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9화. 장두서목
장모 자신도 알아챘는지 황급히 본론으로 들어갔다.
“원 재상께서 호왕에게 제안한 협력 사안에 대해 호왕께서 신중히 고려하시고는 협력에 동의할 의향이 있으시다며 상의하라고 특별히 저를 파견하셨습니다. 여러분들 모두 조정의 부패를 증오해서 정의의 깃발을 들었으니 함께 단결해야만 쓰레기 황제를 끌어내리고 백성을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맞습니다.”
원징은 말을 줄이고 말 많은 사람이 말을 많이 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어쨌든 서로 아는 것이 적으니 우리에게 성의를 보여주셨으면 합니다.”
장모가 여기까지 말을 하고는 또다시 묵자를 빤히 쳐다보았다.
묵자는 그가 쳐다보는 게 기분 나빠서 싸늘한 눈초리로 똑같이 노려보며 이렇게 물었다.
“어떻게 해야 우리의 성의를 보여드릴 수 있을까요?”
장모는 식견과 시야가 좁은 소인배였다. 원징이 여자를 데리고 대청에 들어온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방금 그 여자가 아무것도 모르는 듯 물어봐서 갑자기 자신들이 불리한 처지에 놓인 데다 지금 그 여자가 또 입을 떼니 살짝 화가 치밀어올라 묵자에게는 대답도 안 하고 원징에게 이렇게 되물었다.
“원 재상 진영에서는 여인도 사내의 일에 대해 질문할 수 있습니까?”
원징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이렇게 대답했다.
“내 부인은 가능하오. 장 선생께서는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시면 됩니다.”
“부인이요?”
장모는 살랑살랑 흩날리고 있는 묵자의 길게 늘어뜨린 검은 머리카락을 보았다. 분명 아직 출가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아니면 장 선생께서는 저 원모가 당신처럼 중요한 손님을 만나는데 이렇게 무모하고 분별없게 아무 여자나 데리고 들어왔다고 생각하셨습니까?”
원징은 굳이 자신에게 기혼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는구나.
장모는 속으로 이런 일은 확실히 엉터리로 말하긴 어렵다고 생각하고 은근 안타깝다고 한탄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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