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9화. 성의 표시
파의가 남궁월의 아랫자리에 앉은 후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세자비, 오늘은 저희 왕을 대신하여 세자비께서 내거신 조건에 대해 답변해 드리고자 왔습니다.”
남궁월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침착하고 태연한 모습이라, 평범한 거래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내 파의가 불쾌한 기분을 참으면서 말했다.
“저희 왕께서 낙민가하(落敏加河) 북쪽에 있는 세 성과 안남산(安南山) 서쪽에 있는 일곱 개의 성까지 전부 소 세자께 바치는 것에 동의하셨습니다.”
여기까지 말하고 멈춘 파의가 허리를 더욱 꼿꼿하게 세우고 당당하게 말했다.
“이제 세자비께서도 소 세자 대신 귀측의 성의를 보여주실 수 있으실지요?”
남궁월이 배시시 웃으면서 물었다.
“어떤 성의를 보여 드리면 되나요?”
파의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조건을 꺼냈다.
“소 세자께 즉시 예강성으로 사람들을 파견해서, 저희 백월의 6왕자를 구해 달라고 해 주십시오.”
남궁월이 다완을 들고 천천히 차 거품을 걷으면서 말했다.
“그건 아주 쉽습니다. 하지만…… 파의 측비께서는 언제 저희 세자께 성을 바치실 겁니까?”
파의의 표정이 조금 굳었다.
“세자비, 그게 무슨 뜻이죠?”
“본 세자비는 그저 파의 측비에게 일깨움을 주려는 것뿐입니다.”
남궁월은 돌연 매서운 기세를 뿜으며 차를 한 모금 마신 뒤에 다완을 내려놓고 말했다.
“현재 귀측은 우리 남강에게 청을 올리고 있습니다. 귀측에서는 성 열 곳을 거래조건으로 내걸었지만, 어디까지나 그 열 곳의 성은 거울 속의 꽃이라, 우리 남강의 사내들이 피를 흘려 가져와야 하지요. 그런데 귀측은 그저 말로만 그 성들을 바치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는 우리 남강이 큰 손해를 보는 거래입니다. 자, 이렇게 하시지요. 파의 측비께서 먼저 성을 바치는 걸로 귀측의 성의를 보여 주시면, 저도 그에 대한 보답으로 우리 남강의 성의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Soutenez vos auteurs et traducteurs préférés dans webnove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