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68화. 아들과 딸
남궁월이 조금 괜찮아지자, 소혁은 아예 그녀를 제 허벅지에 앉혀 자신에게 기대게 했다.
그러고는 더할 나위 없는 인내심을 가지고 그녀를 구슬려서 입가에 뽀뽀를 했다가, 달콤한 밀어를 건넸다가, 또 잠시 후엔 그녀의 정수리에 입을 맞췄다가, 나중에는 화를 버럭 내며 말했다.
“아월, 이번에 찾아온 고약한 놈은 큰 고약한 놈보다 더 말을 안 듣는 것 같아. 나중에 태어나면 내가 아주 혼쭐을 내줄게. 알았지?”
소혁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자, 한쪽에서 시중들고 있던 여종들은 절로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른 집들은 아들을 얻으면 너무 좋아서 혼낼 생각은 하지도 못하는데, 세자의 성격으로 봤을 땐 정말로 그렇게 할 것만 같았다.
“세자, 제발 아무 말씀이나 입에 담지 마십시오!”
이때, 마침 바깥에서 안으로 들어오던 안 유모가 소혁이 하는 말을 들었는지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정색하며 말했다.
“그러다가 세자비 배 속에 계신 따님께서 세자가 자신을 미워하신다고 생각하시면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그 말에 소혁은 벼락을 맞은 것처럼 온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러고는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아월의 배 속에 있는 아이가 닙닙이란 말이냐?”
그러자 안 유모가 한껏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옛 어르신들 말씀에, 임부의 입덧이 심하면 딸이라 했습니다.”
그 말에 소혁의 입꼬리가 자연스레 말려 올라갔다. 그는 손발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를 만큼 흥분한 듯했다.
‘닙닙이라고? 향기롭고 보들보들한 닙닙이?’
소혁은 또 다시 눈을 천천히 깜빡였다. 하마터면 허벅지를 꼬집어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확인해 볼 뻔했다.
그의 머릿속엔 벌써부터 귀여운 여자아이가 떠올랐다.
남궁월을 똑 닮은 아이가 앳된 말투로 자기에게 얼굴을 문지르고 ‘아버지’라고 부르며 애교를 부리고 있었다.
이리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소혁은 벌써부터 가슴이 다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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