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5화 바늘 끝 (2)
품죽의 말은 정확히 황제의 심장을 향해 날아갔다. 황제는 고작 시녀에게서 어찌 이런 담이 표출되는 것인지 일순간 거대한 충격에 휩싸였다. 졸지에 날카로운 언행에 상흔을 입게 된 황제는 짙은 당혹감에 품죽을 향했던 기를 거두어들였다.
가마 위에 있던 황후의 등에서도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청음과의 첫 조우가 심히 충격적이라 당황스러우면서도, 새삼 청음의 대담함에 혀를 내두르게 되었다. 진강과 영친왕비가 청음을 그렇게도 총애했던 이유를 이제야 완벽히 실감할 수 있었다.
영친왕은 조금 전 황제가 일부러 시간을 끌 때부터 이미 이런 상황을 직감했다. 황제는 바로 사방화와 청음과의 만남을 기다린 것이었다. 그런 황제가 매우 불만스러우면서도 영친왕은 황제의 체면을 생각해 별다른 말을 잇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토록 당혹스러운 전개는 미처 예상치도 못한 일이었다. 후폭풍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황제를 공격해 버린 청음이 매우 걱정스러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영친왕의 뒤에 서있던 진호만큼은 이곳에서 유일하게 아무 표정도 보이질 않고 있었다.
사방화는 품죽을 향해 속으로 엄지를 치켜들면서 가려진 면사포 사이로 옅은 미소를 그리고 있었다. 반면, 춘란은 너무 놀라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청음의 대담함은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지만, 그것이 황제에게도 이어지리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었다.
황제의 공격에 영친왕부까지 끌어들이다니. 게다가 영친왕부의 구족(九族)은 황실이었다. 일순 긴장된 분위기가 고조되다가 황제의 불호령이 내려앉았다.
“이것이 어디 일개 시녀가 할 말이더냐?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것이로구나!”
품죽은 짙은 긴장감에도 필사적으로 평정심을 유지하며 고개를 숙인 채 차가운 대답을 이어나갔다.
“송구하오나, 소인은 항상 직선적으로 말을 해왔기에 돌려 말하는 법을 모릅니다. 진강 공자님과 영친 왕비마마께선 저의 이런 점을 좋아해주시기도 하시지요.”
품죽은 곧 영친왕도 끌어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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