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8장. 얻어맞고 돌아가다
그녀는 자신이 피해자라는 듯 말하고 있었다. 그녀의 말만 들으면 진운서는 잔인하고 냉혹한 살육자였다. 흑백이 완전히 전도된 소여옥의 말에 진운서는 하마터면 그녀를 향해 손을 올릴 뻔했다.
“아무 변명도 하지 않는구나. 내 예상이 맞았던 거야, 그렇지? 전에 네가 내게 말했었잖아. 진가는 본래 세도가이니 높은 가문의 사람들에게 달라붙어 아첨할 필요가 없다고 말이야. 그리고 황족의 자제들은 쉽게 믿을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니, 그들에게 기댈 생각하지 말라고.”
진운서는 말을 그렇게 했어도 뒤로는 황족과 결탁하여 음모를 꾸몄다.
‘난 그러면 안 되지만, 자기는 황족에게 기대어도 된다는 거야?’
그녀는 진운서에게 아무런 짓도 하지 않았는데, 진운서는 사황자와 손을 잡고 소부를 공격했다.
소여옥은 계속해서 씩씩거렸다. 여러 해 동안 진운서의 발밑에 밟혀 살며 쌓아둔 억울한 마음이 늘 고결한 척하던 가면을 찢고 밖으로 터져 나왔다.
그러나 진운서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마치 연극을 보는 것처럼 재미있다는 눈빛으로 소여옥을 바라보았다.
“진부의 가세를 생각해야지. 내가 달라붙어서 아첨할 가치가 있는 가문이 도성에 있다고 생각해?”
진운서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말속엔 몹시 오만한 뜻이 담겨있었다. 그 말을 들으니 소여옥은 심장까지 부들부들 떨릴 지경이었다.
“네가 드디어 솔직해졌구나. 그리 고고하신 분이니 세상 모든 사람이 우스워 보이겠지! 너는 줄곧 나를 네 앞에서 꼬리를 흔들며 꽁무니를 따라다니는 강아지처럼 여겼어. 안 그래?”
연신 자신을 책망하는 목소리에도 진운서는 그저 웃고 싶을 뿐이었다. 자신이 정말 소여옥을 그런 강아지로 여겼다면, 전생에서 자신이 그렇게나 처참한 최후를 맞이했을까?
친자매가 없었던 그녀는 소여옥을 진심으로 대했었다. 하지만 결국 그녀가 얻은 것은 무엇이었는가? 고작해야 배신과 증오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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