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7화. 모자 (2)
태안제는 양심전으로 기명을 불렀다.
기명은 태안제를 보고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예를 올렸다.
태안제는 그를 보자 마음이 착잡했다.
“짐이 듣자 하니, 넌 네 방 침상 기둥에 묶여 있었다고 하더구나. 왜 네 아버지와 함께하지 않은 것이냐?”
기명은 옷을 갈아입을 시간도 없이 입궁하여 의관이 어지러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름달같이 환한 기질은 감출 수 없었다. 그는 태안제의 말을 듣고 싱긋 웃었다.
“제가 함께했는지 아닌지는 사실 중요할 것 없지 않습니까? 넷째 숙부, 하얀 비단은 그리 비싸지도 않으니 이 조카에게도 하나 내려 주십시오.”
태안제는 담담히 죽음을 바라는 조카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짐은 줄곧 상과 벌을 내리는 데 분명했다. 그가 애초에 너를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고 했고, 넌 이번 일에 참여하지 않았음이 분명하니 너를 처벌할 수는 없다. 청원은 조용하고 아늑한 곳이니 네가 머물기에 딱 좋다. 돌아가거라.”
기명은 씁쓸하게 웃었다.
“전 그의 아들이 아닌데 어떻게 청원에 살 수 있겠습니까?”
“그럼 어찌할 생각이냐?”
태안제는 조용히 기명의 대답을 기다렸다.
형을 제위에서 내쫓은 것에 대해선 후회하지 않았고 양심의 가책도 없었지만, 이 조카에게는 조금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기명이 태자였기 때문이 아니라, 기명이 이 자리에 앉을 만한 재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십 년 전 자신이 큰형님의 용좌를 빼앗았으니, 이제 와 기명에게 태자의 자리를 돌려줄 수는 없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는 법이다. 기명이 나중에 복수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그는 자신의 여생을 남의 손에 맡길 수는 없었다.
게다가 그의 넷째 아들은 기명의 손에 죽었다.
기명에 대해서는 미움도 있고 마음의 빚도 있으니 목숨만은 살려 주기로 했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그 이상은 불가능했다.
그는 태안제였다. 항상 주도권을 쥐고 있던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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