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화. 망신
한편 옥류 사절단은 예부와 홍려시(鴻臚寺) 관원들의 안내를 받아 미리 준비된 객관에 짐을 풀었다. 외부인이 없어지자 영작공주는 침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라버니, 태자가 계속 대놓고 음침한 눈길로 절 보는 꼴 보셨어요?”
왕자는 빙그레 웃었다.
“대주 태자가 보여 준 모습은 영 별로더구나. 하지만 그자가 만약 총명하고 유능하며 자제력이 강했다면, 그것이야말로 우리 옥류에게 좋지 않은 일이지.”
국력 차이가 아니라면 어느 나라가 타국의 아우 노릇을 자처하겠는가? 옥류의 왕자로서 그는 주나라와 제나라가 엉망이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영작공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행이라는 듯 말했다.
“다행히 부왕께서 저더러 대주 태자에게 시집가라고는 하지 않으셨죠.”
왕자는 동생을 힐끗 쳐다보고는 떠보듯 말했다.
“만약에 부왕께서 그러라고 했어도 그 뜻을 따르지 않을 생각이냐?”
공주는 입꼬리를 살짝 치켜올리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부왕의 말씀이 있으셨다면 당연히 들었겠죠.”
왕자는 웃었다.
“역시 부왕께서 너를 가장 아끼시는 이유가 있구나.”
이번 방문에서 그와 여동생은 각자의 임무가 있었다. 그는 부왕을 대신하여 직접 주나라의 허실을 살피는 것이 목표였고, 동생은 혼사를 구실로 주나라 황실과 명문가의 물을 흐리는 게 목표였다. 따라서 가장 적합한 목표는 동생이 마음대로 고를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목표가 되는 남자는 주나라 태자보다도 못할 수 있었다.
“오라버니, 안심하세요. 저도 사리 분별은 할 줄 아니까요.”
영작공주의 오목조목 아름다운 이목구비에 떠오른 미소는 원래 가녀리고 달콤했지만, 이 순간에는 오히려 냉혹함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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