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화. 재촉
그녀가 찻잔을 내려놓고 작별을 고하려는 찰나, 갑자기 문발이 들어 올려졌다.
“봉아.”
양손 가득 물건을 든 사람이 신이 나서 소리를 지르다가 돌아보는 임유의 예쁜 얼굴을 보고 뚝 그쳤다.
온여생은 손에 든 물건을 땅에 떨어뜨리고 눈을 화등잔처럼 크게 떴다.
“너, 너, 너…….”
임유는 일어서서 웃는 얼굴로 말했다.
“당숙.”
그녀의 낭랑한 목소리에 온여생은 고개를 돌려 뛰어나가려고 하다가 그 뒤를 따라오던 온평과 어깨를 부딪쳤다.
온평은 비틀거리며 땅에 넘어졌고, 온여생은 바람처럼 자취를 감추었다. 땅에 쏟아진 과일이 데굴데굴 구르며 난장판을 만들었다.
임유는 온평을 한 번 쳐다본 다음 다시 온봉의 얼굴을 돌아봤다.
“오라버니, 당숙께선…….”
설마 아직도 날 요괴라고 굳게 믿는 건가?
온봉은 너무 당황해서 아무 말이나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게…… 이번 일 때문에 아버지께서 많이 놀라셨지 뭐냐. 그래서 사람을 보면 갑자기 경기를 일으키시더라고……. 온 집사, 어서 아버지를 쫓아가게.”
주저앉은 채로 임유를 유심히 보던 온평은 벌떡 일어나 허둥지둥 온여생을 쫓아 나갔다.
“유아야, 정말 미안하다.”
머리를 긁적이며 무안해하는 온봉에게선 어느새 평소의 진중한 모습이 사라졌다.
아버지가 그녀를 요괴로 여긴다는 걸 유아가 알게 되면 정말 창피할 것이었다.
“당숙은 오라버니를 걱정하는 마음이 크셨던 거죠. 어서 당숙께 가 봐요. 난 돌아가야겠어요.”
“내가 마차까지 데려다줄게.”
임유는 거절하지 않았다.
온봉도 온여생을 찾으려면 어차피 밖으로 나가야 했다.
두 사람이 함께 대문을 나와 골목을 따라 몇 발짝 걸어가는데, 골목 앞이 어수선했다.
골목 어귀에 많은 사람들이 서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왔다.
임유와 온봉은 눈이 마주쳤다.
“유아야, 나 먼저 가 봐야겠구나.”
온봉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이 말만 남기고 황급히 앞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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