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1화. 팔
소운은 밥을 다 먹은 뒤 소박한 옷으로 갈아입고 옆집 정가로 갔다.
정 큰 공자가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소운과 사경신을 확인하고는 서둘러 예를 올리려고 했다.
그러자 사경신이 만류했다.
“이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에 정 큰 공자가 앞장서서 소운을 안내했다.
정가는 집이 다섯 채여서 소운 등이 사는 집보다 더 컸고 또 십여 년을 살아서 꽃과 나무가 울창했다. 무엇보다 가산에 물이 흘러서 없는 것이 없었다.
보통 전란이 일어나면 백성들은 안전한 곳으로 피하고 극히 일부만 고향을 버리지 못해 그 자리에 남는다.
정가 같은 큰 집안이 남은 것은 정말로 드문 일이었다.
사경신이 궁금해서 물었다.
“정가는 왜 이가를 안 간 겁니까?”
정 큰 공자가 대답했다.
“이번 전란은 남량이 도발한 것이니 저희 모두 남량이 제나라의 성을 함락시키고 제나라에 화친을 요구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제나라가 파죽지세였고 남량이 패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저희 정가는 기반이 모두 여기에 있고 전쟁 중이라 논, 가게 등이 전혀 팔리지 않았습니다…….”
평상시면 오천 냥에 팔릴 가게가 이천 냥에도 팔리지 않았다.
정 큰 공자가 계산해 보니 가산을 모두 팔아도 다른 곳에서 지금의 정가 같은 대저택을 사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정 노부인이 연세가 많아서 고향을 떠나기 어려웠고 또 그녀도 이사하는 것을 찬성하지 않았다. 정 노부인은 젊었을 때 전란을 겪어서 온 가족이 이주했는데, 그녀보다 세 살 많았던 오라버니와 전란 중에 헤어졌고 평생 다시 보지 못했다.
정 노부인은 혈육이 흩어지는 고통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았다. 당시 고향을 떠나 다른 곳에서 지내게 됐을 때 그곳에 어울려 살기도 쉽지가 않았다. 그래서 나중에 고향이 그리워 다시 돌아온 것이다.
그때도 고향을 떠나지 않은 사람이 있었는데, 죽기 살기로 땅의 삼분지 일이라도 지켜 냈더니 어떻게 살아남았고 심지어 이전보다 더 잘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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