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5화. 혼인을 사사하다
육황자가 황궁에 되돌아왔을 때, 황제는 온종일을 잠을 잔 후 깨어난 지 얼마 안 된 상태였다. 그는 제비집죽을 먹은 뒤 곧바로 육황자가 어디 있는지 물었다.
“부황, 소자 여기 있습니다.”
때마침 황제의 침전에 들어가던 육황자가 미소 띤 얼굴로 황제에게 다가갔다.
“어딜 다녀왔느냐?”
황제는 입가에까지 숟가락을 가져온 궁인의 손을 밀어냈다. 몇 입을 먹고는 금세 입맛이 없어진 것이다.
육황자는 직접 황제에게 죽을 먹이려고 궁인에게서 제비집죽을 건네받았다.
“조부에 한 차례 다녀왔습니다.”
이에 황제의 눈빛이 매서워졌다.
“가서 조언옥에게 무슨 말을 했느냐?”
“부황, 소자는 조언옥에게 혼인을 사사한다는 걸 알려주러 갔던 것입니다.”
육황자가 말했다.
“아둔한 것 같으니라고. 네가 가서 조언옥에게 알리면, 그자가 짐이 내리는 혼인을 거절할 방법을 찾게 하는 꼴이 아니냐? 설마 아직도 그 여자에 대한 마음을 접지 못한 것이냐? 아직도 그 여자가 네 것이 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야?”
황제는 분개하며 질문하고는 한 손으로 육황자가 들고 있던 도자기 그릇을 밀어냈다.
“조언옥은 이를 받아들일 것입니다. 공주를 아내로 맞으면 조 소부인에게 더는 손을 쓰지 않고, 조 소부인을 공주와 동등한 지위로 대접해 주겠다고 얘기했습니다.”
육황자는 손수건을 들고 황제의 손에 묻은 제비집죽을 닦아줬다.
“흥, 정조를 잃은 여인이 어찌 공주와 동등한 지위가 될 수 있단 말이냐?”
황제는 콧방귀를 뀌었다.
“하지만 이렇게 얘기하지 않는다면, 조언옥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갈수록 노쇠해 가는 황제의 얼굴을 육황자는 고개를 숙인 채 쳐다보지 않았다.
“어차피 공주가 시집간 이후에는 모든 것이 달라질 것입니다.”
그렇다. 공주는 금지옥엽과도 같은 존재인데 반해, 제완은 정조를 잃은 여인이니 매일 자숙하며 지내야 했다. 더군다나 그녀가 감히 공주와 총애를 다툰다는 것도 불가능한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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