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0화. 숙청 (1)
관어백이 담담하게 말했다.
“누할이 왕위를 계속 지키고 싶어 하는 한, 우릴 실망시키진 않을 거야.”
“도요새와 조개가 싸우는 틈에 어부가 둘 다 잡아 이득을 본다더니. 역시 옛말 하나 틀린 거 없다니까!”
소혁의 입꼬리에 걸린 웃음이 더욱 짙어졌다.
이번에는 말솜씨 좋은 남궁월이 낙월성에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녀는 규랑이 처음에 내걸었던 조건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받아냈다.
‘약방이 사내였다면 분명 조정에서 뛰어난 기량을 펼쳤겠지? ……아, 아니지. 약방이 사내였다면 난 약방을 내 처로 들일 수 없게 됐을 거니까. 흠흠, 장인 장모께 선물을 좀 보내 드려야겠어.’
소혁은 무의식적으로 앞을 쳐다봤다가, 갑자기 뭔가를 발견했는지 놀라서 커다랗게 뜬 눈으로 고개를 들어 앞쪽을 가리켰다.
“소백아, 빨리 저기 좀 봐봐! 한우가 날았어!”
요새 한우가 계속 날개를 푸드덕거리면서 날개를 가만히 놔두지 않길래, 소혁과 관어백도 한우가 나는 법을 배울 때가 되었음을 느끼고 있던 참이었다.
그런데 몇 번 시도하고 나더니 마침내 오늘 진짜로 하늘 위로 날아오른 것이다.
관어백도 고개를 들어 소혁이 가리키는 방향을 쳐다봤다. 우측 전방을 보니 지면에서 4, 5장 정도 떨어진 공중에서 털이 하얀 한우가 날개를 푸드득거리면서 비스듬하게 날고 있었다.
잘 날던 한우는 실수로 균형을 잃어 몸이 기울어지더니, 비스듬한 자세 그대로 날개가 지면 쪽으로 몇 촌 더 내려왔다.
한우를 계속 주시하고 있던 소사가 미간을 확 찌푸리고, 말안장에서 둔부를 떨어뜨려 몸을 날리려고 했다.
그때 곁눈질하여 소사의 움직임을 본 관어백이 저지했다.
“소사야!”
한우는 독수리였다. 자신들이 용기를 북돋아 주고 칭찬해 주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한우는 반드시 혼자서 나는 법을 배워야만 했다.
“…….”
소사는 입을 꾹 다물고 어쩔 수 없이 도로 말안장에 앉은 후, 말고삐를 꽉 쥔 채 허공에서 날고 있는 한우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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