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화. 붉은 술(紅纓)
소명연이 성문을 지나는 것을 보면서도, 교소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 정도의 거리, 사이에 많은 사람들, 그리고 시끄러운 함성소리가 들리는 이곳에서 그녀가 아무리 큰소리로 외친다 한들 그에게 닿을 리가 없었다.
“안 돼, 안 돼! 관군후님이 나가버리시겠어요!”
빙록은 교소보다도 더 다급해보였다. 그녀가 교소의 어깨를 잡고 흔들기 시작했다.
교소는 소명연의 등만을 바라보다가 그녀의 목에 걸려 있는 골적이 흔들리는 것을 발견하고 있는 힘껏 불어재꼈다.
짧고 높은 피리 소리가 울렸고, 소명연은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여전히 울리는 피리소리를 따라 시선을 더듬던 그가 사람들 사이에 서 있는 교소를 발견했다.
교소는 소명연의 시선을 느끼고 피리를 부는 걸 멈추었고, 손을 흔들어 인사를 건넸다.
소명연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한참동안 교소를 바라보았다. 그가 투구 끝에 매달려 있던 붉은 술을 끌러내더니, 성문을 지키고 있는 근위병의 창 끝에 매달아두었다.
그는 그렇게 떠나갔다.
교소는 멍하니 그가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소명연이 남기고 간 붉은색 술이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렸다. 그녀는 지금 그녀의 마음속에 소용돌이치는 감정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소명연이 피리소리를 알아듣고 돌아봐주어 기쁜 것일까? 아니면 그럼에도 아무 말도 없이 떠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실망한 것일까?
소명연은 무장으로서 이런 이별을 한, 두 번 겪어본 것이 아닐 터였다. 하지만 혼약을 앞에 두고 출정을 떠나버리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는 흔들리는 자신의 마음을 느끼고 당황하고 있었다.
신광은 사람들을 뚫고 나가, 소명연이 창끝에 걸어둔 술을 잡아챘다. 그가 그것을 조심스레 교소에게 건넸다.
애정이 느껴지는 손길로 붉은색 술을 어루만지던 교소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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