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화. 암담한 생활 (1)
순간 말문이 막힌 천월의 언성이 높아졌다.
“아무리 타고난 천재라 해도 이렇게 막 대해도 되는 거예요? 천 권이 넘는 책을 보름 안에 보라니, 정말 제 피를 말려 죽일 작정인가요?”
“보름 후엔 장원대회에 참석해야 해서 널 가르쳐 줄 시간이 보름밖에 남아 있지 않아서 그렇다. 장원대회가 끝나면 또 어떤 일정이 생길지 알 수 없지 않느냐. 그 이후엔 영 왕가에 와서 공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시간은 지금 뿐이야.
열심히 하지 않으면 너뿐만 아니라 내 체면도 깎일 것이다. 사람들은 내가 가르치는 능력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고, 내 명예에도 금이 가게 되겠지. 그러니 어찌 널 닦달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 힘들더라도 전부 다 읽어야 한다.”
항상 부드럽고 조용하던 용경의 목소리가 조금 높아져 있었지만, 천월은 그의 말을 가볍게 여기며 흥, 하고 콧방귀만 뀔 뿐이었다.
“다른 사람 시선이 그렇게 두려워요?”
“아니, 난 운 조부님을 실망시켜 드리기 싫은 것뿐이다. 운 조부님께서 네가 글자를 배우고 알게 되는 것에 대해 얼마나 기대하고 계시는지 아느냐. 그러니 나도 상심하지 않도록 해 드리고 싶다. 그게 마땅한 도리이기도 하고.”
용경의 한숨에도, 천월은 손까지 내저으며 난색을 표했다.
“어쨌든 보름 동안은 무리에요. 실망하든 말든 내 알바가 아니라고요!”
그러자 용경이 천월의 뒤에 있는 책장을 가리켰다.
“자, 그럼 한 가지 선택권을 더 주겠다. 이곳에도 백 권의 책이 있다. 만약 3일안에 이 책을 다 외우면 저기 천 권의 책들은 안 봐도 좋다. 어때, 식은 죽 먹기지?”
천월이 고개를 돌려 책장을 바라보니, 빼곡히 꽂힌 여계(*女誡: 여성의 처신 등에 대한 계율)와 관련된 서적들이 보였다. 수천 년 전 최초의 여성이 편찬한 여계의 다양한 판본부터, 천년, 그리고 몇 백, 몇 십 년에 걸쳐 완벽하게 교정된 여계 서적들을 보니 천월은 순간 정신이 아찔해져 용경을 다급히 쏘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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