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화. 기다림
무매사태 앞에서 교소는 높은 사람을 우러러보는 압박감을 느끼지 못하고, 웃으며 대답했다.
“좋아한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시녀가 가져왔는데, 예뻐 보여서 했지요.”
무매사태가 근심에 잠겨 말이 없자, 교소가 말을 이었다.
“라일락이 근심을 뜻하고 매화가 기개를 상징한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엔 그저 사람들이 의미를 부여한 것뿐이라, 사실 별 의미는 없는 것 같아요.”
이건 마치 사람들이 칠현금, 바둑, 서예, 그림 등을 재능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는 것과 같았다. 할아버지는 그녀에게 교만하지 않고 온화한 마음을 기르라고 당부하셨다.
그래서 교소는 단 한 번도 자신을 재녀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무매사태는 교소의 말이 의외라는 듯 그녀를 오랫동안 쳐다보더니, 작은 소리로 말했다.
“보살님의 견해는 제 옛 친구와 비슷하군요.”
할아버지와 관련된 얘기라, 교소는 한동안 말을 잇기가 어려웠다.
“만약 그분이 보살님을 봤더라면, 분명 좋아했을 거예요.”
교소가 아무 말이 없자, 무매사태가 이 얘기에 흥미를 잃었는지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을 꺼내 필사를 부탁했다.
교소는 탁자 앞에 단정히 앉아 붓을 들고는, 천천히 법문을 써 내려갔다. 반나절이 지났으나 한 글자도 틀림이 없었고, 자세 또한 흐트러짐이 없었다.
무매사태는 점점 그 모습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이때 정흡이 들어와 아뢰었다.
“사백님, 아홉째 공주님께서 오셨습니다.”
무매사태가 눈도 깜빡이지 않고, 태연히 말했다.
“돌아가시라고 해라.”
정흡이 잠시 주저했으나, 바로 공손히 물러났다.
진진공주는 암자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정흡이 무매사태의 말을 전하자, 이상하다는 듯 말했다.
“사태님이 만나지 않겠다고 하셨다고요? 정흡 스님, 사태님은 지금 뭐하고 계세요?”
‘오늘은 특별한 날도 아닌데, 사태는 왜 날 만나려 하지 않는 걸까?’
출가인은 말을 함부로 할 수가 없어서, 정흡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지금 손님이 와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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