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0화. 작요(作擾)
왕부 간사는 더 이상 뭐라 말도 못하고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노부인, 사실 제가 오늘 이렇게 찾아온 것은 그런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 뿐만이 아닙니다. 여 이낭께서 가족들을 너무나 그리워하시고 계십니다. 하지만 이제 막 뱃속에 아이가 자리 잡기 시작한 터라 이낭께서 직접 움직이긴 힘드시니, 여가의 셋째 아가씨를 왕부로 불러 자매끼리 만나게 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왕야의 의견을 전하러 왔습니다.”
노부인이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우리 셋째를 왕부에 있는 여 이낭과 만나게 해 달라?”
집안의 여인이 시집을 간 후 자신의 친자매를 불러 도움을 요청하는 건, 흔히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노부인은 여희와 여소의 사이가 그렇게까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감정의 골은 그렇게 짧은 시간에 풀릴 만한 것이 아니었다.
‘임신을 하고 기억을 잃은 것이 아니고서야 어찌 여희가 여소를 만나고자 한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노부인께서도 아시겠지만 임신을 하게 되면, 평소와는 달리 그리움이란 감정이 물씬 흘러나오기 마련이지요. 왕야께서는 여 이낭은 물론 뱃속의 있는 왕손의 건강도 염려가 되어, 이렇게 저를 보내 셋째 아가씨를 초청하는 것입니다.”
노부인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왕부의 관사는 아무 생각 없이 미소 짓고 있었지만, 그의 말 뒤에는 왕야의 검은 속내가 엿보였다. 왕손까지 거론하고 있으니 노부인으로서는 압박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이대로 청을 거절이라도 했다가 여희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그 죄를 셋째에게 덮어씌우겠다는 속셈 아니겠는가?
여소를 위해 어떻게 해서든 변명을 해야겠다, 생각한 노부인은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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