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8화. 호랑이 굴
여느 때의 냉담한 분위기에 비해, 오늘은 잘생긴 편인 젊은이의 얼굴이 한밤중 불빛 아래에서 한결 부드러워 보였다.
관장량은 입가에 미소를 띠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소장군께서는 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이렇게 물으면서 옆에 있던 술 항아리를 들어 기삭의 술그릇을 가득 채웠다.
기삭은 다시 술그릇을 집어 들고 벌컥벌컥 마신 다음 그릇을 바닥에 쾅 하고 내려놓으며 쉰 목소리로 소리쳤다.
“포로가 된 것은 그저 운이 없었던 것이오! 외숙부가 군마 칠백 필을 내주고서 풀려난 것임을 알았다면 차라리 그냥 놈들의 손에 죽는 게 나을 뻔했소!”
이 말을 들은 관장량은 아까 낮에만 해도 자신에게 고운 눈길을 보내지 않던 소장군이 왜 태도를 바꾸었는지 알 수 있었다.
아마도 그들이 동병상련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긴, 알리같이 신분이 높고 오만한 자가 이런 좌절을 겪은 적이 있겠는가?
수많은 북제 장수 중에는 주나라 장수 네 명과 군마 칠백 필을 주고 바꿔 온 이 귀공자를 비웃는 자가 일부라도 있기 마련이었다. 또한 다른 장수들의 관심 어린 눈빛조차도 자존심이 크게 상한 예민한 나이의 소장군에게는 다른 뜻으로 비칠 수 있었다.
“소장군, 그런 것에 신경 쓰실 것 없습니다. 소장군께서 또 전쟁터에서 무위를 떨치실 테니 그때가 되면 누구도 감히 그런 소리를 못 할 것입니다. 소장군의 가치를 어찌 고작 군마 몇백 필과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이를 모르는 놈들은 세상을 보는 눈이 없는 놈들입니다!”
관장량이 알리의 비운 술잔을 다시 가득 채웠다.
그는 바보가 아니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이 어린 녀석이 마음의 응어리를 푸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응어리가 계속 남아 자신에게 동병상련의 감정을 가지는 것이었다. 그러려면 티 나지 않게 이 녀석의 예민한 부분을 계속 건드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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