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5장. 생근고를 얻다
소근언은 마구간에 질풍을 매어두고 풀을 한 줌 먹인 뒤 서재로 향했다.
도중에 그는 생근고를 얻기 위한 여러 가지 변명거리를 생각해 보았다. 거짓말을 하는 것은 옳지 않았지만, 서아에 대해 모두 털어놓는 일 역시 불가능했다.
문이 열렸을 때 초름경은 책장 앞에 서서 병서를 뒤적이고 있었다. 그러다 방 안으로 들어온 소근언을 발견하자마자 그를 향해 돌아섰다.
“마침 네게 할 말이 있었다. 네 의견을 좀 물어야겠어.”
초름경의 눈빛은 평소처럼 냉담했으며 목소리 역시 싸늘했다.
무슨 중요한 일이 있는 모양이었다. 소근언이 즉각 대답했다.
“무슨 일입니까?”
“유리를 만난 적이 있느냐?”
유리라면 대공주를 말하는 것 아닌가? 그는 분명 공주를 만난 적이 있기는 했다. 그런데 그게 어쨌단 말인가?
“이제 유리도 시집갈 나이가 되었지. 더는 거북이도 기르지 않는다. 원래 괴팍했지만 그새 성격도 훨씬 얌전해졌어. 황후마마께서 요 며칠 유리의 혼사에 대해 언급하고 계시는데…….”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근언은 초름경의 뜻을 알아차렸다. 사황자는 지금 자신에게 대공주를 아내로 받아들일 것인지를 묻고 있었다.
“전하, 절대 안 됩니다.”
소근언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초름경은 그가 거절하리란 걸 예상하고 있었다. 전에도 소부의 여식을 거절한 적이 있으니, 황가의 여인이라고 기꺼워할 리 없지 않은가?
“본전도 완곡히 거절했다. 다른 사람이라면 황녀를 얻는 게 벼락출세를 하는 길이라 여기겠지만 말이다.”
예전 같았으면 소근언은 출세보다 내실을 갖추고 싶다고 대답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는 정말로 출세하고 싶었다. 지금의 그는 3품이라는 벼슬에 만족할 수가 없었다.
이는 사적인 욕심 때문이 아니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한 여인 때문이었다.
그때, 가벼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초름경의 표정은 한결 밝아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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