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9장. 네가 그 일에 끼어들었던 거지?
“할머니, 시집가기 싫어서 이러는 건 아니지만…… 전 제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시집가고 싶어요.”
좋아하는 사람이라니, 소 노부인의 귀에는 그 말이 우스갯소리로 들릴 뿐이었다.
“사내든 여인이든 모두 부모와 중매쟁이의 뜻대로 혼인하는 게다. 나도 혼례를 마치고 신방에 들어가고 나서야, 네 할아버지가 어떻게 생긴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단다. 앞으로 평온한 삶을 살 수 있으면 그만이지, 다른 걸 바라선 안 되는 법이다.”
애정이니 뭐니 하는 건 모두 철없는 계집애들이나 하는 쓸데없는 망상이었다.
“이 할미도 다 너를 위해 하는 말이야. 그러니 쓸데없는 마음은 접거라. 몇 년 전, 사 대인이 처음 두각을 나타냈을 때 수많은 처녀가 그에게 시집가길 원했지. 하지만 결국엔 다 포기했다. 사 대인이 그렇게나 냉정하고 잔인한 사람일지 누가 알았겠느냐?
지금은 또 소 총병이 화젯거리가 되었지. 그자의 주인인 사황자보다도 더 기세를 떨치고 있더구나. 앞일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권세란 시시때때로 바뀌는 것이고 그 안에서 살아남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사내에게 시집가는 건 목숨을 거는 일이나 다름없다는 걸 더 말할 필요도 없겠지.”
소여옥은 입술만 깨물며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렇게 된 이상 할머니의 도움은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서녀의 혼사에 대해서는 모두들 이런 식으로 대충 해결하려 했다. 마음을 접으라니, 그렇다면 그녀가 위로 올라갈 기회는 영영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만약 좋은 가문 자제의 눈에 든 어떤 복 많은 서녀가 있다면. 그녀는 친정에도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서녀라면 상대방의 인품이 어떻든 나이가 어떻든, 예물을 많이 주는 집이 나타나면 바로 그쪽으로 시집을 보내는 게 일반적이었다.
소부에는 원래 자손이 많아서 그녀의 밑으로도 여러 명의 남동생과 여동생들이 있었다. 그러니 그녀 말고도 시집보낼 여인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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