시 머리가 깨질 것 같은 엄청난 두통을 경험했다.

영혼에 부하가 될 정도로 큰 700의 초과 정신력이 들어왔기 때문.

입으로 먹은 건 배출할 수 있지만, 정신력은 감내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고통이 사라지자

"근데 진짜 짜네."

세준이 마지막 메시지를 보며 말했다.

정신력 스탯이 500이 됐지만, '아주 미약한'에서 '아주'라는 단어가 빠져 미약한 의지가 된 것 말고는 변한 게 없었다.

거기다 세상에 아주 미약하게 영향을 미치는 건 똑같았다.

"박 회장, 괜찮냥?"

꾹.꾹.

테오가 세준의 오른쪽 머리를 앞발로 누르며 물었고

꾸엥?

[아빠, 괜찮다요?]

꾸엥이도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말만 안 할 뿐 다른 일행들도 세준을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조금 아팠는데, 이제 괜찮아졌어."

세준이 걱정하는 일행들을 안심시켰다.

그때

낑!낑!낑!

'야! 정신력을 그렇게 다루니까 머리가 아프지! 이렇게 해서 요렇게 하면 돼! 잘 보고 따라 해!'

펜릴이 세준에게 정신력 다루는 고급 기술을 열심히 알려줬지만

"우리 까망이 배고프구나? 이따가 밥 먹을 거니까, 간식은 참자."

안타깝게도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 세준은 펜릴이 간식을 달라고 하는 줄 알고, 펜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달랬다.

"이제 다이노로 출발하자."

"뀻뀻뀻. 제가 안내할게요!"

리자드 왕국의 수도 다이노가 봉인되기 전의 위치를 알고 있는 이오나가 길을 안내했다.

그렇게 출발하려 할 때

[멀리 떨어진 곳에서 위대한 하얀용들이 당신의 음식을 극찬합니다.]

···

..

.

엄청난 메시지들이 나타나며 정신력이 세준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상승했다.

세준이 간과한 게 있었다.

용족은 총 아홉.

남은 여덟 용족의 극찬이 세준에게 쏟아졌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위대한 붉은용들이 당신의 음식을 극찬합니다.]

[격이 높은 다수의 존재에게 극찬을 받아 영혼이 크게 충만해집니다.]

[정신력이 2000 상승합니다.]

거기다 붉은용의 수는 다른 용족보다 2배 많았기에 정신력도 2배로 올랐다.

감당할 수 없는 총 9000의 정신력을 삼킨 세준의 영혼.

쾅!

털썩.

세준은 뭔가가 터져나가는 소리를 들으며 기절했다.

"박 회장, 또 기절했다냥!!!"

꾸엥!

[아빠, 일어난다요!!!]

테오와 꾸엥이가 서둘러 기절한 세준의 몸을 주무르기 시작했고

낑!

'야! 내가 이렇게 해서 요렇게 하라고 했잖아!'

펜릴은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세준에게 화를 내며 서둘러 세준의 머리에 자신의 머리를 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