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화. 차도
이마에 새로 돋아난 여드름을 거울에 비춰 보던 손수화는 태자가 왔다는 말을 듣자 급히 머리를 다듬고 태자를 맞이했다.
“전하—.”
손 하나가 뻗어 나오더니 무릎을 굽힌 그녀를 일으켰다.
“편히 있으시오.”
손수화는 눈을 들어 태자를 쳐다보고는 가슴이 뭉클해졌다.
태자는 꽤 오랫동안 그녀에게 오지 않았다.
그녀는 태자가 태자비에게도 가지 않고, 자신에게도 오지 않고, 대부분의 시간을 자기 방에서 보내며 도대체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못 보던 사이 화아 그대는 더 예뻐진 것 같구려.”
태자가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손수화는 태자의 말을 듣고도 기뻐하기는커녕 오히려 경계하는 마음이 들었다.
태자 전하가 왜 갑자기 나를 ‘화아’라고 부르지? 예전에는 그저 선시라고만 불렀는데.
총애도 받아 보고 냉대도 겪어 본 손수화는 이미 순수한 사랑에 대한 바람은 내려놓은 지 오래였다. 그저 선시에서 좀 더 높은 품계로 오르고 싶었다.
태자는 손수화의 손을 잡고 방으로 들어갔다. 궁녀가 차를 내온 다음 물러나자, 그가 가볍게 코를 킁킁거리다가 말했다.
“화아, 향이 참 좋구려.”
“이번에 향을 새로 바꿨습니다.”
손수화는 대답하면서도 태자의 의도가 불순하다는 것을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
지금껏 태자는 향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태자는 진중한 성격이 아니라 오래 참지 못하고 몇 마디 뻔한 말을 주고받다가 이내 본론으로 들어갔다.
“화아는 오랫동안 정왕부에 돌아가지 않은 게 맞소?”
손수화는 속눈썹을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와 정왕비는 모녀 같은 사이이니 자주 찾아뵈어야 할 것이오.”
손수화는 고개를 약간 숙이고 길고 가느다란 목을 드러냈다.
“신첩은 동궁에 속했으니 전하를 섬기는 것이 본분입니다. 그런데 어찌 이모님을 자주 뵈러 가겠습니까?”
“아니! 그대는 꼭 가 봐야 하오!”
손수화는 눈을 들어 태자를 바라봤다. 태자가 왜 이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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