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화. 부자
정왕이 보여 준 반응은 의심할 여지 없이 태안제를 기쁘게 했다.
“역시 다섯째 아우가 짐의 마음을 아는구나!”
태안제는 한숨을 내쉬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다섯째 아우야, 짐이 너에게 부탁할 일이 있다.”
정왕의 표정이 즉시 굳어졌다.
“황형을 위해 걱정을 나누는 것은 신하로서 당연한 본분입니다.”
태안제는 즉시 정왕을 북방에 보내기로 한 일을 말했다.
정왕이 짐작한 대로였다. 태안제가 한참 동안 친근감을 표시한 것은 결국 자신을 북방으로 보내 장기 말로 쓰려는 포석이었다. 거절할 여지가 있다고 착각한다면 그건 참으로 눈치 없는 짓이었다.
그리고 사실 처음부터 거절할 생각도 없었다.
북쪽 지방에는 그의 옛 친구와 옛 수하들이 있었고, 그가 보호했던 백성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는 여러 해 동안 부딪치면서 제나라 놈들의 잔학한 모습을 직접 목격했었다.
그가 만약 도성의 번화함과 안온함을 탐내어 가지 않는다면, 대주는 제나라에게 멸망 당할 것이었다. 그럼 진정한 지옥도가 펼쳐질 것이고 그때가 되어 후회해 봐야 이미 늦을 게 분명했다. 만에 하나 결국 최악의 결과로 끝날지라도, 적어도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종묘와 사직을 지키지 못하고 저승에 가더라도 부황 앞에서 해명해야 할 사람은 큰형님과 넷째 형님 두 사람일 것이다.
결국 정왕은 그 자리에서 태안제의 명을 받았다.
두 형제는 각별히 우호적이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마쳤다. 그리고 정왕은 왕부로 돌아와 가족들을 불러 모은 다음 자신이 군대를 이끌고 북상하여 제나라와 싸울 것임을 알렸다.
“왕야께서 군대를 이끌고 가신다고요?”
정왕비는 듣자마자 크게 놀랐다.
“지금 북쪽 지방은 제나라의 기세가 드높고 우리 쪽 피해가 심각하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왕야께서 군대를 이끌고 출정하시다니요? 너무 위험합니다.”
정왕비가 눈시울을 붉히자, 정왕은 서둘러 태안제를 끌어들였다.
“이것은 황상의 뜻인데, 내가 가지 않으면 성지를 거역하는 것 아니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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