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화. 꿈
임유는 눈을 뜨고 기삭을 다시 바라봤다.
그 누구에게도 위협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순수한 얼굴이었다.
“세자는…… 제가 생각한 것과는 좀 다른 분 같네요.”
기삭이 가볍게 웃었다.
“자주 보지 못했으니까요. 인상이란 건 상대를 잘 알게 되면 변하기 마련이죠.”
“그래서 세자께서는 원래 남이 말해 준 꿈 하나 때문에 사람을 죽이는 분인가요?”
임유는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
어느새 익숙해진 탓인지 그녀는 마음속으로 이미 기삭을 벗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아무것도 묻지 않고, 정왕세자를 위험하고 냉혹한 사람으로 단정 짓고 멀리하기에는 못내 아까웠다.
임유가 가만히 기삭을 응시했다.
짙은 어둠 속에서 소년의 눈에는 작은 별빛만이 반짝였다.
그때 그가 말했다.
“임 이소저는 남이 아니니까요.”
그의 말투는 깃털이 스치듯 가벼웠다. 그리고 서늘했던 가슴 한편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임유는 숨을 참고 가만히 있었다.
정왕세자가 이상했다. 그의 눈빛도, 표정도, 방금 한 말도 하나같이 이상했다.
그리고 그녀 자신도 이상해진 것 같았다.
남이 아니면 뭐라는 거지?
이 사람은…….
“임 이소저는 저에게 아주 좋은 벗입니다.”
임유는 하마터면 사레가 들릴 뻔했다.
그, 그래. 벗이지.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고.
“그렇게 진지하게 경고해 줬는데 어떻게 흘려듣겠어요?”
기삭의 표정이 이상하게 변했다.
“그래서 그런지 나도 꿈을 하나 꿨어요.”
임유의 눈이 자기도 모르게 커졌다.
“꿈이라고요!?”
기삭이 고개를 끄덕였다.
“방씨 성을 가진 사람 때문에 정왕부가 멸문당하는 꿈이었어요. 그래서 바로 사람을 시켜 알아봤죠. 그런데 태자 전하 곁에 방씨 성을 가진 사람은 한 명도 없더군요. 나중에 부왕과 모비께 혹시 아는 사람 중에 방씨 성을 가진 원한을 품을 만한 사람이 있는지 물었는데, 뜻밖에도 부왕께서 정말 한 사람의 이름을 꺼내시더군요.”
임유는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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