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69화. 소비의 혼사 이야기
이런 열띤 분위기 속에서 서남쪽 변방에 갔던 임정진이 시월 초여드렛날 낙월성으로 돌아왔다. 그는 ‘설교(雪蟜)’라는 독충도 순조롭게 데려왔다.
온몸이 눈처럼 새하얀 설교는 흡사 얼음조각처럼 빛났으며, 크기는 손바닥 반절 정도 되었으며, 생긴 건 꼭 두꺼비 같았다.
설교의 구기(口器)에서 분비되는 독액은 천하의 맹독이자, 극히 강하고 극히 양(陽)한 기운을 지녀서, 관어백이 당했던 극히 음(陰)한 시독과는 상생상극 했다.
그래서 설교의 독을 약으로 써서 관어백의 오른손을 치료하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설교의 독은 독성이 너무 강해, 약으로 쓰려면 반드시 신중을 기하고 천천히 시도해 봐야 했다.
즉 하루아침에 바로 효과를 볼 수 없다는 뜻이었다.
관어백은 어려움에 부닥쳤음에도 평소처럼 침착했다.
그는 원래 오른손을 쓰지 못해도 무방하다고 여겼었다. 그런데 임정진이 찾아와 치료할 수 있다고 말하며, 대신 천천히 치료해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치료만 된다면 과정이 느리게 진행되어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관어백에게는 인내심이 충분히 있었다.
그 후 임정진은 소혁의 정중한 요청으로 남궁월을 진맥하고 약방문을 써 주러 벽소당으로 갔다.
소혁은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회임한 이후 아월이 이러이러한 것들로 힘들어한다고 알려주었다. 그러자 가만히 그의 말을 듣던 임정진은 웃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그는 손녀사위가 원하는 대로 구토를 멈추고 식욕이 돋게 해주는 약선 약방문을 몇 개 써 주었다.
그로부터 이틀도 채 지나지 않아 남궁월은 식욕이 많이 돌아왔다.
소혁은 그제야 조금 안도하고, 매일 소욱을 데리고 임정진의 집으로 가 약선 요리책 하나를 얻어냈다. 간 김에 그는 환히 웃는 소욱을 보여 주며 임정진을 즐겁게 해줬다.
한바탕 떠들썩한 분위기가 사라지자, 흥분해 있던 남강 사람들의 마음도 가라앉았다.
그렇게 남강도 점차 평온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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