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0화. 징계 (1)
원희요의 얼굴은 눈에 띄게 화색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 사람들의 시선은 온통 눈앞에 있는 사릉고홍과 원이인에게 쏠려 있었다. 오직 원상만이 원희요가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웃음을 얼굴에 걸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을 제외하면, 다른 사람들은 아예 신경을 쓰지 않았다.
“너…….”
멀지 않은 곳에 떨어진 원이인은 입가에 피를 흘리며 분노한 얼굴로 사릉고홍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목구멍으로 솟아오르는 무수한 분노의 외침은 사릉고홍의 얼굴을 보는 순간 모두 사라졌다. 원이인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버렸다.
사릉고홍의 표정에는 그다지 변화가 없었다. 온몸에서 풍기는 점잖은 기운은 여전히 고요했다. 그러나 푸른 그림자 뒤에 자욱하게 잠긴 두 눈동자만은 그를 똑바로 주시했다.
저건 대체 무슨 눈동자란 말인가!
분명 상대를 보고 있지만 칠흑같이 어둡고 캄캄한 눈동자 속에는 상대의 잔상을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치 어두운 밤 엷은 안개에 숨겨진 깊은 못처럼, 그 안에 뭐가 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신비로운 미지로 가득 차서 못을 보는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게 하고 본능적으로 이끌리게 하지만, 동시에 두려움이 마구 샘솟게 했다.
옆에 있는 원상도 원희요의 기쁨에 찬 웃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지금은 그저 사릉고홍이 원이인을 죽이진 않을까 걱정할 뿐이었다. 그러나 사릉고홍에게서는 어떤 살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사릉고홍은 원이인을 죽이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 조금 안도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녀는 왜 이렇게까지 온몸의 영력이 얼어붙을 것 같은 공포감을 느끼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원상은 입을 열어 지금의 이 분노와 압박감을 해소하고 싶었지만, 아무리 입을 열어도 목소리를 낼 수가 없었다. 이것은 그녀가 어떤 금법(禁法)을 받았기 때문이 아니라, 마음속의 알 수 없는 압박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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