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화. 얕은 인연
꿈에도 생각 못 할 일이었다. 집안에 사내도 없고, 황상의 성심 또한 잃었다고 생각했던 장군부가 황실과 혼약을 맺다니 말이다.
장군부가 아들은 없어도 딸은 확실히 잘 키웠구나.
이렇게 되자 사람들의 관심은 이제 둘째인 임유에게 쏟아졌다.
언니가 위왕비가 되었으니 그 동생과 혼인하면 위왕과는 동서지간이 되는 것이 아닌가? 괜찮은 조건이었다.
게다가 장군부에는 소저라고는 단둘뿐이니 임 이소저와 혼인하면 그 혜택은 위왕과 동서가 되는 정도로 끝나지 않을 터였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한 가문들도 체면 때문에 서둘러 나서지는 못했다. 임 대소저가 위왕과 정혼하자마자 허둥지둥 임 이소저에게 혼담을 넣는 건 너무 남사스러웠기 때문이다. 다들 조금 뜸을 들이며 임 대소저가 진짜 위왕비가 된 다음을 기다렸다.
* * *
임 대소저가 황상이 하사한 옥여의를 받은 것은 한보성과의 인연은 완전히 끊어졌다는 뜻이었다.
이번에는 양철 등이 한보성을 위로하기 위해 술자리를 마련했다.
일찍이 첫 끗발이 개 끗발이라고 농담했던 태복사소경의 막내아들 장양옥은 벗 앞에서 더 이상 농담을 하지 못했다.
그는 한보성의 어깨를 토닥였다.
“한 형, 혼인의 연은 하늘이 정한다지 않나. 너무 속상해 말게.”
한보성은 술잔을 꼭 쥐고 단번에 들이켠 다음 크게 웃었다.
“나도 알아. 속상할 것 없네. 임 대소저와 대단한 정을 나눈 사이도 아니지 않나.”
그 말을 듣고 벗들도 조금 안심했다.
특히 임 대소저에게 혼담을 넣었던 장양옥과 이난은 본인들도 얼마 전 겪었던 일이기에 한보성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물론 한보성은 자기들보다 충격이 조금 더 클 것이다. 혼담이 성사되기 직전에 갑작스럽게 일이 틀어졌으니 누구라도 마음이 편치 않으리라.
울적한 기분은 술로 풀 수밖에. 오늘 한바탕 마시고 나면 괜찮아질 것이다.
한 잔 또 한 잔, 한보성은 어느새 불콰하니 취했다.
“한 형, 괜찮은가?”
온봉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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