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화 바늘 끝 (1)
사방화는 곧 자신의 옷을 벗어 품죽에게 건네곤 동시에 시화에게 지시를 내렸다.
“시화. 화당에 있는 두 번째 벽과 서랍 사이에 상자가 하나 있을 것이다. 그 안에 송화분이 있으니 그것을 좀 가져와다오.”
시화가 즉시 밖으로 나갔고, 품죽도 황급히 옷을 갈아입었다. 품죽에 얼굴에 핀 반점도 점차 옅어지다가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어느새 본연의 얼굴로 돌아간 사방화가 품죽에게 말했다.
“거울 앞에 앉아보아라. 분장을 해주겠다.”
품죽이 재빨리 거울 앞에 가 앉자, 사방화가 품에서 아주 얇은 면피(*面皮: 사람의 얼굴과 흡사한 가면)를 꺼내 거울 앞으로 갔다. 이내 품죽의 얼굴 위로 매우 정교하고 능숙한 손길이 빠르게 스쳐갔다. 어느덧 거울 속엔 청음이 동그란 눈을 한 채 품죽을 기다리고 있었다.
품죽은 내내 거울을 보고 있으면서도 사방화의 솜씨를 미처 감상할 새도 없었다. 앞으로 몇 년을 더 배운다한들, 절대 사방화의 역용술(易容術)을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거울 속에 있는 여인은 의심할 여지도 없는 청음이어서 품죽은 정말 자신이 진짜 청음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마 이 경성에서 역용술의 고수들을 논하자면, 사방화보다 더 높은 곳에 설 수 있는 자는 단 한 명도 없을 것이 분명했다.
사방화의 솜씨에 감탄하고 있자니, 품죽은 제 역용술은 이를 전혀 모르는 부인들이나 아가씨들만 속일 수 있을 정도란 생각이 들었다.
잠시 후 시화가 다시 송화분을 가지고 방으로 들어왔을 때, 사방화는 이미 분장을 다 끝낸 상태였다. 이내 사방화는 송화분을 삼켜 얼굴에 붉은 반점을 만들어냈다. 곧 시화의 한탄이 이어졌다.
“아가씨, 멀쩡한 얼굴에 멀쩡한 몸을 이렇게까지 학대하시다니……, 언제쯤 이런 모진 날들을 끝낼 수 있는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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