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화. 최고의 경지에 오르다 (4)
천월의 표정을 자세히 바라보고 있던 용경은 천월의 한숨소리에 살짝 미간을 구겼다가 이내 미소를 지으며 물어보았다.
“무슨 일로 그렇게 감개무량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냐?”
천월은 일순간 얼굴에 드리운 먹구름을 다 걷어버리곤 다시 밝은 모습으로 돌아가 몸을 탁자 위로 길게 늘어뜨렸다. 그리곤 용경을 힐끗 보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감히 절 감격시킬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것 같나요?”
용경은 심오한 눈빛으로 천월을 한 번 바라본 후, 더는 아무 말도 잇지 않았다. 천월은 곧 차를 한 모금 마시곤 맛을 음미하며 청아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봄 찻잎은 처음에 쓰지만, 나중엔 단맛이 나요. 여름 찻잎은 떫은맛이 나고 검 푸른색을 띄고요. 백로 후에 채취한 차는 가을 차죠. 약로가 채취해온 마오젠은 대략 늦봄에서 초여름 사이에 따와 쓴맛과 단맛과 동시에 떫은맛도 나네요.”
“천월 아가씨, 차에 대해 정말 조예가 깊으시군요! 소인이 한 달 전에 채취한 것이 맞습니다. 이곳에 좋은 품종에 채취한 찻잎이 더 있습니다. 천월 아가씨께선 이 찻잎들에 대해서도 잘 아실까요?”
그때, 밖에서 약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랜만에 마음이 아주 잘 맞는 지기를 찾은 것처럼 매우 감격하고 탄복한 목소리였다.
천월이 곧 시선을 돌리니, 열린 창문 사이로 쏙, 나온 약로의 얼굴이 보였다. 고 작은 틈으로 보기에도 그의 얼굴이 몹시 기쁘고 상기돼 보여서 천월의 입가에도 절로 미소가 피어났다.
“약로이신가요? 가져와 보셔도 돼요!”
“알겠습니다!”
이내 천월이 미소로 손짓하자, 약로가 서둘러 찻잎을 가지러 갔다. 이윽고 용경은 긴 속눈썹을 내린 채 다시 천천히 차를 한 모금 음미했다.
아무런 말도, 반응도 보이질 않아 그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
천월도 다시 찾아온 정적에 그냥 별 뜻 없이 찻잔을 들고 살랑살랑 흔들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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